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항변
구성주의적 문화관
여성 인권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아동 인권에 대해서도 문화적 항변의 필요성을 논하는 것이 아동의 관점일지??
네즐라 켈레그 <낯선 신부>
병렬 사회
3장. 미국의 문화적 항변 사례
이 글은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 간에 발생하는 충돌을 미국의 소수 이민자 집단에게 적용되어온 ‘문화적 항변(cultural defense)‘ 제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먼저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의 관계 및 충돌을 검토하며, 특히 구성주의적 문화관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이 문제를 재조명하는 데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새로운 시각을 적용해 미국의 형사재판 과정에서발생한 문화적 항변 사례 두 가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문화적 항변 제도의 문제점과 필요성에 대해 논의한다. 마지막으로 전체 내용을 요약하며 한국의 다문화 사회에 주는 시사점을 간략하게 서술할 것이다. - P113
그러한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의 충돌 주장은 문화에 대한 특정 시각을 전제로 한다. 다문화주의자들은 문화를 ‘근본적인 사회적 재화(irreduciblesocial goods)‘로 본다. 문화는 자기 충족적인 전체로서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다문화주의자 윌 킴리카(Will Kymlicka)에 따르면 개인은 사회적으로 스스로를인정받음으로써 성장할 수 있다(Kymlicka, 1995). 문화는 개인의 정체성과 소속감에서 오는 안전을 제공해주는 데 핵심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 P115
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중 하나는 구성주의(constructivism) 견해다. 구성주의 견해를 주장하는 대표적 학자인 세라 송(Sarah Song)에 따르면 문화는 통합된 전체가 아니며 고정적인 것 또한 아니다(Song, 2007). 문화는 내부적 경쟁의 결과일 뿐 아니라 다른 문화와의 복잡한 역사적 상호작용 과정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따라서 실제로 현재 상황은 다문화주의적(multicultural)이라기보다는 ‘간(間)문화주의적(intercultural)‘이다 - P116
문화적 항변이란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동원하는 한수단이다. 법률을 위반한 자신의 행위는 자신이 오랫동안 소속되어온 문화공동체의 전통에 따른 것이며, 현존 법질서가 추구하는 가치를 부정하려는 의도 없이 의식 속에 이미 내재화된 가치 체계를 자연스럽게 따른 행위였으므로 위법 행위에 대한 개인적 책임을 줄여달라고 주장하는 것을말한다(차동욱, 2006). - P118
[모우아의 사건에서 변호인 측이 직접적으로 ‘합당한 오해‘에 근거한 변론을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으로는 이러한 주장을 한 것으로 볼 수있다. "강간이나 유괴가 문제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형량 경감을 받는 문화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라는 검사의 주장에 대해 모우아의 변호인은1975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발생한 메이베리 사례(People v. Mayberry)를들어, 미국에도 피해 여성의 분명한 저항이 없는 상태에서 가해 남성의 합당한 오해를 인정하는 전통이 있다고 답변했다. 결국 모우아 사건에서 문화적 항변이 인정된 배경에는 미국의 주류 문화에도 강간에 대한 남성주의적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Song, 2007). 과거에 비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미국 사회도 여전히 남녀 관계 전반에서, 그리고 특히 성적 접촉에서 남성의 공격성과 여성의 수동성을 전제하는 것이다. 주류 문화와 소수 문화의 이러한 공통성 때문에모우아 사건에서 피고인의 문화적 항변이 비교적 손쉽게 인정될 수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P123
실제로 문화적 항변은 유용성이 있다. <표 3-1>에서 언급한 1996년에메인주에서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사건(State of Maine v. Kargar)은 이 제도의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만약 문화적 항변이 허용되지 않았다면 피의자는 자식에 대한 애정 표시 행동으로 양육권을 잃었을 가능성도 있다. 비슷한 사건으로 알바니아 출신 무슬림 아빠가 공공 체육관에서 자신의 네 살짜리 딸을 만졌다고 고소당했는데, 알바니아 문화 전문가가 그 행동이 애정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증언해 무죄를 선고받았다(Song, 2007). 소수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일은 그것이 다른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평등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규범적으로 옳은 일이다. - P127
