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라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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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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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이번에 읽은 소설은 김려령이라는 작가의 <트렁크>라는 소설이란다. 제목만 봤을 때는 자동차 트렁크를 생각했는데, 책 표지의 그림을 보고 여기서 이야기하는 트렁크는 여행용 가방을 이야기하는 트렁크라고 알게 되었단다.

지은이 김려령. 이 분은 영화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의 원작 소설을 쓴 지은이로 유명하단다. 아빠는 이 두 책은 보지 않았고, 그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이 소설의 느낌은? 방심하고 있는 아빠가 허를 찔렸다고나 할까. 왜냐하면 예상치 못한 소재였기 때문이야.

 

1. 

어떤 내용이냐고? 주인공 노인지. 스물아홉 살. 직업은 W&L이라는 결혼정보회사의 차장으로 일해. 스물아홉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차장이라는 직급이 그녀의 능력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었어. 사실 아빠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책 속에서 넌지시 알려주더구나. 노인지가 일하는 곳은 이 회사의 비밀 자회사 NM이라는 곳이고, 그는 거기서 FW일을 하고 있어. 이게 다 뭐냐고? NM New Marriage 의 약자이고, FW Field Wife의 약자야. 뭐냐하면, NM 회사는 불법 계약 결혼을 알선해주는 회사였던 거야. 1년씩 계약을 하고, FW들은 계약자의 집에서 1년 동안 아내 역할을 한다는 거야. 그리고 계약이 끝나면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것이고… 누가 보면 성 매매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NM에서는 한 사람에게 얽매이고 싫은 부자들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그런 비밀 회사를 만든거야. 물론 거금의 돈은 들겠지. 아무튼 불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직업이었어. 주인공 노인지는 FW였지만, 그 회사에는 FH도 있었어. Field Husband. , 남편 역할도 해주는 거지. 그들은 상대방을 거절할 수 있지만, 3번을 거절하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어.

노인지는 네번째 FW를 하고 있었는데, 그를 선택한 사람은 가명으로 활동하는 작곡가였어. 한 두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점도 있었지만, 참을 만 했지. 그리고 일년을 무난하게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어. 1년의 FW을 마치면 일주일 간의 휴가가 주어졌어. 같이 살던 부모님들은 아들 따라 지방으로 이사를 가셔서, 노인지는 혼자 생활했어. 노인지에게는 시정이라는 절친이 있는데, 휴가에 맞게 시정이 놀러왔는데, 대뜸 소개팅을 시켜주겠다는 거야. 노인지는 직업이 직업인지라, 거절했지만, 거의 떠넘기듯 한 소개팅을 하게 되었어. 시정도 노인지가 실제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고 있으니, 혼자 있는 친구에게 소개팅을 해준 거야. 엄태성이라는 백수. 노인지는 한 번 만나고 그만 만나려고 했는데, 어찌된 노릇인지 그는 회사 앞으로 매일 찾아왔어. 노인지는 자신의 정보가 노출되면 안 되는 직업인지라, 그를 떼어놓으려 심한 욕도 했어.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그가 찾아오지 않았지.

 

 2.

다시 바로 직전의 남편이 다시 인지를 선택했어. 그만큼 인지가 지난 일 년 동안 FW 역할을 잘 했다는 의미이지. 그래서 다시 결혼 생활을 시작했어. 그런데, 일이 벌어졌어. 엄태성. 그 소개팅남이 찾아온 거야. 이런…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회사에서는 비상 연락망이 있었어. 얼마 안 있어, 엄태성을 회사에서 보낸 사람들에게 끌려갔어. 이유도 모른 채. 그리고 그는 세상에서 사라져.. 어느 정신 병원에 감금을 시켜 버리는 거야. 이것이 결혼 생활 내내 인지의 마음을 괴롭혔어. 그가 잘못한 것이라고는 자신을 좋아했던 것 뿐인데 말이야. 결국 남편에게 도움을 청해서 그를 구해주기로 했어. 남편은 어떻게 힘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엄태성이 갇혀 있는 곳을 찾아냈고 그를 풀어주게 했단다. 그리고 남은 결혼 생활을 잘 마무리를 했단다. 인지는 상사로부터 이제 곧 진급을 할 거라는 언질을 받았어. 그런데, 인지는 다른 생각, 어쩌면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아. 다섯번째 FW를 깔끔히 마치고 사직서를 던졌거든.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듯.

