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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 언제나 다음 떡볶이가 기다리고 있지 ㅣ 띵 시리즈 23
김겨울 지음 / 세미콜론 / 2023년 6월
평점 :
떡볶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물론, 있을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먹은 많은 음식 중에서 아직도 지겹지 않은 음식은, 싫증나지 않은 음식은 떡볶이, 라면, 김밥, 김치찌개 등이다(이제 치킨, 햄버거, 피자는 지겨워진 나이가 되었다). 분식집에 갈 때마다 라면을 먹을까 떡볶이를 먹을까 고민하다 대부분의 경우(물론 해장이 필요한 경우 제외) 라볶이를 선택하게 된다.
하루는 작업실에서 음악 작업을 마치고 두통과 스트레스에 절여진 상태로 퇴근하다가 근처 유명한 떡볶이집 ‘현선이네‘에 들렀다. 원래 포차에서 시작되었다는 이곳은 출신에 어울리게 늘 소주와 맥주를 구비하고 있고, 매운 떡볶이와 순한 떡볶이를 옵션으로 두었다. 둘 중에서 고를 수 있다면 매운 떡볶이를 고르는 게 인지상정. 패기롭게 매운 떡볶이를 한입 먹었는데, 오우 이런,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 좀 너무하네, 이건. 떡볶이를 입에 넣자마자 땀이 나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다. 동네 떡볶이집에서 이런 매운맛을 낸다고? 여기는 스트레스로 돌아버린 사람들만 오는 곳인가?나는 집에 우환이 있는 사람처럼 떡볶이를 먹었다. 떡볶이를 먹으면서 그렇게 운 적이 없다. 그리고 떡볶이를 먹으면서 그렇게 단무지를 많이 먹은 적도 없다. 맛있긴 하네. 이 와중에 맛이 느껴진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 P129
매운 걸 잘 먹지 못한다. 그렇지만 매운 맛 좋아해서 눈물 콧물 흘리며 먹는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불닭볶음면 수준의 매운 맛을 먹지 못한다.
이 책에 나온 '현선이네'는 10여년 전에 딱 한 번 가본 적 있다. 회사 동료와 퇴근하다 맵기로 유명하다는데 둘 다 가보지 않아서 한 번 먹어보기로 했다. 그 당시 재개발이 되기 전이라 포장마차였고 사람이 많았다. 우린 둘 다 매운 걸 잘 못 먹지만 매운 맛이 유명하니 매운 맛과 순한 맛 중 매운 맛을 시켰다. 떡볶이를 한입 배어 물다... 삼켰다. 서로 마주보며 휘둥그레.. 이게 사람이 먹는 음식인가.. 바로 달려나가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우유를 사왔다(그 편의점엔 떡볶이 먹는 사람들이 우유나 요구르트나 음료를 사느라 문전성시..). 그렇지만 다시 시도해볼 엄두가 나지 않아 순한 맛을 다시 시켰다. 순한 맛은 또 너무 달아서 입맛에 맞지 않았다. 매운 맛과 순한 맛은 중간 맛이 필요했다. 그 이후 다시는 발길을 하지 않았다는 '현선이네'
오전에 이 책을 읽었다. 그럼 점심 메뉴는? 당연히 떡볶이지.
둘째가 즉석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집 근처 가끔 가는 즉떡집은 일요일 휴무라 청년다방으로. 회사 근처에도 있어서 가끔 가는데 늘 통오징어떡볶이.
우리집 대식가 둘은 다른 걸 먹겠다고 해서 둘째랑 둘이서 역시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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