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아들을 괴롭히는 짓은 하지 않았다. 한때 그녀는 가정통신문 빈칸에 아들의 장래희망을 ‘의사‘라고 적기도 했었다. 크고 반듯하게 ‘의사’라고 쓰면서 그녀는 마치 그 꿈이 이루어진 것처럼 뿌듯해했었다. 가운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펜 대신 칼을 쥐고, 아들의 얼굴은 점점 제 아비를 닮아갔다. 그녀는 아들이 늙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런 것을 알아채는 것만큼 슬픈 일도 없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했고 그녀는 그렇게 했다. 더 이상 기대를 갖지 않았다. 시간이 그들 모자의 얼굴 위로 공평하게 흐른다는 것을 이젠 인정했다. 아들은 자라나는 새싹도 될 성싶은 푸릇한 묘목도 아니었다. 다 컸다. 커버렸다. 반올림을 하면 마흔이다.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 김밥을 말았다. 손님들은 여전히 그녀의 김밥을 찾아왔다. 그거면 족하지. 그런데 내 아들은 누가찾아와줄꼬, 그녀가 인생에 관해 아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누군가 끊임없이 찾아와주지 않으면 생계가 상당히 곤란해지고 만다는 사실이었다. - P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