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가부장 체제를 넘어서: 생명 존중의 사회를 향한 여성 해방 운동

모성적 체험과 부모-자식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온 이러한 연구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경험의 이분화가 사고 성향의 이분화를 낳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분화는 무의식적 사고 구조의 차이에서부터 구체적 관심의 차이에까지 걸쳐 나타나는데 우선 코넬, 터시웰Cornell and Thurschwell (1987)과 버틀러 Butler (1987) 등은 개체의 특.
성을 분리성과 차이성에서 찾는 이분법적 논리 구조가 남성 지배 체제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음에 주목해왔다. 그리고 이 이원론 - P390

적 사고 구조는 여성 억압뿐 아니라 자연 파괴적 세계관의 바탕이 되어왔다고 보고 궁극적으로 인간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과 자연간의관계를 규정해온 이원론의 극복 가능성은 우주 질서를 유기적으로파악하고 상호 의존성을 인식해온 여성들에게서 찾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슬리(B. Easlea, 1987) 역시 그의 논문, 「가부장제, 과학자와 핵전사들에서 현대 문명의 핵심으로 간주되어온·물리학과 그 산물인 핵무기를 가부장제와 관련시켜 논의하고 있다. - P391

이미 간략히 언급했듯이 여성 억압은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하나는 상당히 구체적인 물적 토대를 다루는 노동력및 출산력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의 중심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배제되는 문화적 차원이다. 이 글이 여성의 실천 의지에 관한것인만큼 문화적 차원에서의 배제 현상에 초점을 맞추어보자.
아드너 E. Ardener (1975: 21)는 억압 집단이 갖는 하나의 주요 특성을 그들이 지배 집단에 비해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구사력을 갖지 못한 점 inarticulateness, 즉 벙어리됨 mutedness에서찾고 있다. 그는 이것을 계급적 억압이든 인종적 억압이든 여성 억압이든 관계 없이 모든 불평등 관계에서 발견되는 공통적 특성으로, 지배적 커뮤니케이션 체제에서 소외되어왔음을 드러내는 증거로 보고있다. 억압적 상황에 놓인 집단은 한결같이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어려움을 겪는데, 그것은 자신들이 지배 집단의 언어를 빌려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서 대부분의 여성은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을 못하는데, 이는 자신의 경험을 스스로의 사고를 통해 설명할 수 있는 어떤 - P394

언어와 틀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Firestone, 1972:149). 여성적 인성에 관해 30년간 연구를 해온 프로이트가 끝내 "도대체 여성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그가 여성이 처해 있는 이러한 특수한 구조적 조건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S. Ardener, 1975: 44).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지배‘란 곧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의 자체 실현 및 표현의 잠재력을 억제하여 그 집단의 경험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 P395

그러면 여성들이 주체가 되는 사회 운동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 수 있을까? 이를 단계적 작업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첫번째 과정은 의식화의 단계일 것이다. 두번째는 문제 의식을 심화하여 여성의 체험과 목소리를 더욱 확실한 형태로 만들어가는 단계이며, 세번째는 이를 남녀 모두를 위한 새로운 사회의 원리로 통합, 재구성해나가는 단계이다. -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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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7-25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앗 394페이지 인용문, 저도 밑줄 그었어요!!

햇살과함께 2024-07-25 23:37   좋아요 0 | URL
오드리 로드가 생각나는 부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