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터 1 : 식이조절 편 - 건강한 생활을 위한 본격 다이어트 웹툰 다이어터 1
네온비 지음, 캐러멜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코로나19 핑계로 요가원도 안 나가고(원장님이 인도여행 가시는 바람에 코로나19 이전부터 안나갔지만) 6개월 동안 중국드라마(중국드라마는 개미지옥이다. 나만 폐인될 수 없지 하고서 주위 사람 여럿 물들였다. 사악한 나.)만 보며 칩거(그냥 방콕이지만)하는 바람에 확~쪄서 맞는 옷도 없고-어차피 외출도 잘 안하지만- 몸에서 건강 위험신호를 보낸다. 자기 모습은 잘 모르니까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어느 날 거울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사람이 이렇게 망가질 수도 있구나.' 많이 먹고 안 움직였으니 당연한 일인데도 내게 일어난 일이라 놀라고 만다. 


어릴 땐 워낙 말라서 살이 안 찌는 체질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보통 사람 체중이 되고 그래도 별다른 변화 없이 살다가 이번에 실감했다. '먹고 안 움직이면 살이 붙는구나.' 비겁하게(?)  나잇살이라는 핑계까지 덧붙여 본다. 그러다가 6년 만에 이 책을 다시 펼쳐들었다.


처음 읽을 때도 좋다고 느껴 이 책을 팔지 않고(?) 여태 책장에 두었는데 6년 전까지만 해도 이 모냥(?)이 아니어서인가 그때는 대충 봤던 내용들이 쏙쏙 들어온다. 잘 쓰고 잘 그린 만화다. 만화라는 장르가 가볍다는 편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지만 읽어보면 알거다. 웬만한 문학책이나 인문서보다 더 나은 작품도 많다는 것을. 그러고 보면 보통 작가나 만화 작가나(보통과 만화를 구분하는 것도 어쩌면 잘못일지 모르겠다.) 공부량은 다를 바 없겠다. 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쓰려면 철저히 공부해 정확히 알아야 하니까. 자기가 쓴 글에 책임져야 하니.


운동을 좋아하고 오랫동안 운동하고 다이어트도 해본 부부 작가가 경험해 쓴 것이라 허술한 부분이 없다. 책 여러 곳에 건강과 운동 상식도 적어두어 '이런 걸 잊고 살았구나.' 하고 환기하게 된다. 그전에도 그랬지만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보고 남편이 쿡쿡 웃는다.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자기 몸을 방치해 건강을 해치고 운동에 젬병인 사람에게 꽤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 책 읽고 채소를 몽땅 주문했다. 의무감이 아니라 즐겁게, 진짜 맛있게 풀들을 먹어치울 수 있을까 의심스럽지만. 고기요정 김어준 못지않은 고기밝힘증이라. 


폐인 모드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다시 읽은 책이다. 느리지만 쉬지 않고 움직이는 거북이 걸음 걸으려고 한다. 그 전에 수면 리듬부터 되찾아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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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0-08-29 0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처음 접한 곳이 병원이었어요. 큰 아이가 아직 어렸을 때 아파서 병원에 왔다가 사람이 워낙 많아서 한참을 기다려야 할 상황이었는데, 만화책이 있길래 꺼내들었다가 푹 빠졌네요.

그 병원은 지역 의료협동조합이 마련한 가정의학과 병원이었고, 마을 주치의가 그냥 기계적으로 진료하지 않고 마음을 담아 진료하고 정말 친절하고 자세하게 알려주는 곳이라 진료시간이 다른 병원보다 길고, 그래서 환자도 많고 또 많이 기다려야 하는 곳이었죠. 덕분에 이 만화의 진가를 느낄 정도로 제법 읽었었고, 진료를 다 받고 병원을 나올 때에는 나중에 꼭 구해 읽어야지 마음 먹었던 책이예요.

