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여성 성기 절제를 둘러싼 프랑스의 논쟁
여성 성기 절제가 국제적인 관심을 끌게 된 것은 페미니즘 운동의 확산과 연관이 크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성기 절제를 묵과할 수 없는 가부장제 관행으로 간주했고, 여성이 성적 기쁨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을 제거해여성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행위로 이해했다. 프랜 호스켄(Fran Hosken)과앨리스 워커(Alice Walker)는 여성 성기 절제 관행을 면밀히 조사한 뒤 보고서를 내어 그 잔인성에 대해 전 세계의 관심을 환기시켰다(Hosken, 1982). 호스켄은 보고서에서 "여성 성기 절제는 단순한 신체적 고문이나 억압이 - P82
페미니스트 중에는 서로 대립되는 이 두 주장 사이에서 중립적 입장을취하며 여성 성기 절제의 문화적 의미를 강조하는 학자도 있다. 엘런 그린바움(Ellen Gruenbaum)과 재니스 보디(Janice Boddy)는 인류학자로서 여성 성기 절제의 시행 지역을 연구하다가 여성 성기 절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들은 극단적 보편주의를 지양하고, 또 다른 극단으로서 아프리카지역의 특수성만을 강조하는 입장도 지양하며 문화적 맥락으로 이 문제에접근했다(Gruenbaum, 2009). 그들은 성기 절제를 한 여성들을 인터뷰한후 성기 절제에 대항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그 관행의 본래 목적과 이유를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성기 절제를 한 여성들은 성기 절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에도 반대하지만, 성기 절제가 여성에 대한억압이므로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근시안적이며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 이러한 인류학적 연구의 대부분은 여성성기 절제에 반대하는 서구 페미니스트들이 성기 절제를 한 여성들의 신체 건강과 정신적 외상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서구 문화의 우월성에 입각 - P89
해 여성 성기 절제를 시행하는 국가나 사회의 야만성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페미니스트들 중 일부는 이를 19세기 반유대주의적 사회 분위기 속의 ‘타자로서의 유대인‘과 비교하며, 1990년대의 여성 성기 절제 시행자를 ‘타자로서의 이민자‘로 설정하고 이민자들 고유의문화를 ‘야만적 관행‘으로 간주하는 경향도 발견된다. - P90
이러한 주장들을 정리하면, 보편주의적 입장에서는 여성 성기 절제와같은 이민자의 특수한 문화적 관행이 비록 고유의 전통이더라도 수용국의보편주의적 문화에 의거해 판단되고 이해되어야 한다. 반면 아프리카 특수주의를 강조하는 입장에 따르면, 여성 성기 절제는 본국의 고유한 전통이고 문화이므로 수용국의 문화가 중요하다면 이민자의 특수한 문화 역시존중받아야 하며, 그들의 문화적 관행을 수용국의 문화와 가치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문화적 맥락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여성 성기 절제의 문화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며, 그것이 가져다주는 심리적·육체적 외상에 관심을 두고 여성 성기 절제 근절에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다양한 주장이 명확하게 나뉘는 것은 아니다. 각국 페미니스트들의 다양성, 정부 정책의 영향, 여성 성기 절제 관행의 유형, 이민자들의 의식화 등에 따라 이렇듯 중첩적으로 나타난다. - P91
그러한 태도와 더불어, 여성 성기 절제를 둘러싼 논쟁을 통해 프랑스 사회가 여성 이민자를 보는 시각에 큰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 이민학책이야 한다자는 프랑스 사회에서 성적 차별과 인종적 차별을 동시에 겪는다. 프랑스정부는 체류 허가와 관련해 여성 이민자를 단지 남성 이민자의 체류 자격에 종속된 존재로 파악하기 때문에 남편이나 아버지의 체류 자격이 소멸되면 아내나 딸의 인권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들을 추방한다. 이런 점에서 이제 프랑스 사회의 인권 논의는 이민자 전체에 대한 인권 논의와 더불어 이민자 집단 내 차별, 그리고 여성 이민자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관점을 새롭게 정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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