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벨벳 발톱이 부드럽게 건드렸다고 해서 해가 되진않죠.」
「그녀는 제게 벨벳 발톱을 내민 적이 없습니다. 제게 아주 형식을 갖추어 대했고 예의바르게 처신했어요.」
처음엔 그렇다니까요. 주춧돌에는 존중, 1층에는 정, 그리고 사랑이 제일 위에 완성되는 구조입니다. 로이터 양은 재간 좋은 건축가이지요.」 - P126

그녀가 불굴의 노력을 계속하여 보석함의 모든 부분을 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 살펴보고 훑어보다가 마침내 손가락이, 숨겨진 용수철을 건드려 잠깐 동안은 상자 뚜껑이 열렸다는 것을 나는 고백해야겠다. 그녀는 그 속의 보석에 손을 댔다. 그걸 훔치거나 깨뜨렸는지 아니면 뚜껑이 그 손가락을 탁 치면서 다시 닫혀 버렸는지는 계속 읽어 보면 알게 될 것이다. - P140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거나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 이성이나 감정 둘 다, 왔다갔다 하거나 금세 인상이 새겨졌다가 곧 지워져 버리는 모래같은 것들도 아니다. 친구의 성격이 내 성격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것, 그가 내 원칙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어떤 결함으로 지울 수 없는 얼룩이 져 있다는 것을 일단 확신하게 되면 나는 그와의 관계를 끊어 버린다. 나는 형과도 그렇게 했다. 플레에 대해서는 이런 발견이 아직은 새로웠다. 그에게도 마찬가지로 행동해야 할까? 그 창백한 얼굴이 보통때보다 더 아는 체하고 더 사납게 보이며, 파란 눈을 학생들과 보조 교사들에게 엄격하게 돌리다가 내게 자비롭게 돌리기도 하면서 그가 식탁 건너편에 앉아 있는 동안, 나는 반 개짜리 피스톨레로 커피를 저으며 - 스푼은 언제나 없었다 - 마음속에 그런 의문을 품고 있었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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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동굴의 비유
메리 셸리 <최후의 인간>

여성의 어머니 나라는 그녀 ‘자신의‘ 나라인가? 메리 셸리는 무녀의 나뭇잎에 대한 ‘권리‘가 있는가? 여성 예술가는 어떤 정의와 어떤 자격의 체계를 통해 자신의 모계 유산을 요구할 수 있고, 애니 고틀립의 꿈이 주장했듯 어머니 때문에 자신에게 중요하다는 그 힘의 생득권을 요구할 수 있는가? - P226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여성 예술가는 자신으로부터도 소외된 채 침묵 속에 자신을 억누르면서, 처음에는 소설의 집에서 천사처럼 글을 쓰려고 애썼다. - P226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그녀의 동굴 감옥이 더욱 좁아져서 폐소공포증을 유발하자, 그녀는 고딕적/악마적 형태로 ‘빠져‘들었고, 브론테 자매와 메리 셸리에서 볼 수 있듯이 광적이거나 흉폭한 탈출을 계획하기에 이른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조지 엘리엇과 에밀리 디킨슨처럼) 작열하는 가부장적 태양이 훤히 트인 공간에서 (디킨슨이 ‘정오의 남자‘라고 불렀던 태양이) 그녀의 취약성을 강조하자 어지러워하며 물러났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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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개가 내려가자 여학생들의 머리가 다시 나타났다. 나는 소곤거린 여학생 세 명을 가려냈는데,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나타났을 때 주저하지 않고 천천히 그들을 살펴보았다. 그들의 경박한 말 몇 마디가 내게 얼마나 편안함과 용기를 가져다 주었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나를 겁먹게 했던 것은, 수녀같이 검은 옷을 입고 부드럽게 머리를 땋고 내 앞에 있는 이 어린 아가씨들이 일종의 천사 같은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소리를 죽여 가볍게 웃는 소리와 경솔한 속삭임이 달콤하면서도 숨 막힐 듯한 공상에서 내 마음을 벌써 어느정도 구제해 준 것이다. - P111