조금 아쉬운 건 운동이 그냥 일반 헬스클럽 머신 운동 중심이라는 점이죠. 보디빌딩을 할 것이 아니라면 굳이 머신 운동을 할 필요가 없고, 머신 운동 자체의 문제점도 많은데, 그런 지점에서는 아쉬워요.

samadhi(眞我) 2020-08-29 08:44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 저도 헬스장 운동은 별로 원하지 않아서. 그냥 맨몸 운동을 소개해줬다면 좋았을 텐데.
부부가 둘다 오래 헬스를 해서 그런 것 같아요. 기구를 이용해서 더 다양하게
더 깊게(?) 근력운동하는 방향으로.

물감 2020-08-29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저도 알라딘 활동이 점점 뜸해지는 중입니다만, 반가운 이웃을 보니 참 좋네요^^

samadhi(眞我) 2020-08-29 10:47   좋아요 1 | URL
네 물감님 당첨되신 거 뒤늦게 축하드려요. 부럽.부럽.습니다 ㅋㅋ 2년 전엔 언니가 아파서 전혀 활동하지 못하고 그 뒤엔 폐인으로 오래 지내다 보니 알라딘을 끊다시피 했네요.
중국드라마를 끊고 이제 책 보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또 미친듯이 읽고 싶은 책을 찾아대느라 눈알이 빠질 것 같아요. 있는 책이나 좀 읽지 라고 얘기하는 남편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
 
요가 수트라
파탄잘리 지음 / 시공사 / 1997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이에게 툭! 물음을 던진다. 그저 요가에 대한 얘기만은 아니다. 이 책 편역자가 목회자라서 성경을 예로 들어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는데 읽다보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행과 요가를 이해하려면 종교에 대한 이해가 도움이 되겠다. 아무 배경지식 없이 이 책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테니. 그러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집중도도 꽤 요구되고 여러 번 곱씹어 생각해야 하는 내용이 많다.  자꾸 되뇌어보고 깊이 생각해보면 알랑말랑한 기분이 든단 말이지.

 

이 책을 권해준 언니가 오랫동안 요가수행을 했고 내게도 권해서 한달 전부터 요가원에 등록해 드.디.어. 요가를 시작했다. 그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아 제 몸 하나 어찌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몸"으로 인식하고 좌악좍 몸을 뻗는 건강한 20대들과 함께 하며 잔뜩 쫄아들었다. 요가를 하고 나면 몸이 쑤시고 아프지만 그 저릿저릿한 기분이 시원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괜히 뿌듯한 기분으로 가슴이 퍽 벅찼더랬지.  요가를 처음 시작하고 몇 시간 지난 뒤 까지는 그랬는데 그날 밤부터 자다가 온몸이 비명을 질러 몇 번씩 깨고 아침에는 애래(아려) 죽을 것 같았다.

 

 "요가란 고통과 만나는 접촉점을 부수는 것" 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가 아파서 요가를 시작하는 사람이 꽤 많은 듯하다. 내가 요가수행 하려는 이유가 귀얇은 우리엄마가 늘 말씀하시는 "만병통치" 를 위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수행과 더불어 안아픈 데가 없는 종합병동인 내 몸이 내심 어느 정도 치유될 거라는 믿음도 갖고 있다.

 

몸이 우라지게(?) 아프다보니 " 요가가 나랑 안 맞는 게 아닐까?", "요가하러 가려고 하면 왜 배가 아프고 어지러운 걸까?"  오래 전 어린이집 가기 싫어서 집을 나설 때면 갑자기 배가 아프다는 둥 똥이 마렵다는 둥 온갖 핑계거릴 만들며 어린이집 버스를 놓치게 만든 조카녀석과 똑같은 증상이다. 지금은 고3이 된 그 아이가 어릴 적에 그랬다는 얘기를 남편에게 들려준 나도 바보지만. 남편이 쿡쿡 웃으며 "넌 어쩜 그렇게 전형적이냐?",  "요가에 인생을 걸겠다면서 그렇게 빌빌대면 어쩌란 말이냐.", "화도 안나야지, 배도 안고파야지, 몸도 안아파야지" 하고 놀려댄다. 하지 않을 거면서 일단 던져보는(?) 남편 말투 따라  "있어봐, 금방이야." 라고 말해보지만 근육이완제와 진통제 없이도 요가수행자다운 유연한 생명체가 될 날이 오긴 오겠지? 올거야.

