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정원을 나가는 길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새 세기는 19세기였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새 보금자리는 그래스미어라는 작은 호반 마을 끝자락의 한 오두막집이었다. 많은 독자들이 이미 짐작했겠지만, 이 기운찬 남매는 윌리엄즈워스(William Wordsworth)와 도로시 워즈워스(Dorothy Wordsworth)였다. - P136

두 사람이 북부 잉글랜드의 페나인 산맥을 걸어서 넘었다는 것, 그리고그 전에도, 그 후로도 또 다른 여러 곳을 걸었다는 것은 참 특별한 일이었다.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 특별한 일이었는지를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걸어서 여행한 사람은 전에도 있었다. 더 먼 길도 있었고 더 험한 길도있었다. 영국 시골 지역에서 가장 험한 풍경들(산맥, 벼랑, 황야, 폭풍, 바다, 그리고 폭포)이 경탄의 대상이 된 것은 이 시인 남매가 태어나기 거의 30년전부터였다. 프랑스와 스위스에서도 등산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중이었다. 누군가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정인 몽블랑 정상에 처음 오른 것은 19세기가 시작되기 14년 전이었다. 많은 평자들은 워즈워스와 그의동행들이 보행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그 무엇으로 만들었고, 이로써수많은 일들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제1세대 낭만주의자들이 보행 그 자체를 위한 보행, 즉 자연 속을 걷는 즐거움의 계보를 만들었다는것, 이로써 문화적 행위로서의 보행과 예술적 경험으로서의 보행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 P137

19바뀌었다. 크리스토퍼 허시(Christopher Hussey)는 스토 저택(휘그당의 정치적 수도)이 정치를 정원 건축으로 옮겨놓았다고 말한다. "양식화된 설계가 느슨해지면서, 정원의 자연이 그 시대의 인본주의와 한편이 되었고,절도 있는 자유에 대한 신념과 한편이 되었고, 자연스러운 것들에 대한존중과 한편이 되었다. 또한 사람 한 명이든 나무 한 그루든 개체에 대한믿음과 한편이 되었으며, 정치가의 독재든 원예가의 독재든 독재에 대한혐오와 한편이 되었다." 그 시대의 훌륭한 조경 건축가 대부분이 이정원에서 일했고, 수많은 훌륭한 시인들과 작가들이 이 저택을 방문했다. 스토 정원은 한 번 고쳐질 때마다 수십 에이커씩 주변 토지를 합병하면서 계속 확장되었다. 어느 정원 역사가가 요약하듯 "30년 사이에 그의 취향은 계단식 잔디밭, 조각상, 직선로의 규칙적 배치를 선호하는 취향에서 […] 삼차원의 풍경화로, 이상적 자연을 창조하고 싶어 하는 취향으로 바뀌었다." - P151

한때 견고한 요새의 일부로 설계되었던 귀족계급의 정원이 바깥세상과의 경계를 서서히 없애나갔다. 정원이 세상 속으로 녹아들어갔다는것에서 알 수 있듯, 그 무렵 잉글랜드는 과거에 비하면 많이 안전해진 곳 - P153

이었다.(서유럽의 여러 지역들도 잉글랜드만큼은 아니었지만 마찬가지로 안전해졌고, 영국 정원의 유행도 곧 시작되었다). 잉글랜드에서 길이 좋아지고 노상 범죄가 줄어들고 여행 경비가 저렴해지는 ‘교통 혁명‘이 일어난 것은 대략1770년 이후였다. 여행의 성격 그 자체를 바꾸어놓은 변화였다. 18세기중엽 이전의 여행기들에는 중요한 종교적, 문화적 랜드마크 사이의 길에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다. 그런데 18세기 중엽 이후에는 완전히 새로운방식의 여행이 생겨났다. 성지순례나 실용적 여정에서 가는 길은 고생스러움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 길이 감상의 대상이 되면서 여행 그 자체가모종의 목적이 되었다. 정원 산책의 연장이 되었다고 할까. 여행길의 경험 그 자체가 목적지로의 도착을 대신해서 여행의 목적이 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자연 전체가 목적지였으니, 이렇게 감상이 가능한 세상, 정원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한 세상에서는 출발이 곧 도착이었다. 보행이취미가 된 지는 오래였지만, 여행이 취미의 대열에 합류한 것은 그 무렵이었다. 걷는 여행 그 자체가 자연을 감상하는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로 확산되고 느린 여행 자체가 미덕으로 자리 잡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였다. 가난한 시인이 여동생과 함께 눈의 즐거움과 두 다리의 즐거움을위해 설원 크로스컨트리를 감행할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 P154

