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모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망 중인 흑인노예 짐과 함께한 모험을 통해 헉이 시대의 도덕과 내면의 양심 사이에서 여러 번 갈등하며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들. 결론은 해피엔딩이라는 걸 알면서도 짜릿하고 서글픈 모험 과정에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마지막 톰의 등장과 함께한 대반전에 씁씁한 웃음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란 놈은 자라나기를 그런 식으로 자라났으니 나쁜 짓이 내 천성에 맞고, 착한 일은 그렇지 않다고 말입니다. 맨 첫번째 일로 나는 짐을 다시 한번 노예 상태에서 훔쳐내자, 아니 그보다 더 나쁜 일을 생각해 낼 수 있다면 그것도 하겠다고 다짐했지요. 나쁜 짓을 하기로 한 이상, 더구나 끝까지 하기로 한 이상, 철저하게 해내는 것이 좋을 테니까요. - P452

나는 별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없이 그냥 자꾸만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위급한 때가 오면 하나님께서 적당한 말을 가르쳐 주리라고 믿고서 말입니다. 그냥 내맡겨두기만 하면 반드시 하나님이 적당한 말을 가르쳐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 P461

그것을 보자 메스꺼워졌습니다. 이 가엾은 악당들이 불쌍하게 생각되었지요. 아무리 해도 이 두 놈을 더 이상 미워할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보기에도 끔찍한 광경이었지요. 인간이란 다른 인간에 대해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는 겁니다. - P482

우리들은 어슬렁어슬렁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지금까지의 건방진 생각은 없어지고, 오히려 천박하고 비열하며 어쩐지 모든 것이 내 탓처럼 느껴졌습니다.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말입니다. 늘 이런 식이었지요. 옳은 일을 하든 그른 일을 하든 매한가지였습니다. 인간의 양심이란 사물의 이치를 닫지 못하고 인간을 탓할 뿐이었습니다. 만일 인간의 양심만큼 사물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똥개가 있다면, 난 그놈을 잡아독살해 버리고 말 겁니다. 양심이란 인간의 내장 모두가 차지하는 것보다도 더 큰 장소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아무 소용에도 닿지 않는 겁니다. 톰 소여도 나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 P482

그런데 한 가지만은 확실했습니다. 그것은 톰 소여가 진지하다는 것과, 실제로 그 검둥이를 훔쳐내는 데 도와주려고 했다는 겁니다. 이것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지요. 톰은 점잖은 애일뿐더러 훌륭한 가정 교육을 받은 애입니다. 체면을 잃을 수 있고, 고향에 있는 집안 식구들도 체면을 잃을 수 있었습니다. 머리가 영리하며 바보가 아니었지요. 아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며, 무식하지도 않았습니다. 또 악의가 없고 친절했지요. 그런데 이애는 자존심도 정의도 감정도 다 내팽겨쳐 버리고는 이와 같은 일에 손을 대어, 모든 사람들 앞에 자기뿐만 아니라 자기 가족 모두의 얼굴에다 똥칠을 하려는 겁니다. 나에게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천만 뜻밖의 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말해 주어야겠다고 나는 생각했지요. 참된 벗이라면 그 일을 당장에 그만두도록 하여 그의 체면을 지키게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겁니다. 그래서 실제로 그렇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지만 그는 나의 입을 막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 P486

「너는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모르고 있단 말야?」 - P486

「도덕에 닿건 말건 땅을 파는 데는 곡괭이가 제일이야. 나로 말하면, 도덕이니 나발이니 하는 소리는 눈곱만큼도 상관하지 않아, 검둥이며 수박이며 주일학교 책을 훔치려고 할 때는,훔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 어떤 방법으로 훔치는가는 따지지 않거든, 내가 원하는 건 내 검둥이거나, 내가 원하는 건 수박이거나, 또 내가 원하는 건 주일학교 책이란 말이야. 그래서 곡괭이가 제일 편리한 물건이라면, 난 그 곡괭이로 검둥이니 수박이니 주일학교 책이니를 파낼 뿐이야. 권위자들이 그것을 두고 뭐라고 생각하든 그 따위는 내 알 바가 아니거든」 - P509

「한데 말이다」하고 톰이 말했습니다. 「이런 경우 곡괭이를 칼이라 하고 사용하는 데에는 변명의 여지가 있지. 그렇지 않구선 난 찬성도 안하고 또 가만히 서서 규칙을 어기는 것을 보고있지 않을 거다――옳은 건 어디까지 옳은 것이고 그른 건 어디까지나 그른 것이고, 무식해서 그보다 나은 방법을 모른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사람이란 무릇 그릇된 짓을 해서는 안 되니까 말이지. 너라면 곡괭이로 짐을 파내고도 칼집에 든 칼을 사용한 것처럼 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야. 너에겐 그 이상의 지혜가 없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세상 일을 더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칼집에 든 칼을 이리 줘」
톰은 자기 것을 옆에다 놓고 있었지만 나는 내 것을 집어서 그에게 주었습니다. 그러자 톰은 그것을 내동댕이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칼집에 든 칼을 이리 줘」
나는 대관절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랐습니다――그러나 곧 생각이 났지요. - P509

