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날 술을 좀 낫게 마시고 꽐라가 되어 기억에 생생한 부분도 있고 생각에 깜깜한 절벽도 있고 말하자면 넋이라고 있고 없고...하였는데 다음날 술이 깨니 지난 밤이 몹시도 후회가 되고 문득 말대가리가 떠오르는데, 문제는 그것이 <오르부아르>의 말대가리가 아니라 김유신이 자른 그 말대가리였다는 것이었다. 그 결연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아아아!!! 유신은 역시 비정하구나 생각을 했다. 차라리 자기 발목을 자르든가 해야지 충직한 축생의 모가지를 댕강 잘라버리면 창졸지간에 대가리가 날아가 버린 그 말은 얼마나 놀랬을 것인가 이 말이다. 하기사 인정많은 누구인들 자기 발목을 자르기는 어려울 것이니, 그때는 흔히 하는 짓거리로 상투를 뽑든지 쥐어뜯든지 삭발을 하든지 해야할 것이관데, 아 정녕 비정한 유신일 것이나 드높구나 그 경지여!!! 참말로 축생이 미칠 바가 아니더라.

 

 

유신은 자신이 버린 천관녀를 위해 삼국일통 후에 천관사를 지어 그 넋을 위로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기는 하나 주인에게 충심을 바친 말 못하는 말대가리를 위해서는 어느 누구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던 것이다. 소생의 견문이 일천하고 식견이 짧아 두루 살피지 못한 바가 있을지도 모르기는 하나 천에 하나 만만에 두서넛 말대가리를 위로하는 글 한 줄이 없다하면 어찌 이 삼한 땅에 ‘정(情)’이 있고 ‘의(義)’가 있다 할 것인가 이 말이다. 소생은 감히 청원하오니 김해김문에서 비명횡사한 말대가리를 위해 천관사지 옆에 말대가리 위령비라도 하나 세워주길 원망하는 바이다.

 

 

쓸데없는 이야기는 각설하고, 금일 소생이 오랜 숙취로 창자는 곧 끊어질듯하고 꼴통은 이내 깨어져버릴 것만 같은 와중에도 이렇게 페이퍼를 쓰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해서라도 30명중에 한번 끼여볼까하는 간절한 마음의 발로라 할 것이다. 뭐 아시겠지만 민족대표 33인 이런 거는 아니다. ‘열린책들에 바라는 한 가지’라는 부우우우우(booooo) 님의 페이퍼를 보니, 소생도 예전부터 ‘열린책들’에 바라고 있던 바가 문득 생각난다. 뭐 심각한 것은 아니다. 다름아니라 ‘열린책들’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은 페이지당 글자수가 너무 많아 글자를 읽는 눈알이 조금 피곤하다는 것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열린책들의 <순수의 시대>는 페이지당 27자*30줄=810자 이고 비슷한 판형의 펭귄클래식 코리아의 <정키>는 24자*24줄=576자이다. 페이지당 234자 정도 글자가 많다. 밀도가 너무 높다. 뽁딱거리면 머리가 아픈 법이다. 출판사 나름의 사정과 이유가 있을 것이나 아둔한 축생이 그것을 알길이 없다. 그렇다고 이것이 뭐 소생이 열린책들의 세계문학전집을 여러권 사놓고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이유는 물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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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2-07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생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붉은돼지 2016-02-07 17:4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곰생발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돈키호테 2016-02-07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붉은돼지 2016-02-07 22:4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2016-02-07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7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02-07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서..민음사 버전이 편한것이 한손으로 들고 읽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는 판형과 글자크기 ㅡ무게 들이..한몫 한다는 걸 새삼 알게한다는 ...일단 가벼워..^^

붉은돼지 2016-02-07 22:49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세계문학전집은 그래도 역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민음사판이....

