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두 시간이 옛날 사람들한테는 한 시간이라네. 우리는 하루를 스물네 시간으로, 옛날 사람은 열두 시간으로 쪼갠 걸세. 열두 시간을 다시 초와 정으로 나누고, 그것을 또 각으로 나눴지.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 앙부일구 둘레에 뻥 돌아가며 쓰인 한자가 보이는가? 이를 싶이간지라 하고, 차례대로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를 가리키지 열두 띠 이름으로 시간을 알렸던 게야.”
“그냥 한 시, 두 시 하면 되지 뭐가 이렇게 복잡해?”
“하나도 복잡할 거 없네. 여기 세로로 그어진 시각선 보이나? 모두 일곱 줄로 시를 나타내지 차례대로 묘시(토끼:5~7), 진시(용: 7~9시), 사시(뱀: 9~11시), 오시(말: 11~13시), 미시(양: 13~15시), 신시(원숭이: 15~17시), 유시(닭: 17~19시)를 가리키지.”
“그런데 왜 술시, 해시, 자시, 축시, 인시는 없는 거야?”
“그건, 해가 없는 밤에는 그림자가 안 생기니까 밤에 속하는 술시(개: 19~21시), 해시(돼지: 21~23시), 자시(쥐: 23~1시), 축시(소: 1~3시), 인시(호랑이: 3~5시)에는 시각선이 없는 거야.”
“그렇구나!”
“여기 오목한 곳에 가로로 그어진 줄 보이나? 철을 알려 주는 줄로 가장 바깥쪽에 있는 줄이 동지, 가장 안쪽 줄이 하지라오. 여름인 하지에는 해가 높이 뜨니 그림자가 짧지. 반대로 겨울인 동지에는 해가 낮게 떠서 금방 기울어지니 그림자가 길 수 밖에 없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