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홍련>을 두고 김지운 감독은 현대인의 죄의식을 거론했는데 그보다 지승호와의 인터뷰집 『감독, 열정을 말하다』에서 밝힌 의도가 와닿았다. "저는 자신의 어떤 문제를 본 인간이 그 문제를 외면하고 도망치다가 결국 자기 문제를 바로 쳐다보게 되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것에 가장 적합한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의 방식을 제 나름대로 선택한 거죠." - P182

메마른 부성으로 결핍을 안고 갈증을 다독여야 하는 수미와 달리 책임과 윤리를 다하지 않고 가족 구성원의 연약한 정서를 회피하는 아버지는 죄의식을 먼지만큼도 느끼지 않는다. 가장 무서운 존재는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가족, 즉 병든 조강지처와 몸과 마음이 덜 자란 두딸의 심정에 무감각한 심장을 지닌 아버지였다. 확장한 비유로서 아버지 배무현은 우리 시대 만연한 무능, 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력자에 가깝다. 이런 태도가 문제의 화근이었고 세상에 일어나는 끔찍한 일들의 시발점이다. - P184

진실은 대개 사실 뒤에 숨어 있어 그냥 보아선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진실을 쳐다보기 민망해도 그것을 찾아서 바라볼 때통 속에서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한 가닥 희망을 느낄 것이다. 허방다리라도 또 한 번 딛고 일어나 살아 보려는 의지, 그런 게 메구미와 류헤이의 잔뜩 굳은 표정에 절실하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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