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붉은돼지 > 스타워즈를 보시라

예전에는 언사가 좀 점잖지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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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2-14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은 지금도 점잖음과는 거리가 좀....

붉은돼지 2023-02-14 13:45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지금은 점잖음과 거리가 좀....가깝습니다.......
 
 전출처 : 붉은돼지 > 꿀꿀해지기 위해

그래서 해리슨 포드도 리플리컨트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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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주 옛날 이야긴데요. 천상에 거하는 신선들도 심심할 때 가끔은 지상에 내려와 인간들과 어울려 술도 한 잔씩 하고, 아주 드물었지만 운좋게 천상의 선녀와 결혼한 지상의 사내들도 있었던, 인간들이 동아줄이나 선녀의 옷자락 같은 것을 붙잡고 천상으로 기어 올라가기도 했던, 그런데로 아직은 천상과 지상이 서로 교통하고 있었던 그런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전설따라 삼천리 비슷한 이야기입죠.....

 

오랜 옛날, 중국 강하군이라는 곳에서 辛某라는 사람이 술집을 하고 있었어요. 어느날 다 떨어진 누더기를 걸쳤지만 어딘지 모르게 기품이 있어 보이는 선비 한 사람이 와서 외상술을 좀 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어요. 이 신모라는 사람이 또 마음이 좋아서 거절하지 못하고 선선히 외상술을 주었어요. 그날로부터 이 거지 선비는 뭐 맡겨놓은 사람처럼 매일같이 와서 큰 잔으로 딱 한 잔 술을 얻어 마시고는 돈은 한 푼 내지 않고 휘잉~하니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어요. 그러기를 반 년 넘어 했던 것인데요. 그래도 우리 무던하신 사장님은 조금도 싫은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던 것입니다.(멋지시다!!! 사장님!!)

 

그러던 그 어느날, 선비는 사장님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그 동안 밀린 술값이 꽤 많을 것인데, 내가 본시 돈 같은 것은 없으니 술값 대신으로 그림을 하나 그려 주면 안될까?' 원래 돈 받을 생각도 없었던 사장은 뭐 그러시든지 했어요. 그러자 이 거지 선비는 손님들이 안주로 먹다가 남긴 귤 껍데기로 술집 벽에 학을 한 마리 떡하니 그리니 이게 곧 '황학'이 되었어요.

 

(이외수의 벽오금학도를 보면 백학이 천년을 살면 온 몸이 검어져서 현학(玄學)이 되고, 이 현학이 다시 천년을 살면 온 몸이 금빛으로 밝아져서 금학(金鶴)이 되는데, 신선들 주위에 백학이야 수다하지만, 금학은 신선들이 한 백명은 모여야 한마리 날아올까 말까 한다는 길조 중의 길조요, 영물 중의 영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선비가 귤껍데기로 그린 황학은 일종의 금학이 아닐까 혼자 생각보아요.)

 

그런데 눈알 튀어나오게 신기하고 입딱 벌어지게 놀라운 것이, 술집을 찾는 손님들이 그 황학을 보고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르면, 벽 속의 이 황학은 그에 맞추어 춤을 추었던 것인데요. 세상에 이런 일이!!!!!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려고 신씨의 술집에 구름처럼 모여든 것은 당근지사. 그러는 수년이 지나는 동안 신사장은 그야말로 수억만금을 벌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그 어느날 그 선비가 다시 술집을 찾아오자 사장님은 선비에게 무엇이든 바라는 게 있다면 다 들어 주겠노라고 했어요. 선비는 잠시 피시시~ 웃더니 뒤적뒤적 누더기 옷소매에서 피리를 꺼내어 불기 시작했어요. 황홀한 천상의 소리에 모두들 넋을 놓은 채 듣고 있자니, 하늘로부터는 찬란한 오색 서기가 내려오고, 벽에 그려 놓았던 황학이 문득 꿈틀꿈틀하더니 춤을 추며 벽에서 떨어져 나와 선비 옆에 사뿐이 내려 앉았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 선비는 아니 신선은 황학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버리고는 다시는 내려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안녕~~ 신사장이 그 자리에 아름다운 루()를 세우니, 이름하여 황학루 되겠습니다.

