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왕국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0
알레호 카르펜티에르 지음, 조구호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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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온 알레호 카르펜티에르의 <잃어버린 발자취>를 읽다 아무래도 그전에 사둔 <이 세상의 왕국>부터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 전에 산 책이고, 또 분량도 적어서 바로 읽을 수 있거라는 나의 생각은 착각이었다. 그리고 보니 한 두어번 시도했다가 결국 못 읽고 있었다. 다 읽는데 20여일도 넘게 걸렸다. 뭐랄까 잘 집중이 되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언제나 그렇듯, 다 읽고 나니 왠지 모를 성취감이 들더라.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특징이 된 주술적 리얼리즘 그리고 경이로운 현실을 전 세계에 알린 쿠바 출신 작가 알레호 카르펜티에르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나 카를로스 푸엔테스 같은 작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느낌이다. 그래서 <이 세상의 왕국>이 출간되었을 때 바로 사지 않았나 싶다. 사는 것과 읽는 것은 물론 다른 이야기다.

 

내가 이 책을 세 번 만에 다 읽는 건 전적으로 <이 세상의 왕국> 서사의 중심이 되는 아이티라는 나라에 대한 무지 때문이었노라고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한다. 그저 뒤발리에의 독재나 지진으로 항상 피해를 보는 카리브해의 작은 나라라는 것 정도가 내가 아이티에 대해 아는 전부였다. , 미국의 대도시에서 유난히 아이티 출신 택시기사들이 많은 것 정도도.

 

하지만 내 상식 밖의 아이티는 훨씬 더 풍부한 역사를 품고 있는 그런 나라였다. 우선 이백년 전인 1804년 식민 종주국 프랑스와의 독립전쟁을 통해 세계에서 흑인들이 처음으로 세운 나라가 되었고, 그놈의 지긋지긋한 노예제도를 영원히 폐지한 나라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민주주의의 종주국 중의 하나라는 미국에서 악명 높고 끔찍한 노예제도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왜 아이티처럼 대규모 흑인 노예반란이 미국에서 발생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됐다.

 

이탈리아 사람 컬럼버스가 카스티야의 이사벨라 여왕을 꼬드겨 인도로 가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겠다며 후원을 얻어 서인도제도의 쿠바와 이스파니올라 섬에 상륙한 이래 라틴아메리카는 그야말로 고난의 땅이 되었다. 이스파니올라 섬의 서부를 장악한 프랑스 식민주의자들은 당시 비싼 값을 받고 팔 수 있었던 설탕의 원재료가 되는 사탕수수 재배가 아이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프랑스 제국주의자들은 노동집약적 산업인 사탕수수 재배를 위해 우선 아시엔다라 불리는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구축하고, 그곳에서 일할 노동력을 아프리카 대륙에서 구했다. 흑인 노예라는 이름으로. 백인 식민주의자들과 흑인 노예들의 갈등과 분쟁의 양상은 이러한 사업이 구상되는 순간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이런 역사적 배경에 알레호 카르펜티에르 작가는 역사적 인물과 가상의 인물들을 교차로 투입하면서 주술적 리얼리즘의 서사를 구사하기 시작한다. 위키피디아에서 마캉달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직업(occupation)이 무려 탈주 노예(maroon)라고 되어 있다. 아니 이거야말로 전형적인 옥시덴트한 사고의 발로가 아닌가 말이다. 아이티 혁명사에서 그야말로 전설적인 존재가 된 프랑수아 마캉달은 르노르망 드 메지 소유의 노예였다가 왼팔을 사탕수수 기계에 잃고 산으로 도주해서, 부두교 사제로 변신했다던가. 소설의 이야기와 전승들을 서로 다른 교착점을 가르킨다. 난 여기서 개인적으로 그가 부두교 사제라는 통설을 따르고 싶다.

 

만딩고족 출신의 마캉달은 아프리카 전승을 바탕으로 파리나 새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전설적인 존재로 진화한다.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다. 백인 농장주들에게 끝없이 착취당하는 다수 흑인 노예들의 입장에서 그는 어떤 의미에서 구세주였을 지도 모르겠다. 자신들을 이 세상의 왕국에서 해방시켜 줄 그런. 그는 어느 주술사에게 임상독성술을 배워, 아이티에 사는 백인 종족들을 말살시켜 버리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물론 기득권층에게 이런 도전은 1도 용납이 되지 않았다. 일설에 따르면 장장 18년의 항쟁을 하던 마캉달이는 동료 흑인의 밀고로 잡혀 1758120일경 카프의 광장에서 화형을 당했다고 전해진다. 아니 화형 도중에 파리로 변신해서 형장을 탈출했다는 설도 존재한다. 이런 주술적 서사야말로 카르펜티에르 같은 작가에게 좋은 소재가 되지 않나 싶다. 이런 허술하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서사의 원형이야말로 문학의 축복이라는 생각이다.