문화적 항변의 효용성을 인정하되 그 인정에서는 좀 더 신중한 자세가필요하다. 통상 주류 문화가 소수 문화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그 반대로 문화적 항변을 통해 소수 문화가 주류 문화의 가부장제적 성격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살펴본 두 사례에서 문화적 항변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바로 이러한 부메랑 효과에 근거한 것이었다. 따라서 문화적 항변을 인정할 것인지, 인정한다면 어느 정도로 인정할지에대해서 각 사안별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특히 언급된 사례에서처럼여성 인권에 대한 침해 가능성이 있을 경우 소수집단의 문화와 여성 인권이라는 두 가치에 대한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 과정에서 전문가 증인 채택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는 동시에, 관련자들의 참여와의견을 독려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많은 학자가 제시하는 ‘민주적 심의‘ 혹은 ‘심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를 통한 문제 해결 방법이다(Benhabib, 1996; Song, 2007; 현남숙, 2009). - P128
4장. 이슬람 이민자의 강제 결혼에 대한 독일의 논의
1980년대 초 기민련(CDU)과 자유당(FDP)의 연합 정권이 출범하면서독일 정부는 연정 프로그램에 독일이 이민 국가가 아님을 명문화했으나, 1998년 사민당(SPD)/녹색당(die Grinen) 연합이 집권한 후 독일은 이민국가가 아니라는 주장을 마침내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그리고 2004년에이민법을 제정하며 이민국임을 공식화했다. 이민법 제정에는 유럽연합 회원국으로서 유럽연합의 이민 통합 정책의 수용, 외국인 이민자들의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 필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전문 인력부족 등 정치적·사회경제적· 인구통계적 요구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박명선, 2007: 272,280). - P135
켈레크는 전통적인 이슬람 문화와 종교를 신봉하는 수많은 터키 이민자가 독일로 이주한 후 근대적 독일 사회에 살며 독일의 사회보험과 실업수당 등의 혜택을 받으면서도, 분리된 채 이슬람 문화와 종교에 의거해 생활함으로써 병렬사회(Parallegesellschaft)를 이루며 살아간다고 비판한다. 그녀는 독일에 살고 있는 터키인들이 실제로 사회 통합을 원하는지 의문시한다. 또한 이슬람 문화의 반(反)인권적이고 여성 억압적인 특성은 민주주의적 가치와 조화될 수 없다며 문화적 상대주의를 완강하게 반대한다. 그녀는 이슬람 이민자의 사회 통합은 이슬람 문화에서 벗어나 독일의 가치 - P142
에 적응해야만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강제 결혼 방지책으로 이슬람이민자의 교육과 계몽, 그리고 결혼을 통해 이주해오는 사람에 대한 제한규정 등을 제시한다(Kelek, 2009: 92~96). - P143
터키 여성과 소녀에 관한 책을 다수 저술한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하티제 아퀸(Hatice Akyin)은 강제 결혼과 명예살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 - P144
인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독일에 살고있는 대다수의 터키 소녀는 완전히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명예살인은 코란에 나와 있지 않으며, 이슬람적인 것도 터키적인 것도 아니다. 만일 어떤 독일인 엄마가 자식을 굶겨 죽였다고 할 때 그것을 독일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아니다. 그녀는 비인간적이다. 그는 사람들이 이러한것들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Korteweg and Yurdakul, 2010: 89). - P145
그는 사회에서 적절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사회에 참여하지 못하거나전망을 발견하지 못하는 젊은 남성들이 출신국의 전통적 가치, 즉 명예, 남성성, 우정, 연대 또는 여성 가족 구성원의 명예에 대한 무조건적 방어 등을 지나치게 강조한다고 주장했다. 자의식이 있고 열린 이민자 3세들은 전통적 규범에서 해방되어 자신의 학업과 직업을 정하는 반면, 자의식이 적고 교육 수준이나 위신이 낮은 청소년들은 전통적 가치에 집착하며, 심지어 부분적으로는 그들의 부모보다 더 엄격하게 전통적 가치를 강조한다(Toprak, 2008: 181).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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