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석_ 타르콥스기 <희생>
알렉산더와 도메니코 같은 인물의 원형은 러시아 정교의 고행자를일컫는 ‘유로지비‘, 즉 ‘바보 성자‘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바보 성자 - P474
는 남들의 눈에는 어리석게 보이지만 순수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로, 타르콥스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던 도스토옙스키를 비롯한 러시아 대문호들의 작품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도스토옙스키는 "러시아 민중의가장 뜨겁고 가장 근원적인 욕구는 수난, 어디서나 무엇에서나 느끼는끊임없는 수난의 욕구"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런 수난을 겪음으로써, 즉 자신을 제물로 바침으로써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문화에서 이런 수난은 고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 P175
손제민_알리체 로르바케르의 영화
로르바케르가 어느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이 영화에 활용되는에 대해 얘기한 것을 보면 그가 간단치 않은 감독임을 알 수 있다. 좀 길지만 인용해본다(<헐리우드리포터> 인터뷰).
저는 ‘인공적으로 똑똑한(artificially intelligent)‘ 사람이기보다는 ‘유기적인 멍청이(organic dumb)‘입니다.... 과학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 그것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대체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고생각해요. 예를 들면, 미리 가공되지 않은 음식을 소화시켜야 하는 것처럼 날것 그대로의 재료를 마주해야 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우려스러운 - P186
건, 우리가 극도로 정제된 이미지를 추구한다는 점이에요.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우리는 그런 이미지들에서 살아갈 영양분을 얻는 것인데, 그런데 이 극도로 정제된 이미지들은 실제로는 죽은 물질들 (데이터)로 만든 것입니다. 살아있는 물질들로부터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그리고 우리 인간은 마음 깊숙한 곳에서 그 차이를 알아볼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진짜 음식은 맛으로 느낄 수 있어요. 살아있는 이야기 속에서는 차이를 느낄 수 있어요. 죽은 물질로 만들어진 이미지를 먹었을 때 저는 알수 있습니다. 실수가 있더라도 살아있는 물질로 만들어진 이미지인우에는 그걸 느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어쩌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완벽하진 않아도, 완벽히 세련되지 못해도 살아있는, 그리고 오점을 갖고 있는 것들을 창조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계는 실수를 할 수없으니까요. - P187
박혜영_마리아 미즈 <마을과 세계>
그것은 에코페미니스트로서의 자신의 일생이 무엇보다 "마을이 세계고, 세계가 곧 마을"이라는 둘 간의 연결성을 말하고 지키는 데 헌신한 삶이었기 때문이다. - P218
미즈가 경험한 ‘오래된 미래‘의 중심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훗날즈는 여성의 삶과 자연생태계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여성을억압하는 가부장제와 자연을 약탈하는 식민주의는 모두 자본주의의 이윤추구와 동일한 착취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에코페미니즘 이론을 제시하는데, 이런 정치경제적 통찰을 어머니를 통해 깨닫게 된다. - P220
우리는 흔히 자급이라고 하면 빈곤이나 저개발 아니면 혼자서 구차스럽게 사는것을 떠올리지만, 미즈에게 자급이란 모든 사회 · 경제 활동의 초점을 상품생산과 이윤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의 재생산에 두는 것을 말한다. 자급은 좋은 삶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물적, 문화적 필요를 여성, 자연, 제3세계를 착취하지 않고 생산해내는 삶의 방식이다. 과잉생산과 과잉소비 속에 과잉풍요를 누리며 자연과 미래세대에게 쓰레기를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순환적 생활방식 속에서 필요를절제하는 삶을 말한다. 미즈에게는 "이 세계의 모든 생명체가 좋은 삶을 누리고 좋은 관계를 맺으며 자연의 충만함과 함께하는 것"이 진정한자급의 모습이다. - P222
오은영_도갈드 하인 <우리에게 내일이 없더라도>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것을 깨닫게 된 그는 이 상황이 기후변화에도 정확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저기서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파국적인 미래를 그려 보인다. 그러나 하인이 보기에 더 심각하고 자명한 사실은기후변화가 해결 가능한 문제이기보다 함께 감수해야 할 곤경이라는점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원제 ‘폐허 가운데서 일하기(At Work in theRuins)‘가 의미하는 바는 우리는 모두 죽을 것이라는 자명한 사실 앞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문제라면 해결책이있다. 문제를 해결하면 상황은 이전 상태로 돌아간다. 하지만 곤경에는해결책이 없다. 곤경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후변화를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현실로 인정하고 어떻게 살아갈지를고민할 필요가 있다. - P235
그런데 평화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넓고 곧게 뻗은 큰길과 같은 답을요구하는 것이야말로 근대의 사고이다. 포스트모더니즘 영향 아래에서발생하고 정립된 평화학은 하나의 획일화된 답을 거부한다. 그래서 볼 - P236
프강 디트리히는 그의 책에서 추상명사인 평화를 굳이 복수형(peaces)으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다양한 주제들을 24개의 장에서 다루면서도굳이 하나의 결론을 끌어내지 않는 도갈드 하인의 작업도 하나의 확고한 답을 거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책에 하나의 결론, 정답이있을 것이라는 나의 기대야말로 근대성의 산물인 것은 아닐까? "세계는 안정적이고 질서 정연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우리 사고의 배후와 우리 사회가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에 존재하지 않는가?" 이 세계의 종말을 인정하면서 다음의 다른 세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절벽에서 손을 놓을 용기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생각하게 된다. - P237
이문재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성숙 단계입니다. 대의제와 양당제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이해하는 한 주권자 시민의 존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선거와 다수결, 주권 위임으로 대표되는 민주정은 사실 과두정과다르지 않습니다. 정치가 소수 엘리트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권모술수로 전락한 것입니다. 이들에게 10년, 20년 뒤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은 "지금 우리 인류가 직면한 진짜 위기는 환경위기가 아니라 정치의 위기"라고 갈파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자본과 권력의 강고한 장벽에 균열을 내는 것은 시민의 각성과 - P252
연대 말고는 없어 보입니다.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열어나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그러기위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표현해야 합니다. 공감하고 연대해야 합니다. 이것이 삼보일배와 오체투지가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일 것입니다. - P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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