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노벨문학상 수상자 압둘라자크 구르나

 

이번에도 스웨덴 한림원은 한국 출판사들을 골탕 먹이는데 성공했다.

이번에 발표된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탄자니아 난민 출신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라고 한다. 그의 모국어는 스와힐리어인데, 영국으로 망명한 후에는 영어로 글을 썼다고 한다.

 

예상대로 국내에 출간된 그의 책은 한 권도 없었다.

이미 나온 책이 있었다면 노벨문학상 특수를 겨냥해서 신나게 판촉활동을 했겠지만, 이번에도 한국 출판사들은 보기 좋게 물을 먹은 셈이다. 과연 그의 판권은 가지고 있는 지나 모르겠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판권 가격이 치솟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게 아닐까.

 

발표가 나고 바로 서점 매대에 깔아야 그나마 약발이 설 텐데, 아쉽게도 그런 특수는 물건너가 버렸다. 이제 판권을 사서 부랴부랴 번역을 한다고 해도 노벨문학상 발표 시점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을 테니 말이다. 아마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 나오지 싶다. 물론 그때쯤이면 사람들은 대선과 지방선거 같은 정치적 이슈들로 관심도 없겠지만.

 

아무튼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는 1987년 첫 소설인 <떠남의 기억> 이래 모두 열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그 중에 <낙원><바닷가>는 각각 부커상 숏리스트와 롱리스트에 오른 적이 있다고 한다. ! 부커상은 건너 뛰고 바로 노벨문학상으로! 대단하다.

 

출간 후보작으로는 역시 부커상 약발인 <낙원><바닷가> 그리고 최근작인 <사후> 정도가 예상된다. 어쨌거나 번역서를 빨랑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궁금하니까.


1. 떠남의 기억 (Memory of Departure:1987)


동아프리카의 해변 지방을 무대로 한 구르나의 첫 소설이다. 전체주의 통치 아래 갈등하던 청년은 케냐에 사는 부유한 삼촌에게 보내진다. 가난의 무게와 급속한 사회 변화 속에 개인의 삶의 목적과 붕괴되는 전통사회를 그린 수작이다.


2. 순례자의 길 (Pilgrims Way:1988)


3. 도디 (Dottie:1990)


4. 낙원 (Paradise:1994) 부커상 숏리스트


1994년 부커상 숏리스트에 오른 작품이다. 1차 세계대전 전의 동아프리카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12세 소년 유수프는 부유한 상인에게 도제 하인으로 넘겨진다. 유수프는 아프리카 대륙을 관통하는 여정을 통해 대자연과 다른 부족들 그리고 그들이 마주하게 되는 위협들을 이야기한다. 한 명의 예민한 소년과 전체 대륙에 대한 대자연의 자유와 순수의 상실을 그린 가슴 아린 명상이다.


5. 존경할만한 침묵 (Admiring Silence:1996)


화자는 1960년대 잔지바르를 탈출해서 영국에 도착한 익명의 남자다. 그는 영국 여인을 만나 가정을 이룬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에게 적대적인 인종차별과 싸우며, 그에게 타지에서 자신을 동화시키려는 노력이라는 자기혐오는 또다른 갈등의 원천이다. 구르나의 소설은 유쾌하면서도 신랄하다. 구르나 작가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정신적 괴로움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6. 바닷가 (By the Sea:2001) 부커상 롱리스트


잔지바르 출신 65세의 노인 살레 오마르는 무법천지 상태와 부패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국으로 망명신청을 한다. <바닷가>는 영국 이민국 관리들의 무심한 잔혹함과 재정착하려는 노력들을 지지하는 디스토피아 스타일의 관료주의를 상세하게 묘사한다. 결국 살레는 바닷가 마을에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 남자의 아들과 만난다. 살레와 그와의 우정은 가족사의 화해로 이어진다. 살레가 우정을 통해 궁극적 도피처를 발견하고, 공유된 경험으로 만들어진 망명이 형성되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7. 탈주 (Desertion:2005)


이 소설에서는 두 개의 불운한 러브 스토리들이 뒤엉킨다. 1899, 영국 탐험가이자 반제국주의 노동자가 동아프리카 상인의 집에 머물게 되고, 그의 누이 레하나와 사랑에 빠지고, 이것은 스캔들을 일으킨다. 수십년이 지나, 한 잔지바르 출신 학자는 자기 가족의 고민을 이야기한다. 어떻게 해서 자신의 형제가 레하나의 손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


8. 마지막 선물 (The Last Gift:2011)


9. 자갈 심장 (Gravel Heart:2017)


10. 사후 (Afterlives: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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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10-08 08:2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부커와 공쿠르 >>>>>>>> 노벨, 이라니까요! ㅋㅋㅋ

레삭매냐 2021-10-08 10:01   좋아요 3 | URL
부커 > 공쿠르 > 노벨

요런 순이러군요. 격렬하게 공감
하는 바입니다.

