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6, 529 -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노동자의 죽음
노동건강연대 기획, 이현 정리 / 온다프레스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에 나오는 억울한 죽음 중에 압도적인 사고가 추락사다. 너무도 반복적으로, 비슷한 작업 상황에서 추락으로 죽는다. 기본적인 안전장치 만으로도 회피가능한 죽음이다. 이 나라에서 노동자를 취급하는 현실에 분개하며, 먹먹한 마음으로 천천히 애도하며 읽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2-03-20 0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0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획관은 구의역에서 컵라면도 못 먹고 죽은 아이가 가슴 아프지도 않은가. 사회가 안 변하면 내 자식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거다. 그게 내 자식이라고 생각해봐라." 그는 어떻게 "그게 자기 자식처럼 생각이 되나"라고 되물으며,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라고 잘라말했다. 세상에는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은 구의역의 수리공을 진실로 제 자식처럼 여기는 사람도 많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위선자가 아닌지 자문하는 사람도 많고,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많고, 비록 위선적일지라도 그 생각을 마음에 새기려고 애쓰는 사람도 많다. 그 많은 사람은 제 생각을 버선목처럼 까 보일 수 없다. 그 사람들과 나향욱들은 끝내 만날 수 없다. 그것이 충격적이다. 거기에는 견해의 차이가 아니라 상상력의 차이가 있다. - P177

구의역의 젊은 수리공을 제 자식처럼 여기거나 여기려 한 사람들과 나향욱들의 차이는 위선자와 정직한 자의 차이가 아니다. 그것은 어떤 종류의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과 갖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이며, 슬퍼할 줄도 기뻐할 줄도 아는 사람들과 가장 작은 감정까지 간접화된 사람들의 차이이다. 사이코패스를 다른 말로 정의할 수 있을까. - P1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화, 홍련>을 두고 김지운 감독은 현대인의 죄의식을 거론했는데 그보다 지승호와의 인터뷰집 『감독, 열정을 말하다』에서 밝힌 의도가 와닿았다. "저는 자신의 어떤 문제를 본 인간이 그 문제를 외면하고 도망치다가 결국 자기 문제를 바로 쳐다보게 되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것에 가장 적합한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의 방식을 제 나름대로 선택한 거죠." - P182

메마른 부성으로 결핍을 안고 갈증을 다독여야 하는 수미와 달리 책임과 윤리를 다하지 않고 가족 구성원의 연약한 정서를 회피하는 아버지는 죄의식을 먼지만큼도 느끼지 않는다. 가장 무서운 존재는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가족, 즉 병든 조강지처와 몸과 마음이 덜 자란 두딸의 심정에 무감각한 심장을 지닌 아버지였다. 확장한 비유로서 아버지 배무현은 우리 시대 만연한 무능, 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력자에 가깝다. 이런 태도가 문제의 화근이었고 세상에 일어나는 끔찍한 일들의 시발점이다. - P184

진실은 대개 사실 뒤에 숨어 있어 그냥 보아선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진실을 쳐다보기 민망해도 그것을 찾아서 바라볼 때통 속에서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한 가닥 희망을 느낄 것이다. 허방다리라도 또 한 번 딛고 일어나 살아 보려는 의지, 그런 게 메구미와 류헤이의 잔뜩 굳은 표정에 절실하다. - P19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칼 세이건의 꿈의 지도에서 출발한 코스모스의 대단원~!

인류 문명은 지금으로부터 약 1만 1650년 전, 우주력으로는 마지막 30초가 펼쳐질 무렵에 시작되었던 온화한 간빙기, 즉 홀로세(Holocene, 충적세)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를 연구하는 지질학자들은 대체로 쉽게 흥분하는 사람들로는 보이지 않지만, 지질학자들은 여러 증거를 살펴본 뒤 우리가 사는 시대에 인류가 지구에 미친 영향을 더 잘 반영하는 이름을 새로이 붙이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우리 시대를 ‘인류세‘라고 불러야 한다고 본다. 그리스 어로 ‘인간‘을 뜻하는 anthropos에 ‘최근‘을 뜻하는 cene을 합한 이 단어는 인류가 자연 환경과 그 속의 생명체들에게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이름이다. - P399

과학 활동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 누군가 어떤 문제를 풀려고 나섰다가 그것과는 전혀 다른, 예상치 못했던 현상을 우연히 만나는 식으로. - P407

