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적 고민이자 공부 주제는 질병과 장애의 경계다. 몸의 불편과 고통은 비슷한데, 어디까지가 장애이고 어디까지가 질병일까. 낫지 않은 질병은 장애인가. 이는 장애 내부의 차이가 장애/비장애의 차이보다 크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의 정치‘의 좋은 예다.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육체적 고통은 6급 장애인보다 더 장애인일 수 있다. 그렇다면 장애란 어떤 상태인가, 누가 정의한 것인가. 일반화가 불가능한 영역, 타인의 고통에 대한 윤리, 몸(=이성)의 모든 이슈, 장애는 철학의시작이다. - P140

"삶은 과거를 떠나보내는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 P145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윤리 중 하나는 고통받는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대개는 자기 몸의 목소리도 듣지 못한다. 나도 지병이 있는데, 이전의 사고방식은 "다 나은 다음에 책 쓰기, 여행, 운전 배우기, 운동을 하자."였다. 아픈 시간은 삶의 대기실, 의미 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몸이 가르쳐주었다. 병은 낫지 않았다. 도대체 완치는 누가 만든 말인가. 죽을 때까지 재발되지 않을 뿐 어떤 병도 완치되지 않는다. - P1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인 동시에 두려울 것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 ‘희망찬 인생‘은 바라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인간은 무엇인가의 볼모가 된다. 희망은 욕망의 포로를 부드럽고 아름답게 조종하는 벗어나기 어려운 권력이다. - P95

장애인이나 여성이 자기 언어를 지니는 것은 지식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전복적인 행위다. 사회적 약자에게 공부는 취업, 성장 같은 당연한 의미 외에 자신의 삶과 불일치하는 기존의 인식체계에 도전하는 무기가 된다. - P105

당사자의 글쓰기는 혁명의 꽃.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는 당사자는 오래 살 수 없다. 우울증 환자의 자살이 그것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증명하는 것은 현실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인간은 무지와 편견의 보호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 P1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모두에게는 칼이 있습니다. 그러나 ‘남자‘는 칼자루를, 여자‘는 칼날을 쥐고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대화를 시도할수록 우리는 피를 흘릴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실패하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역사를 채우겠습니까. - 나혜석 - P9

타자화(他者化)란 "나는 그들과 다르고 그 차이는 내가 규정한다."는, 이른바 ‘조물주 의식‘이다. 이러한 자기 신격화는 민주주의와 예술의 적이다. 윤리적인 글의 핵심은 다루고자 하는 존재(소재)를 타자화하지 않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알고, 변화시키고, 재구성하는 것이다. 남을 억압하는 사람은 자신을 해방하지 못한다. 실천적이고 진보적인 글은 ‘불쌍한 이’들에 대한 리포트가 아니라 글쓰기 과정에서 재현 주체와 재현 대상의 권력 관계를 규명하고, 다른 관계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다. - P15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쓰려면, 나부터 ‘나쁜’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과정은 나의 세계관, 인간관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나를 검열하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 P16

오늘날 미디어 권력이 일상을 지배하는 이유는 미디어가 전달자가 아니라 그 자체로 메시지이며, 몸의 확장이기 때문이다. - P34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최대의 선이 아니라 최소의 잘못이다. - P51

한채윤은 개신교의 동성애 혐오가 신앙 때문이 아니라 이익 집단의 필요에 따른 절박한 정치적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 P68

즉, 개신교가 동성애의 ‘해악‘을 진정 걱정했다면 동성애자 인권운동이 성장할 때부터 반대했어야 맞다. 관심이 없다가 자신의 문제를 전가할 대상을 찾은 것이다. 동성애는 발견되었다. 동성애 이미지는 사회 통념에 호소하기 쉬운 데다, ‘적‘이 강력할수록 명분도 강해진다. 동성애는 훌륭한 적‘으로 만들어졌다. 적의 구성 원리는 비슷하다. ‘적‘은 내부 비리를 은폐하고 결속시킨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해야 한다. 개신교는 동성애자를 ‘좋아하고’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 P69

글쓰기는 다른 삶을 지어내는 노동이다. - P9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광장이란 내가 정치체의 성원이고 다른 누가 아닌 내가 이곳의 정치를 결정한다는 깨달음을 주는 장소이다. 우연한 탄생과 혈통 덕분에 날 때부터 완전한 시민권이라는 선물을 받은 사람을 혹자는 ‘Accidental Citizen‘이라 불렀다. 사고처럼 우연히 태어난 곳에서 선물처럼 받게 된 시민권을 배부받게 된 자리는 자랑스러울 것도 없고, 타자에 대한 배타성을 고집할 자격도 될 수 없다고 했다. 민주주의적 시민성은 ‘사고(accident)‘ 처럼 우연히 갖게 된 시민권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사회정치적 삶에 관심을 갖고 공동의 세계를 구성하려는 의지와 호혜적인 행위에서 생기는 것이다. 우리가 갖춰야 하고 자랑스러워할 것은 우연한 탄생 · 혈통 덕분에 갖게된 시민권이 아니라 민주주의적 시민권이다. 마찬가지로 광장의 성원이 되는 자격은 ‘날 때부터 저절로 시민이 된 사람’만이 갖는 게 아니다. ‘날 때부터 저절로’에 속하는 조건에는 국적이나 시민권만이 아니라 성별도 있다. - P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