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벽돌깨기 사업이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민음사 전집 발간속도를 따라잡으려면 뭐 거의 한 20년은 걸릴 것 같다. 분발! 또 분발!! 말로만 ㅋ 뭐 말이라도!!
37. 거미여인의 키스
언제 처음 읽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하여간 두 번째로 읽는 것은 확실한데 역시나 느낌은 처음 읽는 듯 ㅜ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형무소에 극좌파 정치범 발렌틴과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된 호모 몰리나가 같은 감방 수감되어 있다. 심심풀이로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영화이야기를 해주게 되는데(이게 들어보면 은근히 재미가 있다)....그러다가 둘이 얼레리꼴레리 하게 되고, 교도소 측의 음모가 있고. 끝내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슬픈 이야기.
소생 어쩌다보니 이 영화의 비디오테이프도 가지고 있다. 수집에 나름 진심인 소생은 예전에 비디오테이프도 열심으로 모았었다. 지금도 한 100여개를 소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또 플레이어는 없다. 뭐 어쩌자는 것인지, 버리지도 못하고 지금은 옷장 안에 쌓아두고 있다. 마누엘 푸익은 호모 동성애에 관심이 많은 듯. 1973년에 발표한 ‘부에노스아이레스 사건’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 <해피 투게더>의 원작으로 알려져 있다.
38. 달과 6펜스
한 20년 만에 다시 읽는 듯. 달과 6펜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소설 속에 잠깐 나오는 줄 알았는데 일언반구도 없다. 해설에 보니 달은 영혼과 관능의 세계, 6펜스(영국에서 유통되는 가장 낮은 단위의 은화)는 돈과 물질의 세계를 가리킨다고. 따라서 한 중년의 사내가 달빛의 마력에 끌려 6펜스의 세계를 탈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라는 말씀. 일단 몸의 소설은 재미가 있다.
스트릭랜드의 말 “여자들이란 사랑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 사랑을 터무니없이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야. 그래서 우리더러 그게 인생의 전부인 양 믿게 하고 싶어해요. 하지만 그건 하찮은 부분이야. 나도 관능은 알지. 그건 정상적이고 건강해요. 하지만 사랑은 병이야.”(P203) 부분을 읽다가 문득 생각났다. 예전에 오르한 파묵이 <순수 박물관> 출간 직후 한 인터뷰에서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사랑은 교통사고입니다. 그리고 사랑은 심각한 질병이지요’라고 대답했다. 고갱은 매독으로 죽었지만 스트릭랜드는 문둥병에 걸려 죽는다.
39. 폴란드의 풍차
장지오노를 처음 알게된 것은 프레데릭 백의 그 유명한 에니메이션 ‘나무를 심은 사람’을 통해서다. 일본 에니에 익숙해있던 눈에 파스텔 톤의 흐릿하고 경계없는 그림들이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백의 에니는 사람의 마음을 휘젓는 무엇인가가 있다. 처음에는 그림에 매혹되었다가 나중에야 원작 소설을 읽어볼 마음을 먹게 되었고 그렇게 읽은 지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에니메이션 만큼의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폴란드의 풍차>는 수대에 걸쳐 운명에 농락당하는 한 가문의 이야기인데 읽기에 무척 힘이 들었다.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소설의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 ‘내가 곱추라고 말한 적이 있던가?’라는 한 마디에는 조금 놀랐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건 뭐 스포는 아니다. 문득 ‘벗꽃 지는 시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가 잠깐 떠올랐는데, 그런 엄청난 반전이 내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40. 독일어 시간 1
고딩 때 독어문과반이었다. 돌이켜 보면 나에게 독일어 시간은 무척 힘든 시간이었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20문항 100점 만점 독일어 시험에서 20점을 맞은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대단했다는 생각이다. 음...나중에 3학년 2학기에 독일어를 포기하고 공업으로 선택과목을 바꿨는데, 당시는 학력고사 시대!(무슨 구석기 시대 이야기하는 것 같다 ㅋㅋ) 그래도 독어는 학력고사 20점 만점에 10점 정도는 나왔는데, 공업은 20점 만점에 8점인가 9점인가를 받았던 가슴아픈 사연이 있다..... ㅜㅜ.
각설하고, 하인리히 뵐, 귄터 그라스와 함께 전후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라고 하는데, 지그프리트 렌츠라는 이름도 처음 듣고 당연히 그의 소설도 처음이다. 견문일천한 천학이 부끄러울 따름이라 열심히 땀나게 읽어볼 생각이다. 어쩌면 생각만.
그리고, 지난번 ‘조이스 전집’은 500부 한정판이라는 말에, 지지나번 ‘박상륭 전집’은 작가에 대한 소생의 개인적인 경외심에 주저없이 내질렀다면, 이번 거사는 민족의 대명절인 설맞이 기념으로(무슨 설은 자기 혼자 맞이하나???) 저지르고 말았다. 한길그레인트북스 스페셜 컬렉션 세트!!!!. 그렇게됐다. 책은 폼 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