 

작가가 투입한 티 노엘(마캉달의 동료 노예)이라는 가공의 인물이 아이티 혁명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의 증언자로 등장한다. 아이티 레볼루션의 다음 주자는 부크만이었다. 그들의 무장봉기는 예상보다 쉽사리 진압되고, 부크만은 참수되었다. 앙시앵 레짐을 끝장낸 프랑스대혁명 기간에도 그랬지만, 아이티 흑인들의 자유를 향한 도정에서 벌어지는 유혈극은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폴린 보나파르트와 아이티 혁명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르클레르 장군의 황열병 급사 사건에 대한 언급도 양념처럼 명멸한다. 훌륭한 가톨릭 교육을 받은 서구인들이 아이티에 건너와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아무리 봐도 엉터리 같은 부두의 주술 의식에 빠진다는 설정은 계몽사상의 세례를 받은 서구인들의 본질인 결국은 아이티 사람들의 그것과 다를 게 없다는 카르펜티에르식 블랙유머가 아니었나 싶다.

 

지난한 투쟁 끝에 아이티는 결국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그렇게 얻은 성공의 열매를 엉뚱한 인물이 독점했다는 것이다. 그의 이름은 앙리 크리스토프. 우리의 티 노엘이 아는 바로 그 요리사 출신 노예의 아들이 바로 신생국가 아이티의 군주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예전 식민지 시절 아이티 민중들을 지배하던 권력 계급이 백인들이었다면, 이번에는 권력층의 피부색이 바뀌었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백인들은 자신의 자산인 노예들을 소중하게 다룰 줄 알았지만(순전히 경제적 이유 때문에), 몰락한 백인 부르주아 계급을 대신한 잔혹한 독재자 앙리 크리스토프를 필두로 한 흑인 권력층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들에게 아이티 민중들은 자신에게 권력을 위임한 시민이 아닌 어디까지나 통치와 착취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의 재침공에 대비해서 만든 시타델 라 페리에르 건설 과정에 동료 흑인들을 가차 없이 동원하는 장면은 비극의 재현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자유인이 되어 자신이 살던 옛 아시엔다로 돌아온 늙은 티 노엘 역시 강제노역에 동원되었다. 병사들에게 항의하는 티 노엘에게 돌아온 것 곤봉 세례였다. 지배 계급의 피부색이 바뀌었을 뿐, 목숨을 바쳐 독립투쟁에 나섰지만 아이티 민중들의 삶은 식민지 시절과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야말로 경이로운 현실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광대에 가까워 보이는 왕 노릇을 하던 앙리 크리스토프의 말로가 좋았을 리가 없다. 그리고 알레호 카르펜티에르는 주술적 리얼리즘의 요소들로 모호한 엔딩으로 <이 세상의 왕국>을 끝낸다.

 


<이 세상의 왕국>은 결국 나로 하여금 아이티 혁명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얇은 소설만으로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기란 요원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침 다행히 로런트 듀보이스가 아이티 레볼루션 200주년을 기념해서 발표한 <아이티혁명사>를 수배해 두었던 기억이 났다. 마구잡이로 쌓아둔 책더미에서 <아이티혁명사>를 찾았다. 그리고 우선 마캉달 처형 사건을 급하게 찾아봤다. 마캉달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라기 보다 전설에 가까워서 그런지 한 페이지 정도로 마무리되어 있더라.

 

이제 다시 <잃어버린 발자취>를 읽는다. 알레호 카르펜티에르의 책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



튤립이 만개했다. 꽃이 너무 무거워서 옆의 왕수선화 녀석에게 기대고 있더라.



[보너스컷] 인스타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선생의 호랑이

그림을 보고 그려 보았는데, 결론은 살찐 고양이로 판정.

누구는 또 고랑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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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27 13: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누구냐 나를 깨운게!! 하는 호랑이같습니다. 넘 귀여운데요. 음 아이티 혁명 마캉달. 그렇구나. 한 번 찾아봐야지 하다가 귀여운 그림에 웃고갑니다 꽃도 그림도 아이들이 좋아하겠어요

레삭매냐 2022-03-27 22:18   좋아요 2 | URL
무근본의 그림인지라 이거이
고양이인지 호랑이인지 것도
아니면 고랑이인지 분간이...

새파랑 2022-03-27 2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호랑이 같아 보이는데요? ㅋ 레삭매냐님이 꽃과 그림에도 소질이 있으시군요~!! 남미 환상문학 몇편 읽어봤는데 이 작가는 처음 들어봅니다 ㅋ 좀 어려워 보이기는 하네요 😅

레삭매냐 2022-03-27 22:19   좋아요 3 | URL
적은 분량에 무턱대고 들이댔다가
낭패를 본 책이었습니다.

숙제가 늘어난 느낌이랄까요.

