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분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3
윌리엄 포크너 지음, 공진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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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가끔씩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본단다. 각 출판사에서 내 놓는 세계문학전집에는 익히 제목만 들어도 유명한 작품들도 있지만, 처음 들어보는 제목의 낯선 작품들도 있단다. 그런 작품들은 읽기 전에 약간의 두려움이 앞선단다. 읽기 어려우면 어쩌나, 하는 걱정. 그나마 문학동네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은 낯선 제목의 작품들도 읽어볼 만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소리와 분노>라는 낯선 제목의 소설을 한 편 읽었단다.

읽기 쉽지 않았단다. 아빠가 지금까지 읽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읽기 어려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단다. 지은이 윌리엄 포크너라는 분이 모더니즘을 추구하면서 시간의 순서가 아닌 의식의 흐름으로 서술하는 실험을 이 소설 <소리와 분노>에서 했다는구나. 이 소설은 주요 등장 인물 4명이 각자의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주었단다. 특히 1장에서 벤지가 이야기하는 부분은 읽어내기 쉽지 않았단다. 벤지가 정신지체장애자이다 보니 그가 말하는 투, 그가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글로 옮기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맞춤법도 틀리게 써 있었단다.

지은이는 앞서 이야기한 윌리엄 포크너. 이 분은 이름이 낯익어서 이 분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있나 싶어 확인해 보니 이 사람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더구나. 194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아빠는 아마 책 소개를 해주는 책들에서 이 사람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구나.


1.

앞서 이야기했듯 이 책은 화자들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서술되기 때문에 줄거리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단다. 더욱이 1장과 2장은 난해한 문구들의 계속된 출현으로 더욱 쉽지 않았어. , 아빠가 이해한 부분만 이야기를 해볼게. 너희들은 집중력이 좋으니 나중에 이 책을 읽어보고, 너희들이 아빠에게 이 책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1장은 벤지가 화자여서 벤지 섹션이라고 부른단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벤지는 정신지체아, 소위 백치였어. 지금 나이는 서른세 살이지만 정신연령은 세 상 정도에 머물러 있었단다. 그런 세 살 아이의 생각의 흐름대로 서술하다 보니, 시간대가 왔다 갔다 한단다. 서른세 살인 지금일 때와 어렸을 때의 일들이 교차로 나온단다. 그래서 이야기를 잘 쫓아가야 해.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벤지 섹션의 나온 시간대는 총 14개라고 하는구나.

벤지는 콤슨 집안 4남매 중에 막내야. 큰 형은 퀜틴, 그 아래 누나 캐디, 그 아래 형 제이슨, 그리고 벤지. 그리고 아빠와 엄마가 있었고, 그들은 하인을 둘 정도로 여유 있는 집안이었단다. 그런데 엄마는 늘 아프셔서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았고, 늘 불만이 많으셨단다.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벤지를 가장 잘 보살펴 주는 사람이 누나 캐디였어. 그런데 서른세 살인 현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벤지 주변에 캐디가 보이질 않는단다. 어디 갔을까. 벤지를 잘 보살펴 주던 캐디 누나는 어디로 갔을까. 서른세 살의 벤지 주변에는 제이슨만 주로 등장하고, 큰 형 퀜틴도 보이질 않았어. 그 대신 퀜틴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가 있었단다. 엄마는 여전히 아프시고…. 벤지 섹션을 읽으면서 만약 정신지체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영혼은 어떤 상태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

둘째 섹션은 큰 형 퀜틴의 섹션이란다. 퀜틴은 공부를 잘해서 하버드에 들어갔어. 하버드에 다니는 똑똑한 사람이라고 해서 퀜틴의 이야기가 쉽냐? 그렇지 않았단다. 심지어 벤지 섹션보다 더 읽기 어려운 것이 퀜틴 섹션이었어. 그건 퀜틴의 정신이 건강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았어. 늘 번민하고 괴로워했어. 어렸을 때부터 여동생 캐디를 동생 이상으로 사랑했는데, 현실에서 캐디는 단지 여동생이었어.

여동생 캐디가 허버트라는 하버드 졸업생과 결혼을 한다고 하니, 퀜틴은 강하게 반대를 했단다. 이 결혼을 반대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거짓말, 그러니까 캐디와 사랑을 나누었다고 아버지한테 가서 거짓말을 했단다. 그 말이 먹혀 들지도 않았지만원래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았는데 이 사건으로 더 멀어졌어. 퀜틴의 머릿속은 늘 생각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 같았단다. 그래도 내면에는 착한 심성을 갖고 있었어. 길 잃은 이탈리아 소녀에게 빵도 사주고 데리고 다니면서 집을 찾아주려고 했어. 자신의 시간도 다 빼앗기면서 말이야. 하지만 그의 정신을 다 채우고 있는 것은 번민, 걱정, 우울 등이었어. 아버지가 자살한 이후 더욱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고민을 했던 것 같아. 결국 퀜틴도 우울증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게 된단다.


2.

3장은 제이슨 섹션이란다. 제이슨에 감정이입을 해보자꾸나. 아버지와 형은 자살하고, 늙으신 엄마는 매일 불평만 늘어놓으시고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누나는 도망가서 어디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누나의 딸 퀜틴은 반항기 가득한 십대 소녀로 제이슨이 보살펴야 하고, 그리고 백치 동생 벤지에, 하인 여섯 명까지이 모든 이들의 밥그릇을 챙겨야 하는 제이슨. 성격 좋은 사람이 되기 어려울 것 같구나.

