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나는 힘든 일이 생기면 책을 읽고 알아보고 공부하고 문헌을 찾아보라고 배웠다. 정보가 통제력이라고. 비애는 사람이 겪는 고통 가운데 가장보편적인데도, 비애를 다루는 글은 놀라울 정도로적은 듯했다. 일단 C. S. 루이스가 아내를 잃고 쓴 일기형식의 글인 헤아려 본 슬픔이 있다. 소설에서도 이따금 관련 구절을 맞닥뜨리곤 했다. 예를 들면, 토마스 만의 『마의 산』에 헤르만 카스토르프가 아내의 죽음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묘사되어 있다. ‘그는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그는 내면으로 침잠했다. 정신이 멍한 상태에서 사업상의 실수를 저질렀고, 그래서 카스토르프 집안이 대를 이어 경영해 오던 회사가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떠안았다. 그러다 이듬해 봄, 그는 바람이 거세게 부는 부둣가에서 창고를점검하다가 폐렴에 걸리고 말았다. 충격을 받은 심장은 고열을 견디지 못했으며, 하이데킨트 박사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그는 닷새 만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 P60
아직 다시 집중해서 일할 상태는 아니었지만, 집을 정리하거나 해야 할 일을 해치우고 읽지 않은 우편물을 처리할 수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애도의 과정을 시작하게 된 거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전까지는 슬퍼하기만 했을 뿐 애도는 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애는 수동적이었다. 비애는 저절로 생겨났다. 그러나 비애를 다루는 행위인 애도는 주의를 집중해야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마땅히 주의를 기 - P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