근데 정작 카르펜티에르는 이
작품 말고는 또 주술적 리얼리즘
하고는 거리가 있다고 하네요.

호랑이, 캄솨합니다.

그레이스 2022-03-28 15: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티 혁명사도 관심이 가요

레삭매냐 2022-03-28 15:56   좋아요 2 | URL
바로 읽고 싶었으나, 시작
하고 마무리 짓지 못한 책
들이 많아서 다음으로 -

과연 읽게 될까요...

라로 2022-03-29 18: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는 심술난 토토로인 줄;;;;
다음엔 왕수선화 사진 올려주세요~~.^^;;
저는 수선화는 봤지만 왕수선화는 본 적이 없어요.
봄엔 튤립, 수선화 같은 구근초라고 하나요? 그런 것들이 넘 이쁜 것 같아요.
저는 팬지도 좋아해요. 오묘한 보라색의 팬지는 진짜 벨벳 같은 것이...
언제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팬지에 정신이 홀딱 뺐겼던 것이 기억나요.
근데 아이티는 섬나라인데 그럴 수 있었겠어요...
관심없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급관심 생기네요...
하아~~ 매냐님이 올려주시면 이렇게 급관심 생겨서 문제야요.ㅠㅠ

얄라알라 2022-03-30 14:33   좋아요 1 | URL
저는 아이티를 지도에서 꽤 어른이 된 후, 처음 찾아보았고 그 때 아이티가 섬나라라는 걸 알고 굉장히 부끄러웠어요^^:;;;
내륙 깊숙하게 자리한 나라인줄 알다가, 기초 상식도 모르고 아는 체 했음이 어찌나 부끄럽던지요.


레삭매냐님처럼 알려면 깊이 깊이 제대로 알아봐야겠습니다. <아이티혁명사>보다 <이 세상의 왕국>부터 시작하고 싶네요^^

레삭매냐 2022-03-30 17:17   좋아요 0 | URL
아~ 토토로!!! 제가 좋아라
하는 애니 중의 하나랍니다.

오래 전에 오사카 지하상가
토토로 공화국에서 산 저금
통 생각이 나네요 ^^

팬지하면 바로 보라돌이죠!

세상에 닐글 책들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고저.

레삭매냐 2022-03-30 17:18   좋아요 0 | URL
[얄라알라님] 워낙에 아이티라는
나라가 멀리 있어서 그런 게 아
닐까요 ^^

저도 남미의 정글 어딘가에 있
는 나라가 아닐까 싶었는 걸요.

<아이티혁명사>는 보아하니
역사서라 소설인 <이 세상의
왕국>부터 시작하심이 지당하
신 선택으로 보입니다.

서니데이 2022-04-09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새파랑 2022-04-09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이의 힘도 컸던거 같습니다~!! 레삭매냐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
 
할렘 셔플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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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의 광휘가 너무 강렬해서 상대적으로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무래도 3연타석 홈런은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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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7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7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2-03-28 15: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안읽은 책인데 뒤로 밀리고 있어요
😢

레삭매냐 2022-03-28 15:56   좋아요 2 | URL
사 놓구선 바로 읽지 않으면
다시 읽게 되지가 않더라구요...

사면 바로 읽는 것으로 -
과연 가능할 진 미지수지만요 ㅋ

얄라알라 2022-03-30 14:35   좋아요 2 | URL
플친님들 댓글 읽다 보면, 어! 내가 썼나 싶을 정도로 제 마음과 비슷한 마음 담은 문장이 많습니다요.
저도 사 놓고(이건 진짜 읽을 각이다!!!! 받자 마자 읽고 리뷰 올릴 각이다!!) 그냥 꽂아둔 책들이 왜 이리 많아지는지.....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미지수˝입니다 ㅋ 살 때 두 번 생각하는 쪽으로 저는 ㅋ

레삭매냐 2022-03-30 17:19   좋아요 2 | URL
[얄라알라님]
저야말로 그런 책들이 부지기수
천지빼까리라 할 말이 없답니다...

그러면서도 오늘 중고 책방에
내달려 가서 벤야민의 책들을
세 권이나 업어왔지 뭡니까 -

근데 전주인이 아주 비닐로 잘
포장을 해두어서 이십년은 너
끈하게 갈 것 같네요 고마워라~
 
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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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로 하여금 사유를 많이 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야말로 최고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시그리드 누네즈 작가의 <어떻게 지내요>를 읽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 것 같다.

 

친한 회사 동료분의 아버님이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폐암이 발발하고 나서, 6개월 정도 시한부 선고를 받으셨는데 수년을 버티셨다. 동료의 아내가 코로나에 걸리면서, 상주인 동료는 아버지의 장례에 참석하지 못했다. 팬데믹 시절의 비극이 아닌가. 당연히 문상을 가려고 했지만, 고인의 친척분들이 만류하셔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찾아뵙지 못했다. 마음이 참 그랬다. 나도 이런데, 상주는 오죽했을까.