그렇다 보니 늘 과민한 성격이 되었고, 집안과 자신의 생계를 위해 늘 바쁘게 일 하는 사람이 되었단다. 사랑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가족에 억눌려 늘 스트레스캐디 누나가 보내주는 돈이라도 엄마가 잘 모아두었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더럽게 번 돈이라고 다 태워 버렸단다. 2장에서 캐디가 허버트와 결혼했다고 했잖니. 캐디는 허버트에게 버림 맡고 멀리 가서 유흥가에서 돈벌이는 하는 것 같았어. 그래서 딸 퀜틴(이름은 죽은 오빠의 이름을 따 지었구나)을 엄마의 집, 아니 제이슨의 집에 맡긴 거였어.

제이슨의 스트레스에 일등 원인이 요즘에는 퀜틴이었단다. 학교도 자주 빼먹고도대체 삼촌의 말은 듣질 않고어른의 세계를 알만큼 컸으니 엄마 캐디에게 가는 데 더 낫겠다는 생각도 했어. 비록 제이슨이 어렸을 때나 어른이 되었을 때나 착한 성품을 가지지 못했지만, 그의 어깨에 쌓인 무거운 짐을 버리지 않고 꿋꿋하게 서 있는 모습이 보기 안쓰러웠단다.

4장은 네 남매의 한 명 남은 캐디의 섹션이 될 줄 알았는데, 딜지라는 하인의 섹션이었단다. 1, 2, 3장은 주인공이 화자였는데, 4장은 딜지를 중심으로 한 지은이의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단다. 딜지는 콤슨 가문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충실한 하인이었단다. 캐디가 떠난 후에 벤지를 가장 잘 보살펴주는 이였어. 자신이 집 안일을 해야 하니까, 손자 러스터에게 벤지를 보살펴주라고 했어. 이 소설의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제대로 된 인물을 고르라고 하면 바로 딜지일 것 같구나. 제이슨이 돈을 벌어오지만, 집에 딜지가 없었다면 콤슨 집안은 금방 무너졌을 거야. 오랫동안 콤슨 집안의 기둥이 되어주었던 사람.

….

다들 힘들게 살아가는데 어찌되었든 다시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되면 좋았겠지만, 퀜틴이 제이슨이 모아둔 돈 3000달러를 훔쳐서 가출하는 것으로 끝이 났단다. 그것도 동네와 공연 온 공연단의 단원과 함께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제이슨이 따라가 보았지만 잡지 못했지. 제이슨은 제 명에 살지 못할 운명을 갖고 태어난 것 같구나.

….

소설을 힘들게 읽긴 했는데, 독특한 콤슨이라는 집안 이야기라는 것은 알겠는데, 지은이는 이 소설을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는지 잘 모르겠더구나. 이 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 혹평과 호평을 함께 받은 이유와 어떤 조사에서 난해한 문학작품 2위에 선정된 이유를 알겠더구나.


PS:

책의 첫 문장: 울타리 틈 구불구불한 꽃 자리 사이로 그들이 치는 게 보였다.

책의 끝 문장: 기념비 돌출부의 가장자리 테와 전면이 다시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매끄럽게 흘렀으며 기둥과 나무, 창문과 입구와 간판이 모두 제자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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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15 0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구매했는데 북홀릭님이 힘들게 읽었다고 하시면 저도 힘들거 같군요 😅 표지부터 어려워 보여요 ㅋ

bookholic 2022-03-15 17:18   좋아요 2 | URL
저는 책을 읽다 보면 잡생각이 많이 떠오르는 스타일이라고 그렇고,
새파랑 님은 아마 안 그러리라 생각됩니다.
이 책이 호평과 혹평을 함께 받았다고 하는데,
새파랑 님은 ‘호평‘을 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멋진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그레이스 2022-04-09 18: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이 제게 중요한 의미를 가져다주었던 소설입니다.

bookholic 2022-03-17 12:15   좋아요 3 | URL
그랬군요...
그레이스 님께 중요한 의미를 준 고마운 소설이었군요...
제가 좋은 않게 쓴 평이 마음에 좀 걸리네요...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서니데이 2022-04-09 00: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bookholic 2022-04-09 21:32   좋아요 2 | URL
늘 찾아와서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하라 2022-04-09 00: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bookholic 2022-04-09 21:33   좋아요 2 | URL
다 이하라 님 덕분입니다...
독자 선정 위원회 ^^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새파랑 2022-04-09 09: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을 어렵게 했던 책으로 당선이라니 ㅋ 축하합니다. 저도 이책 곧 읽어보겠습니다~!!

bookholic 2022-04-09 21:33   좋아요 2 | URL
어렵게 끝까지 읽고, 리뷰 쓴 보람이 있습니다 ㅎㅎ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페넬로페 2022-04-09 15: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2-04-09 21:34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 님, 고맙습니다~~
즐거운 독서와 함께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mini74 2022-04-09 16: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난해햔 문학작품 2위군요. 1위는 잃시찾? ㅎㅎ 축하드립니다 ~

bookholic 2022-04-09 21:31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난해한 문학작품 순위를 한번 찾아보았는데요...
1위는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라는데요?^^
저는 처음들어보는 작품인데...
잃시찾... 저는 첫 페이지만 읽고, 다음을 기약했어요.. ㅎㅎ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thkang1001 2022-04-09 16: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bookholic 2022-04-09 21:35   좋아요 3 | URL
늘 축하해주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thkang1001님도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봄꽃 구경도 많이 하시고요..

thkang1001 2022-04-10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말씀 감사합니다!

scott 2022-04-10 1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당선 추카추카 🤗
4월 아들과 딸과 함께
행복가득 봄날 만끽하세요😊

bookholic 2022-04-11 22:34   좋아요 1 | URL
고맙고맙습니다~~^^
scott 님도 즐거운 봄날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