그림 같은 풍경의 강조나, 자연 관광의 등장은 자연 취향의 탄생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일 같지만, 이것들은 모두 18세기의 산물이다. 시인 토머스 그레이(Thomas Gray)는 1769년에 레이크 지방을 여행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로부터 2년 전에 처음으로관광객이 이 지역의 자연을 감상하는 기록을 남겼다." 그레이 역시 이지역의 자연 감상 기록을 남겼다. 18세기 말에 관광지로 자리 잡은 레이크 지방이 여전히 관광지로 남아 있는 것은 실제로 길핀과 워즈워스와나폴레옹 덕분이다. 예전이었으면 해외로 나갔을 영국 여행자들이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전쟁의 혼란 탓에 자국 관광을 시작한 것이다. 관광지까지의 이동 수단은 처음에는 마차였고 나중에는 기차였다.(더 나중에는자동차와 비행기였다.) 여행안내서를 읽고, 자연을 둘러보고, 기념품을 사는 패턴이었다. 관광지에서의 이동 수단은 보행이었다. 처음에 보행은 최고의 전망을 찾기 위한 부수적 이동 수단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세기가바뀔 무렵에는 보행 중심의 관광 상품이 생겨났고, 도보 여행이니 등산이니 하는 것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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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와 남성성 - 19세기 영국의 젠더 형성 대우학술총서 신간 - 문학/인문(논저) 573
박형지.설혜심 지음 / 아카넷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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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남성성이 절대적인 위상이 아니며 제국주의의 변화에 따른 식민지, 여성, 계급과의 관계를 통해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만들어진, 되어진 유약하고 불안정한 것임을 고찰한다. 특히나 6장에서는 <위대한 유산>에서의 영국 신사되기를 통해 식민지에 의존하는 제국의 적나라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책 덕분에 <위대한 유산> 완역을 읽게 되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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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1-24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습니다. 완독 축하합니다!!!!!

햇살과함께 2025-01-24 21:28   좋아요 0 | URL
분량도 많지 않고 어렵지 않아 잘 읽었어요! 다음 달 책 벌써 기대되어요~ 화이팅!!

단발머리 2025-01-25 0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완독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햇살과함께님! 짝짝 짝짝짝!!
저도 얼른 따라가겠습니다^^

햇살과함께 2025-01-25 10:49   좋아요 1 | URL
단발님도 화이팅~!!

은하수 2025-01-25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
저도 위대한 유산 읽고 있어요~~~

햇살과함께 2025-01-25 10:50   좋아요 1 | URL
은하수님은 이미 읽으셨죠? 위대한 유산 결론을 알고 읽으시겠네요~ 그래도 재미겠지만요

은하수 2025-01-25 16:55   좋아요 1 | URL
햇살님께선 위대한 유산 먼저 읽으셨죠?
저도 그랬으면 좋았겠단 생각이 드네요. 그랬다면 더 흥미진진했을거 같아요^^
 

나오미 클라인 <‘아니요’로는 충분하지 않다>

WTO, FTA, 트럼프주의

원래 "농업은 자유무역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던 나라는미국이다. 1951년에 미국은 농업조정법을 발동하여 네덜란드 유제품수입을 금지했는데, 가트로부터 위법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은 내국법에 따라 외국 농산물 수입을 제한하는 일은 원천적으로 가트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결국 면제 인정을 받아냈다. 그런데1970년대에 들어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의 농업규모가 커졌던 것이다. 농산물 수출을 늘려서 엄청난 규모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줄이는 일이 급선무가 됐다(우루과이 협상이 시작된 1986년 미국의 농업지원 예산은 250억 달러로, 1982년보다 6배 증가해 있었다). 그래서 미국은 ‘농산물 자유무역‘이라는 통상원칙을 새로 정립했다. 1988년 처음으로 유전자조작식품(GMO) 판매를 승인한 미국으로서는 이를 자유롭게 팔 수있는 세계 농산물 시장도 절실했다. - P54

‘경쟁적 자유화‘ 독트린이 출현한 시기를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1년이 겨우 지난 시점이었다. 즉 중국이 세계경제로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인 2002년에 미국은 WTO와는 별도로 통상원칙을 마련했다는 말이다.
한편 트럼프는 2017년, 대통령에 취임한 뒤 마치 WTO를 끝장낼 것처럼 소란을 피웠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되었는가? 세계의 나라들이미국 앞에서 경쟁하게 만드는 원리는 트럼프 정권에서도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그 배후에 거대한 미국 시장이 있다는 점에서도 변한 것이없다. 경쟁시키는 수단이 달라졌을 뿐이다. 트럼프는 감당하기 힘든 관세로 위협을 한다. 그래서 세계의 제조업 기업들이 앞다투어 미국에 공장을 짓게 만들었다. 차이가 있다면, FTA에서는 상대국에 작게라도 떼어주었던 미국 시장의 추가 개방이라는 요소마저 사라졌을 뿐이다. 나는 트럼프가 WTO와 FTA를 종식시켰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난 - P62