 

우리 인간은 모두 죽는다. 다만 그 죽음의 시기를 알지 못할 뿐이다. 오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말이 참 절절하게 다가온다. 아주 건강하시던 나의 큰아버지도 어느 날 복부 깊숙하게 자리 잡은 암이 발견되시고 한달여 앓으시다가 돌아가셨다. 진단에서 장례까지 너무 빠르게 진행되어 경황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네 삶은 그렇게 돌아가는가 보다.

 

시그리드 누네즈 작가의 <어떻게 지내요>에는 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가 결국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저널리스트 출신 친구가 등장한다. 그냥 죽음 앞에서 모든 결심들은 소용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우리 인간들의 삶은 불공평할 수밖에 없지만 단 하나, 죽음만은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떤 삶을 살았더라도, 결국 존재의 소멸을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운명. 이 책을 읽으면서 난 자꾸만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레플리컨트들이 사투가 떠올랐다. 결국 최강의 전사 로이 배티는 빗속에서 데커드와 싸우다가 조용하게 소멸하지 않던가.

 

누네즈 작가는 죽음을 앞둔 친구라는 대전제를 깔고, 어디서고 들었음직한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들을 잔잔한 목소리로 직조해낸다. 그리고 화자인 나에게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줄 것을 부탁한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해서 나는 죽음의 동반자로 간택받은 것이다. 친구는 삶이 주는 파괴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발적 안락사를 하기로 결정한다. 친구는 알약 하나만 삼켜서 삶을 종결시키면 되지만, 뒤에 남은 나는 온갖 궂을 일들을 도맡아야 한다. 그런데 죽어가는 사람의 그런 간절한 부탁을 거절하기도 그렇다고 해서 번잡한 사무들을 감당할 자신도 없어 보인다. 나로서는.

 

만약 나에게 그런 미션이 주어진다면 나는 소설의 화자처럼 담대하게 그런 요청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 기묘하게도 엉터리 대통령을 지지한 남부 연안의 공화당주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보낼 수 없다고 판단한 친구는 대신 뉴잉글랜드의 호젓한 곳을 고른다. 이건 작가가 구사하는 정치적 올바름에 근거한 고도의 유머인가. 하긴 평소에 민주당을 지지하던 이들도 연세가 들어 하도 폭스 텔레비전을 시청하다가 오른쪽으로 갔다는 말이 왜 이렇게 낯설게 들리지 않는지 모르겠다. 파렴치하게 거짓 뉴스를 정치적 목적에 따라 퍼 나르는 대중 매체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힐 수 있는 그런 텍스트가 아닌가 싶다.

 

친구는 이미 소원해진 딸 대신 나를 파트너로 골랐다. 그것 또한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신중한 선택이었을까? 아니 그렇다면 간택 받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 가는 친구의 모습에서 무슨 할 일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고, 또 잘 먹지 못하는 친구와 달리 어떻게든 잘 먹겠다는 의지에 넘치는 나의 모습에서 결국 인간이란 존재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나 싶다. 그런데 화자는 그렇게 친구와 마지막 순간들을 함께 하면서 오래 전에 사라진 우정이 걷잡을 수 없이 다시 생성되는 것을 느끼기도 하지 않던가.

 

<어떻게 지내요>는 불어에서 온 표현으로, 무엇이 당신을 고통스럽게 하는가라는 표현이라고 했던가. 그리고 보니 한동안 지인들에게 최근에 언제 가장 행복했냐고 묻던 시절이 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언제 행복했는지 나에게 속 시원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행복한 순간에 대해서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내가 만약에 최근에 언제 가장 고통스러웠고 그 이유는 뭐였냐고 물었다면 선의로 시작한 대화가 정상적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예상한다. 사실 상대방의 그런 고민이나 고통에 대해 내가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지 않았을까. 아니 그냥 화자처럼 죽어가는 친구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친구에게 큰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었을까. 아니 그것조차 친구가 아닌 나를 위한 행동이었을 수도.

 

이야기를 이끌어 가던 화자의 마음에 어느 순간, 찌릿한 동통을 수반한 감정들이 등장한다. 왜 살다가 그런 순간들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기억의 저편에 꼭꼭 묻어둔 감정들이 갑자기 연쇄적으로 폭발하듯 솟구치는. 그럴 때면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동통들이 물러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더라. 망각의 저편으로 흘러가길 바라는 그런 마음으로.

 

언제나 그렇듯, 모든 존재의 소멸은 슬프고 애잔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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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25 17: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유허게 하는 좋은 리뷰 *^^* 저도 언제 가장 행복했는가에 대답하지 못할거 같아요 ㅠㅠ 내가 기억하는 소멸들이 떠올라 슬퍼지네요. 잘 모르는 분이시지만 그래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레삭매냐 2022-03-25 17:58   좋아요 2 | URL
어떤 책들은 다 읽고 바로
이자뿌는 책이 있는가 하면
두고두고 생각해 주는 그런
책들도 종종 있더라구요.

