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격루는 물의 힘으로 움직이는 물시계야. 왼쪽 그림을 봐라. 큰 항아리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작은 항아리를 지나 수수호에 고이지. 수수호 안에 물이 차오르면 살대가 조금씩 떠올라. 살대가 떠오르면 선반을 건드리지. 가운데 그림을 보면, 선반 위에 있던 작은 구리 구슬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큰 구슬을 건드리지. 가운데 그림을 보면, 큰 구리 구슬이 떨어지면서 종과 이어져 있는 첫 번째 지렛대를 눌러 인형이 종을 치게 해. 그런 다음 두 번째 지렛대를 눌러서 아래 문 안에 숨어 있던 동물 인형을 밖으로 내보내는 거야.”
“가만히 둬도 잘 움직일 텐데, 왜 사람이 지키고 있어요?”
“자격루는 사람 손을 거의 안 빌리고 물이 누르는 힘을 아주 잘 지켜주고, 두 시간마다 십이간지 인형으로 착착 시간을 알려 주지. 언제나 정확한 시간을 알려면 잘 돌봐 줘야 해. 물시계는 항아리 속에 있는 물이 누르는 힘이 언제나 비슷하게 지켜져야 떨어지는 물 양도 언제나 비슷하고 물 양이 정확해야 시간이 딱딱 맞지. 그러려면 네 항아리 안에 있는 물 양을 비슷하게 해 줘야 해.”
“그것만 맞춰 주면 되나요?”
“물 양을 잘 살펴야 할 뿐 아니라 살대도 철에 따라 바꿔 줘야 한단다. 철에 따라 밤 시간을 알려 주는 경과 점의 길이가 달라지거든. 자격루는 낮뿐 아니라 밤에도 시간을 알려 준다고 했지? 해가 지면 북과 징으로 시간을 알려. 해가 질 때부터 해가 뜰 때까지 밤을 5경으로 나누고 저마다 경을 또 다시 점을 다섯으로 나눈단다. 1경 3점이면 북이 한 번, 징이 세 번 울리지, 밤에 시간을 알려 주는 자격루가 없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성문을 열고 닫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