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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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 못했던 천문학자라는 세계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천문학이라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주류에서 먼 학문 분야에서, 대학교수가 아닌 비정규직 연구원이자 시간강사로, 비주류인 여성으로, 더더욱 비주류인 맞벌이 직장맘으로,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 같은 경제적(?) 관점을 우선시하는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 어렵고도 지난한 과정의 박사까지 하고도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지 못하고 연구비를 따내기 위해 2~3년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확보하지 못하면 고용이 불안정한 세계에서 살아가다니우주라는 넓은 세계를 관찰하고 분석하다 보면, 이런 지구라는 좁은 세계에서 아등바등하며 살아가는데 좀 의연해지는 것인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천문학과 관련된 우수한 기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만원권 지폐 뒷면에 있는 세종 시대의 천문 관측기기 혼천의와 보현산 천문대 망원경, 그리고 그 뒷배경으로 그려진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우리나라 밤 하늘의 별자리 지도. 무려 천문학과 관련된 항목이 3개나 들어가 있다. 혼천의만 알고 있었는데, 우리나라가 이렇게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나? 몇 년 전에 영천에 있는 보현산 천문과학관을 들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왜 이런 외진 시골에 천문과학관이 있는지 의아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보현산 천문대가 우리나라에서 주요한 천문관측기관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린왕자를 읽다가 직업병 발동한 이야기. 어린왕자에서 내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인 해지는 광경을 마흔 네 번이나 보았던 어린왕자의 이야기와 관련하여 의자를 몇 발짝 뒤로 물려놓는이라는 문장의 천문학의 관점에서 오류를 지적한다. 문학의 감동이 깨지는 순간^^ 결론적으로 계속 노을을 보기 위해서는 의자를 앞으로 당겨 앉아야 한다는 것. 영어 원문에서는 의자를 당겨라고만 되어 있지 방향에 대해서는 언급이 되어 있지 않다. 국내 번역본은 책마다 다른 것 같다. 내가 가진 번역본은 의자를 조금 끌어당겨 앉으면이라고 되어 있다. 어린왕자 얘기에서 갑자기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설명하면서 나의 머리는 멍해졌다


그렇지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한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못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는 왠지 모를 안도감도 들었다^^. 나는 한번 다 읽었다! 물론 글자를 다 읽었을 뿐이고.


보이저 1호가 태양계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더 먼 우주로 나아가기 전 고개를 돌려 마지막으로 창백한 푸른 점지구를 찍은 감동적인 이야기. 지금 읽고 있는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에도 이 장면이 한 편의 아름다운 드라마처럼 언급되어 살짝 눈시울이 붉어졌던 기억. , 과학책 읽으면서도 눈물이 날 수 있다니! 너무 좋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관심 가지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소연이라는 -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비난받았을 - 한 개인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운 국가와 국민들. 여성과학자로서, 비난을 감수하고 작성하고 쓴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인공위성 이외에는 아직 행성 탐사선을 보내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도 행성과학자로 천문학을 연구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나라에서 행성 탐사선이 찍은 관측자료들을 전세계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도록 개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학계 너무 멋진 것 같다. 자기나라 세금과 노력을 들여 나온 관측자료를 전세계 누구나 연구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고, 그 관측자료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도록 독려하는 세계. 우리는 모두 지구인이라는 마음인 것 같다.


저자의 소망처럼 우리나라도 한국형 달 탐사선을 보내어 우리의 관측자료를 전세계에 나눌 수 있을 날을 함께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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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19 2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별 볼일 없이 컴 모니터만 본다는거에 좀 놀랐어요. 천문학자는 뭔가 낭만적일거 같았거든요. 막 산을 타고 정상의 찬문대에서 뱔을 보고 ㅎㅎㅎ

햇살과함께 2022-03-19 22:01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요즘은 어느 분야든 컴퓨터만 있으면 된다는 걸 새삼 느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