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가족에게 떠넘기고, 남자는 여자에게 떠넘기고, 기혼자는 비혼자에게 떠넘긴다." - P207
여성 철학자 수전 웬델은 "삶의 속도는 장애를 구성하는 사회 요인의 하나"라고 했다. 비하와 언어·신체적 폭력만 차별이고 괴롭힘이 아니다. 일괄적인 잣대를 모든 존재에게 들이대는 것이 차별이다. 이 사회에서는 나이 듦조차 장애가 된다.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으니까. 효율성 없는 몸으로 취급된다. 타인에게 던진 차별은 결국 (나이 들어가는)나에게도 돌아온다. - P221
누구나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이 되려면 차별과 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차별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각이 없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슬로건이 떠오른다."차별을 알아차리기 위해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 P221
"누구나 차별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무엇이 차별인지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토론해본 적이 없습니다. 무엇이 차별인지 더욱 잘, 더욱 많이 알아차릴 수 있다면 우리는 그만큼 차별을 줄여갈 수 있습니다." - P222
‘여성‘에게 좋지 않은 직장은 성소수자에게도, 아니 어느 누구에게도 좋지 않았다. ‘여성‘의 자리에 다른 단어를 넣어도 마찬가지이다. - P187
불과 10년 전만 해도 성소수자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성소수자로 차별받은 적 없는데요. 회사에는 숨기고 다녀서요" 정도의 답변이 되돌아왔다. 그러나 이제 성소수자 직장인들은 이렇게 말한다."내가 퀴어인 걸 사람들이 모르잖아요. 그게 차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P192
우에노 지즈코와 미나시타 기류는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에서 남자는 ‘사축‘ (회사에서 기르는 가축), 여성은 ‘가축‘이라고 비유했다. 쥐어짜듯 소모시킨 노동력(사축)은 ‘집안의 노동자‘(가축)의 공짜 노동(부불노동)을 통해 회복된다. 무한히 착즙 가능한 노동. - P205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한다고 생각해보자. ‘이성애자‘라고 소개하는 일은 드물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고 맺어지는 일이 당연한 사회에서 ‘이성애’는 사랑이나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대체된다. 이성애라는 정체성은 언급될 필요가 없다. 당연하기에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보편(적인 정체성)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편의 또 다른 이름이 특권이라는 사실도 잊는다. - P9
성소수자의 노동을 취재하기 시작한 것은, 나 자신의 ‘여자 노동‘이 한창일 때였다. 여자가 더 잘할 것이라 기대되는 역할과 그에 부응해 연출해야 하는 이미지. 공식적인 업무 분장에는 없지만, 여자들이 다 하고 있는 그런 일. 그래서 자연스럽다고 여겨지는 노동에 숨이 막혔다. 호흡을 위협받는 순간까지 ‘여자로’ 생각하고 말하고 웃는 내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고개를 들어 책상 파티션 너머를 봤다. 수그린 동료들의 뒤통수가 보였다. ‘정상‘ 시민들 모르게 고개를 들어 서로를 확인할 마피아 동료가 필요했다. - P13
《젠더 무법자》에서 케이트 본스타인은 모욕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모욕은 젠더 수호자가 쥔 채찍 중 하나다……. 우리는 모욕에 신경쓰라고 배운다." - P19
법학자이자 성소수자인 켄지 요시노는 저서 《커버링》에서 패싱을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되 타인에게 숨기고자하는 욕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벽장 속에 숨어 지내는 것이 아무리 나쁘다 해도 전기충격요법보다는 낫다고 말한다. 거짓말이 아무리 힘들어도 굶어 죽는 것보다 낫다. 무대의상을 입고 면접장으로 가야 한다. - P34
