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나는 힘든 일이 생기면 책을 읽고 알아보고 공부하고 문헌을 찾아보라고 배웠다. 정보가 통제력이라고. 비애는 사람이 겪는 고통 가운데 가장보편적인데도, 비애를 다루는 글은 놀라울 정도로적은 듯했다. 일단 C. S. 루이스가 아내를 잃고 쓴 일기형식의 글인 헤아려 본 슬픔이 있다. 소설에서도 이따금 관련 구절을 맞닥뜨리곤 했다. 예를 들면, 토마스 만의 『마의 산』에 헤르만 카스토르프가 아내의 죽음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묘사되어 있다. ‘그는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그는 내면으로 침잠했다. 정신이 멍한 상태에서 사업상의 실수를 저질렀고, 그래서 카스토르프 집안이 대를 이어 경영해 오던 회사가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떠안았다. 그러다 이듬해 봄, 그는 바람이 거세게 부는 부둣가에서 창고를점검하다가 폐렴에 걸리고 말았다. 충격을 받은 심장은 고열을 견디지 못했으며, 하이데킨트 박사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그는 닷새 만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 P60

아직 다시 집중해서 일할 상태는 아니었지만, 집을 정리하거나 해야 할 일을 해치우고 읽지 않은 우편물을 처리할 수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애도의 과정을 시작하게 된 거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전까지는 슬퍼하기만 했을 뿐 애도는 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애는 수동적이었다. 비애는 저절로 생겨났다. 그러나 비애를 다루는 행위인 애도는 주의를 집중해야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마땅히 주의를 기 - P192

울여야 할 것에 관심을 끊거나 생각을 몰아내고 하루하루의 위기를 버텨낼 아드레날린을 새로 끌어 올려야만 할 시급한 이유가 있었다. 한 계절 동안 내가 제대로 들은 유일한 말은 녹음된 음성이었다. "U-C-L-A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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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ㅣ 문지 에크리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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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러번 읽은 수상 연설문과 몇 편의 시, 한강 작가의 자그마한 정원 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고 고요한 집의 정원, 빛이 잘 들지 않는 북향 벽에 만든 정원의 식물들에게 거울로 빛을 모아준다니 작은 마당의 정경을 상상만 해도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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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8-11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읽으면 한강작가님 정말 다정하실거 같은데 소설은 다 어둡다는게 신기합니다 ~!!

햇살과함께 2025-08-12 18:06   좋아요 0 | URL
다정하기에 어두운 것 아닐까요. 다정하지 못한 사람은 세상의 어둠에 관심이 없을 것 같아요~
한강 작가님의 다정함을 느껴보세요!
 
파과 (리커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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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과 킬러라니. 그 간극이 직업인으로서의 킬러를 생명이 있는 존재가 되게 한다. 쇠락함에도 살아낼 힘을 가지게 한다.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은 이제서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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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궁금했습니다. 우리는 왜 태어났는지. 왜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지. 그것들은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졌고, 지금도 던지고 있는 질문들입니다. 우리가 이 세계에서 잠시 머무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 세계에서 우리가 끝끝내 인간으로 남는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에 우리의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이 행성에 깃들인 사람들과 생명체들의 일인칭을 끈질기게 상상하는, 끝끝내 우리를 연결하는 언어를 다루는 문학에는 필연적으로 체온이 깃들어 있습니다. - P34

남쪽으로 비치는 햇빛을 주는 거예요. 거울로 반사시켜서.

그렇게 내 정원에는 빛이 있다.

그 빛을 먹고 자라는 나무들이 있다.
잎들이 투명하게 반짝이고 꽃들이 서서히 열린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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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기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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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기에 담긴 큰 사건. 감히, 감히. 아직 끝나지 않은 그 사건, 그 날의 담대했던 사람들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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