다. 그것들은 엄연히 우리 눈앞에, 이 땅에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년 40만t이 넘는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것도 WTO규범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애초 40% 부과하던 관세가 내년이면 0%가되는 것도 한미FTA의 효력이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통상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 미국 시장에 접근하고자 하는 나라는 미국이 원하는 바를 수용해야 한다. 반면 미국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는 미국 자신만이 결정한다. 게다가 미국은 그저 더 많은 제품을외국에 팔기 위해 통상규범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미국 기업이 외국에서도 국내에서 활동하는 것과 같은 법 제도 환경에서 자유롭게 활동할수 있게 만들려고 한다. 이것이 미국 통상의 목표이다. 그것을 위한 수단이 1995년의 WTO였고, 2002년의 FTA이며, 그리고 협정문조차 없는일방적 조치인 트럼프주의이다. 이 모두가 살아 있다(바이든의 인도태평양경제협력틀(IPEF)은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 P63

‘탈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의 인식 속에서 ‘세계화‘는 세계의여러 나라들이 서로 더 많이 의지하게 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본질적으로 권력관계를 일컫는 것이다. 이 힘은 특정국가들에 ‘제재‘를 부과하는 행위를 통해서도 행사되지만, ‘세계화‘의소용돌이 속으로 다른 나라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도 행사된다. 이러한 권력 행사야말로 제국주의의 특징이다. 세계화된 자본의 패권을만들어내는 ‘세계화‘가 그런 것처럼, ‘제재‘ 역시 가차 없는 제국주의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인 것이다. 즉 이른바 ‘탈세계화‘는 ‘세계화‘를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완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 P69

신자유주의에서 공유지경제로

나오미 클라인은 ‘아니요‘로는 충분하지 않다》 (2017)에서, 미국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싸우면서 보수적 우파 정치로 회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녀는 또한, 만약 이 일에 성공한다고 해도, 우리는 애초에 트럼프주의가 발생하게 된 조건들을 대면해야 할 것이라는 점도 상기시킨다. 즉 ‘트럼프에 저항하는 것‘ 이상을 우리는 달성해야 한다는말이다. 그녀는 지난 40년 동안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의 수많은 곳에서공적, 사적 영역을 이끌어온 (정확히 말하면, 잘못 이끌어온) 신자유주의의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하지 않는 한 우리 삶은 갈수록 더 살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 - P71

신자유주의는 인간을 경제학자들이 ‘호모에코노미쿠스‘라고 부르는것으로 이해한다. ‘경제적 인간‘은 순수하게 이기적인 개인으로서, 시장에서 자신이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는 것밖에 관심이 없다. 그는 일체의도덕적 속박에서 자유롭고, 타자에 대한 연민이나 공동체 및 타인에 대한 책임감을 결여하고 있다. 그는 반도덕적, 반사회적 원자(原)이다.
호모에코노미쿠스는 보통 추상적 개념으로 여겨진다. 현실 속에서인간은 사회적 존재로서, 공동체 속에서 타인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또 도덕적 감정도 갖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오미 클라인도지적했지만, 도널드 트럼프를 통해서 우리는 신자유주의 인간형, 즉 호모에코노미쿠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된 것이다. 트럼프는 거의 순수히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그는 반사회적이고 반도덕적이다. 그의 전 존재가 사리사욕 추구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트럼프에게서 신자유주의가 우리 인간을 어떻게 바꾸어놓있는지 직접 볼 수 있고, 바로 그래서 그를 보며 기겁하고 움츠러드는 것이다.
오래전에 칼 맑스는 자본주의에서의 이런 경향에 주목했다. 부르주아 시스템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벌거벗은 이기심, 냉담한 ‘현금 지급‘ - P77

이외에는 어떤 관계도 남겨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다음과 같은말은 잘 알려져 있다. "그것은 개별 인간의 가치를 교환가치로 환원해버렸고, 그리고 파기될 수 없는 공인되어 있는 여러 다양한 자유를 모두 몰아내고 단 하나의 부도덕한 자유, 즉 ‘자유무역‘만 성립시켜 놓았다. 한마디로 착취를 위해서, 종교적·정치적 명분들로 감춰져 있지만실상은 노골적인, 파렴치한, 직접적인, 잔혹한 착취만 남아 있다." 바로이것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자본주의가 자유롭게 풀어놓은 신자유주의 윤리이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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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TFLEX 것플렉스 두부 스낵 - 파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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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래맛이 너무 강해서 다들 안좋아해서 내가 다 먹었네. 파래보단 다른 맛이 무난해서 나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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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1-23 0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래맛은 저도 좀 힘들것 같네요 ㅎㅎ

햇살과함께 2025-01-23 09:05   좋아요 0 | URL
전 해조류를 좋아하긴 하지만 한 봉지 다 먹기에는 무난한 맛이 좋을 것 같아요 ㅎㅎ
 
위대한 유산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3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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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신사란 무엇인가를 묻는 책. 후원자의 죽음, 매부의 극진한 간호, 에스텔러와의 재회. 마지막은 눈물의 연속이다.ㅠㅠ 마지막으로 핍이 매부의 인생에 훼방꾼이 되지 않아 다행이다. 다음은 <두 도시 이야기>를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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