 

3. 

아빠는 사실 이 소설 속의 내용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많이 불편했단다. 아무리 돈이 중요하다고 해도, 직업으로써 아내 역할을 한다는 것이, 남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았어. 물론 아빠가 오랜 관습에 물들어 있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 어차피 결혼이라는 제도도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인 것처럼, 이런 기간제 결혼도 인간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면…. 그래서 무슨 차이가 있냐고 하면... 아빠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윤리’라고 할 텐데, ‘윤리’ 또한 인간이 만든 거 아냐? 라고 반문을 받는다면 답변이 궁색해질 것 같구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일까? 단지 문득 떠오른 자신의 상상력을 소설로 만든 것일까? 아니면 오늘날 결혼 제도를 비판하려고 의도적으로 이런 소재를 생각해냈던 것일까? 아니면 자본주의를 비판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라고 쓴 걸까? 아빠는 소설을 읽을 때 지은이의 숨은 뜻을 찾으려고 하지 않아. 그냥 재미있으면 그걸로 만족하거든. 그런데 이 소설은 지은이의 의도가 좀 궁금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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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2-30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지난 한 해 자녀분들께 보냔 독서편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연의가 성장하면 bookholic님처럼 좋은 글을 선물하고 싶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bookholic 2016-12-30 21:28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도 하루 남은 2016년 잘 마무리 하시고, 2017년 새해도 온 가족 건강한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sapa0719 2018-10-24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력이 좋으십니다!!
 














(8)

고대 그리스에서 추첨을 민주주의의 핵심 제도로 인정한 이유는 민주주의(democracy)를 어원이 말하는 그대로 데모스(demos, 전체 인민)가 자기 스스로 통치(kratos)하는 체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민주주의를 특별한 엘리트의 지배가 아니라 보통 사람의 지배로, 그리고 누구나 지배자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 동일한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을 지향하는 정치 체제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한다. 추첨은 데모스의 모든 시민들에게 관리가 될 수 있는 동일한 확률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내일 내가 앉아 있을 수도 있는 자리에 오늘 앉아 있는 이의 지배를 수용하는민주주의의 공평한 원칙으로 수용될 수 있었다.

(11~12)

누가 선발될지 사전에 알 수 없고, 재선의 동기가 없으며, 자신의 이익 표출이 곧 전체 국민의 이익을 표출하게 된다는 추첨 민주주의의 특징 때문에 강력한 이익집단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활동해줄 의원들을 찾아내기 어렵게 된다. 제선의 동기가 없는 의원들은 선거로 선출되는 지금의 의원들처럼 국회 업무를 팽개치고 지역구에서 재선 활동에 전념하지도 않을 것이고, 서민들이 하루빨리 처리되기를 바라는 민생 법안을 계속 미루지도 않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볼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법률 조항이나 지나치게 복잡한 세제 관련 법안들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개정될 것이며, 연말에 도매금으로 수백 건씩 처리되는 법안들은 진지한 심의를 위해 처리 건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의회는 전문가 집단의 특권적 공간이 아니라, 전체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진정한 민주적 권력체가 되는 것이다.

(23)

지금의 입법 기관은 국민을 전혀 대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체 사회를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볼 수 없다. 우선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성인 인구의 51퍼센트인 여성은 하원의 4.8퍼센트만을 차지한다. 인구의 12퍼센트인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하원의 4.5퍼센트만을 구성한다. 인구의 6퍼센트를 차지하는 히스패닉도 하원의 2.5퍼센트만을 차지해 저대표되고 있다 .투표를 하지 않는 유권자의 절반 정도는 전혀 대표되지 않으며, 이 중에는 (전체 인구의 6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가난과 실업 등 열악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

대신 하원은 거의 모두 백인과 부유한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불균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계층이 바로 변호사다. 변호사는 1983년 현재 전체 인구의 아주 적은 부분을 차지하는데도 하원의 46퍼센트를 차지하고 잇다. 따라서 우리는 대의 없는 과제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복지뿐만 아니라 엄청난 전쟁 무기와 대규모의 국내외 경찰과 정보기관을 지탱하는 데 충분할 정도로 많은 세금은, 형식적인 의미에서만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가 승인한다.