여기서 톰은 그만 말문이 콱 막히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고는 짐이 양파를 가지고 고생을 해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침에 검둥이 오두막집에 가서 짐의 커피 주전자 속에다 몰래 양파 하나를 넣어두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짐은 「차라리 그것보다는 담배를 그 속에다 넣어주면 좋겠구먼유」 하고 말하고는 그것에 대해 몹시도 투덜댔지요. 또 현삼화를 기르고, 구금을 쥐에게 들려주고, 뱀이니 거미니 따위를 귀여워하며 기르는 일이며, 더구나 펜이니 문구니 일기니 따위의 일은지금까지 해온 어떤 일보다도 죄수가 된 것이 귀찮고 괴로우며 책임이 무겁다고 투덜대는 겁니다. 그러자 톰도 더 이상은 참을래야 참을 수 없게 되어, 짐더러 이 세상의 어떤 죄수도 여태껏 가져보지 못한 명성을 떨치기에 좋은 기회가 얻어걸렸는데도, 그것도 모르고 모처럼의 기회를 헛되이 버리려 한다고 닦달했지요. 그래서 짐도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앞으로 다시는 그런 불평을 늘어놓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들은 집으로 잠을 자러 갔습니다. - P5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야, 내겐 과분할 정도이지요. 훌륭한 한패고말고요. 하지만 나를 그토록 높은 지위에서 이렇게 낮은 신분으로 떨어뜨린 작자는 누구지요? 바로 나라는 말입니다. 나는 여러분을 비난하고 있는 게 아니올시다―― 천만에요. 나는 누구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모든 게 다 자업자득이지요. 냉엄한 이 세상더러 하고싶은 대로 최악을 다하라지요. 한 가지만은 나는 알고 있지요 — 나를 위한 무덤이 어디엔가에 있다는 말입니다. 이 세상은 여전히 전과 다를 것 없이 돌아가고, 나에게서 모든 것을 다 빼앗아가겠지요 사랑하는 사람들, 재산, 그 밖에 모든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그 무덤만은 빼앗아갈 수가 없어요. 언젠가 나는 그 무덤에 누워 모든 걸 잊어버리고 내 불쌍한 상처받은 가슴이 안식을 찾게 될 겁니다 - P277

그러나 나는 한마디 입도 뻥끗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두었지요. 혼자만 알고 내색을 않는 것, 그게 제일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면 자연히 싸움도 일어나지 않고, 귀찮은 일도 생기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놈들이 자기들을 왕이니 공작이니 하고 불러주기를 원한다면, 그것이 가족의 평화를 유지하는 한 나는 반대하지 않았지요. 짐에게 얘기해 보았자 아무소용도 없는 일이어서 말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빠한테서 무엇인가 배운 바가 있다면, 이런 종류의 인간들과 함께 살아나가는 데 제일 좋은 방법은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내버려두는 거라는 겁니다. - P284

나는 곧 잠이 들어버렸고, 내 당직 시간이 와도 짐은 나를 깨우지 않았습니다. 짐은 가끔 이렇게 했지요. 마침 아침 새벽녘에 눈을 떠보니 짐은 거기 그대로 앉아서 머리를 무릎 사이에다 박고는 혼자서 신음소리를 내며 흐느껴 울고 있었습니다. 나는 관심을 두지도 않았고, 또 그런 내색도 하지 않았습니다. 무엇 때문인지 잘 알고 있었지요. 짐은 멀리 떨어져 있는 아내와 자식 생각을 하고는 상심하여 향수병에 걸려 있는 겁니다. 아직까지 한번도 집을 떠나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자기 가족을 생각하는 심정은 흑인이나 백인이나 다를 것이 없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이것은 당연한 일같이 보이지 않지만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요. - P340

나는 이렇게 혼자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 바로 이 처녀의 돈을 저 뱀 같은 늙은이가 훔치도록 잠자코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 P378

그런데 사실을 고백하는 편이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때가 있는 법인데,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일을 마음속에다 새겨두었다가 언젠가 좀더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보통이 아닌 괴상한 일이었으니까요. 이런 일은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마침내 옳지, 위험을 무릅쓰기로 해보자, 이번만큼은 진실을 말해 보기로 하자 하고 혼자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마치 화약통 위에 앉아 자기가 어디로 튀어나갈지 보기 위해 화약에다 불을 당기는 격이었지요. 그러고 나서 나는 이렇게 입을 열었습니다. - P401