 

더 많이 열고 비우고 버려 끝내 아무것도 없는 무(無) 상태에서 참 나, 진아(眞我)를 찾기를 바라왔다.  20대 때 마음 수련을 떠나 겨우 알게 된 "내 마음이 우주다" 라는 사실을 머리로만이 아니라 자아전체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난 불교수행자여서 내 속에, 살아있거나 그렇지 않은 만물 속에 불성(佛性)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믿는다. 악인도 무생물도 길바닥에 채이는 돌멩이조차 성불(成佛)할 수 있음을 받아들인다. 그게 말이 되는가 의심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구분지어 놓은 현상계를 인간의식 수준으로 이해하고 판단하지 않으려 늘 경계하고 있다. 이 불성을 요가에서는 아트만이라고 한다. 내가 하는 수행과 요가수행이 닿아있어 이 책이 더욱 절실히 다가온다. 곁에 두고 계속 읽을 책이다. 절판 되어 이제는 구할 수가 없다는 사실에 속이 쓰리다. 요가하는 이들이여, 이 책을 교본으로 삼아 몸매 가꾸기에만 집중하지 말고 수행으로 돌아갑세. 그리하여 이 책이 재발행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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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0-08-29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가를 마음 수련이 아닌 운동의 다양한 영역 중 하나로 여기고, 특히 제게 부족한 유연성을 보완할 기회다 생각하고 오래전에 잠시 했었는데요. 확실히 남성이 적고 젊은 여성이 많아서 그냥 참석하는 것 자체가 민망하긴 하더라구요.

그래도 제 예상과 달리 그때까지는 그래도 젊어서 그랬는지 유연하게 잘 따라하는 편이어서 스스로도 좀 놀랐었는데, 딱 3개월 등록하고 기간이 끝난 후로는 다시 등록할 용기가 나지 않더라구요.

한참 시간이 지나서 요가 동작 중 일부를 사진으로 잘 보여주는 책을 사서 집에서 동작만이라도 따라해 볼까 생각했었는데, 그렇게는 잘 안 되더라구요. 집에서는 일단 고강도 운동을 하고픈 마음이 커서 무게 중심으로 운동을 하게 되더라구요.

samadhi(眞我) 2020-08-29 08:42   좋아요 0 | URL
본래 유연하신가봐요. 저는 무지 뻣뻣해서 고생하고 있어요. 무슨 통나무도 아니고. 척추도 비뚤어져 안 되는 동작도 많아요.
수행하려고 하는 거라서 제 몸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요가가 그런 것이기도 하구요.
자기를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하니까요.

20021216 2020-09-13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아에 대한 열망만큼 고귀한 것이 있을까요.
스스로를 비추려하는 모순적으로 보이는 그 행위의 원동력..
모순이기에 진리가 피어나는..
진리였기에 모순이 아니더라는..
사실은 그 모든게 진리였다는..
너무 뻘글인가요 하하 그냥 끄적여보았습니당

samadhi(眞我) 2020-09-13 22:26   좋아요 0 | URL
게을러서 말로만 수행한다 떠드는걸요^^;

20021216 2020-09-13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록 지식일지라도 그것이 진리에 관한 것이라면 얼마나 고귀한것인지요!
 
몬스터 콜스 - 영화 [몬스터콜] 원작소설
패트릭 네스 지음, 홍한별 옮김, 짐 케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3월
평점 :
일시품절


언니네집 책장 정리를 하지 않았다면 보지 않았을 책이다. '팔기 전에 한번 읽어볼까' 하고 가볍게 책을 펼쳐들었는데 눈을 뗄 수가 없다. 뭐지? 청소년 도서라면서...구병모,『위저드 베이커리』 이후 두 번째로 읽는 청소년 도서를 가장한 성인 도서다. 

