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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 - 수필가 배혜경이 영화와 함께한 금쪽같은 시간
배혜경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1월
평점 :
프레이야님의 영화에 대한 애정이 물씬 풍기는 영화 에세이. 봤던 영화도
다시 보고 싶게 만들고, 아직 보지 못한 영화도 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추억을 소환하는 책이다. ‘타인의 삶’이라는 영화와 관련하여 타자기를 추억함에 대한 글은, 특히, 잊고 있던 타자기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켰다. 언니가 상업고등학교를 다녀서 방학 때마다 타자기를 한 달 씩 대여해 왔었는데, 타자기에
전혀 관심 없던 언니와 달리, 타자기 ‘장난감’이 너무 신기해서 가지고 놀던 기억이 난다. 책을 꺼내 좋아하는 시나 소설 문장들을 타자기로
쳐 보는 게 너무 재밌었다. 글자가 종이에 찍히는 소리, 종이를 한 줄 넘기는 소리, 좌우에서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는 글자 다리(?)의 움직임, 자판의
뻑뻑한 촉감도. 타이프체를 좋아하신다니 제목과 소제목의 타이프체가 새삼 다시 보인다. 타자기로 친 불균형한 글자와 불균질한 먹의 번짐을 나도 좋아한다.
영화관에 대한 추억도 떠오른다. 20대 때 즐겨 가던 종로의 서울극장, 단성사, 피카디리극장 등등(이제 이름도 가물가물...). 특히나
좋아했던 대학로 동숭시네마텍. 좋은 영화 많이 봤었는데. 그리고
중구에 살 때 자주 갔던 충무로 대한극장. 찾아보니 여긴 아직 운영 중인 것 같네.
이 책을 덮고 나니 어찌 영화가 보고 싶지 않을 수 있나. 어찌 극장을
가지 않을 수 있나. 요즘 개봉 영화에 통 관심을 못 가져서 – 가장
최근에 극장에서 본 영화가 무려 작년 8월에 본 ‘크루엘라’! - 이동진 평론가님 블로그에서 별점 좀 찾아보고 급하게 검색하여 ‘코다’를 볼까 ‘고양이들의 아파트’를
볼까 ‘스펜서’를 볼까 하다 시간대가 가장 맞는 ‘스펜서’를 보았다. 크리스틴
언니 연기가 너무 좋다. 토요일 밤 11시 30분에 영화가 끝나고 걸어서 집까지 오는 길이 바람도 따뜻하고 너무 충만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