<나는 점점 더 현명해지고 있다.> 플레씨 학교로 되돌아오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 조그맣고 현실적인 여자를 봐. 이여자가 소설가나 로맨스 작가의 여주인공과 닮았는가? 시나 소설에서 그려진 여자들의 성격을 보면, 좋은 성격이든 나쁜 성격이든, 감정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게 되잖아. 여기 한 여자가 있는데, 아주 빨리 이해하고 존경할 만한여자야. 그녀를 이루고 있는 주된 성분은 추상적인 이성이야. 탈레랑조차 조라이드 로이터보다 더 침착하지는 않았어.> 그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그녀의 쌀쌀맞은 감수성이 강한 성질과 아주 잘 들어맞는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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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보통 독자의 책 읽기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3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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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독자‘라니 이 무슨 반어법이란 말인가. 결코 한 문장도 쉽게 읽히지 않는, 천천히 곱씹어야 하는 울프의 독서 기록들. 그중에서도 몽테뉴의 에세와 프루스트에 도전해 보고 싶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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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의 얼굴에서 식별되지 않고 대화에서도 들리지 않는 어떤 지적인 면을 읽어 내보려고 나는 눈을 깊이 들여다보았지. 명랑하고 조금 작은 눈이었어. 이윽고 활달함과 허영과 교태가 홍채를 통해 내비치는 것을 보았지만, 영혼을 감지해 보려고 한 일은 허사가 되어 버렸지. 난 순종적인 건 좋아하지 않아. 하얀 목과 주홍빛 입술과 뺨, 산뜻한 곱슬머리 타래만으로는, 장미와 백합이 시든 후에 윤기 나는 머리카락이 잿빛이 된 후에도 살아남아 있을 프로메테우스 같은 섬광이 없다면 내겐 충분한 게 아니지. 햇빛과 유복함 속에서는 꽃이 한껏 피어나는 법이야. 그렇지만 인생에는 비 오는 날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말일세. 명쾌하고 기운을 돋워 주는 지성의 빛이 없는 사람들의 벽난로와 가정이 꽁꽁 얼어붙어버리는, 재앙의 11월 말이야. - P21

스타이튼 씨는 교활하면서도 신중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35세 가량의 남자로 이 명령을 서둘러 수행했다. 그는 그 서신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고 나는 곧 거기에 앉아 영어로 된답신을 독일어로 바꾸는 데 몰두했다. 서류를 쓰는 동안 상사가 서서 지켜보아도 자신의 생계비를 버는 최초의 노력에 대해 내가 느끼는 통렬한 행복감은 해를 입거나 줄어들지 않았다. 그가 내 성격을 읽어 내려 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가 꼬치꼬치 살펴도 마치 투구를 쓰고 눈가리개를 내린 것처럼 나는 안전하다고 느꼈고, 무식한 사람에게 그리스어로 씌어진 편지를 보여 줄 때처럼 자신 있게 내 얼굴을 그에게 보여 주었다. 그는 외형을 살피고 성격을 뜯어볼 수는 있겠지만 거기서 무슨 결론을 끄집어낼 수는 없었다. 내 성격은 그의 성격이 아니며 내 성격이 드러내는 기호는 그가 모르는 언어와도 같을 것이다. 오래지 않아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당황한 것처럼 사무소를 나가 버렸다. 그는 그날 두 번 더 들어왔다. - P30

그는 은근한 냉소를 보내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나는 하숙집 여주인이 스타이튼과 나눈 대화를 우연히 꺼내기 전까지는 그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여주인의 말이 내 눈을 뜨게 해주었다. 그 뒤로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회계 사무소로 출근했고, 공장 주인의 악의에 찬 조롱을 그럭저럭 받아냈으며, 그 다음에 그가 조롱을 겨누어 던지면 꿰뚫을 수 없는 무관심으로 방패를 삼았다. 오래지 않아 그는 조상(彫像)에다 대고 헛되이 공격을 하는 것에 지쳐버렸지만 화살을 팽개치지는 않았다 - 단지 화살통 속에 고이 모셔 두었을 뿐이었다. - P33