그것은 사소한 일로 성가신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지상에서 사람이 가는 길을 가장 평탄하게 해주는 것은 이와 같이 사소한 일인 겁니다. 그렇게 한마디 해두면 메리 제인은 안심할 것이며, 게다가 돈 한 푼 드는 일도 아니었지요. - P408

아슬아슬한 고비였습니다. 나는 종이를 집어 손에 쥐었습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둘 중에서 어느 하나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나는 숨을 죽이고는 잠시 생각한 끝에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좋아, 난 지옥으로 가겠어」―그러고는 편지를 북북 찢어버렸습니다.
그것은 끔찍스런 생각이었고 무서운 말이었지만 벌써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뱉은 말을 취소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었지요. 그러고는 이제 두 번 다시는 마음을 고쳐 먹는 일에 대해서 신경을 끄기로 했습니다. 그 모든 생각을 머리에서 말끔히 씻어버렸지요. - P4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게 무엇을 뜻하느냐구? 내 가르쳐주겠구먼. 일을 하랴를 부르랴 그만 녹초가 되어 잠들어 버렸을 때, 너를 잃어버려나는 가슴이 그만 찢어지는 것만 같았당께. 그래서 내사 어떻게되든, 그리고 뗏목이야 어떻게 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제. 그러다가 눈을 떠보니 네가 무사히 돌아와 있는 것을 보자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당께. 난 너무나도 고마워서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어가 네 발에다 입을 맞출 정도였단 말이제. 그런데 너는 생각한다는 것이 고작, 어떻게 하면 거짓부렁으로 이 늙은짐을 꿇려 줄까 하는 것뿐이었당께. 저기 있는 저 잡동사니들은 쓰레기여, 쓰레기란 말이제, 친구 머리통에다 진창을 잔뜩 발라놓아 그 친구를 부끄럽게 만드는 인간들이 바로 쓰레기란 말이제 - P184

이젠 그가 거의 자유의 몸이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갑자기 머리에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과연 그건 누구의 책임일까요? 바로 내 책임이었지요. 암만해도 이 생각을 양심에서 떨구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이 나를 괴롭혀서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한 곳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지요. 이제껏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나 이젠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남아 한층 더 나를 괴롭힐 뿐이었지요. 이것은 내 탓은 아니야, 내가 짐을 그의 정당한 소유주한테서 빼낸 것은 아니니까하고 자신에게 타일러보려고 했지만 모두 헛수고였지요. 그럴때마다 양심이 고개를 쳐들고는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그러나 너는 짐이 자유를 찾아서 도망친 것을 알고 있었지 않았는가, 그리고 너는 강둑에 배를 갖다 대고 누구에게든 그 일을 고발할 수가 있었을 게 아니냐 말이다. > 정말로 지당한 말이었지요―피할래야 피할 길이 없었던 겁니다. 내 마음을 괴롭히는 것은 바로 이 점이었습니다. 양심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불쌍한 왓츤 아주머니가 도대체 너에게 어떻게 했길래, 그녀의 검둥이가 바로 네 눈앞에서 도망을 치는 것을 보고도 넌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단 말이냐? 그 불쌍한 아주머니가 너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너는 이렇게까지 지독한 짓을 그 아주머니에게 하느냐 말이다. 그 아주머니는 너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려고 했고, 예의범절을 가르쳐주려고 했으며, 힘 자라는 데까지 여러 가지로 너에게 친절히 대하려고 한 사람이 아니었던가? 그게 바로 그 아줌마가 한 일이 아닌가 말이다.> - P215

가만 있자 내가 옳은 일을 해서 짐을 남의 손에 넘겨주었다고 하면, 내 마음이 지금보다 더 편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 기분이 좋지 못했을 거야 아마 지금과 마찬가지 기분이었을 거야. 나는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옳은 일을 하는 데 힘이 들고, 나쁜 짓을 하는 데는 힘이 들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결과가 똑같다면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해 본댔자 소용없는 일이 아닌가? 나는 여기서 그만 딱 막히고 말았지요. 이 문제에 대해 답을 내릴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젠 이 일로 마음을 쓰는 일을 아예 그만두고, 이제부터는 그때 그때에 제일 편리한 방법을 택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 P222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2-04-28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디오로 들은 적이 있어서 반가운 작품이네요. ebs에서 성우가 읽어 주었던 것 같아요.

햇살과함께 2022-04-28 17:58   좋아요 1 | URL
페크님 오디오로 들으셨군요~ 모험이 왜 이리 슬프죠??
 

예리하신 주디스 로프터스 아줌마~

경고문

이 이야기에서 어떤 동기를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기소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교훈을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추방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플롯을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총살할 것이다.

