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주의 vs 상대주의 -> 문화적 접근

2장. 여성 성기 절제를 둘러싼 프랑스의 논쟁

여성 성기 절제가 국제적인 관심을 끌게 된 것은 페미니즘 운동의 확산과 연관이 크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성기 절제를 묵과할 수 없는 가부장제 관행으로 간주했고, 여성이 성적 기쁨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을 제거해여성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행위로 이해했다. 프랜 호스켄(Fran Hosken)과앨리스 워커(Alice Walker)는 여성 성기 절제 관행을 면밀히 조사한 뒤 보고서를 내어 그 잔인성에 대해 전 세계의 관심을 환기시켰다(Hosken, 1982). 호스켄은 보고서에서 "여성 성기 절제는 단순한 신체적 고문이나 억압이 - P82

페미니스트 중에는 서로 대립되는 이 두 주장 사이에서 중립적 입장을취하며 여성 성기 절제의 문화적 의미를 강조하는 학자도 있다. 엘런 그린바움(Ellen Gruenbaum)과 재니스 보디(Janice Boddy)는 인류학자로서 여성 성기 절제의 시행 지역을 연구하다가 여성 성기 절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들은 극단적 보편주의를 지양하고, 또 다른 극단으로서 아프리카지역의 특수성만을 강조하는 입장도 지양하며 문화적 맥락으로 이 문제에접근했다(Gruenbaum, 2009). 그들은 성기 절제를 한 여성들을 인터뷰한후 성기 절제에 대항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그 관행의 본래 목적과 이유를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성기 절제를 한 여성들은 성기 절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에도 반대하지만, 성기 절제가 여성에 대한억압이므로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근시안적이며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 이러한 인류학적 연구의 대부분은 여성성기 절제에 반대하는 서구 페미니스트들이 성기 절제를 한 여성들의 신체 건강과 정신적 외상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서구 문화의 우월성에 입각 - P89

해 여성 성기 절제를 시행하는 국가나 사회의 야만성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페미니스트들 중 일부는 이를 19세기 반유대주의적 사회 분위기 속의 ‘타자로서의 유대인‘과 비교하며, 1990년대의 여성 성기 절제 시행자를 ‘타자로서의 이민자‘로 설정하고 이민자들 고유의문화를 ‘야만적 관행‘으로 간주하는 경향도 발견된다. - P90

이러한 주장들을 정리하면, 보편주의적 입장에서는 여성 성기 절제와같은 이민자의 특수한 문화적 관행이 비록 고유의 전통이더라도 수용국의보편주의적 문화에 의거해 판단되고 이해되어야 한다. 반면 아프리카 특수주의를 강조하는 입장에 따르면, 여성 성기 절제는 본국의 고유한 전통이고 문화이므로 수용국의 문화가 중요하다면 이민자의 특수한 문화 역시존중받아야 하며, 그들의 문화적 관행을 수용국의 문화와 가치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문화적 맥락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여성 성기 절제의 문화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며, 그것이 가져다주는 심리적·육체적 외상에 관심을 두고 여성 성기 절제 근절에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다양한 주장이 명확하게 나뉘는 것은 아니다. 각국 페미니스트들의 다양성, 정부 정책의 영향, 여성 성기 절제 관행의 유형, 이민자들의 의식화 등에 따라 이렇듯 중첩적으로 나타난다. - P91

그러한 태도와 더불어, 여성 성기 절제를 둘러싼 논쟁을 통해 프랑스 사회가 여성 이민자를 보는 시각에 큰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 이민학책이야 한다자는 프랑스 사회에서 성적 차별과 인종적 차별을 동시에 겪는다. 프랑스정부는 체류 허가와 관련해 여성 이민자를 단지 남성 이민자의 체류 자격에 종속된 존재로 파악하기 때문에 남편이나 아버지의 체류 자격이 소멸되면 아내나 딸의 인권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들을 추방한다. 이런 점에서 이제 프랑스 사회의 인권 논의는 이민자 전체에 대한 인권 논의와 더불어 이민자 집단 내 차별, 그리고 여성 이민자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관점을 새롭게 정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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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주의자
문화 이원론자 vs 보편주의자
일상적 인종차별주의
마지막 단락은 이해가 안되네?