<어떻게 지내요>는 후자인
것으로.

감사합니다 미니님!

coolcat329 2022-03-25 17: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알랑 드롱이 안락사를 선택했다는 기사 읽고 잠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냥 지금 하는 일이나 잘하며 운동이나 열심히 하자 하고 스스로 다짐을 했는데 이 책을 보니 또 마음이 가라앉네요.ㅠㅜ
나는 어떻게 죽을까 몇 년전부터 종종 생각하곤 하는데 자연스럽게 이런 책들 찾아 읽고 싶어집니다. 어떤 모녀는 애증의 관계더라구요. 그래서 친구가 나를 고른게 아닐까도 싶네요.

레삭매냐 2022-03-25 18:00   좋아요 4 | URL
아 그렇지 않아도 시대의
조각 미남 알랑 들롱 이야기
도 푼다고 하고선 마구 감정
가는 대로 쓰다가 그만 까묵
어 버렸네요 이론...

그러니까요. 한 시절 친구였
다는 의무였을까요.

저도 쿨캇트님과 비슷한 고민
을 자주 하게 됩니다.

새파랑 2022-03-25 1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어보려고 했었는데 레삭매냐님 리뷰를 보니까 꼭 읽어야 겠네요. 사유를 하게 해주는 책은 정말 좋은거 같아요. 동료분의 이야기랑 책의 이야기가 오버랩되는거 같네요 ㅜㅜ

레삭매냐 2022-03-26 09:52   좋아요 2 | URL
그냥 평범하게 시작해서
갈수록 엘리베이팅하는 서사
의 기술이 참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주변의 이야기와
결합되어 더 몰입하게 되었
던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stella.K 2022-03-25 2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유, 참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누군가에 비해 오래 사는 저는 덤으로 산다고 생각하는데
마지막 때가 오더라도 생에 대한 아쉬움은 항상 남을 것 같습니다.
얼떨결에 오고 어떨결에 가고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ㅠ

레삭매냐 2022-03-26 09:54   좋아요 2 | URL
정확한 지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생에 대한 아쉬움은 모든 존재
에게 필연적이지 않을까 싶네요.

다만 갈 때에는 긴 고통 없이
갔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있습니다.

저희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적에
장수하시고, 자다가 돌아 가셔서
모두가 호상 (好喪)이라고 한 기억
이 납니다.

호상이라는 표현 자체가 좀 그렇긴
하지만요.

북깨비 2022-03-26 0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직 사놓고 (요건 간만에 원서로) 안 읽고 있는데 스포 있을까봐 슥 훑고 내려가다다 스포가 없는거 같아서 다시 올라가서 처음부터 찬찬히 읽었어요. 읽고 나니까 또 지금 읽고 있는 책 덮어 두고 이 책부터 먼저 읽고 싶... 😅 40대에 접어들고 죽음에 대해 다룬 글들을 많이 찾게 되는거 같아요. 운좋게 80까지 산다고 쳐도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적으니까 남은 인생만큼은 헛되이 낭비하지 않고 소중한 사람들과 좀 더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요즘 이것저것 찾아 읽고 있는 것 같아요. (동통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국어사전을 찾아본 것은 비밀이에요. 저는 다른 그 비슷한 말을 유하게 표현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ㅋㅋㅋ)

레삭매냐 2022-03-26 09:56   좋아요 2 | URL
우와 무려 원서로 !!!
대단하십니다 -

저도 만날 그런답니다. 읽던
책보다 더 호기심이 유발되는
책이 나오면 바로 점핑 점핑~!

아 구구절절하게 하나 같이, 공
감이 가는 말들입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지만 이제
는 시간과 관계를 소중하게 생
각해야지 하며 살아갑니다.

책에 동통이라는 표현이 두어번
나오던데 참 마음에 들어서 제
목에 넣어 봤습니다.
 
낡은 집의 봄가을
우메자키 하루오 지음, 홍부일 옮김 / 연암서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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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작가의 새로운 책만큼이나, 모르는 작가의 책도 즐겨 읽는 편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우메자키 하루오 작가의 <낡은 집의 봄가을>도 그랬다.

 

반전소설로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번에 만난 소설집 <낡은 집의 봄가을>에서는 내가 기대했던 강렬한 반전 메시지보다는 그냥 전후 일본의 평범한 일상을 다룬 그런 소설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강렬한 한 방 대신, 소소한 이야깃거리들에 대한 조망이라고나 할까.