내 마음은 그림의 이미지 속으로 들어갔다. 내가 어머니에게서 그분의 자태와 용모 - 이마, 눈, 피부색 ㅡ 를 상당히 물려받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떤 아름다운 용모도 자기를 닮은 모습이 좀 더 부드러워지고 세련되게 표현된 얼굴만큼 자기 중심적인 인간을 기쁘게 해줄 수는 없는 법이다. 이런 이유로 아버지들은 딸들의 얼굴 생김새를 만족스럽게 바라보는데, 그 얼굴에서는 종종 자기와 유사한 모습이 부드러운 색조와 유연해진 윤곽으로 보기 좋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내게 그토록 흥미로운 그림이 객관적인 관찰자에게는 어떤 인상을 줄까 하고 궁금하게 여기던 차에 웬 목소리가 내 바로 옆에서 이렇게 말했다.
「흠, 저 얼굴에는 분별력이 있군.」 - P35

「제 얼굴은 신께서 만들어 주신 그대로입니다, 헌스던 씨.」
「신께서는 이 도시를 위해 자네 얼굴이나 머리를 만드신 건 아니지. 자네 두상에 나타난 이상과 우월감, 자존심, 세심함이 여기서 무슨 소용이 있나, 듣고 있는가? 하지만 자네가 빅벤 구역을 좋아한다면, 여기 머무르게 자네 인생이지 내인생이 아니니까.」
「내겐 선택권이 없습니다.」 - P39

나는 킹부인의 하숙집 적은 침대에 누워 의무라는 우상과 인내라는 물신(物神)을 세워 두었음에 틀림없다. 이 둘은 내 방의 신이 되어 버렸고, 내가 사랑스러운 비밀로 간직하고 있던 관대하고 전지전능한 상상의 여신은 부드러움으로든 힘으로든 나를 그 우상에서 떼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나와 나의 고용주 사이에 생겨난 반감은 날이 갈수록 그 뿌리와 그림자를 더 깊이 더 짙게 뻗어 나갔고, 나는 삶이 비추어 주는 그 어떤 햇빛으로부터도 제외되었다. 나는 내가 우물의 얇은 벽 바깥 습기찬 그늘에서 자라는 식물 같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 P43

헌스던 씨가 기름을 칠한 듯 매끄럽게 말을 하는 유형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말은 나를 기분 나쁘게 만들었다. 나는 그가 스스로는 매우 민감하지만 다른 사람의 민감함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이기적인 성격을 보이는 사람들 중의 하나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게다가 그는 크림즈워스나틴들 경 같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신랄한 사람이었으며 자기만의 방식을 지나치게 고집하는 것 같았다. 박해받는 자가 압제자에게 저항하도록 선동하려는 목적을 가진 그의 질책은, 집요한 그 재촉 속에 압제적인 어조가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나는 그의 눈과 태도에서 자신의 자유에는 제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를 볼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느라 바빴는데 인간의 모순이 드러난 것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나직이 웃음을짓고 말았다. 내가 생각한 대로였다. 헌스던 씨는 내가 그의 부당하고 공격적인 억측과 냉정하고 교만한 냉소를 조용히 받아들이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래 놓고 자신은 거의 속삭임보다 더 크지 않은 웃음에 언짢아진 것이다. - P51

여기 용의주도함이 들어 있네. 자네가 갈 길에서 첫번째겪는 난관을 물리쳐 줄 개척자가 그 속에 들어 있다고. 젊은이, 나는 자네가 어떻게 풀려 나올지도 모르는 채 올가미 속에 목을 집어넣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사람이란 걸 잘알고 있어, 그리고 자네는 그 점에서 옳아. 나는 무모한 사람을 아주 싫어할 뿐 아니라, 그런 사람의 일에 끼어들라고 날설득시킬 방도는 어디에도 없어. 무모한 사람들은 대개 자기 친구들에게는 10배나 더 해악을 끼치는 사람들이지.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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