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담한 작전 - 서구 중세의 역사를 바꾼 특수작전 이야기
유발 하라리 지음, 김승욱 옮김, 박용진 감수 / 프시케의숲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유발 하라리를 '사피엔스'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된 후에, '호모 데우스', '극한의 경험'을 차례 대로 읽었다. '사피엔스'에 중독되어 다시한번 '사피엔스'의 희열을 느껴보고 싶어서, '호모 데우스'를 읽었으나, 그 희열을 100% 느끼지는 못했다. 그래서 '극한의 경험'을 읽었지만, 나는 여전히 굶주리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 번역된 4권중에서 내가 읽지 않은 마지막 책인 '대담한 작전'을 꺼내들었다. 영문명은 'Special Operations in the Age of Chivalry'였다. '기사도 시기의 특수작전'으로 직역된다. 기사도 시기의 특수작전을 하라리는 어떻게 해부했을까?
1. 친절한 출판사의 배려
책을 읽다보면, 책의 내용은 훌륭하지만,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사진과 지도 등의 자료가 제시되어 있지 않아서 곤란을 겪는 경우가 종종있다. 특히 세계사 책을 읽을 때는 해당 지명의 위치를 알길이 없기에 고등학교 사회과 부도를 펴들때도 있었다. 무책임한 저자와 불친절한 출판사에게 속으로 욕을 날리며 책을 읽는 경우가 너무도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유발 하라리가 첨부하지 않은 사진이나 지도를 친절하게 첨부하여 읽는 사람의 이해를 쉽게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역했다. 특히 144쪽에 제시된 서아시아 지역의 지도는 보두앵 구출작전이 진행되던 시기의 서아시아 판도를 이해하기에 적합했다. 작가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것은 출판사의 역량이다. 유발하리리의 '대담한 작전'을 돋보이게하는 출판사의 세심한 배려가 빛나는 책이다.
2. 유발 하라리의 빛나는 사료 분석 - 니자리파(하시신)
영어의 assassination과 hashish와 관련 깊은 조직을 아는가? 많은 사람들이 '하사신'파를 떠올릴 것이다.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라는 책에서 아주 인상 깊었던 암살 조직이 '하사신파'였다. 암살을 할때 마약(하시신 hashish)을 먹거나, 쾌락의 정원을 맛본 전사들이 죽어서 다시한번 쾌락의 정원에 가기 위해서 암살에 용감히 나선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과연 이 이야기는 사실일까? 이슬람에 대한 자료가 워낙적기에 무비판적으로 믿었던 사실들을 하라리는 여러 종류의 기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이들이 암살을 결행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유발 하라리는 종교적 열정과 박해 받는 소수파의 생존술, '국영' 기숙학교 운영 등 실제적, 역사적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니자라파 피다이(암살자)의 암살 동력을 서술한다. 하라리가 '사피엔스'와 같은 대작을 쓸 수 있었던 밑바탕을 이러한 글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말이 나온김에 니자리파에 대해서 좀더 살펴보자. 니자리파의 일화중에서 너무도 충격적인 일화가 있다. 니자리파의 우두머리 시난이 전령을 살라딘에게 보냈다. 살라딘이 2명의 호위병을 대동하고 전령을 만나려하자, 전령은 그 2명도 물려줄 것을 요청한다. 이를 살라딘이 거절하자, 전령이 2명의 호위병에게 말한다. "만약 내가 주인의 이름으로 이 술탄을 죽이라고 명한다면 그리하겠느냐?" 맘루크는 칼을 빼들고 명령만 내리라고 말한다. 전령이 2명의 맘루크를 데리고 떠나자, 살라딘은 시난과 화해한다. 물론, 유발 하라리는 이 이야기가 실화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지만, 이 일화 자체는 니자리파에게 기가 질리게 만든다. 흩어져 있는 수많은 니자리파가 몇년동안 암살예정자의 주위를 맴돌다가, 그의 심복이 되기도한다. 그들의 우두머리 시난이 명령을 내리면, 그들은 지체없이 암살예정자를 죽여버린다. 놀랍지 않은가?