새파랑 2021-10-08 08: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작품이 상당히 많음에도 우리나라에 출판된적이 없다는게 신기하네요. 어느정도이길래 인지 읽어보고싶네요~!

레삭매냐 2021-10-08 10:02   좋아요 4 | URL
기사를 보니 교수님들도 모르실
정도라고 하니...

투자하는 셈 치고 이런 작가들
의 책들도 내주어야 하는데 -
이제 큰돈 들여서 판권 사려면
좀 아까울 듯 ㅋㅋ

페넬로페 2021-10-08 09: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제 발표듣고 바로 알라딘에 검색해봤는데 아예 없더군요.
약간의 허탈감이 들었어요.
우리나라 출판시장의 허점인지,
아니면 노벨상의 역습인지 잘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한권쯤은 이 작가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요**

레삭매냐 2021-10-08 10:03   좋아요 4 | URL
저는 갠적으로 노벨상의 역습
이자 국내 출판사들을 엿먹이려
는 스웨덴 한림원의 음모가... 쿨럭

그랬다고 합니다.

11번가에서 아마존 배송한다고
하던데 이 참에 한 번 원서를... 쿨럭

잠시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헛소리였습니다.

오거서 2021-10-08 09: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이웃분들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이슈를 곁눈질 하면서도 구르나 번역서를 반기리라 예상해 봅니다 ^^;

레삭매냐 2021-10-08 10:05   좋아요 3 | URL
예리하신 지적이십니다.

알라딘의 책쟁이들은 대선과
지선의 와중에서도 또 새로운
책을 반기리라 굳게 믿슙니다.

stella.K 2021-10-08 10: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제 주요 출판사들 특히 문동이나 민음사
난리도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또 듣보작이냐, 판권을 구하네 마네 설왕설래가 많았겠죠.
덕분에 알라딘은 돈 굳지 않았나요? 수상자 맞추면 했는데 못 맞혔으니.ㅋ
그나마 원작이 영어라 다행이지 스와힐리어면 어디서 번역자를 구하겠냐고요.

레삭매냐 2021-10-08 14:08   좋아요 3 | URL
아마 그것은 로또나 주식하는
기분이 아닐까요?

젭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작가
군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오길
바라는 맴, 말입니다.

램프의 요정은 날로먹기!!!
지적해 주신 대로 영어 작품이
라 그나마 좀 수월하게 나오지
않을까 추정해 봅니다.

coolcat329 2021-10-08 11: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레삭매냐님 이 글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따가 찬찬히 읽겠습니다 ~^^

레삭매냐 2021-10-08 14:09   좋아요 2 | URL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부랴부랴
쓴 거라, 저도 날로먹기가... 쿨럭.

좀 더 보강을 해야 하지 않나 싶
습니다만.

막시무스 2021-10-08 11: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늦어도 좋으니 번역에 충실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즐건 하루되십시요!ㅎ

레삭매냐 2021-10-08 14:12   좋아요 2 | URL
따끈따끈할 때 만나야
동기부여가 되는데, 다 식은
다음에 책이 나오면...

충실한 번역, 기대해 봅니다!
오 해피 데이 ~~

mini74 2021-10-08 14: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출판계의 로또는 요번에 꽝인건가요 ㅎㅎ 이 분 첫 상이 노벨인거에 놀라고 정말 번역본이 하나도 없는 것에 또 난생 첨 듣는 작가 ! 그러고 보니 노벨상 받은 분들 저는 대부분 잘 모르는 분들이었던거 같아요 ~~

레삭매냐 2021-10-08 17:47   좋아요 1 | URL
21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서
거의 반세기만의 보상이라고나
할까요.

다시 한 번 세상은 넓고, 모르는
작가들은 부지기수이며 읽을
책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로또 꽝 인증 !!!
 


오늘 점심 메뉴는 수원 이목동 아궁이생선구이.


고등어구이와 갈치구이를 하나씩 시켜서 먹었다.

서브 메뉴인 감자조림과 오이무침이 아주 맛있어서

리필을 한 번 시켜서 먹었다.



그 다음에는 바로 옆에 있는 해우재로 향하면서

옆에 있던 캐빈유라는 커피숍에 들러, 라떼 한

잔을 시켰다.


생선을 먹고 나니 입가심하고 싶어서.

아궁이에서 혹시 수정과 통처럼 생긴 게 있어서

물으니 아니란다. 도깨비시장에서는 수정과를

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



카페에 사는 녀석인 것 같은데,

녀석의 이름은 왕초다.


어떻게 알았냐구? 바로 옆에 댕댕이

집처럼 보이는 게 하나 있는데 거기

에 왕초 하우스라고 적혀 있어서.


그 동네에는 야옹스들이 참 많더라.

야옹스 타운이던가.