한편 지금 우리는 땅에 축적되는 데 수억 년이 걸렸던 탄소를 수십 년 만에 끌어내어 대기로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고 있다. 1967년에 두 과학자는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만약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지구가 어떻게 변할지 말해 주었고, 그들의 예언은 정확히 그대로 실현되었다. 과학은 우리에게 미래의 재앙을 내다보는 능력을 선물해 주었다. 그것은과거에는 신들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었다. 하지만 롤런드가 한탄했듯이, "우리가 예측력을 발휘하는 과학을 개발하더라도, 결국 손 놓고 앉아서 그 예측이 현실로 실현되길 기다리기만 할 거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대부분의 사람은 산호와 청개구리의 운명에는 마음이 그다지 움직이지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의 미래, 당신의 삶, 당신 자녀들의 삶이라면? - P414

유토피아가 없는 세계 지도는 쳐다볼 가치조차 없다.
인류가 늘 착륙하고자 하는 바로 그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류는 일단 그곳에 착륙하면, 주위를 둘러보고,
더 나은 나라를 발견하면, 그곳을 향해 다시 출항할 것이다.

-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사회주의에서 인간의 영혼(The Soul of Man under Socialism)」에서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해.

-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904년 1월 27일
오스카르 폴라크(Oskar Pollak)에게 보낸 편지에서 - P417

내가 그 세계에서 보낸 20년 동안 배웠던 희망은 그로부터 20년이 더 흐른 지금도 내가 하는 모든 일에 깃들어 있다. 이 책은 1장부터 그 희망의 이야기다. 인류가 종으로서 당시에는 한낱 추상에 지나지 않았을 미래를 위해 농업을 발명한 이야기다. 아소카의 삶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이 지닌 최악의 특성도 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생명이 그 끈기로써 환경이 가하는 언뜻 불가능해 - P424

보이는 고난들을 다 이겨 낸 이야기다. 바빌로프와 동료들이 그랬던 것처럼, 인류는 후손들에게 살기 좋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서 힘겨운 고난을 견딜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과학의 렌즈를 써서 우리의 참모습을 용감하게 직시했던 이야기다. 우리가 과학 덕분에 스스로 우주의 중심이고 싶어 했던유치한 희망을 떨어낸 이야기, 수조 개의 다른 세계 중 하나에 불과한 창백한 푸른 점 위의 존재라는 참모습을 받아들임으로써 오히려 강해진 이야기다. 우리가 착취하고 고문했던 다른 생명체들에게도 의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이야기다. 우리가 길었던 우주적 격리 기간을 마침내 끝내고 우주의 망망대해로 진출하기 시작한 이야기다. 과학이 우리에게 그릇되었지만 안심되는 설명으로 비약하지 않고도 자연의 신비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이야기다. 과학이 우리에게 서식지에 닥칠 위험을 일찌감치 예견하도록 해 준 이야기, 그럼으로써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서 먼 미래에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도록 해 준 이야기다. 과학이 우리에게 인류를 보호할 예언력을 부여해 준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더없이 소박한 환경에서 자랐으며 아직 그 무엇도 행성의 중력을 벗어나서 우주로 나간 적 없는 행성에서 살았던 한 아이가 성간 비행이 펼쳐지는 미래를 꿈꾸며 자라서 마침내 제 행성에서 이뤄진 최초의 별 탐사 사업에 기여하는 이야기다. - P425

아인슈타인이 1939년 세계 박람회 개막식에서 했던 말이 머릿속에 메아리친다. "과학이 예술처럼 그 사명을 진실하고 온전하게 수행하려면, 대중이 과학의 성취를 그 표면적 내용뿐 아니라 더 깊은 의미까지도 이해해야 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아인슈타인이 말했던 더 깊은 의미란 아마 다음과 같은내용일 것이다.
우리 우주는 약 140억 년 전 물질, 에너지, 시간, 공간이 갑자기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때 어둠은 차가웠고, 빛은 뜨거웠으며, 그 양극단이 결합함으로써 물질에 형태와 구조가 생겼다. 우리 태양보다 수백 배 더 무거운 별들이 생겨났다. 그 별들은 폭발하면서 이후 생겨날 세계들에 산소와 탄소를 공급해 주었고, 금과 은으로 장식해 주었다. 죽은 별들은 어둠이 되었고, 그 어둠의 무게는 빛을 비끄러매는 닻이었다. 그리고 그 별들의 수의에서 새 별들이 - P442