1장. 명예살인에 관한 스웨덴의 논쟁과 정책적 대응

한편 보편적 평등에 입각한 스웨덴의 명예살인 대응 정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도전받고 있다. 첫째는 문화 이원론적 입장을 옹호하는 극우 정치인들의 출현과 약진이다. 대표적으로 스웨덴민주당(Sweden Democrats)이라는 극우 정당 출신 정치인들이 이민자 공동체 문화가 지닌 여성에 대한폭력성을 강조하며 반(反)이민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그들은 스웨덴 정부가 관대한 이민을 제한하고 더욱 엄격한 사회 통합 정책을 도입해 이민자들을 주류 사회에 동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실제로 최근 스웨덴에서도 인종과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이 폭력 사태로 분출되고있다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두 번째 도전은 주로 일부 학자와 여성 이민자 조직을 통해 제기된다.
구체적으로 교차주의자(intersectionalists)라고 불리는 그들은 스웨덴의 명예 관련 폭력을 둘러싼 논의와 정책 대응에서 젠더뿐 아니라 계급과 섹슈얼리티 등 다양한 정체성 변수에 대한 고려가 없었고, 폭력이 발생하게 된정치적·사회경제적 맥락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들은 문화 이원론적 입장에 대해 인종차별주의라고 비판하며, 다른 한편으로는보편적 평등에 입각해 이민자의 문화적 특수성을 무시한 스웨덴의 명예관련 폭력 정책이 여성 이민자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P45

그들의 우려는 문화를 통해 서구와 비서구 국가를 이분법적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곧 서구와 비서구 국가의 가치가 충돌한다는고정관념을 조장하고, 나아가 (모든) 이민자가 유럽인보다 젠더 평등을 잘수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확산한다는 생각에 근거한다. 궁극적으로그들은 젠더 평등 원칙이 주류 사회의 인종차별주의적 편견을 정당화하고다문화주의를 공격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이를 피하기위해 논의의 프레임은 문화가 아닌 여성의 권리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구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Phillips and Saharso, 2008: 295). 그들에 따르면 여성의 권리 보호에 대한 논의 프레임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실제여성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느냐, 아니면 소수 문화 공동체를 비난하는 데 사용되느냐가 결정된다. - P57

이처럼 이민자의 모국 문화에 낙인을 찍고 그것을 명예살인의 주요 요인으로 간주하는 문화 이원론자의 관점에 대한 대안적 관점으로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특정 공동체의 문화 때문이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나 나타나는 보편적 가부장제 때문이라는 입장이 제기되었다(Meetoo and Mirza, 2007: 188). 보편주의자의 시각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 서구 국가든 비서구국가든 어디에서나 발생한다고 보기 때문에 오로지 비서구 국가 여성이폭력의 희생자이며, 비서구 국가의 남성만이 폭력 가해자라는 편견을 조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므로 보편주의자들은 이민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여성이 남성의 폭력으로부터 동일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정책의 보편적 적용을 강조한다. 이러한 보편주의자의 시각은 앞서 언급한 스웨덴의 보편적 평등 원칙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스웨덴의명예살인 논의에서 가장 대중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 결과 스웨덴 정부는보편주의적 입장을 토대로 명예살인 대응 정책을 수립했다. - P59

나아가 이러한 교차주의적 시각을 견지한 학자들은 스웨덴의 이민자들이 매우 높은 수준의 사회적 권리를 누리지만, 스웨덴에서 문제시되는 것은 이민자의 공적 권리가 아니라 이민자에 대한 주류 스웨덴인의 종족 차별과 숨겨진 ‘일상적 인종차별주의‘라고 지적한다(Carson and Burns, 2006;최연혁, 2009: 13 ff). 이러한 지적은 앞서 언급한 정책 및 제도적 노력과 달리 스웨덴 이민자와 주류 스웨덴인 사이에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분리가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에 근거한다. - P70

