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품은 야망에는 반드시 비극적 결함이 따라붙는다.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의 몰락을 가져오는 데 이끌리고야 마는, 깊숙이분열된 동물들이다. 프로이트: "살아 있는 것은 다시 죽기를 바란다. 그들에게는 삶 충동이 있지만, 죽음 충동도 있다." (‘그들‘이라고말했음을 주지하라.) 쿤데라: "누구든 ‘더 높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은 언젠가 현기증을 겪게 된다. 현기증이란 무엇일까. 추락을 두려워하는 마음? 아니다. 현기증은 추락을 두려워하는 마음과는 다르다. 그것은 우리 발밑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꾀는 공허의 목소리다. 그것은 추락하고자 하는 욕망이고, 우리는 그 욕망에 대해 겁이 나서 스스로를 보호한다." - P93

나는 문학이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길 바라지만, 그 무엇도 인간의외로움을 달랠 수 없다. 문학은 이 사실에 대해서 거짓말하지 않는다. 바로 그 때문에 문학은 필요하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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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른다. 왜 거리를 두는
것에 이렇게 익숙한지, 왜 모든 것이 멀게만 느
껴지는지, 왜 삶이 뜬소문처럼 느껴지는지." - P10

"글을 쓰는 방법은 화살이 바닥났을 때 자기 몸
을 과녁에 던지는 것이다." _에머슨 - P18

"문학의 유효한 주제는 하나뿐이다. 인생이 당
신을 실망시킬 것이라는 사실." _ 로리 무어 - P53

월터와 릴라의 사랑은 그녀가 죽음을 목전에 두었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불가능하기도 하고 가능하기도 하다. 오래된 연인이 겪기 마련인 실현 불가능성은 이 커플에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른사람들 대부분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그러니까 우리가 마침내 서로지겨워졌는데도 여전히 붙어 있을 때는, 죽음이라는 미래가 너무나도 먼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가 닿을 수 없는 새로운 꿈이 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계속 살았다면 어땠을까? 열네 살이라는 무르익은 나이인 그들은 머지않아 누가 식기 세척기에서 그릇을 꺼낼차례인지를 두고 입씨름을 벌였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남녀가 밤새 껴안고 있었다고 암시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럴 수 없다. 우리는 몸을 떼고, 돌아눕게 마련이...... - P73

우리는 다들 너무도 두렵다. 우리는 다들 너무도 외롭다. 우리는 다들 외부에서 우리의 존재 가치를 장담해주는 무언가가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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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붉은 앵무새가 나는 하늘


단풍나무 아래 붉은 앵무새를 묻었다
아들아 언제 오니?
엄마 나 바빠요..
엄마가 키우던 앵무새가 죽고
이틀이 지나 내려간 고향,
새장에서 죽은 앵무새를 꺼냈다

담장 너머 이웃 아주머니가
오랜만에 와서 웬 흙을 파냐고 물었다
며칠 전부터 물을 줘도 먹지를 않더라니…
엄마 죽은 새를 이렇게 그냥 두면 어떡해요?
아무 말도 안해서 죽은 줄도 몰랐지…

얼른 서울에 가야지
바쁜데 오게 해서 미안하다
가을이면
단풍나무 잎사귀는 앵무새 붉은 깃털 - P150

수천수만 갈래로 뿌려진 깃털이
밤마다 빌라 창밖에서 펄럭였다

아들아 언제 오니?
엄마 나 바빠요…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는 날마다,
비 오는 날마다 앵무새가 울기 시작했다

수천수만의 구름들이 하늘을 지나갔을까
밤중에 옆집 아줌마 전화를 받고
고향 집으로 내려갔다
액셀을 밟으며 와이퍼가 뛰어다닐 때
아줌마가 말했다
며칠 전부터 엄마가 물을 줘도 먹지를 않더라구…

아들아 언제 오니?
엄마 나 바빠요...
하늘에서 수천 마리 앵무새들이 자동차를 따라오며 울었다 - P151

김성규

어린이날


나이가 어릴수록
엄마가 없으면 슬프고
나이가 늙을수록
엄마가 없으면 외롭다 - P152

손화철

오늘날 애플리케이션뿐 아니라 모든 재화, 서비스, 자금이 온라인 시장에서 거래된다. 과일장사로 성공하는 이야기는 점점 더 듣기 어려워질 것이다. 재화와 서비스를 실제로 거래하는 것보다 그 거래가 일어나는 플랫폼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앱 없이는 배달을 할 수도받을 수도 없는 세상이 기술봉건주의 사회다. 구글과 애플이 영주라면, 일반 기업이나 개발자들은 영주에게 속한 가신이고, 소비자는 영토에매여 있는 농노다. 농노와 가신에게 주어지는 ‘자유‘란 정해진 틀 안에서의 자유다. 상거래는 계속해서 이루어지지만, 꾸준하게 부와 권력을축적하는 것은 영주뿐이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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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8월 마지막이구나. 8월 책 구매 올리는 것도 잊어버렸네.

<어떤 동사의 멸종> 한승태 작가는 <고기로 태어나서> 읽고 이 작가는 챙겨봐야겠다 했는데 작년에 이 책 나와서 읽어야지 하다가 이제서야 구매했다. 노동 에세이 3부작 중 1권 <인간의 조건>은 <퀴닝>이란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네.

<다다와 초현실주의>와 <이슬람 미술>은 옆지기 구매 요청으로 주문했다. 품절 제외 이 시리즈 다 모으고 있다. 심지어 <이슬람 미술>은 여동생 선물 주고 한 권 더 구매한 것.