(29)

이스터브룩은 매우 신중한 비평가지만, 의회의 현실을 이렇게 간단히 정리했다.

정치에 입문한 후보자는 이제 체계적으로 이익집단을 찾아 헤매야 한다. 이익집단이 찾는 입법 목표에 맞는 매우 특별한 조건에 자신이 부합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인정받고 돈을 얻는다. 그래서 의회에 입성하기도 전에 이익 집단에 구속돼버린다. 언젠가 그 의원은 계속 그 이익 집단을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후원자를 찾을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이익 집단의 금전적 보복을 당할 수 있는 법안에 투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반드시 자신에게 닥칠 재정적 결과를 계산해봐야 한다. 이런 모습과 부패의 차이는 분명하지 않다.”

(43)

간단히 말해 추첨을 통한 의회 구성의 방식은 미국 건국자들이 꿈꾸던 국민의 정확한 축소판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의원들이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뛰어넘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의원들이 선택되는 통계적인 선거구민, 즉 표본이 추출되는 단위는 자신들과 같은 국민으로 구성돼 있다. 의원들의 대표성은 자동적이며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논쟁과 의사 결정은 민주적 대의 방식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늘 찾고 있던 것을 제공해줄 수 있다. 전체 국민이 모두 모이기에는 너무 많다면, 추천으로 선택된 전체 국민의 복제품이 참여하면 되는 것이다.

(65)

시민들이 부패를 싫어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민주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부패는 특정한 이익집단이 자신들이 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몫을 넘어서서 권력을 행사하게 만든다. 쉽게 말해서 이런 상황은 미국 자동차 회사의 몇 백 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경영자들이 안전하지 못한 자동차를 만들어 수만 명을 불필요한 죽음으로 몰아넣고 도시의 공기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다시 2억 명이 넘는 미국인들에게 죽음, 질병, 장애, 재산 손실을 안겨주는 원인이 된다. 부패는 권력을 가진 소수가 다수의 희생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게 만든다.

(103)

그런데도 우리는 추첨 민주주의가 비현실적인 공상이 아니라고 믿는다. 일단 추첨 민주주의가 널리 이해되고 나면, 선거권 확대를 자극한 공정성과 정의에 똑같이 압도적 호소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선거 운동을 좌지우지하는 돈의 영향력에 재갈을 물리려는 모든 시도가 실패하면 추첨이라는 방식은 좀 덜 이상한 것으로, 그리고 조금은 더 매력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나 최소한 지독히도 민주적인 식민 개척자들의 후손들 중에 현행 제도 아래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가짜 대의제(pseudo-representation) 같은 형태가 지속적인 열정을 보여주리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때가 되면 추첨 민주주의는 공화국의 의회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부활시킬 수 있는 유일하게 믿을 만한 방법으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117)

이렇듯 선출된 대표는 선출하는 사람하고는 사회적으로 다른 탁월한 시민이어야 한다는 탁월성의 원칙(principle of distinction)’이 대의제 정부에서 제도화됐다. 선거는 유권자보다 뛰어나다고 간주되는 후보들의 자기 선택(출마),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선거)이다. ‘선거(election)’엘리트(elite)’가 같은 어원을 갖고 있으며, 몇몇 언어에서 똑 같은 형용사가 탁월한 사람과 선택된 사람을 뜻하는 것은 선거가 평범한 국민의 모습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뭔가 특별하고 탁월한 사람을 뽑는 제도라는 의미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후보자의 탁월함은 유권자들이 놓인 선택 상황에서 만들어진다. 후보자들은 유권자가 선거 시점에 가지고 있는 가치를 파악하고, 이것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여기에 끼워 맞춰 출마자를 결정하고 선거 운동을 펼친다. 후보의 탁월함은 강령이나 정책, 곧 공약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단지 사람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뿐 당선 이후 정치 활동을 제약하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150)