그동안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인종차별이 없다고 알려진 스웨덴에서극우 정당의 출현과 성장은 다수의 스웨덴 대중과 정치인에게 당황스러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조명진, 2010). 선거에서 승리한 여당 보수연합(온건당, 중앙당, 인민당, 기민당)이나 선거에서 패배한 야당 사민연합(사민당, 녹색당, 좌파당)은 어느 곳도 스웨덴민주당과 연정을 맺지 않겠다고 선언한바 있다(조명진, 2010). 그동안 스웨덴 사람들이 인종차별과 종족 차별을내세우는 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극우 정당의 약진을통해 그들의 정치적 행동 이면에 인종차별주의와 이민자에 대한 공포가 상당 부분 내재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Hellgren and Hobson, 2008: 389). 최근 스웨덴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실제 사건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1~2년 동안 스웨덴의 세 번째 도시이자 인구의 약 40%가 이민자 또는 이민자 자녀로 구성된 말뫼(Malmö)에서 무슬림 이민자에 대한 연쇄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KBS, 2010). 이러한 사건이 스웨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스웨덴민주당은 이민자 유입 조건을 강화하며 그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점에서 명예살인을 계기로 현재 스웨덴에서 전개되는 이민자에 대한 논의는 그동안 스웨덴 사회에 숨겨진 ‘일상적 인종차별주의‘를 드러낼 뿐 아니라 그러한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세력화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 P72

마지막으로 파다임 사건을 계기로 스웨덴의 이민자 공동체에서 여성에대한 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역사학자 케네스 프리젠(Kenneth Fritzen)의 설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 이민자가 새로운 사회(이민 수용국)에서 가장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문화는 다름 아닌가족, 아동 돌봄과 양육, 젠더, 섹슈얼리티, 갈등 해결 방식과 관련된 것이다(Englund, 2002:33). 이러한 이슈들은 이민 수용국에서도 여전히 논쟁적으로, 그리고 관용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이민자 개인은 그러한 이슈들을 이해하며 그러한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바꾸는 데 가장 적은 노력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는 이민자 공동체 내 여성 문제가 수용국의 여성 문제와 상호 교차해 유지·강화된다는 점과 더불어, 수용국의 여성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는 이민자 공동체 내 여성 문제의 해결도 어렵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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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주의라는 이데올로기 속에 담긴 페미니즘과의 충돌 가능성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 명예 살인을 다룬 터키 소설
본질주의적 문화 개념의 문제
트랜스 문화성에 경계의 개념 포함

책을 펴내며

이 책은 서구 사회에서 이미 위법이거나 구시대적 산물로겨지는 명예살인, 여성 성기 절제(Female Genital Mutilation: FGM) 관습, 미국 형사재판 과정에서의 문화적 항변, 베일, 강력한 가부장적 문화 등을이민자 집단에게는 다문화주의의 이름으로 인정해주는 현상에 대해 페미니즘적으로 접근해 재해석하고자 했다.
그렇다고 이 현상들을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강하게 비판한다면 결국 서구적 보편주의 논리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연구자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할 보편적 답변을 내리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지만, 적어도 이러한 문제들에서 다문화주의적 용납이 비판의 소지가 있음을 밝히는 정도로 논의를 전개하려 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모두 연구 대상 지역에 관한 전문가로, 해당 지역 연구의 맥락에서 문화적 충돌 현상을 자세히 살펴보고, 그 현상에 나타난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의 충돌에 대해 연구했다. - P6

서론

이주 현상의 증가와 더불어 한편으로는 가부장적 억압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키고자 하는 페미니즘과,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적 다양성을 보호하려는 다문화주의적 노력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 P22