야옹스 왕초네 집에서 나올 때

만난 티팟들 -


오래 전, 아삼 펄 차를 마셔 보

겠다고 티세트를 사서 한참 차

를 마시던 시절 생각이 나는구나.


뭐 그 땐 그랬지.




간만에 찾은 해우재는 코로나 4단계

실시로 사전 예약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좀 아쉽다.


전시관에 들어가면 재밌는 게 더 있

는데 말이지.


뭐 그래도 거닐면서 점심 먹는 것도

소화시키고 그랬다.





제주도 똥돼지도 재연되어 있었고...

레알 그랬단 말인가?



아 참 거리에 피었다 진 해바라기

씨앗도 몇 개 받았다.


그리고 보니 예전에 볶은 해바라기

씨를 먹던 생각이 난다. 비루 안주로

참 좋았더랬지. 짭짤하니 -

아 비루 생각이 나네 그래.


넘의 집 담장 안에 핀 들꽃 사진도

하나 찍어 봤다.



좀 더 위로 올라가 보니 <물레방아>

라는 이름의 식당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고기를 구우며 씹고 뜯고

있었다.


더 위로 가니 약수터라는 곳이 하나

더 있었고 -


주변에 밤나무가 없나 하고 둘러 보

니, 넘의 집 마당에 감이 하나둘 익

어 가고 있더라. 아 느닷없이 곶감

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곳곳에 이런 돌무덤도 종종 보이고.

탐험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니 이제 10월로 치닫는 9월에도

민들레가 다 피어 있더라. 철없는

녀석들 같으니라구.


내가 거의 확실하게 아는 들꽃 이름

중의 하나가 바로 민들레 아닌가.


냇가를 살펴 보니 물고기들이 제법

많더라.


그런데 그 녀석들은 겨울이 되면 다

어떻게 되는 걸까? 얼어 죽지나 않

는지 - 씨잘데기 없는 걱정이겠지.




이름 모를 들꽃이 또 피어 있어서 찰칵

하고 찍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왕송호수에 갔

는데 정말 차들이 많더라. 세상에 오늘

같은 날은 처음이었다. 코로나 4단계에

확진자 삼천명 역대급 기록이 많나 싶

을 정도였다.


이렇게 위드 코로나로 가는구나.



* 그렇게 빡신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 보니, 아침까지만 해도 옥천에

가 있다고 하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스러운 샘의 <도시와 개들>

이 쿠쿵 도착해 있더라.


근데 와 이리 두껍노 기래.



오늘 다 진 해바라기에서 받아온

씨앗이다.


이걸 바로 심으면 싹이 나나?

궁금하다. 예전에 마리골드 씨앗

발아는 실패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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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9-25 20: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흐미! 생선구이가 쏘주를 부르는데요!ㅎ

레삭매냐 2021-09-25 21:26   좋아요 4 | URL
크하~ 생선구이에 쏘주라 -
상상만 해도 츄릅 -

페넬로페 2021-09-25 20: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가을의 낭만이 뚝뚝 떨어지는 듯 해요.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도 먹음직스럽네요.
해우제를 검색해보니 어린이 체험관이군요^^
주말마다 레삭매냐님은 참 다정하고도 성실한 아빠인것 같습니다.
코로나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다 다른것 같아요.
어떤분은 너무 조심하고
또 어떤분은 그냥 일상처럼 대하고요^^

레삭매냐 2021-09-25 21:27   좋아요 4 | URL
그러니깐요 *^^*

목요일날 버스 타고 출근하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버스에 타신
어르신이 턱스크를 하셨다고 버럭
소리를 지르시더라구요...

이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하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을 해봅니
다.

서니데이 2021-09-25 2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해바라기 씨 구하셨군요.
오래되어서 잘 기억나지는 않는데, 오래되지 않은 씨앗을 심었더니, 잘 자랐던 것 같아요.
나중에 예쁜 꽃 피면 좋겠습니다.
레삭매냐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1-09-25 21:30   좋아요 4 | URL
일단 솜에 물을 적셔서 발아
부터 성공한 다음에 시도해
볼까요?

주워온 도로리도 그렇게 해
보고 싶네요. 일단 솜부터 사
는 것으로.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주말이 되시길.

mini74 2021-09-25 2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바라기 씨앗 심었는데 잘 자란 기억이 있어요. 싹이 난 감자가 있어서 화분에 심었더니 방울토마토만한 감자를 수확한 적도ㅎㅎ 꽃들이 예뻐요. 요사책이 많이 두껍군요 ㅠㅠㅠ

레삭매냐 2021-09-25 21:40   좋아요 3 | URL
저는 콩에 싹이 나서 화분에
심었는데 망했습니다. 타고 올라
갈 무언가를 대주었어야 했는데
무지한 탓에 그만...

아직 싹도 나지 않은 해바라기
는 너무 커질까봐 걱정이네요 ㅋ

아 감자! 감자에 싹이 나서 -
ㅋㅋㅋ 그랬다고 합니다.

