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여자가 자기를 무시할까 봐 두려워하지만, 여자들은 남자가 자기를 죽일까 봐 두려워한다. - 마거릿 애트우드 - P101

경험은 겪은 것이 아니다. 선택적인 기억이다. 경험은 철저히 정치적인 것이다. 무엇을 잊고, 무엇을 의미화하는가, 내가 겪은 일은 어떤 것인가. 경험은 저절로 기억되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인식할 수 있는 시각이 생길 때 비로소 ‘떠오르고’ 인지되고 해석된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에게는 자기 경험을 바로 볼 수 있는 렌즈가 주어지지 않는다. 남성의 언어가 여성의 삶을 규정하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자기 경험을 믿지 못한다. 자기가 겪은 일을 남 이야기하듯 말한다. 나도 그랬다. 가부장제는 모든 인간을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한다. 가해 남성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자기가 저지른 일을 남의 얘기처럼 말하며 피 - P102

해 여성을 비웃거나 자신과 같은 가해 남성 ‘동료‘를 비난하기도 한다. 어떤 여성들은 자신이 겪은 폭력이 훨씬 심각한데도 ‘덜 맞은‘ 여성들을 보며 놀라고 걱정한다. 경험, 몸, 인식의 분리 속에서 우리는 생각하는 능력을 상실했다. - P103

여성이 모르는 남성에게 집 밖에서 죽으면 충격적인 사건이고, 집에서 남편에게 지속적으로 맞으면 사소한 일인가. 모든 여성에 대한 폭력(violence against women)의 원인은 여성의 몸에 대한 남성의 통제다. 그 통제의 장소가 집 밖이면 사회적 충격이고, 집 안이면 사소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 P105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다. 자기가 먹은 밥그릇은 자기가 치우는 것이다. 자기가 입은 옷은 자기가 빨래하는 것이다. 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인간(개인) 미달‘ 이다. 그러므로 ‘주부‘나 ‘아내‘는 정체성도, 직업도, 지위도 될 수 없다. ‘아내가뭄‘은 모두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반대로 어느 누구도 ‘아내를 가질’ 특권은 없다는 뜻이다. - P113

인간성과 정치 의식의 가장 정확한 바로미터는 ‘집안일‘에 대한 관점과 실천이다. - P114

20세기에 출간된 책 중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과 베티 프리던의 《여성성의 신화》만큼 찬사와 논쟁의 대상이 된 텍스트도 드물 것이다.
특히 《여성성의 신화》는 이론 자체에서 여전히 내파와 여진, 확장과 변태(變態)를 거듭하고 있는 자유주의 사상의 특징을 잘보여준다는 점에서 영원한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근대의 거의 모든 지식 체계가 자유주의의 자장(磁場)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 이 책을 읽지 않으면 남녀를 불문하고 자신과 사회,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이해할 수 없다. - P115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여성에게 개인화, 시민권을 허용했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성 운동의 ‘대중화‘이다. 현재 한국 여성 운동의 일부가 유례없이 동성애, 트랜스젠더, 난민 혐오적 경향을 보이는 것은 당대 페미니즘이 사회 정의와 연대로서 페미니즘이기보다는 신자유주의적 페미니즘이기 때문이다. - P119

차이가 차별을 낳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특정한 역사적 조건에서 인간들 간의 의미 있는 혹은 의미 없는) 차이를 생산한다. 저자의 지적과는 반대로 생물학적 성차는 원인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젠더화된 각종 제도적 실천, 법, 감정 노동, 언어, 무의식, 섹슈얼리티 등이 상호 작용하면서 체현된 인간의 몸(social body)의 일부이다. - P129