8월이 끝나가지만 무더위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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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생각했다. 어쩌면 모든 예술의 뿌리는, 또한 어쩌면 모든 정신의 뿌리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덧없이 사라져가는 것 앞에서 몸서리를 치며, 꽃이 시들고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노라면 슬픔에 빠지는 것이다. 그럴 때면 우리 자신의 가슴속에서도 우리 역시 덧없이 스러져갈 것이며 조만간 시들 것이라는 확신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예술가로서 어떤 형상을 창조하거나 사상가로서 어떤 법칙을 탐구하고 생각을 정리할 때면 우리는 그 무엇인가를 거대한 죽음의 무도(舞蹈)로부터 구해 내려고 애쓴다. 우리 자신보다도 더 오래 지속될 무엇인가를 세우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명인이 창조한 아름다운 마돈나 상의 실제 모델이 되었던 여성은 아마도 벌써 시들었거나 죽었을 것이며, 예술가 자신도 조만간 죽음을 맞을 것이다. 그러면 그의 집에는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 살게 될 것이고, 그가 앉던 식탁에는 다른사람들이 앉아 식사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그대로 남을 것이며, 조용한 수도원 예배당 안에서 - P245

그 예술 작품은 몇백 년 혹은 그보다 훨씬 오래도록 남아서 언제나 꽃처럼 아름답고도 슬퍼 보이는 똑같은 그 입으로 미소짓고 있을 것이다. - P246

방랑 생활의 천진함과 모성적(母性的)근원, 법칙과 정신으로부터의 일탈, 그리고 자기 자신을 버리고 늘 은밀하 - P300

게 죽음에 가까워지려는 방랑 생활의 속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골드문트의 영혼을 깊숙이 사로잡고 또 각인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내면에 정신과 의지가 살아있었고 또 그가 예술가라는 사실은 그의 삶을 풍요롭고도고단하게 만들었다. 사실 모든 생명은 분열과 모순을 통해풍요로워지고 꽃을 피우는 것이다. 도취의 상태를 알지 못한다면 이성과 냉철함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그 뒤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지 않다면 관능적 욕망이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성간의 영원한 대립이 없다면 사랑이란 또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여름이 가고 또 가을이 저물었다. 그러고서 골드문트는궁색한 몇 달을 간신히 넘겼으며,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봄철에는 황홀경에 빠져 사방을 떠돌아다녔다. 계절은 너무나 빨리 흘러갔고, 언제나 그랬듯이 여름날의 높은 태양은 너무나 빨리 떨어졌다. - P301

「질문을 하니까 좋군. 하지만 상상을 하지 않고도 사고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네. 사고는 상상과는 조금도 상관이 없어. 사고는 형상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개념과 정의를 통해 이뤄지지. 형상이 작용하지 않는 바로 그곳에서부터 철학이 시작되지. 우리가 생도 시절에 그토록자주 다투었던 것도 바로 이 문제였지. 자네한테는 세상이형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나한테는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었지. 나는 자네가 사상가로는 쓸모가 없다고 늘상 말했었지. 그리고 그것은 결점이 아니라는 말도 했네. 자네는 그대신 형상의 영역에는 능통했으니까. 이 문제를 자네한테명확하게 밝혀줄 테니까 잘 들어보게. 그때 자네가 세속의세계로 달아나지 않고 학자가 되었더라면 아마 불행해졌을수도 있어. 그랬더라면 자네는 신비주의자가 되었을 테니까. 신비주의자란, 다소 거칠게 요점만 말하자면, 상상의세계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사상가라 할 수 있지. 그러니까 도대체 사상가는 아닌 셈이지. 그들은 불행한 예술가들이야. 시를 못 짓는 시인, 붓이 없는 화가, 음을 터득하지못한 음악가인 셈이지. 그들 중에는 대단히 재능 있고 고귀한 정신의 소유자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은 예외 없이모두가 불행한 사람들이라네. 자네는 바로 그런 사람이 될수도 있었던 거야. 그런데 천만다행으로 자네는 예술가가되어 형상의 세계를 터득한 것이지. 사상가가 되었다면 불 - P426

완전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겠지만, 형상의 세계에서는자네가 창조자요 주인이 될 수 있네」골드문트가 말했다. 「나는 상상이 없이 사고하는 자네의그 사고의 세계를 영영 이해하지 못할까 두렵네」 - P427

「잘 모르겠는걸. 하지만 인생을 사는 문제에 대범하고절망을 물리치는 일은 그래도 자네 같은 사상가나 신학자들이 더 잘 해낼 것 같군. 여보게, 내가 오래전부터 자네를 부러워하는 것은 자네의 학식 때문이 아니라 평정한 마음 때문일세. 자네의 초연함과 평화가 부럽네」
「나를 부러워할 필요 없어, 골드문트. 자네가 생각하는그런 평화란 존재하지 않아. 물론 평화가 있긴 하지만, 우리의 마음속에 늘 깃들여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그런평화란 존재하지 않는 법일세.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평화는 잠시도 마음을 늦추지 않고 끊임없이 싸워서 얻어지는 평화, 나날이 새롭게 쟁취해야만 하는 그런 평화뿐일세. 그런데 자네는 내가 그렇게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지. 공부할 때 싸우는 모습도, 기도실에서 싸우는 모습도본 적이 없어. 자네가 나의 그런 모습을 보지 않은 것은좋아. 자네는 그저 내가 자네보다 기분에 덜 좌우된다는것만 보고서 평화롭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하지만 그렇게보이는 모습도 실은 싸움과 희생을 통해 얻어지는 걸세. 인생을 제대로 사는 사람이라면 다 마찬가지겠지. 자네의경우도 그래」 -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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