 

이 책을 처음 구상한 사람이 아마 시를 쓰는 사람이었나보다. '괴물'이라는 존재를 등장시켜 아이 속내를 에둘러 말하는 솜씨라니. 어느 신화에선가 들어봤음직한데 그래서인지 괴물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내가 생각하는 괴물은 정해진 형태가 아니라서 그런가 인간으로 형상화한 듯한 삽화 속 괴물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 어쩌면 아이 마음을 투영한 모습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원어 그대로 몬스터라 표현한 것은 나무괴물이다. 내게는 생소한 '주목(朱木)' 이라는 나무는 가지와 줄기가 붉은 빛을 띠어 이름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어떤 나무인지 몰라 찾아보니 열매마저 빨갛고 모양은 종처럼 생겼다. 나뭇잎이 뾰족하고 무성해 과연 밤에는 광년이(?) 머리칼처럼 보여 아이들이 무서워할 만하다. 또 가지와 잎을 약재로 쓴다고 하니 작가가 이 나무를 보고 이런 이야기를 연상했겠다 짐작해본다.

 

곧 울음이 터질 것 같으면서도 그 속내를 들킬까봐 잔뜩 날을 세운 아이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섬세하다. 누구에게나 사춘기는 열병처럼 "끄응" 앓는 통과의례가 아닐까. 10대 때가 아니더라도 살면서 인간이 한번은 겪는 질풍노도(疾風怒濤 : 몹시 빠르게 부는 바람과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물결) 시기가 찾아온다. 그냥 슬그머니 지나가는 듯 보이는 사람들도 가끔 있지만. 게다가 그 시기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아픔과 맞물리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일테지. 그 고통에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작가가 우왓,  멋지게도 은유와 상징으로 그려냈다. 역시, 작가는 시인일거야. 치유는 "성장"을 달리 부르는 말이 아닐까. 그리고 성장은 "자아"를 찾기 위해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도 나를 정확히 돌아보고 들여다보는 것임을, 벼랑 끝에 다다라서야 삶과 죽음을 인정하기 시작한 아이의 커다란 울음으로 지켜보게 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역서는 더욱 문장이 쉽고 자연스러워야 할텐데 '오, 좀 하는데' 싶은 번역이다. 글이 쉽고 매끄럽다. 얼마 만에 발견하는 좋은 번역인지. '숨길', '죔쇠'... 잘 쓰지 않는 단어지만 예쁜 우리말을 슬쩍 끼워넣었다. 어떤 단어를 쓸까 고심한 정성스러운 흔적이, 고운 말과 자연스러운 문장이 책 곳곳에 쏙쏙 박혀있다. 번역서 느낌이 별로 안 나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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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썰렁한 친구가 "뻥이야!" 하고서 저혼자 호쾌하게 웃으며 눈치없이 내 뒤통수를 후려갈긴다. 이게 뭐람. 처음부터 눈치챘어야 했다. 어쩐지 술술 읽히더라. 김영하답게 함정을 파놓았던 건데 책을 다 읽기 전에 "역시 김영하는 정말 재미나게, 궁금하게 쓰긴 해. 창의성이 뛰어나. 그런게 하루키랑 비슷해. 그리고 결말이 허무한 거. 깊이가 얕은 거...",  "그래도 하루키보단 나은 것 같아." 라고 남편과 서로 얘기했는데 역시나 결말은 낚인 기분이 드는구만.

 

그럴싸한 이야기를 잘 지어내는 김영하의 참신함은 글 좀 쓴다는 작가 가운데 독보적이라 생각한다. 이야기라는 것은 본래 "그럴싸함"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그런 면에서 김영하가 "옛날이야기 하나 해줄까?" 라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귀기울이지 않을 이가 있을까. 그 길이 열 길 물 속이라도(?) 피리 대신 "이야기를 부는" 사나이를 따라 나설 수밖에.

