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 - 전쟁, 역사 그리고 나, 1450~1600
유발 하라리 지음, 김승욱 옮김, 박용진 감수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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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나에게 커다란 지적 충격을 주었다. 그후, '호모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극한의 경험', '대담한 작전', '초예측'이라는 책을 숨가쁘게 읽었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를 저술한 이후의 책들은 '사피엔스' 만큼은 아니지만, 지적 충격과 깊이 있는 사유를 하도록 안내했다. 반면, '사피엔스' 이전의 책들은 단순한 역사서 수준의 책들이었다. 특히, '극한의 경험'과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은 전쟁사와 관련된 사유의 변화에 촛점을 맞춘 책들이다. 이 두 책은 내가 하라리에게서 기대했던 종류의 책이 아니라 실망을 했다. 그럼에도, '사피엔스'라는 대작을 쓰기 까지 유발 하라리의 지적 성장의 궤적을 추적해보고 싶은 욕망에 책을 내려 놓을 수 없었다.

 

1. 기존의 고정 관념에 도전하다.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에서 근대의 태동을 보려했던 브르크하르트의 견해는 타당할까? 유발 하리라가 던진 질문이다. 하라리는 일관되게 브르크하르트의 견해에 반론을 전개한다. 이를 위해서 유발 하라리는 20세기 전쟁회고록과 르네상스 전쟁회고록을 비교하고, 중세시대 기사이야기와도 비교한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전쟁회고록 만을 연구해서 전쟁회고록이 프랑스의 독특성임을 강조하는 프랑스 역사학자의 견해를 뛰어넘어 프랑스 이외의 유럽지역은 물론이고 이슬람지역의 전쟁회고록까지 살핀다. 역사라는 개미의 앞다리만 연구하는 한국이나 일본의 연구자에 비해서, 하라리는 한세대 전의 개미와 이후 세대의 개미를 현재의 개미와 비교하여 현재 개미의 독특성을 발견한다. 폭넓은 책을 읽고 현재에 매몰되지 않고 전체속에서 오늘을 바라보려는 유발 할라리의 역사인식이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속에 엿보인다.

  폭넓은 독서와 사유는 르네상스 전쟁회고록의 특이점을 핏셋으로 집어내는 듯한 위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충격적 사실들을 알려주었다.

 

  "원정이 있을 때마다 여러나라에서 끌어온 다양한 용병부대로 이루어진 일시적인 군대가 있었을 뿐이라, 군대의 구성원들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했으며, 서로 다른 지휘관에게 충성했다."-115쪽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과거 역사를 이해한다. 군대를 갔다온 나도 한국군대의 모습을 토대로 서양의 군대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그것은 엄청난 오류를 만들어냈다. 국가를 위해서 단일한 언어와 단일한 지휘체계를 가지고 움직이는 톱니바퀴와 같은 조직을 상상했다면 그것은 분명 르네상스 전쟁사를 오독한 것이다. '국민군대'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것은 프랑스 혁명이후, 나폴레옹 군대에서 찾아야할 것이다. '국민 군대'라는 개념이 만들어지지 않은 르네상스 시기의 군대는 전쟁을 직업으로하는 용병들의 연합체였다. 그들에게는 왕조-민족에 대한 충성심보다 자신의 명예가 더 중요했다. 이때의 명예는 왕조-민족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라, 자신의 명예였다. 그리고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존재는 귀족들이었다. 평민은 명예를 얻을 수 없는 존재였기에 때로는 죽여도 되는 존재였다. 혼자서 여러명의 상인을 죽인 군인이 이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오늘의 눈으로 르네상스 시기의 군인들을 바라본다면, 그들은 폭력배와 다를바 없어보인다.

 

2. 역사서술의 변화

  "중세 군주정의 정치적 분열과 일화 중심적인 중세 연대기가 서로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갔듯이, 군주정이 통일된 국가로 거듭나는 변화와 잡동사니 일화들을 늘어놓은 연대기가 긴밀한 인과관계를 따르는 역사로 통합된 과정 역시 서로 손에 손을 잡고 함께 진행되었다."-316쪽

 

  "정신세계의 변화는 현실세계의 변화로 이어지고, 현실세계의 변화는 정신세계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말을 대학시절 교수님에게 들었다. 사상사와 정치사가 긴밀히 관계를 맺으며 변화해 왔듯이, 일화 중심적인 중세 연대기가 긴밀한 인과관계를 따르는 역사로 통합된 것도 역사서술이 현실 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브르크하르트를 비롯한 기존의 역사가는 중세의 신중심의 세계에서 근대 개인중심의 세계로 나아가는 커다란 시대변화를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과도기인 르네상스 시기의 회고록은 중세의 집단적 세계에서 개인을 찾아가는 관념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고정관념에서 역사를 연구했다. 반면, 유발 하라리는 중세 군주정의 정치적 분열에서 군주정이 통일된 국가로 거듭나는 변화속에서 역사서술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선입견으로 역사를 바라본다면 진실을 바라볼 수 없음을 유발 하라리는 말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에 대한 지적 사랑이 그의 책을 읽도록 나를 이끈다. 그와 같은 통찰력을 가지고 싶은 나의 욕망은 한국어로 번역된 그의 책을 모두 읽었지만 채워지지 않는다. 유발하라리의 명작을 모두 읽는다고 해서 쉽게 그의 통찰력을 얻을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또다른 책을 찾아서 여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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