한국 민주주의가 민주화를 성취했다고는 하지만 하위 계층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들이 여전히 정치적으로 대변되지 못하는 대표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런 계층들이 투표 참여에 무관심해지고, 정치적 의사가 의회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에 책임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결국 위기의 본질은 대표의 문제로 정리된다. 대표의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피선거권의 평등이 보장돼 있다고 하지만 정치적 영역으로 진입하는 과정은 조직화된 정당을 매개로 하는 거의 배타적인 과정일 뿐 아니라 공천을 포함한 선거 과정에서 여전히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 과정에서도 인기와 인지도 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일반 시민에게 출마할 기회의 평등은 허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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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다시 종후 팔을 잡았습니다. 이번에는 양손을 날처럼 세워 틈으로 끼워 넣었습니다. 그 순간 종후의 몸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왼팔이 빠져나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종후의 왼 팔목을 붙든 손이 딸려 나왔습니다. 떠오르던 종후가 멈췄습니다. 쓰러진 침대 뒤쪽에 실종자가 더 있는 겁니다. 저는 틈 사이로 팔을 더 깊숙이 집어넣었습니다. 손으로 더듬으며 그곳 상황을 머리로 그렸습니다. 침대 뒤 그 좁은 공간에 남학생 세 명이 원을 그리듯 어깨동무를 하고 뭉쳐 있는 겁니다. 종후까지 네 아이가 서로 부둥켜안고 마지막 순간을 맞았을 겁니다. 엇갈려 붙든 어깨와 손을 더듬는데 다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108)

누가 뭐라 해도 난 알아. 민간 잠수사들은 그때 정말 용맹했어. 여기서 죽어도 좋다고, 훗말을 대비하지 않고 돌진했지. 나는 그들의 몸이 하루하루 축나는 것을 알면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거의 못 줬어. 도움이 뭐야. 오히려 그들을 악순환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진통제처럼 굴었던 게 아닐까. 근육을 풀어 주는 건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조금 더 오래, 그들을 계속 심해로 내모는 방편이었으니까. 선한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그 역할이 늘 좋은 법은 아냐. 내가 아니라면 누군가 다른 물리치료사가 바지선에 올라갔을 거라고? 그 생각도 물론 했지. 하지만 그딴 건 내 맘 편하자고 나중에 지어 내는 핑계일 뿐이야. 묵살당하더라도, 그때 나랑 한의사들이 함께 잠수사들 몸과 마음이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다는 걸 알리고, 하루라도 빨리 잠수병 치료 전문의를 바지선으로 데려오라고 요구했어야 한다고 생각해. 후회는 왜 이리 항상 늦는걸까. 돌이킬 수 없을 즈음이 되어야 최선책과 차선책과 차차선책이 떠올라, 일은 벌써 최악으로 벌어졌는데 말이야.

(113)

상상은 전부 달랐습니다. 저는 실종자들이 침몰한 배에 승선하기 전에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구체적으론 몰랐고 지금도 모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품에 안고 나오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얼마나 제각각 다른 존재인지 압니다. 키나 몸무게는 물론이고, 똑 같은 자세로 최후를 맞은 이는 한 사람도 없으니까요. 극심한 공포와 목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에도, 마지막 순간일수록, 그 사람은 오롯이 그 사람인 겁니다. 그 차이를, 그 유일무이한 특별함을, 잠수사는 만지고 안고 함께 헤엄쳐 나오며 아는 겁니다. 인간은 결코 숫자로 바뀔 수 없습니다. 바지선에서 철구한 뒤 제가 가장 듣기 싫었던 질문은, 너는 몇 명이나 수습했느냐는 겁니다. 제게 중요한 것은 수습한 숫자가 아니라 선내에 남아 있는 숫자였습니다.