 

그로부터 무심한 세월은 또다시 무심하게 흐르고 흘러 이제는 천상과 지상이 서로 교통하기를 그만 두어버린 그 어느 때쯤에, 당나라 시인 최호가 여행 중에 이 황학루에 와서 옛 전설을 생각하며 시를 지었다고 합니다.

 

昔人已乘黃鶴去(석인이승황학거)

此地空餘黃鶴樓(차지공여황학루)

黃鶴一去不復返(황학일거불부반)

白雲千載空悠悠(백운천재공유유)

晴川歷歷漢陽樹(청천역력한양수)

春草處處鸚鵡洲(춘초처처앵무주)

日暮鄕關何處是(일모향관하처시)

煙波江上使人愁(연파강상사인수)

 

옛사람은 이미 황학을 타고 가버려

이곳에는 헛되이 황학루만 남았네

한 번 떠난 황학은 돌아오지 않는데

흰 구름만 천년두고 유유히 흐르네

맑은 물에 한양의 나무들 또렷하고

봄풀은 앵무주에 무성하구나

해는 지는데 고향은 어디쯤인가

강위에 안개 서리어 시름겹게 하누나

 

송의 엄창랑이라는 사람은 '당인의 칠언율시라고 하면 마땅히 최호의 황학루를 첫재로 꼽아야 한다'고 했다 하며, 이백도 황학루에 왔다가 이 시를 보고는 붓을 집어 던졌다고 전해지나 그 진위를 알 수가 없으며 다만 이 시를 흉내내어 등금릉봉황대를 지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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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23-02-13 1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등왕각 이야기를 하다보니 또 문득 황학루가 생각나서, 이 글은 2003.10.2.(20년 전!!!!!) 알라딘에 올렸던 글인데, 사진도 넣고 내용도 조금 고쳐서 다시 올려봅니다.

은오 2023-02-13 13:22   좋아요 2 | URL
20년이요???? 알라딘 고인물을 넘어선 화석이시네요 붉은돼지님..... 10년이셔도 놀라운데 😮🫢

붉은돼지 2023-02-13 13:31   좋아요 2 | URL
제가 사실 금학타고 닐리리~ 피리불며 신선되어 승천할 날이 얼마남지 않았어요
은오님!! 알라딘을 잘 부탁해요~

은오 2023-02-13 13:33   좋아요 0 | URL
아닠ㅋㅋㅋㅋㅋㅋ안돼요 오래오래 웃겨주세요 ㅠㅠ

잠자냥 2023-02-13 14:12   좋아요 1 | URL
은오 님 2003년에 태어난 거 아니심? ㅋㅋㅋㅋㅋ

은오 2023-02-13 14:19   좋아요 0 | URL
2003년이면 거의 저 태어났을때네요... 라고 하기에는 그래도 차이가 꽤 납니다요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02-13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우한을 가려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요? 저도 황학루는 꼭 가보고 싶어요.

붉은돼지 2023-02-13 14:0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기 우한이네요 코로나 관련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ㅜㅜ
저도 나름 중국에 관심이 많아 가보고 싶은 곳이 수두룩한데, 아내가 짱깨는 싫다고 해서....ㅜㅜ
아직 중국에는 한번도 못 가봤습니다. ㅜㅜ

그레이스 2023-02-15 0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습니다.
목소리로 듣는것처럼.
시인은 황학루에 얽힌 옛이야기를 재밌게만 기억할 수 없는 상황이었나봅니다.
헛되다하고 시름겹다 하니...!

붉은돼지 2023-02-15 10:01   좋아요 1 | URL
시인은 자기도 황학이 춤추는 거 한번 구경하고 싶었는데 구경 못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ㅎㅎㅎㅎ
아니면 신선이 되고 싶었는데 잘 안되어서 ㅎㅎㅎㅎ
 

중국 강서성 남창에 있는 등왕각(滕王閣)은 호북성 무한의 황학루(黃鶴樓), 호남성 악양의 악양루(岳陽樓)와 더불어 중국 강남의 3대 명루로 이름이 높다.