——— 지은이의 명령에 따라
군사령관 G.G. - P11

이런 식으로 하루하루가 흘러갔습니다. 강은 양쪽 둑 사이로 다시 흐르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이 맨 처음 한 일 가운데 하나는, 껍질을 벗겨낸 토끼를 큰 낚싯줄에 매달아 길이가 6피트 2인치에다 무게가 무려 2백 파운드가 넘는 사람 크기만한 메기한 마리를 잡아올린 것이었습니다. 물론 우리들은 이놈을 다룰수 없었지요. 잘못하다간 도리어 이놈이 우리들을 일리노이 주쪽 강둑에다가 내동댕이쳐 버렸을지도 모를 것 같았습니다. 우리들은 이놈이 제 멋대로 이리 펄떡 저리 펄떡 날뛰다가 드디어 죽는 꼴을 그저 둑에 앉아서 지켜보고만 있었지요. 밥통 안에는놋쇠 단추 하나, 둥근 공, 그리고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도끼로 공을 갈라보았더니 그 속에서 실감개가 나왔습니다. 짐은 이 메기가 그 실감개를 오랫동안 밥통 안에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무엇으로 자꾸만 싸고 또 싸서 이렇게 공이 되고 만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시시피 강에서 잡은고기 중에서 가장 큰 놈이라고 생각됩니다. 짐도 이보다 더 큰놈을 본 적이 없다고 했지요. 마을로 가지고 가서 팔면 꽤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마을 시장에서는 이런 물고기를 파운드 단위로 팔고, 누구나 다 얼마만큼씩은 이 고기를 사가기든요. 살이 눈처럼 하얀 것이 기름에 튀기면 그 맛 죽여줍니다. - P123

그리고 그 낡아빠진 사라사 옷을 입고 여자들 사이를 돌아다니지 마라. 여자 흉내가 서툴러 남자를 속일 순 있을지 모르지만, 얘야, 바늘에 실을 꿰려고 할 때에는 실을 움직이지 않고 바늘을 실 쪽으로 갖다대는 게 아냐. 바늘을 움직이지 않고 실을 바늘구멍에 갖다 꿰는 거 – 그게 바로 여자들이 거의 늘 실을 꿰는 방법이란다. 하지만 남자들은 하나같이 그 반대로 하거든. 그리고 또 쥐나 뭐에게 물건을 던질 때에는 여자라면 발끝으로서서 되도록 어색하게 팔을 머리 위로 가져다가 쥐 있는 데서육칠 피트 떨어진 곳에다 던져버리는 거야. 팔을 뻣뻣이 내뻗어어깨에 회전축이라도 있는 듯이 어깨에서부터 던지는 게야 여자들이 하는 식으로 말이다. 팔을 한쪽으로 쭉 뻗어 손목과 팔꿈치로 던지는 것은 남자들이 하는 식이지. 그리고 말이다. 뭘 무릎으로 받으려고 할 때 여자는 두 무릎을 벌리는 법이야. 네가 납덩어리를 받았을 때처럼 두 무릎을 갖다 모으진 않아. 난 네가 바늘에 실을 꿰려고 할 때 사내녀석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지. 그걸 확인하려고 다른 걸 생각해 낸 거야. 자, 이젠 삼촌 댁에 어서 가거라, 새러 메리 윌리엄스 조지 엘랙산더 피터스, 그리고 무슨 문제가 생기면 주디스 로프터스 아줌마에게 연락하려무나. 그게 내 이름이거든. 할 수 있는 데까지 널 돌보아줄 테니까. 죽 강둑 길만을 따라가는 거다. 그리고 요담에 여행을 할 때에는 구두와 양말을 가지고 오도록 해, 강둑 길은 돌투성이라 고셴에 도착할 때면 네 발 꼴이 말이 아닐 게다. - P137

「하지만 짐, 짐은 요점을 놓치고 있어 제기랄, 요점을 놓쳐도 한참 놓치고 있단 말야」
「누가? 나 말여? 요점 같은 소리 집어치우랑께. 이래 봬도 사리분별 정도는 알고 있는 나랑께. 그 솔로몬이 한 짓은 분별이 있는 사람이 하는 짓은 아니제. 재판은 반쪽짜리 애에 관한 것이 아니구 완전한 애에 관한 거였지. 온전한 애에 관한 재판을 반쪽짜리 애로 처리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작자는, 비가 오셔도 비 한 방울 피하지 못할 위인이랑께. 헉, 나한테 솔로몬얘기 같은 건 아예 꺼내지도 말랑께. 내사 그 사람에 대해선 손바닥 들여다 보듯 빤히 알고 있으니까 말이제」 - P1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