(181)

수색과 수습의 문제점을 논하자면, 밤을 새워도 모자라. 나는 여전히 침몰 직후 구조 방기부터 실종자 수습까지, 정부의 무능함과 안일함을 생각하면 치가 떨려. 하지만 바지선에서 만난 잠수사들은 아냐. 나는 수학여행을 떠난 아들을 맹골수도에서 잃은 국민이고, 내 앞에 앉은 사내들은 억울하게 숨진 내 아들을 찾고자 매일 잠수하는 국민이라고. 국민과 국민이 만난 거야. 유가족과 잠수사가 서로 사과를 주고받아선 안 돼. 오히려 우린 함께 국민을 우롱하고 상처를 입힌 자들을 찾고 그들에게 공개 사과를 받아야 해. 정말 머리 숙여 사과할 사람을 찾으려고 내가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라고.

(203)

완전히 미쳐 돌아간 겁니다. 실종자 수습이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민간 잠수사들은 뼈가 썩고 근육이 찢어지고 신경이 눌려 휠체어 신세로 지내도 괜찮단 겁니까? 유가족이야 생때 같은 자식과 형제자매를 잃었으니 더 자주 더 빨리 실종자를 찾아 달라 요구했다 칩시다. 잠수사들도 흥분한 채 만용을 부려 잠수를 더 하겠다며 나섰다고 치자고요. 그렇더라도, 해경이든 범대본이든 이 참사 수습을 총괄하는 수뇌부는 냉정하게 판단해서 말렸어야죠. 하루에 두세 번씩 매일 심해로 냉정하게 판단해서 말렸어야죠. 하루에 두세 번씩 매일 심해로 들어가면 열에 아홉은 치명적인 잠수병에 걸립니다. 잠수를 다시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평생 장애를 안고 살거나 목숨이 끊길 수도 있어요. 지구상에서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잠수를 시키는 나라는 없습니다.

잠수사도 인간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에요.

(205)

병원에 도착한 잠수사들은 모두 피곤한 표정을 띠었지만 밝은 웃음도 지었습니다. 잠수병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면, 그들 짐작으론 실어야 서너 달 안에 완치되어, 내년엔 다시 작업 현장인 심해로 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 겁니다. 난 이들이 적어도 2년은 잠수하지 않고 절대 안정을 취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맹골수도에서 입은 트라우마는 단시간에 나타나기도 하지만, 제법 시간이 흐른 뒤 다양하게 증상이 드러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맹골수도의 심해와 흡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증상이 발현될 가능성이 무척 큽니다. 그것까지 정신과 전문의가 충분히 진단하고 치료한 다음에 현장으로의 복귀를 의논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복귀 시점도 잠수사 개인의 판단에 맡기지 말고 국가에서 관리해야지요. 말로만 맹골수도의 영웅이라 하지 말고, 그 영웅들이 트라우마로 고통받지 않도록 국가에서 챙겨야 합니다.

(308)

새빨간 거짓말이지. 우선 보상금을 받는 건 유가족이 가진 최소한의 권리야. 이번 참사의 보상금은 일반 교통사고 수준을 책정되었어. 희생 학생들의 경우는 도시 일용직 노동자 기준으로 금액이 산청되었다고. 아이들의 재능과 꿈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가장 늦은 수준으로 일괄 정리한 거야. 그러니 다른 참사와 비교해 봐도 보상금이 많을 수가 없어. 유가족이 받은 돈은 이 보상금에 희생자들이 개인적으로 가입한 보험금과 국민들이 낸 성금을 합친 거야. 다른 참사 때도 보험금과 국민 성금은 있었고, 잊을까 싶어 다시 지적해 두자면, 이 보험금과 성금에도 한 푼 나간 게 없겠지?

(378)

형님, 그런데 소설 제목을 왜 거짓말이다라고 지었어요?”

내가 민간 잠수사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했을 때, 관홍이 네가 대답하며 가장 자주 썼던 말이잖아? ‘416의 목소리에 출연한 유가족들에게 제일 많이 들은 말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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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12-24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신 수습하던 민간잠수사들의 바닷속 광경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되어
가슴이 아팠던 책이었어요.
그간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심정적으로만
유가족분들을 가엾게 여긴 저의 소홀함에
잔잔한 파문을 던져 준 소중한 이야기였습니다.

