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돈의 역사 1
홍춘욱 지음 / 로크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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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경제에 대한 이해는 필수이다. 그러나, 막상 역사적 사건을 경제적 관점에서 날카롭게 꿰뚫어보는 역사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팟캐스트 "신과함께"를 듣다가, 홍춘욱 작가의 '돈의 역사' 강의를 들었다.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놀랐다.  역사적 사건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할 경제사적 배경을 설명해줄 때는, 무릎을 탁치며 바로 내가 찾던 책이라 외쳤다. 서가에서 '돈의 역사'를 펼쳐들었다. 이 책은 얼마나 많은 통찰력을 나에게 선사해줄까?

 

1. 인구가 많은 것은 축복일까? 불행일까?

  출산율이 날로 줄어들고 있다며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인구감소는 재앙으로 인식하는 사회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과연 인구가 많은 것은 긍정적이도 적은 것은 항상 부정적일까? 이 책은 우리의 고정관념에 도전장을 던졌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않고 왜?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영국은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을 한 반면, 중국과 일본은 '근면혁명(Industrious Revolution)'했다고 말한다. 인구가 적었던 영국은 높은 인건비를 줄이려 기술혁신에 매달려야했지만, 중국과 일본은 많은 노동력 덕분에 기술혁신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값싼 노동력으로 '근면혁명'을 한다면 충분히 부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예로 19세기 일본 나고야의 노비지방에서는 1660년 1만 7825마리의 가축이 있었다. 1810년이 되자, 8104마리로 가축수가 45% 감소했다. 인구가 늘고 1인당 인건비가 줄어듦에 따라 가축 대신 사람이 경작을 했던 것이다.

  인구가 많은 중국을 부러워했던 나로서는 상당히 경악스러운 사건이다. 인구가 많은 것은 국가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많은 노동력이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각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경쟁의 가속화, 그 사회에서 차지하는 개인의 가치는 하락한다는 점에서 좋게만 볼 수는 없다. 과거 이승만, 박정희 정권시기 한해에 군대에서 죽어간 사람들이 천여명을 넘겼다. 그러나 민주화되면서 한해당 몇백명 수준으로 죽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군대에서 죽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든 것은 '민주화'라는 사회적 배경도 있겠지만, 젊은 인구가 줄어들면서 인간 개개인이 차지하는 사회적 가치가 커진 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위기는 기회일 수 있으며, 어떠한 일이든 부정적인면에도 긍정적인면이 있을 수 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할 것이다.

 

2. 자원이 많은 것은 축복일까? 불행일까?

  초등학교 시절부터, 선생님들에게 귀가 따답도록 들었던 말이 있다. "우리는 자원이 부족한 나라이다.", "매장된 자원의 가지수는 많지만 양이 적다." 즉, 우리는 자원이 없기에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면 살아갈 수 없다는 내용의 말을 들으며,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과연 자원이 많은 것이 축복일까?

  '돈의 역사'를 읽지 않더라도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수많은 나라들이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식민지가 된 이유가, 자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자원을 빼앗기 위해서 강대국들이 약소국을 식민지로 삼은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강대국이라면 자원이 많은 것이 언제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혹시 "네덜란드병(Dutch disease)"라는 병을 들어 보았는가? "자원이 개발된 후 오히려 해당 국가의 경제가 침체되는 현상"을 네덜란드병이라고 한다. 1959년 북해에서 대규모 가스전이 발견되었다. 그후, 천연가스 수출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인 네덜란드에게 불행이 닥쳐왔다. 왜? 일까? 천연가스 수출 대금이 유입되자, 네덜란드 화폐 단위인 굴덴화의 가치가 상승했다. 그리하여1970년대들어 천연가스를 제외한 수출업체들은 해외 경쟁력을 잃게 된다. 자원의 역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천연자원이 많은 것이 오히려 불행을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펠리페2세 시기, 무적함대를 이끌며 유럽 최강의 나라로 발전했던 에스파냐가 나락으로 빠져든 이유도 설명한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금과 은이 에스파냐산 물건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그리고 에스파냐의 영광을 가져온 신대륙의 금과 은이 역설적이게도 에스파냐를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인간의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의지'이다. 나에게 좋은 옥토를 선물하지 않은 조상을 탓하기 보다는 조상이 남겨준 황무지를 감사하며 나를 달련시켜야한다. 자원이 있다하더라도 자원을 지키고 이용한 힘이 없다면 '자원'은 불행의 씨앗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자원'을 지키고 이용할 힘과 기술이 있다하더라도, 그 '자원'을 현명하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불행을 불러들일 수도 있다. '돈의 역사'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3. 경상수지 흑자는 축복인가? 불행인가?