 

기세 좋게 태평양 바다를 모두 집어 삼킬 것 같았던 일본이 망조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걸린 시간은 딱 6개월이었다. 결국 세계의 공장 미국을 상대로 한 물량전은 일본의 참담한 패전으로 귀결되었다. 일본군은 2백만 명이 그리고 미군은 40만 정도가 희생되었다고 한다. 민간인들의 피해를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으리라. 우리는 지금 먼 서쪽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그야말로 실시간 중계로 보고 있지 않은가.

 

우메자키 하루오 작가는 전쟁의 원인이라든가 전후 일본의 비참한 모습 대신, 점령군 사령관이자 일본 총독 맥아더 아래서 진행되는 일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기묘하게도 화자들은 예술가 그 중에서도 화가들이 많이 등장한다. 관조적인 시선으로 일상을 화폭에 담는 그들이야말로 가장 객관적이라는 저자의 의중이 담겨 있는 것일까.

 

전쟁에 대한 기억은 소멸되어야 하는 것일까. 전쟁에 나간 사이, 종군한 남편이 죽었을 거라고 생각한 부인은 다른 남자와 살림을 차렸다. 어느 화자는 인근 주점에서 일하는 구미코라는 아가씨에게 눈독을 들이는데 유부남 라이벌이 등장해서 피곤하다. 라이벌이 주점에 진 거금의 외상 술값을 갚아 주는 조건으로 구미코 씨에게 단독 대시를 하고 결혼에 골인하지만 새색시는 폐렴으로 죽고 만다. 그리고 부인이 죽은 뒤 발견한 일기장에서 SS라는 이름을 발견하고는 죽은 부인에 대한 의처증에 빠지는 남자. 이러한 아이러니는 전쟁 중에는 반드시 격멸해야 하는 미영귀축이라 부르며 경멸하던 적군이 점령군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변한 일본인들이 품을 수밖에 없었던 양가적 감정이 떠오르기도 했다.

 

표제작인 <낡은 집의 봄가을>에서는 왠지 낭만적이거나 목가적인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스토리는 전혀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된다. 요즘 말로 하면 전세사기 혹은 부동산 매매사기를 당한 두 남자가 한 지붕 아래서 기묘한 동거를 하게 되는 그런 서사가 중심에 서 있다. 일본 시민들을 전쟁으로 내몬 전쟁지도부는 도조 히데키를 비롯한 몇몇 전범들을 처벌하고 무사히 살아남아 다시 부귀영화를 도모했다. 원폭을 필두로 미군의 전략 폭격에서 살아 남은 시민들은 자신들을 그런 비참한 상황에 내몬 이들을 다시 지도부로 모시고 미군의 군정이라는 지붕 아래 좋든 싫든 살아야 했다. 무엇 하나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고, 역사의 청산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현재에까지 도달한 그네들의 역사의 부조리를 보는 듯한 기시감이 곳곳에 묻어 있는 그런 수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뚜렷하지 않은 기억을 바탕으로 한 <기억>도 인상적이다. 술에 취해 지인과 같이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나는 길이 좁다는 이유로 집 앞까지 가기를 거부하는 택시기사에 대한 항의를 한다. 나라면 아마 그러지 않았을 텐데. 요즘 같으면 SNS에 올라갈 만한 그런 이야기일까나. 화자는 좀 더 적극적으로 택시회사에 전화를 해서 컴플레인을 한다. 그리고 그 회사의 담당자는 그날의 택시기사를 데리고 화자를 찾는다. 거의 억지 사과를 받은 화자는 과연 기분이 풀렸을까? 진심이 1도 담기지 않은 사과라면 나는 안 받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사온 화과자도 먹지도 않고 버렸던가, 불살랐던가. 그리고 다시 택시기사와 승객으로 만난 이들은 장기로 신켄쇼부에 들어간다. 웃기는 짜장들이 아닐 수 없다.

 

, <기억>에서 포인트 중에 하나는 자신이 택시기사에게 품은 불만만 뚜렷하고 나머지 부수적인 기억들은 하나도 선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나의 불만 역시 정당한 걸까? 아마 이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간다면 상대방의 유능한 변호사는 화자의 불투명한 기억을 공격하면서 승소를 이끌어 내지 않았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품어 보기도 한다.

 

마지막의 두 꼭지 낚시 이야기는 한 시절, 어부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낚시에 미쳐 살던 때 생각이 났다. 이야기의 화자는 건장한 청년이라면 모두 전선이나 공장에 나가 전쟁을 치러야 하던 시절에 병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바다의 돌제에 나가 세월을 낚는 그런 시간들을 보내야했다. 그런데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갯지렁이 같은 낚시 미끼 때문에 오해를 사고, 툭탁거리는 장면을 보니 내 고등어 미끼를 물고 푸른 바다 위를 날던 갈매기 생각이 났다.