그런데, 니자리파는 템플기사단, 병원 기사단은 암살하지 않았다고 한다. 왜그랬을까? 이들 조직들은 특정 리더의 죽음이 조직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기사단은 관료적 조직이며 위계적인 규율로 유지된다. 어느 한사람이 암살로 죽으면, 새로운 사람이 조직을 이끈다. 반면 한사람의 탁월한 리더십에 의해서 움직이는 조직일 수록 니자리파의 암살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부분을 읽으면서, 의열단이 1920년대 후반, 의열투쟁에서 독립군 육성으로 독립운동의 방향전환을 한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일본 지휘관 한두놈을 죽인다고해서, 독립을 일룰수는 없었다. 일본 지휘관놈 후임에 더 악독한 지휘관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3. 우리역사를 떠올리다.
서양사를 읽는데, 한국사가 오버랩된다. 내가 한국인인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프랑스왕과 부르고뉴의 샤를 사이의 끊임 없는 암투와 독살 시도, 암살 시도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역사와 비교를 해보았다. 어찌하여 이리도 비열한 암투들이 성행할까? 그에 비하면 우리의 역사는 암살 혹은 독살이 적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덕일이 '조선왕 독살사건'이라는 책에서는 조선왕 4명중에서 1명이 독살되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의혹이며, 하나의 설일뿐이다. 반면에 프랑스왕과 부르고뉴의 샤를 사이의 암투와 암살 시도는 실제 역사기록이 남아있다. 기록되지 않은 독살시도는 또 얼마나 많을까?
7장 '오리올의 방앗간'편에서 프랑수와와 카를 5세 사이에 대격전이 펼쳐진다. 카를 5세의 대군을 몽 모랑시 사령관은 청야전술로 대응한다. 청야전술!!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고구려가, 고려가, 조선이 외세이 침략에 대항해서 펼쳤던 전술이 청야전술이다. 우리의 전형적인 전술을 프랑스에서도 사용할 줄은 몰랐다. 동양과 서양이라는 공간은 다르지만, 전쟁의 전술은 서로 비슷할 수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4. 고전의 향연
<도덕경(道德經)> 제 36장을 나는 좋아한다.장차 움츠리려면 반드시 반드시 펴고, 장차약하게하려면 반드시 강하게하고, 장차 피폐하려면 반드시 흥하게하고, 장차 빼앗으려면 반드시 주어라(將欲歙之 必固張之 將欲弱之 必固强之 將欲廢之 必固興之 將欲奪之 必固與之).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면, 반드시 먼저 나의 것을 주어야한다. 상대방을 약하게하려면 그들이 승리에 취해서 교마하게 만들어야한다. 그러면 그들은 스스로 무너져내릴 것이다. 그래서 옛말에 '전성기의 왕은 섬기지 말라'는 표현이 있지 않은까? 부르고뉴의 전성기인 샤를 시기에 아이러니컬하게도 부르고뉴의 쇠락이 시작되었다. 암살과 협박, 거짓말로 부르고뉴는 프랑스에 대항할 수 있는 강략한 세력으로 부상한다. 전성기의 그는 교만해져서 이웃나라를 침범하여 영토를 계속 넓히려했다. 그 교만이 재앙을 가져왔고, '부르고뉴왕국'이라는 꿈은 사라지게 된다. '칼로 흥한자 칼로 망한다'고 했지 않은가? 비열한 술수로 흥한 샤를은 자신의 비열한 술수에 빠져 몰락하게 된다.
이러한 비극은 샤를에게만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맞수인, 프랑스의 루이도 만만치 않은 비열한 사람이다. 자신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서 납치를 일삼았다. 루이는 부르고뉴 영토를 거의 모두 자신이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가했던 것처럼, 적들이 자신을 납치 혹은 암살할까봐 장원 주위에 도랑을 파고, 철창을 담처럼 둘렀으며, 석궁병을 배치했다. 비열한 행위를 일삼았던 자들은 자신도 그러한 비열한 행위를 당할까봐 두려움에 떠는가 보다. 성경에 '뿌린데로 거두리라'라는 말이 있다고한다. 샤를과 루이! 그들은 뿌린데로 거두었다.
'사피엔스' 이후, 하라리의 마력이 내주위를 감싸고 있다.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는 나의 역사인식과 세계관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그의 책들을 더 열심히 찾아서 읽는다. 아직, 유발 하라리가 세계적인 석학으로 발돋움하기 전의 글이기에 기대했던 것 만큼의 희열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유럽의 기사도시기 특수작전을 이해하는 좋은 책인 것 만은 확실하다. 지나친 기대를 갖고 읽지 않는다면, 나름은 '특수작전'이 주는 재미를 느끼며 읽어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