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여기에서
실키 지음 / 현암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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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대학을 다니고, 프랑스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실키 작가의 삶의 단편들. 이방인으로서 ‘마이너 필링스’와도 겹치는 감정들. 특히, 코로나 이후 락다운 상황에서 더욱 커진 아시아인 혐오 상황들. 그럼에도, 여기에서, 계속, 살아가게 하는 실키 작가의 끈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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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4-27 2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었군요!ㅎㅎ
장바구니 속으로 ~@@@

햇살과함께 2022-04-27 22:09   좋아요 2 | URL
도서관 신간코너에 있길래 빌려왔는데 이 작가님의 다른 책도 찾아보려고요~

그레이스 2022-04-28 00: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재밌게 읽었어요
시리즈로 !
위트있고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아요
하하하이고, 나 안괜찮아

햇살과함께 2022-04-27 23:29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다 읽으셨군요~
저도 그 두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제목이 벌써 공감^^
 

"너 그거 아냐? 남편이라는 건 존재가 아니라 자리야. 그 자리에서 밀려나면 반려견보다도 더 못한 취급을 받지. 현실에선 절대로 존재가 본질을 앞서지 않아. 사르트르는 평범한 결혼생활을 안 해봐서 몰랐을 거야." - P222

이제 더 이상 아들을 괴롭히는 짓은 하지 않았다. 한때 그녀는 가정통신문 빈칸에 아들의 장래희망을 ‘의사‘라고 적기도 했었다. 크고 반듯하게 ‘의사’라고 쓰면서 그녀는 마치 그 꿈이 이루어진 것처럼 뿌듯해했었다. 가운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펜 대신 칼을 쥐고, 아들의 얼굴은 점점 제 아비를 닮아갔다. 그녀는 아들이 늙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런 것을 알아채는 것만큼 슬픈 일도 없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했고 그녀는 그렇게 했다. 더 이상 기대를 갖지 않았다. 시간이 그들 모자의 얼굴 위로 공평하게 흐른다는 것을 이젠 인정했다. 아들은 자라나는 새싹도 될 성싶은 푸릇한 묘목도 아니었다. 다 컸다. 커버렸다. 반올림을 하면 마흔이다.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 김밥을 말았다. 손님들은 여전히 그녀의 김밥을 찾아왔다. 그거면 족하지. 그런데 내 아들은 누가찾아와줄꼬, 그녀가 인생에 관해 아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누군가 끊임없이 찾아와주지 않으면 생계가 상당히 곤란해지고 만다는 사실이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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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한바탕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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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존 케이지 어머니는 촌철살인 멘트를 날린다!

"모른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왜 계속 그렇게 하세요?"
"네가 틀렸으니까 그렇지. 틀린 게 확실하니까. 근데 그냥 모른 척 넘어가?"
"모른 척 넘어가야죠.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정답이 있는데."
"너, 전혀 내성적이지 않구나!" - P96

동동주 싫어해?"
"제가 산다고요. 선배가 다큐 보여줬으니까 제가 살게요."
김원영은 앞장서 걸었다. 그는 그녀의 뒤를 따르며 생각했다.
장애인의 성생활과 동정을 잃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전에는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이상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김원영의 말처럼 이 세상엔 그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상을 사는 사람도 존재한다는 걸 실감하기 시작했고, 그렇다면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단정적으로 말해선 안 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므로 반박을 허용하지 않는 김원영의 태도는 여전히 이해해줄 수 없는 것으로 남았다.
하지만 옥수수 동동주는 그녀의 단정적인 평가대로 놀라운 맛이었다. - P102

"아주 작은 것에 아주 큰 것이 담겨 있습니다. 아주 미미한 것에 이 세상 전체가 담겨 있죠.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무의미합니다. 저한테는 그렇습니다."
로이드의 그림은 존 케이지를 자극했다. 그는 점점 더 거대해져가는 무언가를 상상했다. 그것은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한, 앞으로 그가 만들어내야 할 음악이었다. 그는 가장 작은 것에서 가장 큰 것을 보기 위해 두 눈을 부릅떴다. - P117

존 케이지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아, 나는 네가 드디어 방랑의 길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남자라면 누구나 그런 때를 반드시 겪고 지나가는 법이지."
그때 그는 취해 있었고, 그의 아내는 남편을 째려보았다.
"존, 아버지 말은 귀담아들을 필요 없다. 그나저나 너와 함께 간다는 그 아가씨와 정말 결혼할 생각이 없는 거니?"
존 케이지는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가 모르셔서 그렇지 그레이스는 진보적인 여자예요. 결혼 같은 것에 얽매일 여자가 아니에요."
어머니는 음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멍청한 선택을 했다는 뜻으로 들리는구나."
존 케이지는 헛기침을 했다. 손사래를 친 것은 그가 아니라 그의 아버지였다. 모자는 접시만 내려다볼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 P133

경계선성격장애로 판명된 아줌마와 그만 남아 있었다. 강사가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뭐 궁금한 게 있어요?"
그는 용기 내어 물었다.
"정신분석을 공부하면 제 인생이 바뀔까요?"
강사는 대답 없이 화이트보드 앞으로 걸어가더니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로 잠시 서 있다가 무언가를 적어내려가기시작했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입문‘
그 옆에 자신의 이름을 적더니 말했다.
"내가 쓴 책인데 읽어봐요.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인생을 바꿔주지는 않습니다. 그건 당사자가 해야 할 일이지 학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 P139

-추석 연휴 첫째 날 이기동은 어머니 집으로 갔다. 그의 아내는 시어머니와 고스톱을 쳤고 그는 소파에 앉아 추석특선영화를 보았다. 그는 원래부터 고스톱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추석 연휴 둘째 날 이기동은 장모의 집으로 갔다. 장모는 그와 고스톱을 치길 원했고 그는 즐거워 죽겠는 척 연기했다. 그의 아내는 소파에 누워 코를 골며 잤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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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 필링스 - 이 감정들은 사소하지 않다 앳(at) 시리즈 1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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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태어났음에도 아시아계 소수자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은 늘 자신이 이방인임을 느끼며, 자신의 감정을 검열하는 일이다. ‘여성’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백인’을 ‘남성’으로 대입하며 공감할 수 있지만, ‘다수자’로서 내가 모르는 차별과 검열은 내가 여기의 ‘백인‘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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