 
녹색평론 통권 151호 - 2016년 11월~12월, 창간 25주년 기념호
녹색평론 편집부 엮음 / 녹색평론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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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녹색평론이 창간 25주년이 되었단다. 이번 호는 창간 25주년 특집호란다. 하지만 그리 기뻐할 만한 일만은 아니라고 하는구나. 녹색평론사가 출판 사정이 어렵대. 그러면서 이번에 녹색평론의 가격을 2000원을 올리면서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단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를 부탁했어. 녹색평론 잡지책이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녹색평론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들이 많이 있단다. 그래서 세상을 바꾸려는 시민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것이 아빠의 바람이란다. 녹색평론을 읽다가 좋은 내용이라서, 다른 사람들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있으면 아빠도 가끔 그 글을 발췌하여 SNS에 올리곤 했단다.

하지만, 아빠가 처음 녹색평론을 읽기 시작한 2010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빠 지인들 중에 녹색평론을 읽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 녹색평론이라는 잡지를 알고 있는 이들도 많지 않단다. 그래도 녹색평론 뒷면에 녹색평론 모임 공고를 보면 많은 지역에서 사람들이 녹색평론을 같이 읽고 있고, 그 모임 공고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 희망을 가져본단다. 아빠도 그 오프라인을 한번쯤 나가고 싶지만, 기회가 잘 안 되는구나. 그리고 녹색평론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좀더 다양한 소재를 다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번 호가 특집호라서 그런지, 그간 계속 다루었던 내용들의 중복이라서 다소 아쉬움 마저 남겼단다.

 

1.

창간 27주년 특집호 표지에 무위당 장일순의 사진이 있어 반가웠단다. 아빠가 무위당 장일순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동안 녹색평론에서 몇 번 그에 다룬 글을 읽고 그에 관한 책을 읽고, 그에 관심이 생겼단다. 들어가는 글에서 그의 생명 사상에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오늘날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단다. 최근 우리나라는 두 달 가까이 국정 마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단다. 아빠가 생각하기에는 두 달이 아니라 9년 가까이 국정 마비 상태였는데, 이번에 많은 사람들이 그 동안이 실태를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단다. 그리고 악마와 같은 이가 아직도 자신은 잘못이 없다면서,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단다.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의 백성들은 모두 악마를 가리켜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한다 하지만 그가 버티고 있는데, 당장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단다. 저런 악마가 국가를 개인과 측근의 소유물로 만드는 것을 그대로 둘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시스템은 과연 민주주의 맞는가?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민주주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저렇게 잘못을 수도 없이 많이 한 악마가 버티고 있는데도 당장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이 또한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탄핵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그것은 왜 이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그런데 얼마 전에 끝난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 미국 또한 민주주의가 끝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누군가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있던 것도 민주주의라서 그렇다고 하는 이도 있지만, 그런 민주주의라면 무엇인가 상당히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구나. 이 책이 출간될 당시에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치르기 전이었고, 트럼프라는 사람이 인기를 끄는 것 자체로 미국식 민주주의가 끝났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되었으니, 그 글을 쓴 이는 지금쯤 어떻게 이야기할 지 궁금하구나.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지금의 민주주의는 정말 문제가 많기 때문에 어떻게든 바뀌어야 한단다. 그런 변화를 자신의 이익과 손해를 상관하지 않고 바꿀 수 있는 이가 다음 지도자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얼마전 내년 나라 예산 편성을 할 때, 빚더비에 쌓여 있는 나라가 또 빚을 끌고 와서 예산 편성을 하는 것을 보고, 그리고 자신의 당선을 위해 세금을 헐뜯어가는 것을 보고 이 개판인 국회의원 선거 제도도 뜯어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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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박하다는 것은 오늘의 정치상황 때문입니다. 시간은 빠르게 가는데, 지금 이대로 가면 인류 생존의 토대 자체가 붕괴한다는 경고가 끊임없이 나오는데도, 세계의 정치는 마냥 이 사태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닙니다. 최근의 미국 대통령 선거판을 보면 미국식 민주주의는 완전히 끝났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기본적 교양도 상식도 없어 보이는 부동산 부호가 갑자기 나타나서 저렇게 대중들의 인기를 끈느 것을 보고 소위 엘리트 지식인들은 포퓰리즘의 대두를 걱정하고 있지만, 결국은 미국식 민주주의가 끝났다는 신호로 보는 게 옳습니다. 그동안 지배층이 정당정치니 민주주의니 하는 가면을 쓰고 정치랍시고 해온 게 실은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는 게 전부였다는 것을 깨달은 대중들의 분노가 표출됐다고 봐야죠. 소위 엘리트들에 대한 민중의 반란이라고 봐야죠.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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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권력의 심각한 부패만큼 시민들의 둔감을 걱정하였는데, 이것은 이 책이 촛불시위가 시작되기 전에 나와서 그런 것 같구나. 주말마다 벌어지는 평화적인 촛불시위는 악마의 스캔들 만큼 온 세계에서 관심을 갖고 있더구나. 권력의 부패에는 무관심했던 시민들이 모욕감에 거리로 뛰쳐 나온 것이란다. 그나저나 얼른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2.