2권의 부제 ‘왜 인간은 농부가 되었는가?‘는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지적을 하고 있다. "수렵인들은 호전적이고 농경 민족은 평화롭다."는 상식을 뒤집는다. 농사는 자연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명백한 의도를 품고 환경을 통제하는 것이며(57쪽), 농업 발달은 인구 증가와 생태계 파괴의 악순환을 가져왔다. 게다가 농업은 ‘게으름‘을 용납하지 않는 경제 체제다. 인류 역사에서 농업의 발달과 그로 인한 정착 생활은 영토적(territorial)사고를 기반으로 한 정체성, 폭력, 전쟁, 계급 제도의 시작이었다. 이 책은 홍적세(약 258만~1만 년 전)의 대량 멸종 사건과 후기 구석기인들의 원시 농업의 인과 관계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지만(92쪽), 농업에 대한 저자의 통찰은 이러한 차원을 넘어선다. 2권은 옮긴이의 지적대로 결국 근대성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에서 매우 당대적인 연구로 읽힌다. - P133

내 서평의 목적은 이 책이 널리 읽혀서 성별, 가족, 섹슈얼리티에 대해 한국 사회가 좀 더 ‘상식적이고 과학적인 집단‘이 되는 것이다. 그 결과로 내가 글을 쓸 때 검열에 덜 시달리고, 조금은 소통이 되었으면 하고, 말이 되는 비판을 받았으면 좋겠다. 책 소개를 인용으로 대신하면 다음과 같다. 괄호 안은 내의견이다. 흥미롭기를 바란다.

"성이 본질적으로 상반된 대립 관계라는 것은 완전히 틀린 말이다. 동물계와 식물계는 두 성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48개의 염색체 중 단 하나만 다른데도, 우리는 48개 전체가 다른 것처럼 행동한다." (29~34쪽, 맞다. 인간은 양성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양성 평등 구호는 자제되어야 한다.) - P141

내가 아는 남성 중에는 훌륭하고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 매우 많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관계‘인 경우지 ‘남녀 관계’일 때는 다르다. - P145

캐럴 길리건과 주디스 버틀러는 자주 오해받는 페미니스트 사상가들인데, 이들의 사상을 이렇게 쉽고 분별력 있게 정리한 저자의 지적 역량과 글쓰기 능력이 놀랍다. 길리건은 여성성의 재평가보다는 돌봄 노동의 언어화와 여성적 윤리가 공적영역의 규범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단순한 모성 찬양이 아니다. 길리건은 자신의 논의가 남성다움, 여성다움 운운하는 젠더 문제가 아니라고("This is not gender issue.") 책서두에 못 박았는데도 그녀를 향한 페미니즘 진영 내부의 비판과 남성들의 전유는 여전하다. - P148

내가 생각하는 지식으로서 페미니즘의 가장 큰 매력은 나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준다는 점이지만, 페미니즘의 정수는 스스로 내파와 파생을 거듭하는 지식이라는 데 있다. 이 변화는 멈출 수가 없다. 왜냐하면 여성의 현실, 그리고 현실의 운동이 끊임없이 언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 P151

전쟁은 상대편을 절멸하거나 항복시키는 행위다. 그러나 성별에 따라 방식은 다르다. 남성도 죽이고 여성도 죽이지만, 여성을 죽이는 방법은 강간하는 것이다. 강간은 패전국 여성에게 사회적 죽음이고, 전승국에게는 전리품 획득이다. 노동력 착취는 물론이고 강간으로 여성이 적국의 아이를 출산하는 것은 승전국의 영토 확장, 국가 건설을 의미한다.
일본의 한반도 침략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나 보스니아 내전 같은 형태가 아니었다. 일제의 한국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한반도 현지에서 직접 이루어진 대량 강간 형식보다는 군수품으로 동원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 P168