 

등왕 이원영(630-684)은 당고조 이연의 22번째 아들이다.(많이도 낳았다. 아들, 딸 합해서 얼마나 생산했는지 알 수가 없다.) 성품이 지나치게 교만하고 방종하여 멋대로 행동했다고 한다. 하지만 황족이므로 등현에 봉토를 받아 등왕에 봉해졌다. 이 등왕 이원영이 653년에 지금의 강서성 남창 서쪽에 도도한 장강이 바라보이는 곳에 자신의 도락을 위해 멋들어진 누각을 짓는다. 바로 등왕각 되겠다. 그후에 홍주 도독 염백서가 등왕각을 중수하고 675년에 등왕각 중수 축하연을 연다. 이 잔치에 25세의 왕발이 우연히 참석하게 되는데,,,,,,,,,,,,,

 

왕발(王勃)(650-676)은 초당 시기 문인이다.(초당4걸 중 일인이다.) 말하자면 조숙한 천재로 6세에 이미 문장을 지었고 16세에 유소과에 급제하여 약관의 나이에 황제의 궁정에 출입하였으나 재능을 믿고 오만하고 방자하게 구는 면이 있어 사람들의 질시를 받았다. 장난으로 쓴 글이 당고조의 노여움을 사서 중앙에서 쫓겨나 지방을 방랑하는 중에 당시 교지현(하노이를 포함하는 지금의 베트남 북부지역으로 당제국 당시 이곳에는 교지현이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가 흔히 당나라당나라하는 당나라는 나라가 아니라 제국이었다.)의 현령으로 있던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에 우연히 등왕각 중수 연회에 참석한다.

 

한편 홍주 도독 염백서에게는 글 좀 하는 사위가 있었는데, 등왕각 중수 잔치 때 사위의 재주를 자랑하고 싶어서 사위에게 이미 등왕각 서문 지어오라고 이야기해 놓은 상황이었고, 잔치에 참석하는 시인묵객들도 대충 이 꿍꿍이속을 알고 있었다. 잔치날, 염백서가 여러 손님들에게 등왕각 서문을 지어달라고 짐짓 청하자 사정을 아는 참석자들은 모두 주저주저하며 눈치를 슬슬보며 사양을 한다. 하지만 뭘 모르는 왕발은 손을 번쩍 들고 그렇다면, 뭐 내가 한번....’ 하고 나서게 된다.

 

도독이 멀리서 보니 귀때기 새파란 젊은 서생이라. 뭐라 할 수도 없고 속으로는 비웃으며 어서 지어보라 건성으로 청하니, 지필묵을 받은 왕발이 한치의 거리낌도 없이 그야말로 일필휘지로 써내려 간다. (소문에는 글을 쓰기 전에 큰 사발의 술 한잔을 청하여 벌컥벌컥 마신 다음 입을 한번 쓱 닦고는 도포자락을 펄럭이며 일필휘지로 써내려갔다고도 하나 소생이 뭐 그 진위를 알 수는 없다.)

 

속으로 괘씸하게 생각하고 있던 도독은 어디 어린 놈 실력이나 한번 보자하며, 문장이 완성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비서를 시켜 그 내용을 계속 실시간으로 보고하도록 하는데, 그 문장의 처음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南昌故郡, 洪都新府(남창은 고군이요, 홍도는 신부라).

星分翼軫, 地接衡廬(성분익진하고 지접형려라


남창은 이 고을의 옛 이름이고, 홍도는 새로운 부의 명칭이다.

별자리로는 익수와 진수로 나뉘고, 땅은 형산과 여산에 접해있다.

 

이거 뭐 별거 아니잖아.......이렇게 생각했으나.....