 

살아 꿈틀거리는 갯지렁이를 잘못 끊으면 내 손가락들을 가차 없이 물기도 했었지. 광어 녀석들은 미끼를 물고도 모랫바닥에 가만있어서 계속해서 낚싯줄을 올려 봐야 했고, 경박한 도미들이 미끼를 물어대는 어신의 맛이란 정말! 날카로운 이빨의 우럭의 추억도 쏠쏠했다. 이렇게 문학의 힘이란 나의 기억의 저장고 어딘가에 고이 잠들어 있는 추억을 펄떡거리게 만드는 그런 마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동료 낚시 단골이 어떤 사내들에게 잡혀 가는 장면으로 소설집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지 않나 싶다.

 

우메자키 하루오는 거창한 반전 메시지 대신, 패전의 상실감이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가운데 소소한 일상들을 포착하는데 주력한 것 같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무언가 획기적이고 알싸한 맛을 기대한 나 같은 독자에게는 싱겁다고나 할까. 어쩌면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 대신 회피 기동을 선택한 그들 문학 세계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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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2-03-24 14: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궁금한건데 매냐님은 어느 나라의 책하고 코드가 잘 맞는 편이신가요? 꼭 선택한다면요 ㅋㅋㅋ 전혀 편독이 없으셔서 궁금해요.

레삭매냐 2022-03-24 16:27   좋아요 2 | URL
잡식성 책쟁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추론해 봅니다 :>

전 개인적으로 라틴쪽 작가
들이 코드에 맞는 느낌입니
다.

루이스 세풀베다, 바르가스
요사 그리고 로베르토 볼라
뇨 등을 애정합니다.
 


오늘 아침에 부리나케 중고서점으로 가서 2권의 책들을 사들였다.

하나는 앨런 홀링허스트의 <이방인의 아이> 그리고 다른 하나는 크리스토퍼 클라크의 <강철왕국 프로이센>이다.



3년 전에 나온 크리스토퍼 클라크의 <몽유병자들>을 노리고 있었는데 그 책은 수배하기가쉽지 않더라.

 

먹잇감을 노리는 매처럼 그렇게 중고서점에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너무 두꺼워서 도서관에서 빌린다고 하더라도 언제 읽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기에.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바로 사서 읽는다는 보장도 없고. 뭐 그렇다.

 

일단 책의 두께가 보통이 아니다. 대략 천쪽이 넘어가는 태세다. 사들이면서도 과연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묻게 된다. 벽돌책 격파단에 가입이라도 해야 하나.



어제 검색해 보니 앨런 홀링허스트의 책인 <이방인의 아이><스파숄트 어페어>가 입고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달뜬 마음에 드디어 입수하나 싶었으나... 그 새 <스파숄트 어페어>는 누가 사간 모양이다. 이 동네에 나랑 책 취향이 비슷한 닝겡이 살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도대체 누구인가. 너무나 궁금하다.

 

이 책도 만만치 않다. 800쪽 정도. 한숨부터 진하게 나오는구나 그래.

너무 두꺼워서 두 권 모두 사무실에 두고 집에 왔다. 가져와서 좀 펴보기라도 해야 하는데...

 

이달에는 당최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구나. 뭐 그런 달도 있는 법이지.

 

앨런 홀링허스트의 <아름다움의 선><수영장 도서관>은 창비에서 나왔는데, <이방인의 아이><스파숄트 어페어>는 민음사에서 나왔다. 첫 두 권은 역자가 같아서 마음에 들었는데 이번에는 역자도 제각각이다. 가능하면 같은 역자가 한 작가의 책들을 번역해 주었으면 하는데... 세상에 내 뜻대로 되는 게 뭐가 있나 그래.



일요일날 도서관 가는 길에 만난 짬타이거 녀석.

잘 먹어서 겁나 뚱뚱한데 아주 날랬다.

꼬맹이가 추격을 시작해서 사진을 찍기도 전에

언덕 위로 튀어 버렸다. 오 잽싼데 그래 -



언덕 위에서 닝겡들을 바라보는 짬타이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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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3-22 06: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스파숄트...는 새파랑님이 가져가셨나 봅니다.라고 하면서 이간질해 보는...🤣

새파랑 2022-03-22 06:55   좋아요 5 | URL
저는 알라딘 직배송으로 구매했더라구요 ㅋ 저 아닙니다 ^^

레삭매냐 2022-03-22 11:26   좋아요 5 | URL
저도 새파랑님 <스파숄트 어페어>
구매하셨다고 해서 깜놀~했답니다.

제것을 슈킹~하셨나 봅니다.
그리하야 저는 다음 기회를 노려
보겠습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2-03-22 10: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방인의 아이>가 벌써 중고로 나왔어요? 쳇 저는 새 책 사서 아직 안 읽었는데.....ㅋㅋㅋㅋ
뚱냥이 귀엽네요.