[그장소] 2016-02-07 23:19   좋아요 0 | URL
그쵸? 소장형 보단 실속형으로 가자..한 민음사.
그러니 다들 많이 보는 게 아닌가..합니다.일단 공간 차지부터 참 착해요.
ㅎㅎㅎ

CREBBP 2016-02-11 14:50   좋아요 1 | URL
이번에 을유문화사 한번 사봤는데 전 그게 좋더라구요. 밀도 있고 뽀대 나고 비싸긴 하지만 가격 대비 글자수 따지면 문동보다 싼 거 같구요.

[그장소] 2016-02-11 15:09   좋아요 0 | URL
guiness님 을유버전도 저 좋아해요. 그쪽도 양장으로 안하고 그..가격만 조금 ㅎㅎㅎ그치만 을유판 ,문동 반양장판, 민음판 ,책세상 쪽도 (아직 많이 나오지않아 그런데) 저는 실속..형.ㅋ
그럼에도..열린책들은 얘도 오래같이 와서..정든거죠..이제..아쉬워도 그냥저냥..같이가는..^^

희망찬샘 2016-02-07 1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안 그래도 열린책들 읽을 때 마다 줄간격이 왜 이러냐고 투덜투덜 하는 사람이 제 옆에도 있네요.

붉은돼지 2016-02-07 23:11   좋아요 1 | URL
저는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읽지는 않고 그냥 모셔두고만 있어요 ^^

서니데이 2016-02-07 18: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김유신 고사에서는 그 말이 너무 불쌍해요. 그런데 그 말이 불쌍하다는 말을 하면, 사람들이 이 고사의 의미를 잘못 읽었다고만 해요.^^;
붉은돼지님,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붉은돼지 2016-02-07 23:13   좋아요 3 | URL
정말 말 못하는 말이 무슨 죄라고 ㅜㅜ 말이 너무 불쌍해요 .....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그장소] 2016-02-07 23:17   좋아요 2 | URL
누가...?!그럽니꽈~~!!??
자신이 다음생에 말이 되어보라고 하세욧!^^
천관녀도 서러운 마당에 ..말은 두말할 것 도 없죠...
그녀석이야 그리 나라땅을 읽기를 내비게이션 하듯 해온 게 뭔 죄라고!^^
똑똑해서 ㅡ어르신 마음 헤아린 죄가 ㅡ죄였다니... 벤츠고 람보르기니고 페라리였어도 그리 베었겠냐고..침을 튀게 해줄게요...^^;;;

오후즈음 2016-02-07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진 책장. 부럽다~^^

붉은돼지 2016-02-07 23:1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오후즈음 님
멋지죠? ㅋㅋ
즐겁고 행복한 설 보내세요^^

[그장소] 2016-02-07 23:20   좋아요 0 | URL
그..그죠? 민음은 민음이고 열린책들은 열린책들이고 암튼 책좋아하면 다들 ㅡ부럽고 말고요!^^

cyrus 2016-02-08 1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의 시초가 ‘미스터 노(Mr. Know) 세계문학’이었습니다. 그때부터 활자가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어요. 지금도 여전하고요. 독자들의 불만사항이 많아지거나 독자들이 열린책들 책을 외면하더라도 이 출판 방식을 바꾸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출판사의 단점을 다른 세계문학전집을 만드는 출판사와 차별화하는 뚜렷한 장점이 될 수 있거든요. 모나미 볼펜도 그렇잖습니까. 볼펜 똥이 많이 나는데도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죠. 오히려 사람들이 ‘볼펜 똥’하면 바로 모나미를 먼저 떠올립니다.

남은 설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붉은돼지 2016-02-11 13:51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미스터노` 시리즈는 저도 열심히 사모았었는데..어느날 갑자기 30권쯤 나왔을 때인가 절판되더니만...그 책들이 세계문학전집으로 다시 출간되더군요...그래서 저는 미스터 노는 전부 중고로 팔아치우고 세곕문학전집으로 갈아탔습니다. ^^

CREBBP 2016-02-08 2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계문학 거의 다 가지고 계시군요. 저는 종이 책 가진 거 몇 권 겹치긴 하지만 180권 이북으로 구매해서 책장에 뽀대나게 꽂아놓은 거 부럽네요. 전 책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사진 찍어 올리려면 삽질 좀 해야 한다는...