청아 2021-09-25 2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뻐서 찾아보니 ‘우선국‘이란 이름의 꽃이네요ㅎㅎ

레삭매냐 2021-09-25 21:42   좋아요 3 | URL
오오 이름이 우선국이었군요.
감사합니다 -

다른 이름으로는 아스터,
북아메리카 원산 국화꽃이라
고 하네요.

쑥부쟁이하고도 닮았다고 하고요.

그레이스 2021-09-26 01:15   좋아요 3 | URL
아스타가 더 익숙하죠?
국화과 참취속에 속하는 다년생 초화류들은 쑥부쟁이, 개미취, 벌개미취...

레삭매냐 2021-09-26 12:33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아 그 녀석들이 다 비스무레
한 과였군요.

어쩐지 닮았다 했더니만.
감사합니다.

scott 2021-09-26 0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궁이 생선 가게 옆을 지키는 고양이가 아닌

카페 터줏대감 고양이 왕초!

(=ↀωↀ=)✧

레삭매냐 2021-09-26 12:32   좋아요 2 | URL
아 - 생선 가게가 있어서
냥이들이 득시글했는 지도
모르겠네요. 뭐라도 얻어
먹을 게 있나 해서 ^^

이모티콘 짱입니다.

붕붕툐툐 2021-09-26 01: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건 메모 잘 해놨다가 따라가야지~ 비루하게 비루가 당기네요~ㅋㅋㅋㅋㅋ(아재 개그는 혼자 웃어야 제맛!ㅋㅋ)

레삭매냐 2021-09-26 12:32   좋아요 1 | URL
오홋 비루하게 비루가 땡긴다
라... 제가 어제 그랬습니다.

문을 박차고 달려 나갈까 하
다 참았습니다. 뭐 그러 거죠.

stella.K 2021-10-06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요즘에 왜 안 보이시는 겁니까?
이렇게 멋진 사진을 남겨놓고 벌써 며칠쨉니까?
어여 돌아오소서.^^

레삭매냐 2021-10-08 10:06   좋아요 1 | URL
극도의 독서 슬럼프로 그간
책 한 권 읽지 못하고 있다가
어제 둥핑 교수님의 왕양명
평전으로 극적으로 부활했습니다.

게다가 노벨문학상도 발표됐구요
아임 백!!!
 


연휴 내내 기다리던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순응주의자> 마침내 도착.


그야말로 미친 듯이 읽고 있다.

나에게 하루라는 자유가 주어진다면

오롯하게 이 책 읽는데 쓰고 싶다.


아마 그럴 리는 절대 없겠지만.


책 읽을 자유와 조용한 공간 그리고

낙낙한 시간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책은 너무 재밌다. 영화를 미리 봐서

그런지 기대감이 폭증한다.


책등이 찍힌 건 마치 내 살이 찝힌

것처럼 그렇게 속이 상한다.


아니 배송하시는 기사분은 왜 그런

거임. 부디 책을 소중히 다뤄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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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23 17: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새책 헌책처럼보내 줌

레삭매냐 2021-09-23 17:55   좋아요 3 | URL
아니... 램프의 요정은 아이고
K문고에서 주문했습니다.

한달 동안 열심으로 쌓은
포인트를 써먹으려구요. 하 -

오거서 2021-09-23 20:36   좋아요 3 | URL
scott 님 정말요? 알라딘 서점에 몹시 심기가 불편한 분 여기 추가요 ^^;

잠자냥 2021-09-23 17: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헉.. 정말 맴찢 찍힘인데요??

레삭매냐 2021-09-23 17:55   좋아요 4 | URL
어케 해보려고 했는데
안되더라구요.

뭐 그냥 읽기 시작했답니다.
밑줄 좍좍 그어 가면서 말이
죠.

역시 영화보다 책이 훨씬
더 낫네요. 오리지널리티를
이래서 따라갈 수 없는가
봅니다.

새파랑 2021-09-23 17: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받으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책등 찍혀도 책이 왔으니 용서를 ^^

레삭매냐 2021-09-23 19:03   좋아요 3 | URL
그라문요...

일단 책이 온 것에 만족
하렵니다.

벌써 110쪽이나 읽었답니다.

독서괭 2021-09-23 18: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으악 떡하니 찍혀 있네요 ㅜㅜ 어떨 땐 회원 직배송 중고로 받은 최상제품이 새책보다 깨끗하게 오기도..
그래도 그렇게 재미있다니! 즐거운 독서 하세요^^

레삭매냐 2021-09-23 19:04   좋아요 2 | URL
저도 자주 직배송 중고책
들의 컨디션이 너무 좋아
깜딱 놀랄 때가 많답니다.