 

이런 이야기를 구상한 것 자체가 기발하다. 김영하 소설을 읽을 때마다 기발함에 놀랄 때가 많다. 문학에서 환상성을 빼면 지루하고 밋밋하다 생각하는데 김영하 작품은 환상과 현실을 잘도 섞어놓아서 깜빡 속아넘어간다. 그러고보면 작가는 거짓말을 잘해야겠다. 그럴싸함이라는 게 또 사실이 아닌데 진짜같은 거니까. 그게 웃음을 주고 재미를 주고 읽을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 김영하 이야기는 여전히 힘이 세구나. 타고난 작가임에 틀림없다.

 

마지막까지 주인공을 헷갈리게 하고 사건을 꼬아놓은 듯한 끈덕짐이 유쾌하기까지 하다. 시쳇말로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라고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주인공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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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전에 한강 단편집을 읽은 적이 있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없어서 다시는 한강책 읽지 말아야지. 했다가 어쩌다보니-언니네 집 책을 몽땅 정리하다가 중고로 팔기 전에 한번 볼까 하고서- 읽게 됐다. 맨부커상 수상 소식에도 별로 관심없었고 어떻게 그렇게 재미없는 소설이 상을 받지? 했다. 이 책, 역시나 재미가 없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재미없는데 꾸역꾸역, 끝까지 읽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한강 소설이 가진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강 소설에서 느껴지는 지극히 우울한 색채. 한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음울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처음 읽은 한강 단편집은 국문학을 전공한 울 시누이가 잠깐 마음에 둔 같은 과 동기가 선물한 책이었다. 그 사람이 한강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단다. 우리 남편과 나는 도대체 왜? 일까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상하게(?) 소설 속 영혜도, 영혜언니인 인혜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겪어보지 않으면 도대체 누가 그런 상황을, 그런 인물을 이해하겠는가. 지난 봄, 언니가 마음병을 심하게 앓았다. 언니곁에서 지내는 동안, 그토록 오랜 시간 함께 했음에도 처음 들어보는 얘기들을 언니가 풀어놓았다. 언니가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애타는 내 마음도 언니랑 같다고 속으로 되뇌곤 했다. 죽기를 바라면서도 죽는 것을 두려워한다. 누구나, 누구라도 그럴 수 있다. 삶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리 없잖아. 바로 코 앞에 죽음이 다가와 있는지 모르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삶만 떠들어댄다. 언니 마음앓이는 그대로 내게 들어와 박히는 듯했다. 언니 덕에 운전이 늘었고, 말로만 떠들던 수행을 인이 박이게 하고 있다. 언니가 날 깨우려고 자신을 희생한 거라고 지금은 농담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채식주의자는 확실히 재미는 없다. 소설에서 문학성보다 "재미"를 최고로 치는 내게는 좋은 소설은 아니다. 그래도 내게 훅 바람을 불어 일으킨다. 그렇다, 한강은 알고 있다. 어떤 이는 정말로 나무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나도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면 나무가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는데. 책을 읽으며 씨익 웃어보았다. 그것봐, 너도 그렇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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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19-05-31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마님 오랜만에 봅니다. 잘지내시나요^^

samadhi(眞我) 2019-05-31 09:47   좋아요 1 | URL
제 아이디는 사마디 또는 사맛디입니다. 읽기가 영 거시기 하죠? 산스크리트어를 영어로 표현한거고요. 한자로 하면 삼매입니다. 수행하고 살겠다는 의지 표현이었는데 무늬만 낸 거구요.

네. 잘 지내고 있어요. 그동안 일이 좀 많았어요. 물감님도 잘 지내시죠?

물감 2019-05-31 10:22   좋아요 0 | URL
아이디 한글발음 외워두겠습니다. 저는 잘 지냅니다. 이제는 자주 볼 수 있는건가요? 사맛디님 리뷰도 자주 보게 해주세요^^

2019-06-03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