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광주에 왔다. 일주일 전 다른 지역에 사는 후배가 김제동토크콘서트 신청서를 페이스북에 올려두어서 그날 콘서트에서 만나자고 하였다. 기관사로 일하는 후배는 철도노조 파업 20여 일째라고 했다. 그녀석 애가 셋인데 "애들은 안 굶기냐?" 그랬더니 "농사짓는 엄마한테 쌀 얻어다 먹어 안 굶고 사네." 그런다. "야, 사람이 밥만 먹고 사냐?" "아직 살 만하네." 나라가 온통 아우성인데 수장이라는 할매는... 하아, 한숨만 나온다. 자기가 누군지, 무얼 해야하는지, 뭔 짓을 하고 다니는지, 나라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게 분명하다.
드디어 토크콘서트 당일, 낮에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노조 집회가 있어서 올 수 없다고, 미안하다고-뭐가 미안하냐고. "선배 한번 볼라 그랬는데 못 보는게 아쉬워서 그러지." 동아리 1년 후배인 이 선수가 만날 도망다녀 잡으러 다니느라 애먹고 싸가지 없는 말만 골라 해대고 내게 회장감이 아니라는 둥 날 무지 갈궈대던 놈인데, 졸업 후엔 그때 그렇게 저 잡으러 다니느라 욕봤다며 고맙다고 했다. 그 이후로 돈독한 사이가 됐다. 동아리 전수 때 "극" 공부하는 과정에(연극워크샵 같은 형식) 수박 뱉는 연기를 실감나게 잘 하던 녀석인데... 그녀석 장가갈 때 축가를 불러줬는데 예식 끝나고 엘리베이터에서 그녀석 처가식구들과 마주쳤다. 그 사람들이 "신랑이랑 무슨 사이예요?" 하핫. "어지간히 속 쎅인 후배예요." 라고 했지만 처음 본 젊은(?) 처자가 축가를, 그것도 민요로 불러준 것에 무언가 다른 의미가 있다 여겼나보다. 남편에게 "나 오해받았어." 하고 자랑(?)했다.
5.18 민주광장에서 치러져서 미리 방석이랑 외투랑 무릎담요를 챙겨갔다. 야구 보러다닐 때마다 갖추고 다니던 것들이라 익숙했다. 아킬레스건 접합 수술한 지 두 달 된 남편이 아직 다리를 절어 차를 먼 데 주차할 수 없어 주최측에 전화해보니 광장이 있는 문화전당 건물 지하에 주차하려면 미리 오라고 했다. 7시 행사에 4시부터 갔는데도 만차여서 자리 날 때까지 잠시 기다려 겨우 주차했다. 사람이 많아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일은 좀처럼 하지 않지만 김제동이니 감내하기로 한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꽤 많이 왔다. 김제동의 이야기를 들으니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세월호 사건 이후 교복입은 아이들이나 입지 않은 10대 아이들만 보면 무조건 잘해주고 싶다고 한다. 내 마음도 쓰인다. 첫 번째 질문한 아이가 김제동의 따뜻한 얘기에 울어서 나도 눈물이 났다. 그 자리에 없었던 시누이에게 이 얘기를 해줬더니 눈시울을 붉힌다. 이야기를 나누는데 방해가 된다 하여 사진도 동영상도 찍지 말자고 미리 약속했다.
김제동이 오자마자 하는 말이, "다들 힘내라고 하시는데 저 괜찮아요." 정말 마음 고생 심하겠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내내 깔깔깔깔 숨 넘어가게 웃었다. 어떻게 질문한 사람들 마저 웃기는지. 김제동이 한 때 사람을 웃겨 죽일 자신이 있었다는데 실감이 난다. 나도 죽을 뻔 했으니. 전에 김제동이 헌법을 잘 알고 있더라는 얘기를 얼핏 들었는데 과연, 헌법 박사다. 사모님 때문에 곤혹을 치른 김제동 때문에 여성 질문자들은 죄다 사모님이 됐다. 김제동 어머니도 '사모님이라 불러주지 그랬냐' 고 그러셨다고. 우리끼리 얘기니까 더 길게 안 해야지. 우리끼리 손도 잡았다. 옆 사람과 손을 잡아보라고 하여 잡았는데 내 옆 사람이 놀라며 웃는다. 내 손이 좀 많이 따듯하다. 쌀쌀한 가을 밤 바깥에서도 뜨거워서... 추운 계절에 사람들 손 녹여주는 게 작은 기쁨이다. 남편은 자기는 마음이 따뜻해서 손이 차갑고 나는 마음이 차가워 따뜻한 거라며 우리 둘이 인연이라는 헛소리를 해댄다. 으유... 기회가 있다면 또 만나고 싶다. 김제동의 말은 밤새 들어도 질리지 않을텐데, 붙잡아 놓고 계속 이야기를 시키는 고문(?)을 가하고 싶어라. 옴마나, 내가 새디스트 였구나. 나도 몰랐던 내 정체성을 확인한다.
[김제동LIVE-광주전라] 친구추가 감사합니다.^^
♥김제동의 어깨동무 토크 '사람이 사람에게'♥
생생한 현장, 울림있는 목소리
오늘밤, 김제동 LIVE에서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참, 김제동이랑 카톡 친구 됐다. 엄밀하게 말하면 '김제동 라이브 광주전라' 친구지만. 내 맘대로 친구 먹을거야. 당첨도 돼서 김제동 책 선물 받았다. 내게 이런 일 잘 일어나지 않는데, 신기해라. 김제동 보러 간다니까 점심 때 만난 친구도, 다음날 같이 뮤지컬 보기로 한 시누이도 제동 오빠한테 안부전하란다. 다들 친한 척이다.
강연이 끝나고 미리 약속했던 대로 김제동에게 불빛으로 인사를 전했다. 다같이 손전화 전등을 켜서 카페에서 파는 음료 뚜껑을 엎어 고무줄로 고정시키고 좌우로 흔들어. 이 허술해 보이는 것이 실제로 보면 예쁘다.
토크콘서트 전날 독서모임에서 같이 가자고 얘기하다가 김제동 얘기가 나와서 선배가 하는 말이, "야, 걔는 사람들 웃기는 앤데 이 정부가 걜 자꾸 투사로 만든다." 김제동이 하고 싶은 말일 거다. 좀머씨처럼 "제발 날 좀 내버려 두시오." 김제동을 만나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