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남자 - 한대 지식의 집대성 오늘 고전을 읽는다 4
이석명 지음 / 사계절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회남자'! 그 이름도 낯선 책이다. 팟캐스트 '전영관의 30분 책읽기'에서 이윤호선생이 '회남자'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어서 처음 알게된 책이다. 한무제의 중앙집권화에 반대하는 사상을 담았기에 결국 무제에 의해서 죽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책의 두께도 상당히 얇아서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책장을 넘겨보자.

 

1. 회남자에 대한 입문서

  '회남자'라는 책이 얇은 책이라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이 책은 나의 생각과는 달리, 회남자에 대한 입문서였다. 장사 마왕퇴의 발견에서 부터 시작하여 회남왕 유안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서술하며 '회남자' 탄생의 배경을 서술한다. 그리고는 '기론'과 '무위'등의 개념을 통해서 '회남자'가 어떠한 의미를 가진 사상서인지를 서술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회남자에 대한 안내서를 만났다는 즐거움도 있었으나, 상당히 가벼운 책이라는 한계점에 아쉬움이 남는다. 음식맛은 보지 못하고, 열심히 레시피만 읽은듯한 느낌이 든다.

 

2. 회남자는 무제에 대항한 책이었을까?

  이윤호선생은 '회남자'를 팟캐스트에서 무제의 중앙집권화에 반대하는 책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회남자는 무제에 반기를 든 책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은 황제와 노자의 사상이 결합된 황로학의 대표적 이론서이다. 무위무불위(無爲無不爲)라는 최고의 통치술을 이루기 위해서, 인재등용, 법치, 시스템마련, 세의 확보 등의 다양한 통치술을 소개하고 있다. '무위'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지가 아니라, 순리에 따라서 시스템적으로 통치가 이뤄지도록 하여, 통치자가 바삐 움직일 필요가 없는 상태를 '무위'라고 보아야하지 않을까? 무제의 중앙집권화에 반기를 든 책이 아니라, 무제의 중앙집권화를 효율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지 그 방도를 알려준 책이라할 수 있다. 황실의 피가 흐르는 유안이, '회남자'가 완성되자 한질을 무제에게 바쳤고, 무제는 이책을 소중히 보관하였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회남자'는 무제의 통치술에 반기를 든 책이 아니라, 무제의 통치술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알려준 책이었다.

 

3. 성인과 미친자를 구별하라!

  아인슈타인의 비서가 아인슈타인의 강의를 많이 듣다보니, 아인슈타인을 대신해서 특강을 했다고 한다. 강의가 끝나고 학생이 질문을 했다. 비서는 "이질문은 너무도 쉬운 질문입니다. 제 비서도 이에 대답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라며 비서에게 학생의 질문에 대답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막힌 무위(색이무위)와 열린무위(통이무위)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진정으로 과학에 대해서 깨달은 자이고, 아인슈타인의 비서는 깨닫지는 못했으나, 아인슈타인의 겉모습을 흉내낼 수 있는 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두사람에게 차이는 없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분명한 본질적 차이가 있다. 이것이 막힌 무위와 열린 무위의 차이일 것이다. 세상의 진리를 이야기하면서 집착하지 말라고 강조하면, 자신은 집착을 하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는 깨달아서 집착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바보이기에 집착할 수 없는 자일 경우가 많다. '회남자'에서는 성인과 미친자의 차이와 공통점을 소개하고 있다. 둘다 근심이 없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성인은 덕으로 내면의 조화를 유지하는 반면에, 미친자는 화복을 분간 못하여 근심이 없는 자이다. 겉모습만을 보고, 겉모습만을 따라하면서 진정으로 깨달았다고 생각하는자! 그를 경계해야한다. 진정으로 통달하려한다면, 내면에서 부터 깨달음이 우러나와야 할 것이다.

 

4. 즐거움도 경계해야할까?

  회남자에서는 , 인간의 본성은 '고요함'이라고 단정한다. 귀와눈이 소리와 색깔의 즐거움에 지나치게 빠져든다면 오장이 요동하여 안정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고요함'을 잃지 말라고 당부한다. 즐거움 또한 경계하라는 이 말에 대해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즐거움'을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즐거움들을 통털어 '즐거움'이라고 단정하여 말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표현이었다. 우리에게 해를 줄 수있는 즐거움은 감각적 쾌락, 즉 sex와 같은 쾌락일 것이다. 너무 지나치게 탐닉하면 정신과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즐거움이다. 그러나, 지적즐거움이나 이타적 즐거움(봉사활동)과 같은 즐거움은 많이 할 수록 행복하게 우리를 이끌지 않는가! 이들을 구별해서 논지를 전개했다면, 보다 정교하고 치밀한 '회남자'가 되었을 것이다.

 

  중국에는 수많은 고전이 있다. 그 많은 고전들 중에서 새로운 고전 하나를 만났다. 한대의 철학을 집대성한 위대한 작품에 대한 작은 입문서를 읽고, 회남자라는 책이 어떠한 책인지 어렴풋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회남자라는 책의 입문서로 훌륭한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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