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콜스 - 영화 [몬스터콜] 원작소설
패트릭 네스 지음, 홍한별 옮김, 짐 케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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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집 책장 정리를 하지 않았다면 보지 않았을 책이다. '팔기 전에 한번 읽어볼까' 하고 가볍게 책을 펼쳐들었는데 눈을 뗄 수가 없다. 뭐지? 청소년 도서라면서...구병모,『위저드 베이커리』 이후 두 번째로 읽는 청소년 도서를 가장한 성인 도서다. 

 

이 책을 처음 구상한 사람이 아마 시를 쓰는 사람이었나보다. '괴물'이라는 존재를 등장시켜 아이 속내를 에둘러 말하는 솜씨라니. 어느 신화에선가 들어봤음직한데 그래서인지 괴물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내가 생각하는 괴물은 정해진 형태가 아니라서 그런가 인간으로 형상화한 듯한 삽화 속 괴물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 어쩌면 아이 마음을 투영한 모습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원어 그대로 몬스터라 표현한 것은 나무괴물이다. 내게는 생소한 '주목(朱木)' 이라는 나무는 가지와 줄기가 붉은 빛을 띠어 이름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어떤 나무인지 몰라 찾아보니 열매마저 빨갛고 모양은 종처럼 생겼다. 나뭇잎이 뾰족하고 무성해 과연 밤에는 광년이(?) 머리칼처럼 보여 아이들이 무서워할 만하다. 또 가지와 잎을 약재로 쓴다고 하니 작가가 이 나무를 보고 이런 이야기를 연상했겠다 짐작해본다.

 

곧 울음이 터질 것 같으면서도 그 속내를 들킬까봐 잔뜩 날을 세운 아이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섬세하다. 누구에게나 사춘기는 열병처럼 "끄응" 앓는 통과의례가 아닐까. 10대 때가 아니더라도 살면서 인간이 한번은 겪는 질풍노도(疾風怒濤 : 몹시 빠르게 부는 바람과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물결) 시기가 찾아온다. 그냥 슬그머니 지나가는 듯 보이는 사람들도 가끔 있지만. 게다가 그 시기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아픔과 맞물리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일테지. 그 고통에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작가가 우왓,  멋지게도 은유와 상징으로 그려냈다. 역시, 작가는 시인일거야. 치유는 "성장"을 달리 부르는 말이 아닐까. 그리고 성장은 "자아"를 찾기 위해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도 나를 정확히 돌아보고 들여다보는 것임을, 벼랑 끝에 다다라서야 삶과 죽음을 인정하기 시작한 아이의 커다란 울음으로 지켜보게 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역서는 더욱 문장이 쉽고 자연스러워야 할텐데 '오, 좀 하는데' 싶은 번역이다. 글이 쉽고 매끄럽다. 얼마 만에 발견하는 좋은 번역인지. '숨길', '죔쇠'... 잘 쓰지 않는 단어지만 예쁜 우리말을 슬쩍 끼워넣었다. 어떤 단어를 쓸까 고심한 정성스러운 흔적이, 고운 말과 자연스러운 문장이 책 곳곳에 쏙쏙 박혀있다. 번역서 느낌이 별로 안 나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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