두어 달 전 아빠가 회사에서 일하는데 바닥이 출렁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단다. 예전에 마룻바닥이었던 교실에서 덩치 큰 친구가 옆을 쿵쾅쿵쾅 뛰어날 때 느꼈던 출렁거림... 그 출렁함이 지나가고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웅성댔단다.  그리고 그것이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의 여파란 것을 알게 되었단다. 경주라고 하면 여기서 한참 떨어진 곳인데, 이정도 느낄 정도면 지진의 강도가 적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했단다. 지진 강도 5.8. 언론에서는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등의 기사를 쏟아냈단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진 그 자체가 아니라 수많은 핵발전소가 더 큰 문제란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지진 당시 우리는 핵발전소의 위험함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단다.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안전한가? 지진에 잘 버틸 수 있는가? 핵발전소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활성단층과 활동성단층의 차이를 이야기하면서, 활동성단층 위만 아니면 된다고 이야기하는 하는데, 그것은 말장난에 불가하다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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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 용어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활성단층은 지구의 40억 년 역사 중 180만 년전에 시작된 제4기에 형성된 단층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활성단층은 최근 ‘180만 년 이내에 한 번 이상 움직인 단층을 의미한다. 활동성단증의 정의는 두 가지이다. ‘50만 년 이내에 두 번 이상 움직인 단층 또는 3 5천 년 이내에 한 번 이상 움직인 단층으로 정의된다. 언뜻 보면 두 가지 정의가또는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둘 중 하나만 만족해도 활동성단층이 되므로 더 보수적인 기준같이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꼼수가 하나 자리 잡고 있다. ‘50만 년 이내에 두 번 이상 움직인 단층이라는 개념이 입증하기 매우 힘들다고 한다. 이미 움직인 단층에서 또 한번의 움직임이 있을 경우 단층면이 바스러지기 때문에 그 단층이 한 번 움직인 것인지 두 번 이상 움직인 것인 확인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질학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활동성단층의 정의 중에서 의미 있는 것은 ‘3 5천 년 이내에 한 번 이상 움직인 단층이라는 정의뿐이다. 다시 말해서 핵산업계는 (180만 년 내에 움직인) 활성단층이 아니라 (3 5천 년 내에 움직인) 활동성단층에서만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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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진이 일어난 곳이 하필 경주였단다. 경주라는 도시는 신라의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도시로 예전에 여행 갔을 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가기를 꺼리는 도시가 되었단다. 왜냐하면 경주에 세워진 방폐장의 문제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야. 입지 조건을 만족하지 못함에도 불고하고 그곳에 지어진 방폐장. 그런데 지진까지 덥쳤으니... 그리고 경주는 방폐장 뿐만 아니라 경주에는 월성단층이 있단다. 진도 6.5까지 견딜 수 있게 설계되었다고 하지만, 제대로 성능을 보이는지 확인을 해보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스릴러 세상에 사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정말 6.5에도 강건하게 설계하게 되었다고 쳐도, 진도 5.8이 발생했다면, 6.5 이상도 언젠가는 발생할 수 있는 강도라고 생각이 드는구나. 지금이라서 우선 6.5 지진을 견딜 수 있는 게 맞는지 시험을 해봐야 하고, 더 높은 진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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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2일 경주지진 이후 440회가 넘는 여진이 2주째 지속되고 있다. 많은 경주시민들은 반복되는 지진에 지쳐 있다. 친척 집에 피신을 한 사람도 많다. 여기에 원전사고의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 진도 6.5에 견딜 수 있게설계된 원전이라지만 설계대로시공되었는지, 수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 과연 그 성능을 유지하고 있는지, 조사되지 않았다. 그리고 규모 5.8의 지진이 월성원전이 있는 경주에서 발생하였다. 또한 관련 정보는 투명하게 제공되지 않는다. 원자력계는 벌써 이번 지진의 진원지가 양산단층이 아닐 가능성과 활동성단층이 아닐 가능성을 주장하고 했다. 여기까지가 사실이다. 나는 이 정도의 사실들 앞에서 우리 국민이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하여 충분이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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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녹색평론에는 늘 서평을 서너 편 싣고 있단다. 아빠는 그 서평을 통해 알게 된 책들을 읽곤 했어. 이번에 소개된 책 세 권은 모두 읽고 싶더구나. 전태일의 어머니에서 노동자의 어머니가 되어 노동 운동에 평생을 바친 이소선에 대한 책 <이소선 평전>.

