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노회찬은 이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시대를 느꼈으며 그들의 언어로 정치를 해석하고 그들의 소망을 정치에 투영하려 분투했습니다. 인간사회에서 제일 이루기 어려운 그 일을, 오늘보다 내일 더 잘하기 위해 쉬지 않고 공부했고요. – 유시민 <추도의 글> 중에서

(22)

대한민국 헌법의 역사는 곧 헌법개정의 역사이다. 그리고 헌법 개정의 역사는 대부분 헌법정신 유린의 역사이다. 자신의 재선과 3선을 위해 1952, 1954년 두 차례나 변칙적인 헌법개정을 감행하고 헌법정신을 유린한 독재자 이승만이 헌법의 수호동상이 되어 제헌절 제56주년 행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27)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정당의 지지율만큼 의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정당의 지지율은 정책, 노선, 인물에 대한 종합평가이다. 전체 유권자 중 3%, 100만 명이 지지하는 정당이 있다면 이 100만 명은 국회 내에 자신을 대변할 3%의 국회의원을 가져야 한다. 32%, 29%, 18%로 나타나는 최근의 지지율로 국회의석을 배정한다면 열린우리당 120, 한나라당 109, 민주노동당 68석 가량이 되어야 한다. 부산에서 열린우리당이 30%의 의석을 갖고 광주에서 한나라당이 최소 15%의 의석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포함하는 완전비례대표제만이 정답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선거제도이기도 하다. 차선책으로나마 이런 효과를 보려면 16개 광역시도를 각각 하나씩의 선거구로 하는 대선거구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36)

숲은 미래다.

숲은 관념이 아니라 과학이다.

숲이 병들면 미래가 병드는 것이다.

숲에서 지낸 7시간.

2004년 들어서서 가장 좋은 하루를 보냈다.

(144)

그와 헤어진 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바로 다음 날부터 목에서 가래가 사라졌고, 생방송 전화인터뷰 도중에 목소리가 갈라지는 낭패를 겪지 않아도 되었다. 보름쯤 지나서 라면을 끓여 먹는데 신라면 국물맛이 그렇게 깊은 줄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물론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을 마주칠 때의 두려움도 사라졌다.

다른 사람들처럼 헤어진 그의 등에다 비난을 던질 생각은 없다. 내가 그를 버렸지, 그가 나를 거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한 지난 30년을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정든 것들과 하나씩 이별하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64)

울산바위는 울산에 있어야 한다.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만든다며 저 육중한 바위를 울산에서 올라오게 만든 것은 조물주의 사려 깊지 못한 처사였다. 금강산 일만이천봉 속에 포함되었으면 아무도 찾지 않는 무영의 봉우리로 전락했을 저 바위가 그나마 설악산 근처에 머물게 되어 약간이라도 빛을 발하게 된 것은 불행 중 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저 잘생긴 바위가 본디 그대로 울산에 그냥 남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모르는 국민이 없는 명물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안식처를 제공하고 또 전국 각지의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을까.

(205)

오늘날 한국정치의 불안정성은 무엇보다도 낡은 정치구조의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 한국정치의 비극은 정체성과 기본노선의 거의 비슷한 두 세력이 권력을 반분하고 대립하며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거대한 두 개의 보수정당이 권력을 담당해 온 역사는 깁니다.

(246)

잃어버린 10이란 허구가 낳은 허위의식 중 대표적인 것은 대미관계와 대북관계에 관한 것이다. 지난 10년간 좌파정권들때문에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졌고 또 북한에는 퍼주기만 하면서 끌려다녔다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인식이 낳은 첫 작품이 지난 4 18일 타결된 쇠고기수입협상이다. 향후 거래를 위해 원청회사에 한 턱 크게 써서 환심 사겠다는 사업가정신의 발로로밖에 볼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은 바로 검역주권, 국민건강권을 포기해서라도 미국과의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이들의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8.07.13)

(301)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 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지금 현대자동차 그 고압선 철탑 위에 올라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3명씩 죽어나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용산에서 지금은 몇 년째 허허벌판으로 방치되고 있는 저 남일당 그 건물에서 사라져간 다섯 분도 다 투명인간입니다. (2012.10.21)

(302)

강물은 아래로 흘러갈수록 그 폭이 넓어집니다. 우리가 말하는 대중정당은 달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실현될 것입니다.

(313)

수첩을 읽는 게 아니라면 정치인의 말은 짧을수록 미덕이다. 허나 생각해보면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같은 뜻을 짧게 표현할 수 있다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뜻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은가? 여느 사람이라면 자신이 살아온 역정을 밤새워 얘기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인생도 줄이고 또 줄이다 보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3분 이내에 표현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하냐고? 실험해보면 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쓴 뒤 그것을 계속 줄여보는 거다. 하다 보면 마침내 3분 분량으로까지 줄일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380)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의 선택인지 당장 알 수 없을 때에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라.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382)

어려서는 공부시간 세계 1, 커서는 노동시간 세계 1, 늙어서는 정년퇴직 후 노동시간 세계 1, 한국남성은 퇴직하고도 11.2년 더 일해야 한답니다. 오늘은 회의 2시간 외에는 좀 쉬어야겠습니다.

(388)

순간순간을 보면 역사가 후퇴할 때도 물론 있지요. 그러나 지그재그로 발전하는 것이 역사라고 알고 있습니다. 역사적 낙관주의! 저는 늘 이 바탕 위에 서 있습니다. 그래야 어려운 조건도 이겨낼 수 있으니까요. 물방울이 끝내 바위를 뚫는 자연의 섭리를 되새깁니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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