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의 휴가가 물 흐르듯 지나갔고 우리는 다시 일에 착수했다. 아내와 나는 우리가 일하는 사람들이고 노력해서 빵을 벌어야 할 운명이며 아주 부지런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참으로 진지하게 일을 시작했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철저히 일로 짜여 있었다. 우리는 아침 8시에 헤어져서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매일의 소란스럽고 바쁜 나날들을 그토록 달콤한 휴식에는 견줄 수가 없었다! 기억 속을 들여다보면 그 작은 거실에서 보낸 저녁 시간이 과거 저물 녘의 이마를 둘러싸고 있는 길다란 루비끈처럼 보인다. 세공한 보석처럼 늘 그대로의 모습이었지만 그것은 하나하나 찬란하게 타오르는 보석이었다. - P323

이 크림즈워스 부인은 어떤 의미에서는 아주 다른 여자가 되었고 어떤 의미에서는 여전했다고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그녀는 너무나 달라져서 나는 내게 아내가 둘인가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결혼할 때 그녀의 본질적인 능력은 이미 드러났지만, 그것은 여전히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다른 능력이 힘차게 튀어나와 가지를 멀리 뻗고 나무의 외적인 특성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단호함과 활동성과 모험심은 빽빽한 잎사귀와 시적 감수성과 열정으로 덮여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거기서 꽃은 피어났고, 늦된 성장과 가혹한 자연의 심술 아래에서도 순수함을 유지했으며 이슬을 머금고 있었다. 아마도 이 세상에 그런 꽃이 있다는 비밀을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겠지만, 이 꽃들은 내게 언제든지 더없이 훌륭한 향기를 뿜어 주었고 찬란하고 품위 있는 아름다움을 선물로 주었다. - P327

「이 여자가 당신이 결혼하고 싶지만 할 수 없었던 사람인가요?」
「분명 결혼하고 싶어했지, 그리고 <하지 않았다>는 건 <할수 없었다>는 데 대한 증거겠지.」
그는 이제 프랜시스가 쥐고 있는 그 조각상을 다시 손에 넣고는 감추어 버렸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코트로 가리고 단추를 채운 뒤 그는 프랜시스에게 물었다.
「루시아가 한때 분명 사슬에 매여 있었지만 그걸 끊어 버렸다고 확신해요.」 이상한 대답이었다. 결혼의 사슬이라는 뜻은 아니고요.」 그녀는 잘못 알아들을까봐 걱정했는지 말을 정정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어떤 종류의 사회적인 사슬이란 말이었어요. 그 얼굴은 견디기 힘든 구속 아래에서 어떤 격렬하고 가치 있는 능력을 얻어 내기 위해 노력했고 그일에 성공하고 승리한 사람의 얼굴이에요. 루시아의 능력이 자유로워졌을 때, 그 능력이 넓은 날개를 활짝 펴고 그녀를보다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갔다고 확신해요.」
「어디보다요?」 헌스턴이 물었다.
「당신이 따를 수 있는 <관습>보다 더 높은 곳.」
「아주 짓궂어졌어요, 무례하시구먼.」
「루시아는 무대에 당당히 섰어요.」 프랜시스가 계속했다.
「당신은 그녀와 결혼하는 것에 대해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고요. 당신은 그녀의 독특함과 대담함, 몸과 정신의 에너지를 찬양했겠죠. 그녀의 자질, 그게 뭐든지 간에, 노래든 춤이든 연극적 표현이든 당신은 그걸 좋아했어요. 그녀의 아름다움을 숭배했고 그 아름다움은 당신 자신의 마음이 동하는 그런 종류였어요. 하지만 그녀는 당신이 아내로 삼을 생각도 하지 않는 그런 영역을 가득 채웠어요.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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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건 생기지도 않을 나쁜 일을 네가두려워해서야!> 저 엄격한 감시자 양심은 이렇게 대답했다. <생길 수도 있어. 너도 알고 있잖아.>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 내 말을 따르면, 결핍의 구렁에서조차 나는 네가 단단하게 뿌리내리도록 심어 주겠어.> 그리고 길을 따라 빨리 걸어가다 이상하게 내심 느껴지는, 보이지는 않아도 모든 곳에 나타나는 어떤 위대한 존재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관대함으로 오직 내 행복만을 바라고, 내 마음속에서 선과 악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고, 내가 그의 목소리를 좇아 내 양심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지 아니면 내가 길을 잃게 하려고 애쓰는 그의 원수이자 내 원수인 악한 영의 궤변에 귀기울이는지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이 암시하는 길은 거칠고 가팔랐고, 유혹이 꽃을 뿌려 놓은 녹색의 길은 이끼가 끼어 있는 내리막길이었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친구인 사랑의 신은 내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울퉁불퉁한 오르막을 향하면 아주 기뻐 미소를 보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벨벳이 깔린 내리막으로 마음이 향하면 인간을 증오하고 신에게 대드는 악마의 이마에 승리의 번득임이 지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갑작스레 길을 꺾었고 재빨리 발길을 되짚었다. 30분이 안 되어 나는 다시 플레 씨의 학교에 돌아와 있었다. 그의 서재에서 그를 찾아보았다. 짧은 회담과 간단한 설명으로 충분했다. 내가 확고하다는 것이 태도로 드러났고 아마도 그는 마음속으로는 내 결정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20분 간의 대화가 끝난 뒤 다른 사람을 구할 한 주라는 짧은 기간을 예고하고, 나는 내 방에 다시 돌아와서 가재도구들을 스스로 내놓았고 현재의 집에서 떠날 것을 스스로 선고했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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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 Love Is All There Is