성매매, 성폭력 제도의 본질적 공통점은 남성의 성은 남성의 몸에서 분리되지 않지만 여성의 성은 여성의 몸에서 분리된다는 점이다. 남성의 성은 남성 개인의 몸에 소속되어 있다. 여성의 성은 여성 자신의 것이 아니라 국가, 가족, 그리고 그녀의소유자인 남성의 자원이거나 상징이다. 남성의 성과 달리 여성의 성은 대상화된다. 유통, 기부, 거래, 순환 등 교환 가치를 지닌다. 남성 간 정치의 매개물이 되거나 강자들의 싸움터(battle - P170

ground)로 제공된다. 우리가 성 상품화, 여성의 대상화라고 부르는 현실이 이것이다. 내가 스스로 팔든 남에게 팔리든, 성매매는 여성이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물건(object)이 됨을 의미한다. - P1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인간과 사회의 ‘질‘은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음과 지성의 용량(capacity)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 P85

인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각자의 몸이다. 이 모순, 아니 양면을 잊으면 안 된다. 이것은 고통의 문제를 다루는 데서 영원히 이슈이기 때문이다. - P86

착한 진보이고 싶은 이들은 "나는 소수자가 아니지만(즉 소수자와 소수자 아님은 내가 정하지만) 소수자를 존중하며, 그들은 내게 배움을 준다. 그들에게서 깨닫는 나는 얼마나 훌륭한가." 혹은 "나는 그들을 돕고 있고 그들에 대해 쓰고 있다."며 자기도취와 셀럽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 P9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너를 용서하기로 했다》는 그런 책이 아니다. 한 페이지를 넘기는 데 10분 이상이 걸릴 만큼 메모할 구절로 가득하다. 인용하기에 좋은 깊은 사유와 무릎을 치게 만드는 미문(美文)으로 그득하다. 진심으로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출판사의 소개대로 용서의 미덕을 무조건 강조하는 책들과 달리 용서를 경험한 사람들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보여줌으로써 공감을 이끌어내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용서라는 행위의 유동성과 주관성을 보여준다. 깔끔한 처방을 내리기보다는 개인의 선택에 맡기는 무처방, 불간섭주의적 태도를 취한다는 점이 이 책의가장 큰 장점이자 핵심이다. 또한 이 책은 용서 담론의 수많은 국면과 요소를 최대한 포괄하고 있다. - P51

이미 용서를 둘러싼 담론에는 분노나 고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사회는 그러한 상태를 암암리에 ‘극복‘의 대상으로 본다. 용서는 분노보다 우월한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다를 뿐이다.
용서에 대한 나의 입장을 굳이 밝힌다면 나는 용서에 관심이 없다. 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용서라는 말이 싫고 용서의 필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이들을 의심한다.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생각은 용서, 화해, 대화라기보다는 부정의한 사람들과 그들의 행위가 가능한 사회적 조건이다. - P52

C. S. 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사람들은 용서가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한다. 정작 자신이 용서할 일을 당하기 전까지는……." 1952년은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른 지 불과 7년째 되는 해였는데, 사람들은 만일 루이스 자신이 폴란드인이거나 유대인이라면 게슈타포를 용서하겠냐고 물었다. 그는 즉답을 피했다. 대신 그보다 더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히려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 사람은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 P55

용서의 또 다른 어려움은 사건은 구조적이되(정치학), 용서는 개인의 몫(심리학)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 P56

우리 사회는 ‘해결 매뉴얼‘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피해란 원래 복잡하고 다양하고 모순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우리의 굳은 몸을 다른 세계로 이동시키고 변환시켰다는 점은 분명하다. - P58

내 생각에 현재 한국 사회의 여성주의는 두 그룹으로 ‘양극화’되어 있다. 온라인의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한 ‘급진적‘ 여성들과 체제 내화된 일부 여성들로 나뉜 것이다. 여성 운동 단체출신 국회위원 중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에 서명한 여성 의원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양극이라고 하지만 두 그룹의 페미니즘 모두 ‘파이가 중요한’, 평등 지향의 자유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유례없는 "난민 반대, 트랜스젠더의 여대 입학 반대" 주장은 우연한 사건이 아니다. - P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리다 칼로와 나혜석 그리고 까미유 끌로델
정금희 지음 / 재원 / 200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혜석 훑어보기