그리고 몇 년 전에 이슈가 되었다가 올해 초 다시 크게 이슈가 되었던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빼앗긴 숨>.

그리고 기후 변화에 대한 원인과 해결방안을 제시한 나오미 클라인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아빠의 읽고 싶은 책 목록에 모두 넣어야겠구나.

 

 

 

9월 12일 경주지진 이후 440회가 넘는 여진이 2주째 지속되고 있다. 많은 경주시민들은 반복되는 지진에 지쳐 있다. 친척 집에 피신을 한 사람도 많다. 여기에 원전사고의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 진도 6.5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된 원전이라지만 설계대로 ‘시공’ 되었는지, 수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 과연 그 성능을 유지하고 있는지, 조사되지 않았다. 그리고 규모 5.8의 지진이 월성원전이 있는 경주에서 발생하였다. 또한 관련 정보는 투명하게 제공되지 않는다. 원자력계는 벌써 이번 지진의 진원지가 양산단층이 아닐 가능성과 활동성단층이 아닐 가능성을 주장하고 했다. 여기까지가 사실이다. 나는 이 정도의 사실들 앞에서 우리 국민이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하여 충분이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급박하다는 것은 오늘의 정치상황 때문입니다. 시간은 빠르게 가는데, 지금 이대로 가면 인류 생존의 토대 자체가 붕괴한다는 경고가 끊임없이 나오는데도, 세계의 정치는 마냥 이 사태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닙니다. 최근의 미국 대통령 선거판을 보면 미국식 민주주의는 완전히 끝났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기본적 교양도 상식도 없어 보이는 부동산 부호가 갑자기 나타나서 저렇게 대중들의 인기를 끈느 것을 보고 소위 엘리트 지식인들은 포퓰리즘의 대두를 걱정하고 있지만, 결국은 미국식 민주주의가 끝났다는 신호로 보는 게 옳습니다. 그동안 지배층이 정당정치니 민주주의니 하는 가면을 쓰고 정치랍시고 해온 게 실은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는 게 전부였다는 것을 깨달은 대중들의 분노가 표출됐다고 봐야죠. 소위 엘리트들에 대한 민중의 반란이라고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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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2-24 0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항상 자녀분들께 독서편지를 쓰시는 bookholic님의 글을 보면서 자상함과 자녀분들에 대한 사랑을 느낍니다^^: 가족분들과 따뜻한 성탄 보내세요.

bookholic 2016-12-24 23:08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님께서 따님께 하시는 걸 보면 늘 부족함을 느낀답니다. 따님의 얼굴을 보면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자랐는지 알 수 있네요. 겨울호랑이님도 온가족 행복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와 연말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