"애인 있습니까?" 단 여섯 글자로 이뤄진 질문이 이토록 힘을 갖는다. 질문 하나 받았을 뿐인데 누군가(남성)는 한 가정의 부양-책임자로서 책무를 되새긴다. 누군가(여성)는 출산과 육아라는 자신의 역할을 떠올린다. - P37
이들은 드러내지만 드러나지 않는다. 나를 표현하는 동시에 나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세상을 앞에 두고 거짓을 말한다. 숨길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도 스스로를 인정하고 인정받고자 하는 그 욕구 때문에 성소수자들은 드러냄과 숨김 사이에서 줄타기 중이다. - P49
"나는 꽤 여러 가지 세일즈 일을 해봐서 어떻게 설득해야 구매하게 되는지 안다. 물론 남자로 일할 때 얘기다. 여성이 되어 일했을 때 고객들은 나의 ‘전문가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결국 ‘어머나, 저보다 훨씬 더 잘 아시네요, 존슨 씨,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라고 묻는 수밖에 없었다." - P97
초국적 기업이 개발도상국으로 진출할 때 고려하는 지점 중 하나가 여성차별 문화라는 이야기가 있다. 여성차별이 심하다는 것은 ‘여자가 있을 자리는 가정‘이라는 논리가 더 강하다는 뜻. 집 밖의 여성노동은 부차적으로 여겨진다. 바로 이때 가격 ‘후려치기‘가 가능하다. - P102
‘자본주의 체제가 사람들의 불안을 먹이 삼아 성장한다‘는 류의 이야기는 고용절벽 앞에서 정설로 자리 잡는 중이다. - P107
"보이지 않은 손이 닿지 않은 곳에 보이지 않은 성이 있었다." 기존 경제학을 여성의 관점으로 비튼 카트리네 마르살은 이렇게 묻는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집필하는 동안 식탁에 따뜻한 스프 접시를 놓는 손은 누구의 것이었냐고, 그의 어머니인 마거릿 더글러스, 즉 여성의 보이지 않는(보려 하지 않은) 노동이 있었다. - P117
‘우리에겐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해시태그운동이 일어났을 때 청소년 인권활동가 공현이 지적한 대로, 학교에 정말 필요한 것은 좋은 스승인 페미니스트 교사 한두명이 아니다. "페미니즘적 학교, 페미니즘적인 교육 환경, 페미니즘적인 교육제도" 이를 시스템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P141
도서관 반납일 맞춰 빨리 읽었다.김동식 작가의 회색 인간은 몇년 전부터 여러 지면에서 추천의 글을 봐서 읽어봐야지 하다 책읽아웃에 나온 거 듣고 더 읽어보고 싶었다.디스토피아를 말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면서도 인간과 지구에 희망을 보여주는 작품도 많아 좋았다.
"통조림 몇 개 때문에 한 노인을 죽이려고 했을 때, 저희는 짐승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 노인을 살려주고 나니, 그제야 저희는 사회 속에 사는 인간이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살았습니다." - P32
그날 인류는 너무나도 당연하였던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우리는 모두 똑같다는 사실을.우리는 모두 똑같다는 사실을. - P75
지금의 사회 분위기가 그랬다. 무엇이든 차별을 하는 것들은 희대의 몰상식한 것들이고, 매장당해 마땅한 것들이었다.그러자,"뭐야? 가능하잖아?" 세상에 모든 차별이 사라졌다. 사람들 스스로도 놀랐다. 세상에서 차별을 없애는 게 가능했다니?시간이 흘러 신인류 아이들이 자라난 뒤에도, 아이들의 여섯손가락을 놀리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들 스스로도 창피해하지 않았다.그냥 별것 아닌 당연한 일이었다. - P94
"저는, 건강한 소나무가 되고 싶어요!"피노키오는 나무였다. 다시 예전처럼 건강한 나무가 되고 싶은 게 당연했다.행복한 피노키오는 다시, 소나무가 되었다.이 사건으로 충격에 빠진 인류는, 피노키오를 위해 한마음으로 자연보호를 약속했다.나무들은 쑥쑥 자랐다. 마치 인간의 거짓말을 알고 있는 것처럼. - P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