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모든 추론이 터무니없노라고 힘주어 말했다. 누이가 말한 것 중 적어도 일부에는 마음속으로 동의하고 있었던 만큼 내 어조는 더욱 단호했다. 하지만 누이처럼 그저 어림짐작만으로 사태를 판단하는 건 정말 잘못이다. 나는 그런 종류의 일을 부추기지 않을 터였다. - P19

어떤 사내가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하고, 여가와 소일거리를 갖기 위해 땀과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자신이 기뻐하며 떠나왔던 과거의 일과 분주했던 지난날을 그리워하고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걸 말입니다."
"그럼요.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저 자신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1년 전 저는 유산을 물려받았죠. 꿈이 실현되었다고 여길 만한액수의 돈을 말입니다. 전 언제나 여행을 하고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죠. 음, 그게 말씀드린 대로 1년 전입니다. 그런데 전 아직 여기 이러고 있답니다."
내가 느릿하게 대답했다. 자그마한 이웃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습관이란 게 그런 거죠. 우리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하지만,
목표가 달성되고 나면 우리가 진짜 원한 것은 사실 매일의 노동임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기억해 두세요. 무슈, 제 직업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었답니다. 세상의 여러가지 일들 중 가장 흥미로운 종류의 일이었지요." - P37

"돈이란 지금 제게 중요합니다. 언제나 그래 왔지요. 하지만 제가이 사건을 맡는다면 돈 때문이 아닙니다. 한 가지만은 분명히 알아두셔야 합니다. 전 이 사건을 끝까지 파헤칠 겁니다. 명견은 냄새를 맡으면 끝장을 보는 법이란 걸 잊지 마십시오! 나중에 당신은 그냥이 사건을 지방 경찰에 맡겨 두었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하실 수도 있습니다." - P116

"의자에 관한 한 그렇다고 봅니다. 그 밖에는 모르겠습니다. 이런종류의 사건을 많이 다루어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선생님, 이런 사건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내가 호기심을 느끼며 물었다.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 각자가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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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또 여행!

‘여름의 책’과 같은 연작소설은 아니나, 주로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다. 표제작 ‘두 손 가벼운 여행’과 ‘낯선 도시’가 가장 좋았다(여행 중이라서?).

둘다 노년 여행가의 여행 중에 벌어지는 웃픈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혼자만의 조용하고 가벼운 여행을 꿈꾸었으나 낯선 여행객에게 말려들어(?) 자꾸 사람과 엮이는 상황, 비행기에서 모자를 두고 내리고 낯선 도시에서 예약한 호텔명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 누구나 늙으면 겪을 것 같다.

여전히 좋은 섬, 숲, 새에 대한 부분, “벌어진 일은 받아들이는” 태도, 이건 섬에서 오래 산 사람이 가지는 태도인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그런 태도가 묻어나는.

토베 얀손의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 같다. 자꾸 에세이처럼 읽힌다. 표지도 너무 좋고, 번역 잘 모르지만, 안미란 번역가의 번역도 좋다.

민음사에서 최근에 토베 얀손 장편소설 2권 출간했던데 이것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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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X가 말했다. "무슨 말을 하시려는지 다 알겠어요. 서로 다른 종류의 외로움들이죠. 강제된 경우와 자발적 경우 말이에요." - P112

가끔 우리는 안전한 곳에서 이끼를 등 밑에 깔고 누워서 어마어마한 초록빛 세상을 바라보았다. 하늘 한 조각 보기도 힘들었지만, 숲은 분명 하늘을 지붕으로 이고 있었다. 아주 고요한 가운데 바람이 나무 끝을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위험이라고는 없었고, 정글이 우리를 품고 지켜 주었다. - P149

밤이라 길에 차가 별로 없었다. 앙리는 한 대씩 달려 지나가며 고립감을 점점 더 커지게 하는 자동차 소리를 누워서 듣는 니콜을 상상했다. - P169