That Love is all there is,
Is all we know of love;
It is enough, the freight should be
Proportioned to the groove. - P10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거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 - P11

By Homely Gift and Hindered Words

By homely gift and hindered words
The human heart is told
Of Nothing-
‘Nothing‘ is the force
That renovates the World— - P12

소박하게 더듬거리는 말로

소박하게 더듬거리는 말로
인간의 가슴은 듣고 있지
허무에 대해 -
세계를 새롭게 하는
힘인 ‘허무‘ -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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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요한 것은 성장 없는 시대에 대비한 지혜의 결집이다. 이를 위해서도 시급한 것은 국가 차원의 정치적 이성이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의 확보이다. 문제는 참신한 인물의 영입이 아니라 양심적인 인간들이 정치적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 제도의 구축이다. 하지만 구태의연한 선거제도가 계속되는 한, 이것은 불가능하다. - P270

이 비례무도(非禮無道)한 상황이 정권교체로 간단히 해소될 수 있는것은 아니라는 것은 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근원적으로 보자면 이것은근대국가의 근저에 박혀 있는 뿌리 깊은 모순, 부조리, 불의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로 작가로서의 생애 내내 번민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을 빌리면, 자본주의 근대국가란 "내가 행복해지기위해서는 타자의 희생이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간단히 요약할수 있다. 이 비인간적인 시스템을 체제 변호론자들은 교활하게도 "대다수의 행복을 위한 소수의 불가피한 희생" 이라는 논리로 정당화하려고해왔고, 지금도 이 논리는 도처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 - P276

라 근대국가는 이 근본적으로 불의(不義)한 논리를 법제화해왔고, 그 결과 법치주의라는 미명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뿌리째 거덜 내는 행위를 끊임없이 비호해왔던 것이다. 이른바 ‘국익‘ 혹은 ‘공익‘을 위한다면서 말이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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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책과 영화

오랫만에 영화 보러가는 길에 남편이 얼마전에 팟캐에서 듣고 추천한 책 <커리어 그리고 가정>도 사러 교보 가서 바로드림.

남편이 서울리뷰오브북스도 사려고 했는데 잡지는 바로드림 안된다고 해서 10프로 할인받고 적립금도 쓸겸 이건 알라딘으로 구매.

영화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제목도 길다..). 남편이 내 취향은 아닐거라고 했는데.. 역시 아니다.. 이동진 평론가의 올해 두번째 별다섯 영화라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 그 난리를 쳐야하나 하는 생각 ㅋㅋㅋ 병맛 웃음 포인트도 있고 눈물도 좀 났지만. 내 옆 사람은 엄청 울던데 결말은 좀 식상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이긴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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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11-07 0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햇살님 남편분이 이런 책을 추천하시다니. 좀 부럽네요🥺 책 재미나 보입니다!

햇살과함께 2022-11-07 16:38   좋아요 1 | URL
부러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 책을 저에게 사주는 이유는, 저를 가정이 아니라
‘커리어에 묶어두려는‘ 남편의 빅픽쳐를 세뇌시키기 위함입니다^^
계속 열심히 일하라는.. ㅎㅎㅎ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올해 읽은 <아내 가뭄>도 생각나는 책이네요.

독서괭 2022-11-07 17:2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그런 빅픽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