이건 거의 뭐 새책이더라
구요. 넵, 감사합니다 !

mini74 2021-09-23 18: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침 발라도 안되겠는데요 ㅠㅠ 반창고라도 ㅠ

레삭매냐 2021-09-23 19:05   좋아요 3 | URL
제가 예전에 책 반창고랍시고
독일에서 판다는 비싼 테이프
사서 한 번 반창고질을 해보았
으나... 캐망했습니다.

안 하느니만 못하다더라는.
그냥 안고 갈랍니다.

blanca 2021-09-23 19: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우, 제가 다 속상하네요. 저도 요 근래 받은 것 모서리가 다 뭉툭해져 와서 어찌나 속상하던지...아, 그런데 이 책 궁금하네요!

레삭매냐 2021-09-23 19:06   좋아요 3 | URL
책은 가히 놀랄 정도로
재밌습니다.

그전에 영화를 봐둔 덕분
이랄까요.

책이 상하니 그렇게 속상
할 수가 없네요...

서니데이 2021-09-23 20: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다리던 책이 상태가 좋지 않아 속상하셨겠어요.
새 책을 샀는데도 책이 구겨지거나 모서리가 찍힌 책이 올 때가 있어요.
요즘 조금 더 자주 그런 것 같아서, 신경쓰여요.
레삭매냐님, 연휴 잘 보내셨나요.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레삭매냐 2021-09-24 11:11   좋아요 2 | URL
네 감사합니다.

연휴가 언제 갔는지 모르게
그렇게 지나가 버렸네요.

책은 뭐 그냥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coolcat329 2021-09-23 2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라비아 책은 레삭매냐님 추천으로 <경멸> 읽었어요. 부부가 짜증났지만 그 조차도 재미가 있었네요 ㅎ
이 책도 레삭님 리뷰 기대합니다.

레삭매냐 2021-09-24 11:12   좋아요 2 | URL
알베르토 모라비아 작가의
책들은 모두 영화화되었나
봅니다.

<경멸> <순응주의자> 그리고
<권태>까지 대단하네요.

다른 책들의 출간도 기대해 봅니다.
 


연휴 동안에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순응주의자>를 기대했건만...

 

지나가 버린 일은 잊자. 대신 영화를 봤고, 그 다음에는 <경멸>을 읽고 나서 장정해둔 <권태>가 생각났다. 그게 벌써 지난 3월이었던 것 같은데...

 

왠지 35세의 부잣집 도련님 디노의 행태가 마뜩치 않았던 모양이다. 디노의 어머니는 준갑부에 해당하시는 분으로 속물근성으로 똘똘 뭉친 투기꾼으로 묘사된다. 그것도 자신의 아들의 입을 빌어.

 

여튼 디노는 실패한 화가로 지난 10년 동안, 그림을 그린답시고 떠나 있다가 안락하고 무엇보다 돈이 화수분처럼 솟아오르는 어머니의 집으로 복귀하게 되었다. 자신의 생일날 어머니의 집을 찾아온 디노는 전직 가정교사 출신 가정부인 리타와 불장난에 가까운... 예상 외로 아무 일이 없었다.

 

디노는 누가 봐도 성서에 등장하는 돌아온 탕자. 투기꾼 어머니는 그런 돌아온 탕자를 아낌없이 환영하고 생일선물로 최신식 승용차를 선물한다. 어머니가 후원해 주는 돈 덕분에 권태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인물인 디노는 자신의 어머니의 선물을 받으면 영영 그녀의 노예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돈 알레르기 때문에 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을 거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벌이 재주가 없는 그가 어머니의 돈을 마다할 이유는 1도 없다. 이런 뻔뻔한 녀석 같으니라구.

 

자 이즘에서 주인공 디노의 가슴에 파문을 일게 만들 그런 팜므 파탈이 등장할 차례가 아닌가. 그녀의 이름은 체칠리아 리날디. 그는 옆집의 노화가 발레스트리에리네 집을 드나들던 그녀를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노화가는 17세 체칠리아의 일조 덕분에 65세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세상과 이별하게 되었다. 가만 보면 알베르토 모라비아 씨는 참 짖궂다는 생각이다.

 

발레스트리에리의 장례를 치른 날, 두 남녀는 마침내 조우하게 되고 걷잡을 수 없는 그런 격정적 사랑 모드에 돌입하게 된다. 그리고 보니 책의 표지에 등장하는 사진의 왼편은 남주 디노고, 소녀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는 그런 매력을 지녔다고 작가가 묘사한 여성이 바로 오른편이 체칠리아인가. 남자의 이미지가 블루어 처리된 것을 보면, 권태에 시달리는 룸펜 인텔리겐차의 희미한 위상을 표현하고자 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체칠리아와 대면하게 된 디노는 거의 심문에 가까울 정도로 발레스트리에리와 체칠리아 사이를 파고든다. 2년 동안이나 계속된 그들의 관계는 기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노화가는 죽었고, 체칠리아는 디노라는 새로운 그리고 더 젊은 연인을 찾게 된 걸까. 어머니의 부가 선사한 권태에 시달리던 디노는 체칠리아라는 권태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탈출구를 찾은 셈인가.

