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개가 내려가자 여학생들의 머리가 다시 나타났다. 나는 소곤거린 여학생 세 명을 가려냈는데,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나타났을 때 주저하지 않고 천천히 그들을 살펴보았다. 그들의 경박한 말 몇 마디가 내게 얼마나 편안함과 용기를 가져다 주었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나를 겁먹게 했던 것은, 수녀같이 검은 옷을 입고 부드럽게 머리를 땋고 내 앞에 있는 이 어린 아가씨들이 일종의 천사 같은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소리를 죽여 가볍게 웃는 소리와 경솔한 속삭임이 달콤하면서도 숨 막힐 듯한 공상에서 내 마음을 벌써 어느정도 구제해 준 것이다. - P111

<나는 점점 더 현명해지고 있다.> 플레씨 학교로 되돌아오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 조그맣고 현실적인 여자를 봐. 이여자가 소설가나 로맨스 작가의 여주인공과 닮았는가? 시나 소설에서 그려진 여자들의 성격을 보면, 좋은 성격이든 나쁜 성격이든, 감정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게 되잖아. 여기 한 여자가 있는데, 아주 빨리 이해하고 존경할 만한여자야. 그녀를 이루고 있는 주된 성분은 추상적인 이성이야. 탈레랑조차 조라이드 로이터보다 더 침착하지는 않았어.> 그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그녀의 쌀쌀맞은 감수성이 강한 성질과 아주 잘 들어맞는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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