나혜석 얘기하다 나혜석 궁금해져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급하게 찾아보고 산 책. 나혜석은 요즘 시대 대한민국에 태어났어도 대단한 이슈를 몰고다닐, 사상적으로 너무나 시대를 앞서간, 그 당시로는 정말 파격적일 수 밖에 없는 멋진 인물이다. 나혜석이 쓴 글도 읽어보고싶다. 나혜석의 일생 요약에 덤으로 프라다 칼로와 까미유 끌로델의 일생까지 다시 보기. 디에고 나쁜 시키! 로댕 더 나쁜 시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2-02-03 22: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디에고 로댕. 이노무 시키들 ㅎㅎ 빵 터졌어요 경희 읽고 독후감 숙제 썼던 기억도 나네요 ~ 이 분 참 아까운 분 ㅠㅠ 프랑스에 그냥 계셨음 어땠을까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ㅠㅠ

햇살과함께 2022-02-03 23:07   좋아요 3 | URL
황정은 작가 따라하기 ㅎㅎ 그 당시 나혜석 소설로 독후감도 쓰셨다니! 전 존재도 몰랐는데..맞아요 한국이 품긴 너무 큰 인물입니다:;;

프레이야 2022-02-07 18: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혜석 평전 권해 드려요. 좋아하는 화가들 프리다까지요^^

햇살과함께 2022-02-07 21:51   좋아요 0 | URL
평전 추천해 주세요~ 어떤 책이 좋은지 몰라서,, 오프라인 서점에서 좀 찾아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22-02-07 22:09   좋아요 1 | URL
제가 읽었던 건 한길사 발행 “인간으로 살고 싶다”입니다. 오래된 도서라 있을지 모르겠어요. 더 나은 게 나왔을 수도요. 나혜석의 자화상을 처음 보았을 때 너무 강렬하게 눈에 들어왔어요. 프리다 칼로 영화 “프리다”도 추천합니다^^

햇살과함께 2022-02-07 23:17   좋아요 1 | URL
이 책은 품절이네요… 최근 나온 책들 좀더 찾아볼게요 ㅎㅎ 저 프리다 영화는 재밌게 봤어요~! 셀마 해이엑이 생각보다도 너무 잘 어울려서 놀랐던 기억이. 디에고도 똑같고요 ㅎㅎ
 

하지만 까미유의 젊은 어머니는 첫 출산으로 얻은 아들을 잃고 그 애통함과 고통에서쉽게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여인이었다. 어머니의 이런 정신적 고통은 까미유 가정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원인이 되고 있었다. - P142

부친은 늘 까미유를 이해해 주며 아껴 주었으나 부친과 달리 까미유의 어머니는 유난히 막내 루이즈만을 편애하며 사랑을 주었고 까미유를 싫어하고 미워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어머니와의 생활은 까미유 일생 동안 그녀를 괴롭히게 되며 끝내는 정말 피를 나눈 모녀간일까 싶을 정도로 악연을 계속하며 평생 그녀를 고통 속에서 살게 한다. 까미유는 불행하게도 자신을 이 세상에 나오게 해준 어머니로 인해, 훗날 한 많은 생애의 후반부를 정신병원에서 보내야 했던 것이다. - P143

부셰는 까미유의 이런 작품들을 주시하며 그녀의 천재성을 읽어냈다. 부셰는 조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음영 대조나 생명력이 까미유의 작품속에 깃들어 있음을 간파한 것이었다. 부셰는 그녀를 미술학교 교장에게 소개시켜 주었고 교장 폴 뒤부아는 까미유의 작품 속에서 저 유명한 로댕의 작품과 유사함을 느끼게 되며, 로댕에게 사사를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던지기조차 하였다. 그러나 당시 어린 까미유는 로댕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상태였다. - P146