 

아직 모두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순응주의자>가 정치와 에로티시즘의 결합이라면 <권태>는 전자를 배제한 순수한 에로티시즘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싸이러스 브로에 따르면 <권태> 영화도 있다고 하는데, <순응주의자>와는 달리 더 오래 전에 만들어지고 널리 알려진 작품이 아니라 그런지 수배할 수가 없었다.

 

돈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어머니의 돈을 거부하지 않는 디노의 모습은 철저하게 위선적이다. 돌아온 탕자는 계속해서 자신이 혐오해 마지 않는 속물 어머니에게 돈을 요구한다. 잔혹한 사디즘 극을 연출한 날, 체칠리아와 이별을 결심한 돌아온 탕자는 다시 어머니에게 돌아가 돈을 요구한다. 어린 연인에게 그럴싸한 선물을 하기 위해서다. 이 무능력하고 실패한 화가는 이별을 위한 선물조차 자신의 힘으로 마련할 수가 없는 그런 위인인 것이다.

 

40% 정도 읽었다. <순응주의자>가 도착하기 전에 마저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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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9-22 1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른바 룸펜인건가요? 게다가 운이 억쎄게 좋네요ㅎㅎ 이 표지 찾아보니 영화 장면이예요. 예고편도 야해서 성인인증하고 봐야하더라구요.🤭

레삭매냐 2021-09-22 20:36   좋아요 2 | URL
소설이 아주 기냥...

네 그렇습니다.

빨랑 예고편 보러 가야겠네요.

새파랑 2021-09-22 11: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베르토 모라비아 책이라면 봐야 하는데 ㅋ 순수한 에로티시즘에 방점이라니 😆

레삭매냐 2021-09-22 20:35   좋아요 4 | URL
주인공 체칠리아가 남자들에게
마약처럼 다가 가듯이,
책도 그런 듯 합니다.

에로티시즘의 전개가 참...

그동안 필립 로스의 <죽어가
는 짐승>이 무척 야하다고 생
각했었는데 그 이상인 것 같
습니다.

새파랑 2021-09-22 21:06   좋아요 3 | URL
저 레삭매냐님 글보고 오늘 영등포 우주점가서 구매했습니다 ^^

레삭매냐 2021-09-22 21:52   좋아요 2 | URL
대단하십니다, 북헌터 인정!

cyrus 2021-09-22 13: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가 국내에 개봉된 영화 <권태> 포스터에요. 역시 이 책을 가지고 계셨군요. ^^

레삭매냐 2021-09-22 20:36   좋아요 3 | URL
아 표지가 역시나 영화 포스터
였군요. 점점 영화에 대한 호기
심이 발동하네요.

책은 절판책이라 중고서점을
통해 수배해서 구했답니다.
알라딘에도 있는 것 같더라구요.

서니데이 2021-09-22 2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열림원에서 나온 책이네요. 2005년이라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책을 가지고 계신 거군요.
저는 처음 보지만, 유명한 책인가봅니다.
추석연휴가 오늘로 마지막날이예요. 연휴 잘 보내셨나요.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레삭매냐 2021-09-22 21:56   좋아요 3 | URL
솔직히 말해서 절판된 걸 보면
그렇게 유명한 책은 아니지
싶습니다.

다만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 수배해서 구했네요.

네 명절이 그렇게 지나가 버렸
네요, 감사합니다.

집에 오는 데 보니 둥근 달이
휘영청 떴더라구요 아주 낮고
크게.
 

 








추석 명절 연휴 동안,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순응주의자>를 읽고 싶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명절 전에 책을 내는 센스를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책은 이번 주말에나 올 판이다. 기다릴 수가 없어 미리보기를 좀 보았고 결국 책이 나온지 19년 만인 1970년에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연출하고 누벨 바그 영화의 단골 배우였던 장-루이 트랭티냥 주연의 영화 <순응주의자>부터 먼저 보게 됐다.

 

아쉽게도 원작 소설이 주는 아우라 또는 오리지널리티는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느끼게 되었다. 나는 그 점이 참 아쉽다.

    


원작소설에서는 아마 100쪽 정도에 해당하는 프롤로그에서 우리의 주인공 마르첼로 클레리치 박사의 유년 시절을 그린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과감하게 그 부분을 드러냈다. 영화의 시작은 파리로 위장(?) 신혼여행을 떠난 34세의 공무원이자 고전문학 박사인 마르첼로 부부가 머무는 호텔 도르세에 전화가 한 통 걸려오는 장면이다.

