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가 죽기 2년 전 1939년부터 1940년 사이 영국 침공의 불안감 속에서 로저 프레이의 전기를 쓰던 시기에 간간이 써내려간 미완성 회고록이다. 어린 시절 이부오빠의 성추행(이 책에서는 아주 잠깐 언급된다), 집안의 기둥이자 중심이었던 어머니의 이른 죽음과 그후 어머니 역할을 대신하던 이부언니 스텔라의 갑작스런 죽음. 이들의 죽음 이후 무뚝뚝하고 자기 중심적인, 어찌보면 자라지 못한 어른인 아버지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이해받지 못하는 언니 바네사와 버지니아의 상황이 반복적으로 서술되고 있다.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적 시대에, 믿고 의지하던 여성가족의 죽음과 자기 중심적인 남성가족들의 폭력과 억압의 과정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버지니아가 겪은 심리적 충격와 슬픔이 절절하게 전해진다. 어린시절의 행복하고 아름답던 추억들에 대한 묘사도 있지만, 그 중심인 어머니와 언니가 사라지면서 모든 행복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이 두 죽음이 평생 그녀의 의식 속에 잠재되어 그녀의 현재를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울프의 책은 3기니와 이 책 밖에 읽지 않았는데, 그녀의 책을 더 부지런히 읽어야겠다(3기니 읽기 어려웠는데 이 책은 3기니보다 잘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