"그럼." 요세프손이 말을 계속했다. "이제 우리는 서로를 참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서로를 받아들일 수도 있겠고요." - P188

평화의 집은 삼촌의 눈에 아주 끔찍한 장소로 보였다. 그렇게 많은 걱정투성이 노인들이 한 장소에 모여 있는 광경을 상상해 본 적이 없으셨으니까. 집에서는 누구나 나이가 삼촌보다 한참 아래여서 당신은 저절로 예외적이고 유일한 존재셨다. 하지만 여기에서 이름 모를 군중에 휩쓸리니, 지친 삶이 주변으로 밀어내고 잊어버린 난파물의 무의미한 한 조각이 되어 버린 듯한 느낌이 갑자기 들었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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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들이 섬에 들르지 않고 그냥 지나가면
마음이 좋다고 하셨네요. - P11

그리고 기록하는 것은 오직 기록과 자기 자신 사이의 문제이므로 다른 사람들한테, 또 그들이 뭐라고 생각하고 이해하는지에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죠. 그것만이 옳은 길이에요. - P12

작가는 책 속에서 만나야 한다는 건 아름다운 생각이에요. - P12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흥미예요. 흥미라는 건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해요. 처음에는 가만히 있어도 생기는데 내가 알아보지를 못하죠. 그래서 그냥 낭비해 버려요. 나중에는 잘 가꿔 줘야 하는 무언가가 되지요. - P25

우리는 벌써 온통 꽃이 피어 봄밤에 새하얗게 빛나는 귀룽나무 앞에 멈추어 섰다. 나무를 보다 보니, 나는 지금껏 욘네를 제대로, 그러니까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P27

"꽃을 피우게 둬야지." 케케가 말했다. "아, 여기 안주인이 오시네! 그렇지 않아요? 꽃을 피우도록 내버려 두고 즐겨야죠? 그것도 살아가는 한 가지 방식이에요. 그걸 재생산하는 건 또 다른 삶의 방식이고요. 결국 그 얘기죠."
다들 떠나고 나자 욘네는 자러 갈 때까지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그가 말했다. "나는 별것 아닌 데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적어도 나 자신의 몫이지."
"그래." 내가 말했다. - P29

불쌍한 도시 아이를 도와주고자 손을 내밀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 세상의 악과 고통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떼어 낼 수 없는 감시자를 목에 매단 셈이었다. - P41

"그래. 바람이 없으니 다행이야. 벌어진 일은 받아들여야지" - P51

간신히 바깥으로 나왔을 때는 길에 아무도 없었다. 공항주변에서 자주 느껴지는 뭔지 모를 절망감이 내 주위 모든 방향으로 펼쳐져 있었다. 안개가 낀 추운 밤이었다. - P55

여러분은 내가 짐에 무엇을 넣었는지 궁금할지도 모르겠다. 최소한만 챙기는 거다! 짐이 가벼운 여행은 언제나 내 꿈이었다. 신경 안 쓴 듯이 손에 달랑 들 수 있는, 공항 출국장같은 데서 무거운 가방을 끌고 초조해하는 사람들을 서두르지 않고도 빨리 걸어서 추월할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가방. - P78

그는 한숨을 쉬었다. 주변의 소음 때문에 그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의 넓은 어깨가 한숨과 함께 올라갔다 내려오는 게 보였다. 집에서는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는 게 분명했다. 누구나 다 똑같다. 이렇게 품위 있는 시가를 피우는 여행자, 금으로 된 라이터를 갖고 있고 가족이 자기 집 수영장 앞에서 사진을 찍는 여행자, 그마저도!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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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보 까보슈를 통해 동화작가라는 걸 알게된 다니엘 페나크.
오늘 도서관에서 발견한 까모 시리즈. 둘째 보라고 4권 빌렸다.
까모가 어떻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읽었다. 비결은 펜팔^^ 신기한 펜팔의 세계가 펼쳐진다. 작가의 재미있는 인터뷰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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