 

落霞與孤鶩齊飛(낙하는 여고목재비하고)

秋水共長天一色(추수는 공장천일색이라)

 

떨어지는 노을은 외로운 오리와 함께 날고

가을 강물은 긴 하늘과 더불어 한색이구나

 

문장이 이 부분에 이르자 염도독은 자기도 모르게 그만 자기의 허벅지를 찰싹찰싹!!! 아프게 때리며 도 터지고 돌 깨지는 감탄을 터뜨리고야 말았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저 유명한 등왕각서가 지어지게 되었던 것인데, 왕발은 나중에 교지현에서 아버지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강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향년 26.

 

등왕각서는 대단히 긴 문장이이어서 여기에 뭐 다 올리기도 그렇고, 위에 소개한 앞의 두 구절, 뒤의 두 구절 정도만 알고 있으면 어디가서 아는 척 이야기하기에는 모자람이 없을 듯합니다. 등왕각서는 고문진보후집에 나오는데, 이 글 쓸려고 서가를 뒤져보니 언제 팔아먹었는지 책이 없다. 아아 고문진보까지 팔아먹고 말았구나...다시 주문해야겠다.

 

추신

인터넷에 왕발을 검색하다가 나무위키의 왕발 설명을 보게 되었다. “평균 발사이즈보다 큰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남자는 대개 285mm, 여자는 255mm이상을 왕발이라 칭한다. 발크기는 손목에서 팔오금(팔 접히는 부분)까지의 길이와 비슷하므로 팔이 길면 발크기도 큰 경우가 많다우리 딸은 이제 중3인데 260mm 신는다.(아!! 내가 왕발을 낳았구나 ㅋㅋㅋ) 발크기 부분 이야기는 나름 신박한데, 왕발의 기준은 조금 바뀌어야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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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12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손발이 길거나 크면 키가 큰 경우가 있대요.
260이면 평균보다 발크기가 큰 편에 가까우니 따님은 키가 클 수도 있겠네요.
키 큰 사람은 부러워요.
잘 읽었습니다.
붉은돼지님 좋은주말보내세요.^^

붉은돼지 2023-02-12 21:4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제 딸은 키가 큰 편이긴 합니다만 발도 무척 큽니다....
요즘은 큰 아이들이 많아서 제 생각에는 왕발의 기준을 남자는 300, 여자는 270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아요 ㅎㅎㅎ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벽돌깨기 사업이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민음사 전집 발간속도를 따라잡으려면 뭐 거의 한 20년은 걸릴 것 같다. 분발! 또 분발!! 말로만 ㅋ 뭐 말이라도!!


37. 거미여인의 키스

언제 처음 읽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하여간 두 번째로 읽는 것은 확실한데 역시나 느낌은 처음 읽는 듯 ㅜ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형무소에 극좌파 정치범 발렌틴과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된 호모 몰리나가 같은 감방 수감되어 있다. 심심풀이로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영화이야기를 해주게 되는데(이게 들어보면 은근히 재미가 있다)....그러다가 둘이 얼레리꼴레리 하게 되고, 교도소 측의 음모가 있고. 끝내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슬픈 이야기.

 

소생 어쩌다보니 이 영화의 비디오테이프도 가지고 있다. 수집에 나름 진심인 소생은 예전에 비디오테이프도 열심으로 모았었다. 지금도 한 100여개를 소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또 플레이어는 없다. 뭐 어쩌자는 것인지, 버리지도 못하고 지금은 옷장 안에 쌓아두고 있다. 마누엘 푸익은 호모 동성애에 관심이 많은 듯. 1973년에 발표한 부에노스아이레스 사건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 <해피 투게더>의 원작으로 알려져 있다.


38. 달과 6펜스

20년 만에 다시 읽는 듯. 달과 6펜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소설 속에 잠깐 나오는 줄 알았는데 일언반구도 없다. 해설에 보니 달은 영혼과 관능의 세계, 6펜스(영국에서 유통되는 가장 낮은 단위의 은화)는 돈과 물질의 세계를 가리킨다고. 따라서 한 중년의 사내가 달빛의 마력에 끌려 6펜스의 세계를 탈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라는 말씀. 일단 몸의 소설은 재미가 있다.