얄라알라 2022-03-22 11:29   좋아요 4 | URL
저는 잠자냥님과 레삭매냐님 글보고 <이방인의 아이> 머릿 속에 입력입력 하던 차인데
˝벌써 중고로 나왔어요?˝ 물으시는 걸 보니
제 업데이트가 한참 늦은 것 같습니다 ㅎ

레삭매냐 2022-03-22 13:30   좋아요 3 | URL
어디 저희 책쟁이들이 새책을 중고
로 맹그는 기법이 어디 어제 오늘
이야기던가요 ㅋㅋㅋ 다 그런 거지효.

저는 주시하고 있었지만, 저희 촌동네
까지 흘러 들지 않아 기다리던 중이었
습니다. 어제 아침에 바로 달려가서
낚아챔요.

뚱냥스가 제법 날래서 당황했습니다.
잽싼 녀어석~

미미 2022-03-22 11: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천쪽이 넘는다니 레삭매냐님 그런 두께를 구매하신 것 부터 존경입니다.^^*

저는 <아름다움의 선>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도 두꺼워서 가끔 다정하게 눈길만 주고 있거든요.ㅎㅎ
<이방인의 아이>궁금하네요!

레삭매냐 2022-03-22 13:35   좋아요 3 | URL
<강철왕국 프로이센> 913쪽
<이방인의 아이> 879쪽

다들 과연 벽돌책급입니다 넵.
고저 무모한 만용으로 봐주시길...

전 앨런 홀링허스트의 데뷔작
<수영장 도서관>이 너무 하드
코어해서 쩜... 암튼 그랬다고
합니다.

이제 연세가 좀 드셨으니 갠춘
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

사는 건 잽싸게, 읽는 건 찬찬히.

얄라알라 2022-03-22 11: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책을 산책로 벤취에 놓고 찍으시는 레삭매냐님 기분(읽고 싶으시던 책 중고서점에서 겟하셔 즐거우신 마음) 막 상상이 됩니다.
저도 책 받아들고 나오자마자 벤취에서 사진 찍어본 적 있어서....과도한 해석인지 모르지만요

책 구하셨다니 축하드려요

레삭매냐 2022-03-22 13:33   좋아요 3 | URL
ㅋㅋ 정확하십니다.
만날 사무실에서 대충 사진 찍다
벤치 컷은 어떨까해서 야외촬영
으로다가 -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03-22 13: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강철왕국같은 책은 보통 소장용으로 사기에 중고서적으로는 잘 안나올듯도 하네요. 제 책장에도 저런 별돌 역사책들이 즐비하게 있고 읽지도 않았건만 중고시장에 내어놓을 생각은 일도 없으니 말이죠. ㅎㅎ 그래도 뭔가를 겟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가 날쌔게 득템하시는 레삭매냐님 멋있으세요. ㅎㅎ

레삭매냐 2022-03-22 19:06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소장각의 책들은 시장에 잘
나오질 않더라구요 ^^

아무리 읽지 않는다고 하더
라도 팔 지도 않는 거죠!!!

만날은 아니지만 이렇게 운
좋게 걸리는 날에는 룰루랄라
랍니다. 감사합니다.

mini74 2022-03-22 18: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철왕국 뽀대납니다 ㅎㅎ 여름밤 제 소중한 벽돌책으로 모기잡던 남편이 떠오르네요. ㅎㅎㅎ간도 크지 말입니다.

그레이스 2022-03-22 19:03   좋아요 2 | URL
미니님^^
저는 남편책으로(물론 아낄 필요 없는 책이예요^^) 천장에 던져서 모기잡다가 벽지 찢어먹었던 기억이...ㅋㅋ
벽돌책은 무거워서 굼떠요 ^^

레삭매냐 2022-03-22 19:08   좋아요 2 | URL
오옷 간 큰 남자!

저는 지난 번에 읽지도 않은
책 위에 청테이프를 오래 놔
두었다가 표지가 뜯기는 그런
비극을 경험하기도 했답니다.

나중에 읽어 보려고 하니 글
자가 눈에 들어 오지 않더군요.
너무 어려워서리... 뭔 말이야 !

부수적이지만
책의 제목은 <G.H.에 따른 수난>
이었습니다.

라로 2022-03-24 16: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언덕 위에서 닝겡들을 바라보는 짬타이거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걸요!!! 호오~~.
근데 매냐님과 취향이 비슷하면서 행동은 약간 더 빠른(?)닝겐님은
누굴지 저도 궁금해요.
이거 풀어야 하지 않을까요??ㅎㅎㅎ
꼭 누군지 밝혀지길!!

레삭매냐 2022-03-24 16:29   좋아요 2 | URL
예전에 동네 중고 책방에 기다리던
책이 떠서 바로 사러 달려 갔었는데
그 새 채갔더라구요 !!! 오 마이 가뜨!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
하여>란 책이어서 더 놀랐답니다.
세상에나 -

짬타 녀석은 행동이 무지 잽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