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주의자
문화 이원론자 vs 보편주의자
일상적 인종차별주의
마지막 단락은 이해가 안되네?
1장. 명예살인에 관한 스웨덴의 논쟁과 정책적 대응
한편 보편적 평등에 입각한 스웨덴의 명예살인 대응 정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도전받고 있다. 첫째는 문화 이원론적 입장을 옹호하는 극우 정치인들의 출현과 약진이다. 대표적으로 스웨덴민주당(Sweden Democrats)이라는 극우 정당 출신 정치인들이 이민자 공동체 문화가 지닌 여성에 대한폭력성을 강조하며 반(反)이민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그들은 스웨덴 정부가 관대한 이민을 제한하고 더욱 엄격한 사회 통합 정책을 도입해 이민자들을 주류 사회에 동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실제로 최근 스웨덴에서도 인종과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이 폭력 사태로 분출되고있다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두 번째 도전은 주로 일부 학자와 여성 이민자 조직을 통해 제기된다. 구체적으로 교차주의자(intersectionalists)라고 불리는 그들은 스웨덴의 명예 관련 폭력을 둘러싼 논의와 정책 대응에서 젠더뿐 아니라 계급과 섹슈얼리티 등 다양한 정체성 변수에 대한 고려가 없었고, 폭력이 발생하게 된정치적·사회경제적 맥락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들은 문화 이원론적 입장에 대해 인종차별주의라고 비판하며, 다른 한편으로는보편적 평등에 입각해 이민자의 문화적 특수성을 무시한 스웨덴의 명예관련 폭력 정책이 여성 이민자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P45
그들의 우려는 문화를 통해 서구와 비서구 국가를 이분법적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곧 서구와 비서구 국가의 가치가 충돌한다는고정관념을 조장하고, 나아가 (모든) 이민자가 유럽인보다 젠더 평등을 잘수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확산한다는 생각에 근거한다. 궁극적으로그들은 젠더 평등 원칙이 주류 사회의 인종차별주의적 편견을 정당화하고다문화주의를 공격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이를 피하기위해 논의의 프레임은 문화가 아닌 여성의 권리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구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Phillips and Saharso, 2008: 295). 그들에 따르면 여성의 권리 보호에 대한 논의 프레임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실제여성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느냐, 아니면 소수 문화 공동체를 비난하는 데 사용되느냐가 결정된다. - P57
이처럼 이민자의 모국 문화에 낙인을 찍고 그것을 명예살인의 주요 요인으로 간주하는 문화 이원론자의 관점에 대한 대안적 관점으로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특정 공동체의 문화 때문이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나 나타나는 보편적 가부장제 때문이라는 입장이 제기되었다(Meetoo and Mirza, 2007: 188). 보편주의자의 시각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 서구 국가든 비서구국가든 어디에서나 발생한다고 보기 때문에 오로지 비서구 국가 여성이폭력의 희생자이며, 비서구 국가의 남성만이 폭력 가해자라는 편견을 조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므로 보편주의자들은 이민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여성이 남성의 폭력으로부터 동일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정책의 보편적 적용을 강조한다. 이러한 보편주의자의 시각은 앞서 언급한 스웨덴의 보편적 평등 원칙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스웨덴의명예살인 논의에서 가장 대중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 결과 스웨덴 정부는보편주의적 입장을 토대로 명예살인 대응 정책을 수립했다. - P59
나아가 이러한 교차주의적 시각을 견지한 학자들은 스웨덴의 이민자들이 매우 높은 수준의 사회적 권리를 누리지만, 스웨덴에서 문제시되는 것은 이민자의 공적 권리가 아니라 이민자에 대한 주류 스웨덴인의 종족 차별과 숨겨진 ‘일상적 인종차별주의‘라고 지적한다(Carson and Burns, 2006;최연혁, 2009: 13 ff). 이러한 지적은 앞서 언급한 정책 및 제도적 노력과 달리 스웨덴 이민자와 주류 스웨덴인 사이에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분리가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에 근거한다. - P70
그동안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인종차별이 없다고 알려진 스웨덴에서극우 정당의 출현과 성장은 다수의 스웨덴 대중과 정치인에게 당황스러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조명진, 2010). 선거에서 승리한 여당 보수연합(온건당, 중앙당, 인민당, 기민당)이나 선거에서 패배한 야당 사민연합(사민당, 녹색당, 좌파당)은 어느 곳도 스웨덴민주당과 연정을 맺지 않겠다고 선언한바 있다(조명진, 2010). 그동안 스웨덴 사람들이 인종차별과 종족 차별을내세우는 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극우 정당의 약진을통해 그들의 정치적 행동 이면에 인종차별주의와 이민자에 대한 공포가 상당 부분 내재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Hellgren and Hobson, 2008: 389). 최근 스웨덴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실제 사건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1~2년 동안 스웨덴의 세 번째 도시이자 인구의 약 40%가 이민자 또는 이민자 자녀로 구성된 말뫼(Malmö)에서 무슬림 이민자에 대한 연쇄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KBS, 2010). 이러한 사건이 스웨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스웨덴민주당은 이민자 유입 조건을 강화하며 그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점에서 명예살인을 계기로 현재 스웨덴에서 전개되는 이민자에 대한 논의는 그동안 스웨덴 사회에 숨겨진 ‘일상적 인종차별주의‘를 드러낼 뿐 아니라 그러한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세력화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 P72
마지막으로 파다임 사건을 계기로 스웨덴의 이민자 공동체에서 여성에대한 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역사학자 케네스 프리젠(Kenneth Fritzen)의 설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 이민자가 새로운 사회(이민 수용국)에서 가장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문화는 다름 아닌가족, 아동 돌봄과 양육, 젠더, 섹슈얼리티, 갈등 해결 방식과 관련된 것이다(Englund, 2002:33). 이러한 이슈들은 이민 수용국에서도 여전히 논쟁적으로, 그리고 관용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이민자 개인은 그러한 이슈들을 이해하며 그러한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바꾸는 데 가장 적은 노력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는 이민자 공동체 내 여성 문제가 수용국의 여성 문제와 상호 교차해 유지·강화된다는 점과 더불어, 수용국의 여성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는 이민자 공동체 내 여성 문제의 해결도 어렵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 P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