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한달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최소 2권씩 파먹기로 결심. 예전에 민음사 파주 창고에서 패밀리세일 할 때 신나게 2박스 지른 세계문학전집이 읽지 않은 책장에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얇은 책만 야금야금 꺼내 읽는 꼼수를. 체호프 단편선도 역시 얇아서 원 픽^^
체호프는 몇 년 전에 연극 보기 전에 희곡 '벚꽃동산'과 '갈매기'만 읽어보았기에, 소설은 처음이다.
풍자적인 상황 가운데 갑작스러운 충격적인 결말로 맺는 이야기도 좋았지만, 사랑,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씁씁함과 여운을 많이 남긴다. 화자가 상대에게 호감이나 애정의 감정이 있었으나, 막상 그 상대가 사랑을 고백하거나 화자의 감정을 받아들인 후 화자에게 벌어지는 내면의 변화, 변심, 외면하는 심리가 자주 묘사되고 있다. 특히, '베로치카'의 남성 화자의 여성 화자에 대한 감정 변화, 세계에 대한 관점을 나란 사람과 많이 겹쳐보게 된다.
유명한 단편 중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이 민음사 단편선에는 수록되지 않아 문학동네 일러스트 도서가 있길래 도서관에서 빌려왔다(로쟈님이 번역한 줄은 몰랐네). 가볍게 시작한 불륜관계에서 생겨난 사랑, 화자는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다고 하지만, 이런 감정이 정말 화자에게 처음일까, 이게 정말 사랑이라는 감정일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건 왜인지. 그들의 시작은 "어떻게? 어떻게?"라는 고민과 함께, 그리고 이야기가 끝난다.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내일 일을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