 

마르첼로 역을 맡은 장-루이 트랭티냥의 표정에서는 영화 내내 웃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주인공은 참으로 진중한 그런 캐릭터였던 모양이다. 아버지는 구속복을 입고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고, 오래전 뮌헨의 맥줏집에서 만난 또라이 한 명을 추억한다. 그는 지금 독일의 최고 권력자 히틀러였다. 부군을 정신병원에 보낸 마르첼로의 어머니는 수시로 애인을 갈아 치우는 모르핀 중독자다.

 

그리고 자신이 파시스트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마르첼로는 시각장애자이자 역시 파시스트였던 이탈로 몬타나리 동지(영화에서는 카메나라라고 부르는데 파시스트들 사이에서 동지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한다)의 추천으로 파시스트 무솔리니 정권에 협력하는 길을 택한다. 그는 비밀요원으로 채용되어 자신의 스승이었던 루카 콰드리 교수를 처리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세상의 지배자가 파시스트들이었던 시절의 비극이라고 해야 할까? 왠지 구속복을 입고 미쳐 버린 마르첼로 아버지의 모습에서 무기력한 당시 지식인들의 모습이 연상됐다.

 

마르첼로의 나이는 소설에서는 30세라고 그리고 영화에서는 34세로 되어 있다. 30세의 나이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면 대단한 실력이 아닐 수 없다. 유년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들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리노라는 미남자와의 모종의 관계는 성인이 된 지금의 마르첼로를 계속해서 괴롭힌다. 그리고 피스톨로 그를 죽였다는 자책감까지 안고서 말이다. 책을 읽어 보지 않아 영화에 보이지 않는 그런 디테일은 알 수가 없다.

 

콰드리 교수는 파리로 망명해서 반파시스트 운동의 선봉에 서 있던 지식인이었다. 마르첼로는 망가니엘로라는 특이한 이름의 요원과 접촉해서 파리로 가서 임무를 실행할 계획은 세운다. 그리고 매력적인 약혼녀 줄리아와의 결혼을 앞둔 마르첼로는 신혼여행지를 파리로 정하고 완벽한 위장을 하는데 성공한다.

    


(이것은 진정 영화에서나 가능한, 보여 주기

위한 완벽한 키스 시퀀스가 아니던가!

아마 요즘 이런 장면을 연출한다면 손발이

오그라 들지 않을까 싶다.

50년 전이라 가능했던 장면이 아닐까 싶다.)


마르첼로는 비록 무신론자였지만 미래의 아내 줄리아의 간청으로 결혼 전 신부님을 찾아가 리노를 자신이 죽였다는 고해성사를 한다. 고해소에 들어가 있던 신부는 집요하게 리노와의 관계를 캐묻는다. 둘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을까?

 

파리로 가는 기차 안에서 신부 줄리아는 자신이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신랑에게 고백한다. 어쩌면 마르첼로에게 고해성사를 하도록 유도한 것은 자신의 비밀도 밝히기 위한 그런 사전 단계가 아니었을까. 상대는 집안의 오랜 친구이자 결혼식의 증인이기도 했던 늙다리 변호사였다고 한다. 6년 동안 관계를 지속했고, 역겨웠다는 줄리아의 고백이 이어진다. 영화 초반에 마르첼로의 장모님에게 마르첼로의 아버지가 매독에 걸려 뇌질환을 앓고 있고, 그 병이 자식인 마르첼로에게까지 유전될 거라는 익명의 투서가 도착하는데, 줄리아는 그 투서를 보낸 이가 자신의 옛 애인일 거라는 사실도 말해준다.

 

파리에 도착한 마르첼로는 망가니엘로와 짝을 이루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기 시작한다. , 그전에 잠시 들른 곳에서 얼굴이 긴 흉터가 있는 매력적인 여성을 만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가 자신의 사부였던 콰드리 교수의 젊은 아내 안나가 아니었던가. 영화는 마치 장르물 같은 미스터리를 구사하면서 동시에 파시스트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추구하는 장면들을 아주 빠른 속도로 잡아낸다. 서로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아마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알아서 연관지으라는 그런 주문이었을까. 소설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핍진성 차원에서 알베르토 모라비아 작가는 과연 어떤 식으로 연결 고리들을 만들었을지 궁금하다. 결국 원작을 봐야 한다는 말이겠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영화 최고의 장면들은 바로 파시스트 지성을 대표하는 젊은 마르첼로와 고전 철학의 대가이자 어긋난 시대정신에 경도된 파시스트들을 준엄하게 꾸짖는 루카 콰드리 교수의 대화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 유명한 플라톤의 동굴에 비친 그림자 전설을 화두로 꺼내면서 두 지성은 치열한 토론 배틀에 나선다. 칼이나 총만 들지 않았다 뿐이지, 마르첼로와 콰드리 교수 간의 대화는 소설/영화가 말하고 싶은 주제들을 압축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굴의 원시인들이 본 그림자는 과연 오리지널리티의 그것을 담보하고 있었던가? 그 시대의 숱한 파시스트들 역시 문제의 본질이나 핵심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오로지 그 아우라가 비추는 그림자에 홀려 궁극적으로 자신의 신세를 망친 게 아닐까 싶다. 그림자는 자연히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광 앞에서 스러지기 마련이 아니었던가. 히틀러나 무솔리니로 대변되는 파시스트 인사들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게 되었을 때, 그들은 아마 그동안 자신들이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부분에 대한 수정 대신 그릇된 확증편향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리고 자신이 진리라고 믿어왔던 이데올로기를 단숨에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았으리라.