 

스트릭랜드의 말 여자들이란 사랑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 사랑을 터무니없이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야. 그래서 우리더러 그게 인생의 전부인 양 믿게 하고 싶어해요. 하지만 그건 하찮은 부분이야. 나도 관능은 알지. 그건 정상적이고 건강해요. 하지만 사랑은 병이야.”(P203) 부분을 읽다가 문득 생각났다. 예전에 오르한 파묵이 <순수 박물관> 출간 직후 한 인터뷰에서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사랑은 교통사고입니다. 그리고 사랑은 심각한 질병이지요라고 대답했다. 고갱은 매독으로 죽었지만 스트릭랜드는 문둥병에 걸려 죽는다.

 

39. 폴란드의 풍차

장지오노를 처음 알게된 것은 프레데릭 백의 그 유명한 에니메이션 나무를 심은 사람을 통해서다. 일본 에니에 익숙해있던 눈에 파스텔 톤의 흐릿하고 경계없는 그림들이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백의 에니는 사람의 마음을 휘젓는 무엇인가가 있다. 처음에는 그림에 매혹되었다가 나중에야 원작 소설을 읽어볼 마음을 먹게 되었고 그렇게 읽은 지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에니메이션 만큼의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폴란드의 풍차>는 수대에 걸쳐 운명에 농락당하는 한 가문의 이야기인데 읽기에 무척 힘이 들었다.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소설의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 내가 곱추라고 말한 적이 있던가?’라는 한 마디에는 조금 놀랐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건 뭐 스포는 아니다. 문득 벗꽃 지는 시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가 잠깐 떠올랐는데, 그런 엄청난 반전이 내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40. 독일어 시간 1

고딩 때 독어문과반이었다. 돌이켜 보면 나에게 독일어 시간은 무척 힘든 시간이었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20문항 100점 만점 독일어 시험에서 20점을 맞은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대단했다는 생각이다. ...나중에 3학년 2학기에 독일어를 포기하고 공업으로 선택과목을 바꿨는데, 당시는 학력고사 시대!(무슨 구석기 시대 이야기하는 것 같다 ㅋㅋ) 그래도 독어는 학력고사 20점 만점에 10점 정도는 나왔는데, 공업은 20점 만점에 8점인가 9점인가를 받았던 가슴아픈 사연이 있다..... ㅜㅜ.

 

각설하고, 하인리히 뵐, 귄터 그라스와 함께 전후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라고 하는데, 지그프리트 렌츠라는 이름도 처음 듣고 당연히 그의 소설도 처음이다. 견문일천한 천학이 부끄러울 따름이라 열심히 땀나게 읽어볼 생각이다. 어쩌면 생각만.

 

그리고, 지난번 조이스 전집500부 한정판이라는 말에, 지지나번 박상륭 전집은 작가에 대한 소생의 개인적인 경외심에 주저없이 내질렀다면, 이번 거사는 민족의 대명절인 설맞이 기념으로(무슨 설은 자기 혼자 맞이하나???) 저지르고 말았다. 한길그레인트북스 스페셜 컬렉션 세트!!!!. 그렇게됐다. 책은 폼 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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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1-27 0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거미 여인의 키스> 엄청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 나요. 거기에 제가 보았던 영화 <캣피플>도 언급됐고요. 크-
한길 책들 정말 저렇게 셋트로 두니 넘나 뽀대나네요!!

붉은돼지 2023-01-27 09:2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제가 남몰래(???) 흠모했던 나스타샤 킨스키가 나오는 영화 <캣피플>이야기가 처음에 나옵니다. 그런데 킨스키의 영화 <캣피플>은 1982년작품이어서 <거미여인의 키스>가 출간된 1976년에는 없던 작품이죠. 킨스키의 영화는 1942년에 나온 <캣피플>의 리메이크입니다. 몰리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용도 조금 다릅니다. 거미여인에 나오는 캣피플은 키스를 하게되면 표범으로 변하는데 킨스키의 영화에는 관계를 가지면 표범으로 변하죠..어흥

은오 2023-01-27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슨 설은 자기 혼자 맞이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든 구입할 이유를 찾아내서 저지르시는 붉은돼지님을 응원합니다 ㅋㅋㅋㅋ