로댕은 한편으로 그녀에 대해 무관심한 듯, 때로는 거의 적대적인 것처럼 행동하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집요하게 그녀의 견해나 충고를 열심히도 물어 보곤 했다. 그것은 사랑의 열병이었다. - P150

까미유가 1893년 이전까지 제작한 작품들에서는 로댕의 영향을 받았음이 감지된다. 긴장된 동적인 포즈나, 견고한 형태 속에 숨쉬는 생동감 넘치는기운, 육감적인 인체 처리 등등이 로댕에게서 받은 영감이 들어 있음을 짐작케 한다. 반면 그녀 역시 로댕에게 관능미를 불어 넣어 준 장본인이었다. 그녀를 알기 전 로댕의 작품은 인체의 준엄함과 박진감 있는 걸음걸이 등 넘치는 힘을 주로 보여주었지만 까미유와 함께 한 후로는 유연한 팔, 다리와 함께 섬세하고, 예민한 육감성이 나타나게 된다. - P175

까미유가 연인에게 배신당한 사람을 주제로 한 청동작품 [중년]을 제작하려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로댕이 정부에 압력을 넣어 주물로 완성하지 못하고 말았다. 로댕은 까미유의 작업에 방해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까미유 일에 계속 관여하면서 그녀가 작품 주문은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로댕의 까미유에 대한 이중적인 행동들이었다. - P176

나는 당신이 성공하는 것을 보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으로부터 자유가 필요하답니다. … 당신의 충실한 시중꾼 로댕

로댕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편지.. 로댕, 나쁜 시키! - P177

망가져가고 있는 그녀의 영혼은 이제 되돌아 올 수 없는 곳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 P193

강박증세 외 별다른 정신병력을 보이지 않는 까미유는 30여년 동안 내내 감옥같은 정신병원에서 세상으로 나가게 해 달라고 간절한 요청을 했지만끝내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파리에 가까이 위치한 다른 병원으로 옮겨달라는 애원마저도 묵살되어 버렸고 마지막으로 요청한 가족의 방문마저도 허용되지 않는 무서운 형벌을 받았다. 어머니나 여동생은 아예 까미유를 찾아오지 않았다. 반면 남동생 폴만이 간혹 그녀를 방문했다. 그러나그는 많은 시간을 외국에서 보내야 했기에 자주 올 수 없었다. - P194

까미유의 인생을 그렇게 만든 어머니의 잔인한 처사에 대한 의혹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물론 딸을 물질적으로 돌보긴 했으나 그녀는 면회는 고사하고 딸이 편지조차도 쓰거나 받지 못하도록 조처했다. 자신과 폴을 제외한 다른 사람과의 만남은 일체 허용되지 않았다. - P194

훗날 프리다가 말하기를 ‘일생 동안 나는 두 가지 커다란 사고를 당했는데 그 중 하나는 어린 시절 당한 전차 사고이고, 또 하나는 디에고와의 만남이다‘ 라고 술회했다. - P28

그녀는 슬픈 현실을 잊기라도 하듯 더욱 더 작품에 매달렸다. 기법에서도보다 풍부해졌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예술을 분출하는 영감을 일치시켜 능숙하게 표현했다. 프리다의 작품들은 그녀의 삶에서 일어난 사건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직관과 세밀한 통찰력으로 더욱 세련된 기교를 표출하고 있다. - P40

그녀의 침대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고통을 피하기 위한 하나의 피난처였고, 모든 고통을 감내한 인고의 장소였으며, 이에 따라 신성한 장소이기도했다. 그녀의 육체에 생긴 영원한 상처에서 예술의 승화로 이어지게 했던 곳도 바로 이곳 푸른 집이었다. 그곳엔 그녀가 좋아하고 영광으로 생각했던 영웅들의 사진들과 종교적인 인물들이 함께 하고 있다. - P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