태어났다. 별들은 함께 어울려 춤추기 시작했고, 그러자 은하들이 생겨났다.
은하는 별을 낳았다. 별은 행성을 낳았다. 그 행성 중 최소한 하나에서,
뜨겁게 녹은 심장의 열기가 솟구쳐 나와서 물을 데웠다. 그러자 먼 별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렸던 물질이 생명을 얻어 살아났고, 별의 물질로 만들어진 생명은 결국 의식을 얻어 깨어났다.
그 생명은 땅에 의해 조각되었고, 살아 있는 다른 것들과의 싸움을 통해조각되었다.
그리하여 커다란 나무가, 많은 가지를 길러낸 나무가 자랐다. 하마터면여섯 번이나 쓰러질 뻔했지만, 여전히 용케 자라고 있다. 우리는 그 나무의 작은 한 가지일 뿐이고, 나무 없이는 우리도 살 수 없다.
우리는 서서히 자연의 책을 읽는 법을, 자연의 법칙을 배우는 법을, 나무를 보살피는 법을 익혔다. 우리가 코스모스라는 망망대해에서 언제,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는 법을 익혔다. 그리고 코스모스가 스스로를 이해하는 수단이, 별로 돌아가는 길이 되었다. - P4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잘 알지 못했던 천문학자라는 세계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천문학이라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주류에서 먼 학문 분야에서, 대학교수가 아닌 비정규직 연구원이자 시간강사로, 비주류인 여성으로, 더더욱 비주류인 맞벌이 직장맘으로,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 같은 경제적(?) 관점을 우선시하는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 어렵고도 지난한 과정의 박사까지 하고도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지 못하고 연구비를 따내기 위해 2~3년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확보하지 못하면 고용이 불안정한 세계에서 살아가다니우주라는 넓은 세계를 관찰하고 분석하다 보면, 이런 지구라는 좁은 세계에서 아등바등하며 살아가는데 좀 의연해지는 것인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천문학과 관련된 우수한 기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만원권 지폐 뒷면에 있는 세종 시대의 천문 관측기기 혼천의와 보현산 천문대 망원경, 그리고 그 뒷배경으로 그려진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우리나라 밤 하늘의 별자리 지도. 무려 천문학과 관련된 항목이 3개나 들어가 있다. 혼천의만 알고 있었는데, 우리나라가 이렇게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나? 몇 년 전에 영천에 있는 보현산 천문과학관을 들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왜 이런 외진 시골에 천문과학관이 있는지 의아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보현산 천문대가 우리나라에서 주요한 천문관측기관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린왕자를 읽다가 직업병 발동한 이야기. 어린왕자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인 해지는 광경을 마흔 네 번이나 보았던 어린왕자의 이야기와 관련하여 의자를 몇 발짝 뒤로 물려놓는이라는 문장의 천문학의 관점에서 오류를 지적한다. 문학의 감동이 깨지는 순간^^ 결론적으로 계속 노을을 보기 위해서는 의자를 앞으로 당겨 앉아야 한다는 것. 영어 원문에서는 의자를 당겨라고만 되어 있지 방향에 대해서는 언급이 되어 있지 않다. 국내 번역본은 책마다 다른 것 같다. 내가 가진 번역본은 의자를 조금 끌어당겨 앉으면이라고 되어 있다. 어린왕자 얘기에서 갑자기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설명하면서 나의 머리는 멍해졌다


그렇지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한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못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는 왠지 모를 안도감도 들었다^^. 나는 한번 다 읽었다! 물론 글자를 다 읽었을 뿐이고.


보이저 1호가 태양계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더 먼 우주로 나아가기 전 고개를 돌려 마지막으로 창백한 푸른 점지구를 찍은 감동적인 이야기. 지금 읽고 있는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에도 이 장면이 한 편의 아름다운 드라마처럼 언급되어 살짝 눈시울이 붉어졌던 기억. , 과학책 읽으면서도 눈물이 날 수 있다니! 너무 좋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관심 가지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소연이라는 -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비난받았을 - 한 개인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운 국가와 국민들. 여성과학자로서, 비난을 감수하고 작성하고 쓴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인공위성 이외에는 아직 행성 탐사선을 보내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도 행성과학자로 천문학을 연구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나라에서 행성 탐사선이 찍은 관측자료들을 전세계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도록 개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학계 너무 멋진 것 같다. 자기나라 세금과 노력을 들여 나온 관측자료를 전세계 누구나 연구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고, 그 관측자료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도록 독려하는 세계. 우리는 모두 지구인이라는 마음인 것 같다.


저자의 소망처럼 우리나라도 한국형 달 탐사선을 보내어 우리의 관측자료를 전세계에 나눌 수 있을 날을 함께 기원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2-03-19 2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별 볼일 없이 컴 모니터만 본다는거에 좀 놀랐어요. 천문학자는 뭔가 낭만적일거 같았거든요. 막 산을 타고 정상의 찬문대에서 뱔을 보고 ㅎㅎㅎ

햇살과함께 2022-03-19 22:01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요즘은 어느 분야든 컴퓨터만 있으면 된다는 걸 새삼 느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