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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신 황우양 ㅣ 한림신화그림책 5
이상교 글, 이승원 그림 / 한림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둘째에게 책을 읽어주고 나서 알고 있는 우리 신에는 뭐가 있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황우양이 된 성주신과 그의 부인이 된 지신만 이야기하고는 엉뚱한 이름만 댄다. 왜 있잖아, 조왕신, 뒷간신, 삼신 할머니, 옥황상제. 열심히 신 이름을 대고 있는데 옥황상제는 '신'자가 안 들어가는데 무슨 신이냐고 묻는다. 이런, 우리 신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아이한테 너무 많은 것을 바랐나 보다. 그러나 나 역시도 우리 신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나마도 모임에서 신화에 대해 함께 책을 읽었고 여러 책을 보아서 얻어 들은 이름들이다. 또 읽어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니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더 적을 수밖에.
그리스 로마 신을 먼저 접한 요즘의 아이들은 우리나라에는 신이 없는 줄 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엄연한 신이 있고 각 신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우리 부모 세대만 해도 집에도 방을 지키는 신, 부엌을 지키는 신, 마루를 지키는 신이 각각 따로 있다고 믿는다. 심지어는 화장실을 지키는 신도 있다고 믿는다. 다만 한때 그것이 타파해야 할 미신으로 취급되어 제대로 이어질 기회가 없었던 것 뿐이다. 허나 지금이라도 우리 신에 대해 관심을 갖고 되살리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아마 이 책도 그런 의미에서 기획된 것이 아닌가 싶다.
여러 신 중에서도 이 책은 집을 지키는 성주신과 땅을 지키는 지신에 얽힌 이야기다. 흔히 옛이야기나 신화가 그렇듯이 주인공 황우양은 신통한 재주를 갖고 태어난다. 아버지는 하늘 세상 천하궁의 천대목신이요, 어머니는 땅 세상 지하궁의 지탈부인이다. 황우양은 집 짓는데 신통한 재주를 가졌다. 그래서 결국 그 재주 때문에 옥황상제에게 불려가게 된다. 바로 천하궁이 회오리바람 때문에 무너지자 그것을 다시 짓는데 황우양이 '발탁'된 것이다.
하지만 그냥 황우양이 하늘로 올라가서 집을 잘 지었다고 하면 옛이야기가 아니다. 지혜로운 부인이 도와줘서 연장을 사흘 만에 장만하고 주의해야 할 점도 일러준다. 그러나 주인공은 언제나 주의사항을 듣지 않는다. 그래서 어려움을 겪다가 나중에는 슬기롭게 헤쳐나간다는 공통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뻔히 알더라도 아이들은 매번 이야기에 빠진다는 점이다. 아마도 그것이 바로 옛이야기(또는 신화)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무릇 옛이야기는 아이가 들으면서 실컷 상상하도록 해줘야 한다는데 동의하지만 그렇게 들려줄 자신이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그림책이 반갑다. 이것을 계기로 우리 신에 관심을 갖고 다른 이야기 책을 꺼내 봤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