붉은돼지 2016-02-11 13:53   좋아요 1 | URL
저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거 이벤트 응모한다고 끌어모아봤습니다.^^
꽤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아놓고 보니 별로 안되는군요 ㅎㅎㅎ

[그장소] 2016-02-11 15:15   좋아요 0 | URL
메일이 와서 보니..열린책들 소장한거 좀 보자..더군요..ㅎㅎㅎ
거기 올라온게 다 이 식구들것 이겠죠?
30명 안에 들지 못할..가능성..흠..^^ㅋ
더 클듯..

transient-guest 2016-02-09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민음사-문학동네-열린책들 (맞나요?) 이렇게 세 종류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본 어느 블로거의 분석에 의하면 겹치는 책도 많이 있지만, 각각의 지향점이 조금씩 다르다고 하더라구요..

붉은돼지 2016-02-11 13:55   좋아요 1 | URL
제 개인적인 소박한 꿈을 말씀드리면....
세계문학전집은 민음사, 문학동네, 열린책들, 펭귄 이렇게 4개사를 제 스스로 `세계문학전집 4대천왕`으로 명명하고 다 사모으는 것이 제 소박한 꿈입니다...
그런데...을유도 있고 창비도 있고 대산도 있고......범우(예전엔 범우사 전집도 모았었는데 비주얼이 마음에 안들어 다 팔아 치웠음)도 있고.....음..

[그장소] 2016-02-11 15:30   좋아요 0 | URL
저는 대강 알것도 같아요.
책이 겹침과는 상관없이 각 출판사마다 거는 프라이드랄까.
민음은 확실히 여성이 타깃이예요.
그래서 책등에 컬러감 길고 가벼움 .
문학동네는 양장의 경우 ㅡ예전 좀 사는 집에 전집으로 들여놓던 장르소설시리즈 의 확장판같아요.기암성 이라든지 홈즈시리즈.검은 장정 크기와 판형 글자 그런게 거의 흡사해서 마니아라면 모아야한달까..싶게 만드는게 있었는데..열린책들은 그 크기에 세로글줄만 넣으면 완전 옛버전형 영미 문학판 예요. 어릴적 기억이지만 ..추억을 담았다고나 할까요.나름나름..

서니데이 2016-02-09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 설날 잘 보내셨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붉은돼지 2016-02-11 13:56   좋아요 2 | URL
써니데이 님 덕분에 설 잘보냈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한 살 더 먹으셨죠 ㅎㅎㅎ 저만 먹은 게 아니라서 약간 다행입니다 호호호

서니데이 2016-02-11 13:58   좋아요 1 | URL
아. 나이...;;;;

boooo 2016-02-10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 책이 정말 빼곡하죠. <소립자>와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같은 몇 권의 책은 그래서 못 읽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붉은돼지 2016-02-11 13:58   좋아요 1 | URL
열린책들은 정말 글자에 빡빡한 것 같습니다...읽을 엄두가 나질 않아요 ㅜㅜ

[그장소] 2016-02-11 15:31   좋아요 0 | URL
뭐...세로줄보다 그래도 ..ㅎㅎㅎ

moonnight 2016-02-16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는 열린책들의 빡빡한 편집을 좋아한답니다. ^^;;;; 저랑 겹치는 책들이 많아서 반갑습니당 ^^

붉은돼지 2016-02-17 13:11   좋아요 0 | URL
오우!! 빡빡한 걸 좋아하시는 군요....
저는 빡빡한 것은 별로예요....페이지도 잘 안넘어가고 해서..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