  많은 사람들이 경상수지 적자가 났다면 경제가 않좋다며 걱정한다. 그런데,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서 나의 삶이 악화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할 때 내수경기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저축보다 투자가 적다는 의미"-342쪽

 

  우리 경제의 내수시장이 침체인 이유가 경상수지 흑자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IMF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집단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사회 전반에 가장 중요한 것은 모험심이 아니라, '안정'이다. 공무원 시험의 경쟁율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도전하지 않고 안정만 추구하는 사회는 발전이 더 딜 수밖에 없다. 활력이 떨어진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러 일으키며, 모험심과 도전의식을 키워야 우리의 내수시상이 활성화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과 과감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4. 정직하면 손해볼까?

  보통 부모들은 '정직하면 손해본다.', '아이가 너무 착해 손해볼까 걱정이다.'라는 말은 한다. 냉혹한 신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정글의 법칙'을 배워야한다는 생각을 하는듯하다. 그런데, 과연 정직하고 착하면 손해볼까? 단기적으로 본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내 잇속만 챙기는 사람의 말로가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경우가 많이 있다. 이는 국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네덜란드와 영국 등 인구도 적은 나라가 패권을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신뢰'를 얻어 국민들로 부터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데 있다."-74쪽

 

  '신뢰'는 국가의 경우 더욱 중요하다. '논어'에도 자공이 정치에 대해서 물었을때, 공자는 가장먼저 백성을 풍족하게 먹이고 군비를 확충하고 백성에게 믿음을 얻어야한다고 말했다. 자공이 부득이하게 하나를 버려야한다면 무엇을 버려야하는지 묻자, 공자는 병사를 버리고, 다음으로는 먹을 것을 버리라 했다. 그리고는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 何先 曰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 何先 曰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공자의 통찰력은 네덜란드와 영국의 예에서도 들어맞았다. '신뢰'를 얻은 나라는 이를 바탕으로 군비를 조달할 수 있었지만, 국민으로 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프랑스'와 같은 나라는 제대로 군비를 조달할 수 없었다. 결국 프랑스가 영국에게 번번히 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국민에게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 '신뢰'를 버리는 것은, 인생을 버리는 것과 같을 수있음을 '돈의 역사'는 말하고 있다.

 

5. 대공항은 유대계 금벌이 일으킨 사건인가?

  '화폐전쟁'이라는 책이 중국과 한국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던 적이 있다. 유대계 금벌이 월가를 장악하고 있으며, 그들은 자신들의 금권을 지키기 위해서 전쟁을 획책하고, 금본위제도를 무너드리기 위해서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금본위제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대공항도 그들이 일으켰다고 쑹훙빙은 주장한다. '화폐전쟁'을 읽었을때, 경제학에 대한 기초지식조차 부족했던 나는 혼란을 겪었다. 이 세계는 유대계 금벌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고 있는가?

  '돈의 역사'는 대공항의 원인을 '금본위제도'에서 찾고 있다. 금본위제도의 경직성이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떨어뜨렸고, 결국은 대공항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불황이 출현해 중앙은행이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리면,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자금이 해외로 유출 된다. 금이 해외로 유출되면 시중 통화량이 줄고, 그 결과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는 무력화 된다."-237쪽

 

   금벌세력이 '금본위제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대공항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금본위제도'의 한계 때문에 대공항이 초래되어던 것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대공항의 원인을 잘못 이해했을 것이다. 순간, '책을 한권만 읽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라는 생각을 했다. 한분야의 책을 한권만 읽기 보다는 관점을 달리하는 여러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하는 것이다. 외골수로 빠지지 않도록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깨달았다.

 

6. 위기가 닥치면 보다 냉철하고, 보다 단호해져라.

  위기가 닥쳤을때, 우왕좌왕하면서 제대로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한 경우를 많이 본다. 임진왜란 초기, 의주까지 몽진을 갔던 선조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위기에 냉철하면서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한 리더가 불러오는 불행은 비참하다. '돈의 역사'는 '불황이 시작될 때에는 단호하게 행동하라!'라고 주문한다. 대공항이 닥쳤을 때, 단호한 대처를 하지 못한 후버가 불황을 키웠다. '버불이 붕괴될 때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돈을 풀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우왕좌왕하다가 시기를 놓친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의 수렁에 빠졌다.

  대공항시기 루즈밸트는 '지금 시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실패할 기회조차 잃어 버린다.'라고 말했다. 과감한 행동이 위기의 순간에 필요하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이 시기를 얼마나 냉철한 머리로 판단하고 과감히 행동하는가에 따라서 우리의 인생이 달라질 수 도 있다. 그런면에서 써프라임 모기지 사태때, 과감히 양적 완화를 단행한 오바마의 대처는 탁월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세상에는 많은 책들이 있다. 어떤 책은 나에게 정보를 제공해주고, 어떤 책은 웃음을 전해준다. 때로는 감동을 선사하며 눈물을 흘리게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선사하는 책은 드물다. '돈의 역사'는 외곡된 선입관을 제거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주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기 원하는 분들에게 이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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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상곡(夜想曲) 2019-08-15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담이지만 전쟁이라는것도 경제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나 화약과 다이너마이트가 발명된 이후로.!!!!(고대역사는 경제력과 군사력이 불일치한 시대였지만 중세시대 이후 경제력과 군사력은 같이 붙어다녀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