오킨이 제기하는 다문화주의 비판은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다문화주의자들은인종 문화적 집단을 하나의 독립적이고 폐쇄된 단위(monolith)로 간주하고있으며, 그들이 주목하는 것은 집단 간 차이에 관한 문제일 뿐 집단 내부의 차이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성차 문제, 성별에 따라 권력과 이익이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상황은 보지 못하게 된다. 또한 오킨에 따르면 소수집단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개인이 자존감과 자기의식을 발전시키기 위해 "자기의 고유문화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하면서 삶의 ‘사적 영역‘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들이 간과하는것은 인간이 자기 자신을 감지하고 자기를 형성하기 시작하면서 문화를전수받고 실행하는 바로 그 공간, 즉 가정이야말로 성적 차별이 일어나는일차적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즉, 가정에서는 성에 따라 역할과 과제가 다르게 분배되고, 딸과 아들은 각기 다르게 사회화된다(Okin, 1999: 12).
나아가 오킨은 대부분의 문화가 초점을 맞추는 영역이 바로 사적이고성적이며 재생산의 삶의 기능과 관계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문화가 규정되고 실행되는 데 있어 지배적인 주제들이 바로 이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다. 종교나 문화에서 결혼, 이혼, 양육권, 가족의 재산 또는 상속을 다루는법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문화적 관습이라고 하는 것들은 통상 여성의 삶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여성에 대한 남성의 통제를 실현하는 기능을 한다(Okin, 1999: 12ff). 그러므로 오킨에 따르면 이러한 문화적 관행을 보호하는 것은 지극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 P23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지배 권력이 본질주의적 문화 개념과 공모하는지점을 발견한다. 본질주의적 문화 개념이 문화를 분화해서 보지 않고 하나의 동질적 단위로 상정할 때, 지배 권력은 자신의 문화를 그 사회 전체의 문화로 제시한다. 지배 권력은 단지 부분에 불과한 자신의 문화가 전체문화인 양 나타나게 하는 권리를 독점한다. 자신의 문화를 사회 전체의 문화로 제시하면서 그에 도전하는 모든 다른 형태의 문화를 무시하고 배제하며 추방해버린다. 또한 가부장적 권력의 문화를 그 사회 전체의 문화로나타나게 하는 것은 반여성주의적·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속한다. - P33

양자택일의 결정을 요구하는 사고방식의 배후에는 문화에 대한 본질주의적 개념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에는 대개 다음의 세 가지 특성이있다. 문화는 ①사회적 동질성에 기초한 하나의 동질적이고 폐쇄적인 단위로 상정되며, ② 하나의 민족 혹은 종족에 속한 것으로서 ③ 다른 민족혹은 종족과 구별되는 단위라는 것이다(Welsch, 2000: 329ff). 문화를 이렇게 이해할 때 한 여성 이민자에게 일어나는 재의미화(resignification)와 재해석(reinterpretation) 과정은 문화적 과정에서 제외되고 만다(Benhabib, 2002: 86).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 간의 유사 갈등(pseudo-conflict)에 빠지지 않으려면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새로운문화관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현실을 새롭게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한 인식론적 근거로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이산디아스포라(Diaspora)]의 상황에서 재의미화와 재해석을 통해 새로이 형성되어가는 경계 횡단의문화적 상황을 포착함으로써 양자택일이 아닌 횡단적 정체성 인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인식론적 틀을 찾는 노력의 일환이다. - P35

요약하자면, 우리에게 필요한 문화 개념은 다음과 같은 성격을 지녀야할 것이다.
① 실체적으로 존재하는 지리적 · 민족적 혹은 종족적 경계에 입각해 규정된 본질주의적 문화 개념의 해체
② 실체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문제의 맥락에 기초해 그때그때 작용하는 권력관계에 따라 새로이 설정되는 유동적 경계 개념의 내포

이를 위해서는 벨슈가 말하는 트랜스 문화성 개념의 변형이 필요하다.
즉, 여러 문화의 만남 또는 부딪힘의 과정, 특정한 문화적 요소들이 수용. - P37

조합되는 과정은 그저 평화롭고 조화롭게 일어나는 과정이 아니며, 문화적 요소들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처지의 개인은 극히 특혜받은 지위의극소수뿐임을 고려해 트랜스가 일어나는 과정을 비판적 시각에서 조명한다면, 트랜스 문화의 개념에 경계의 개념을 포함시키는 것이 가능할 수도있으리라 생각된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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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8-13 0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사.. 책 사뒀는데 말입니다. 한참전에.

이 책 잘 읽히지요? 말하고자 하는 바도 너무나 좋고 잘 읽혀서 씐나요!!