붉은돼지 2023-01-27 11:48   좋아요 0 | URL
은오님의 따뜻한 격려에 힘입어 앞으로 더욱 열심히 저지르겠습니다.
집구석의 기둥뿌리를 뽑아서라도요.....호호호!!!

transient-guest 2023-01-27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의 민음사 문학은 제가 예전에 읽었는데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네요. ㅎㅎㅎ

붉은돼지 2023-01-27 11:48   좋아요 0 | URL
저도 위 민음사 4권중에 2권은 예전에 읽은 책인데 별로 기억이 안나더군요...마치 처음 읽는 듯 ㅜㅜ

blanca 2023-01-27 1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최근에 <달과 6펜스> 다시 읽어야지, 하고 찾는데 없는 거예요. 멘붕이었어요. 또 사야 하나요? 저 두 개의 장식품 탐나네요. ㅋㅋ 한길 특별판, 와 너무 이쁘네요. 검색하러 갑니다.

붉은돼지 2023-01-27 12:05   좋아요 1 | URL
쉿!! 비밀댓글............은 아닙니다. ㅋㅋㅋ
블랑카 님에게만 살짝 알려드릴게요. 저 이집트 미이라 관은 뚜껑이 열리고 그 안에 미이라 모형이 들어있습니다요..놀랍죠 ???? ㅋㅋㅋㅋ.

바람돌이 2023-01-27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구석기시대에 저는 프랑스어를 20점 맞은적이....ㅠ.ㅠ
아 근데 책보다 반가사유상이 더 눈에 들어오네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파는거 보면서도 비싸서 침만 삼키다 왔는데 저렇게 데코 해놓은걸 보니 막 또 사고싶다 사고싶다하게 돼서 큰일입니다. 다음주에 서울갈때 박물관 가는데 무사히 올 수 있을까요? ㅠ.ㅠ

붉은돼지 2023-01-27 11:56   좋아요 1 | URL
봉쥬흐... 불어를 하셨군요. 불어 역시 만만한 언어가 아니죠. 남의 나라 말이 뭐든 쉬운게 있겠습니까만은....ㅋㅋㅋ 위에 있는 방가상은 국중박물관에 판매하는 굿즈는 아닙니다. 국중에 파는 굿즈는 저거 보다 조금 작고 재질은 그 무슨 고무같은 재질있잖아요 그거로 되어 있구요. 5만원 정도 했던것 같은데,,,,저건 제가 작년에 불국사 기념품점에서 구입한 사재 주물 제작품입니다. 9만원인가 줬어요... 개인이 만든 거여서 정교하지는 못해도 그냥 두고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바람돌이 2023-01-27 12:48   좋아요 1 | URL
앗 불국사가념품점이라구욧. 불국사는 자주 가니까 기념품점 오히려 안둘러보는데 다음에 가면 혹시나 있나 꼭 들러봐야겠습니다. ㅎㅎ

서니데이 2023-01-27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의 반가사유상 모형이 근사해서 사진을 크게 해서 봤는데, 바로 위 댓글을 읽으니 기념품도 가격이 상당하네요.
금속 같은 느낌이었는데, 주물이었네요.
비디오테이프 오래된 느낌인데,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요.
요즘엔 기기가 없어서 테이프가 있어도 볼 수 없는 가정이 많을 것 같아요.
저희집에도 고장나서 지금은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붉은돼지님, 잘 읽었습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붉은돼지 2023-01-27 17:52   좋아요 1 | URL
아마도 소재는 청동인것 같아요. 들어보면 묵직합니다. 불국사 기념품점에 괜찮은 청동 불상도 봤는데 것도 10만원 넘었던 것 같아요...ㅜㅜ
옷장 속의 비디오테잎은 참 고민입니다. 모을 때는 발품 팔아가며 열심히 수집했는데 이제는 플레이어가 없어 보지도 못하고,,,또 왠만한거는 다 dvd로 나와있거나 파일로 돌아다니고...종량제 봉투에 쓸어담아 버려야 하나 고민입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