 

어쨌든 루카 콰드리와 발레리나 선생 안나는 마르첼로의 정체를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다. 파리에 남아 있느라는 마르첼로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안나는 남편과 함께 길을 떠난다. 그리고 그들이 가는 길에 매복해 있던 네 명의 비밀요원들에 의해 콰드리 교수는 수차례 칼에 찔려 죽고, 그것을 보고 도주하던 안나 역시 그들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둔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나 사랑하는 딸 마르타의 아빠가 된 마르첼로. 그는 라디오에서 이탈리아 국왕에 의해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권력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추락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정치적 스승이었던 이탈로 몬타나리를 만나러 나선다. 거리에는 몰락한 파시스트 권력자 무솔리니 동상의 머리를 끌고 산탄젤로 성 앞을 행진하는 시위대의 모습이 보인다. 이탈로 동지를 만난 마르첼로는 재빨리 그의 가슴팍에서 파시스트 당원임을 상징하는 배지를 잡아 뜯는다. 파시스트가 되는 이유는 두려움이나 돈 때문이라고 영화 어디에 나왔던 것 같은데, 마르첼로는 두려움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파시스트가 되길 거부하지 않았나 싶다. 역설이게도.

 

예수 그리스도를 배신한 사도 베드로처럼 자신이 믿고 따랐던 동지이자 친구 이탈로 몬타나리를 파시스트라며 배신하는 마르첼로. 그는 자신을 오래전 유혹했던 노년의 리노를 거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놀라움에 휩싸인다. 자신은 총으로 리노를 쏴 죽였다고 생각하고 그동안 양심의 가책에 시달려 왔는데 그는 멀쩡하게 살아남아 예전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거리에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에서는 정상의 삶을 추구하는 주변의 모든 것이 비정상인 젊은 파시스트의 고뇌에 방점을 찍은 것처럼 보이는데,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그런 주인공 마르첼로 클레리치의 개인적 고뇌보다는 루카 콰드리 교수를 쫓는 첩보요원으로서의 활동에 좀 더 비중을 두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연출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는 줄리아와 안나라는 두 명의 더블 팜므 파탈을 배치해서 퇴폐적 관능미를 유감 없이 보여주었다. 전자가 백치미 넘치는 그런 여성상을 그렸다면, 후자는 독립적이면서도 도발적인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고나 할까. 파리의 어느 댄스홀에서 줄리아와 안나가 춤추는 장면은 시각적으로 백미였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결말과 소설의 결말은 상당히 다른 것 같은데 이제 영화를 다 봤으니 이제 원작소설을 읽으면서 비교해 보면 될 것 같다. 원래 내 계획은 소설을 먼저 읽고 나서 영화를 보는 거였는데, 명절 배송에 발목이 잡혀 먼저 영화부터 보게 됐다. 아마 나의 소설 읽기는 영화의 복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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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9-21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콧님이 님의 마음에 불을 화~악 질러버렸나 보군요.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내시고 계실지 알 것도 같습니다.ㅋㅋ
영화도 꽤 인상적일 것 같군요. 저도 기회되면 함 봐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1-09-21 17:37   좋아요 1 | URL
저는 <경멸>을 읽고 나서 바로
모라비아 작가의 팬이 되어 버린...

그래서 절판된 작가의 책들도
바로 사냥에 나서서 <권태>도
수배해서 읽기 시작은 했는데 못
다 읽었네요 :>

문지에서 이번에 대산총서로 나온
다는 소식에 바로 주문장을 날렸
으나, 아쉽게도 명절 수급에는 실
패했네요 ㅋㅋ

영화 보신 분들은 적극 추천해
주시더라구요.

cyrus 2021-09-21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라비아의 소설 <권태>도 영화화된 작품이죠. 영화가 청소년 관람 불가였는데, 고등학생 시절에 영화 전문 케이블 채널에 한 걸 봤어요. 하도 오래 돼서 영화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아요.. ^^;;

레삭매냐 2021-09-21 17:38   좋아요 0 | URL
오호라 <권태>도 영화가 있군요.
미처 몰랐네요.

인스타에서 모라비아 작가의 <권태>
를 득템하기 위해 중고서점으로 달려
갔노라는 말에 저도 중고로 수배했답
니다.

일단 영화부터 한 번 알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