햇살과함께 2024-08-13 17:5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제목이 특이해서 다락방님 사신 거 기억해요. 읽고 싶네요!
잘 읽혀서 너무 좋습니다~~

단발머리 2024-08-13 0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씐나는 1인 추가합니다. 잘 읽혀서 좋아요!!

햇살과함께 2024-08-13 17:55   좋아요 1 | URL
소문 많이 내야겠어요~ 이번 달 책 잘 읽힌다고 ㅎㅎ
 
한국의 여성과 남성 현대의 지성 39
조혜정 엮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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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쓴 이런 여성주의 책 너무 반갑다. 세대별 심층설문조사 - 비록 수적 한계는 있지만 - 와 제주 해녀의 삶에 대한 관찰과 추적조사도 흥미롭다. 80년대 나온 책이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다(촌스러움(?)은 오직 표지와 남한에서 태어났다는 작가 소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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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가부장 체제를 넘어서: 생명 존중의 사회를 향한 여성 해방 운동

모성적 체험과 부모-자식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온 이러한 연구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경험의 이분화가 사고 성향의 이분화를 낳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분화는 무의식적 사고 구조의 차이에서부터 구체적 관심의 차이에까지 걸쳐 나타나는데 우선 코넬, 터시웰Cornell and Thurschwell (1987)과 버틀러 Butler (1987) 등은 개체의 특.
성을 분리성과 차이성에서 찾는 이분법적 논리 구조가 남성 지배 체제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음에 주목해왔다. 그리고 이 이원론 - P390

적 사고 구조는 여성 억압뿐 아니라 자연 파괴적 세계관의 바탕이 되어왔다고 보고 궁극적으로 인간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과 자연간의관계를 규정해온 이원론의 극복 가능성은 우주 질서를 유기적으로파악하고 상호 의존성을 인식해온 여성들에게서 찾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슬리(B. Easlea, 1987) 역시 그의 논문, 「가부장제, 과학자와 핵전사들에서 현대 문명의 핵심으로 간주되어온·물리학과 그 산물인 핵무기를 가부장제와 관련시켜 논의하고 있다. - P391

이미 간략히 언급했듯이 여성 억압은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상당히 구체적인 물적 토대를 다루는 노동력및 출산력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의 중심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배제되는 문화적 차원이다. 이 글이 여성의 실천 의지에 관한것인만큼 문화적 차원에서의 배제 현상에 초점을 맞추어보자.
아드너 E. Ardener (1975: 21)는 억압 집단이 갖는 하나의 주요 특성을 그들이 지배 집단에 비해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구사력을 갖지 못한 점 inarticulateness, 즉 벙어리됨 mutedness에서찾고 있다. 그는 이것을 계급적 억압이든 인종적 억압이든 여성 억압이든 관계 없이 모든 불평등 관계에서 발견되는 공통적 특성으로, 지배적 커뮤니케이션 체제에서 소외되어왔음을 드러내는 증거로 보고있다. 억압적 상황에 놓인 집단은 한결같이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어려움을 겪는데, 그것은 자신들이 지배 집단의 언어를 빌려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서 대부분의 여성은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을 못하는데, 이는 자신의 경험을 스스로의 사고를 통해 설명할 수 있는 어떤 - P394

언어와 틀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Firestone, 1972:149). 여성적 인성에 관해 30년간 연구를 해온 프로이트가 끝내 "도대체 여성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그가 여성이 처해 있는 이러한 특수한 구조적 조건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S. Ardener, 1975: 44).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지배‘란 곧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의 자체 실현 및 표현의 잠재력을 억제하여 그 집단의 경험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 P395

그러면 여성들이 주체가 되는 사회 운동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 수 있을까? 이를 단계적 작업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첫번째 과정은 의식화의 단계일 것이다. 두번째는 문제 의식을 심화하여 여성의 체험과 목소리를 더욱 확실한 형태로 만들어가는 단계이며, 세번째는 이를 남녀 모두를 위한 새로운 사회의 원리로 통합, 재구성해나가는 단계이다. -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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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7-25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앗 394페이지 인용문, 저도 밑줄 그었어요!!

햇살과함께 2024-07-25 23:37   좋아요 0 | URL
오드리 로드가 생각나는 부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