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피아크족, 알래스카의 또 다른 얼굴 산하세계어린이 30
카롤린 나르디 지예타 & 클레르 메를로 퐁티 지음, 멜리장드 뤼트렝제 그림 / 산하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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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에는 이누이트족 말고 숙피아크족도 있다고 한다. 당연히 몰랐다가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사실이다. 흔히 다른 나라나 부족의 옛이야기를 읽다 보면 너무 다른 환경 때문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사정을 미리 알고 있다는 듯이 부족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해준다. 지리적 위치와 부족에 대한 설명을 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이야기로 들어간다. 그래서 덜렁 이야기만 읽었을 때의 당황함을 미리 방지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기획이 괜찮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 기준으로 보자면 일년 내내 겨울이다시피 한 곳에서 어떻게 살까 싶지만 그곳도 역시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이야기를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동물도 영혼이 있어서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변하기도 하는 것이며 달과 해에 얽힌 이야기는 약간 다를 뿐 자연의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점은 다른 민족과 비슷하다. 그 밖에도 이야기에 그들의 생활과 전통이 들어 있고 사랑이 들어 있으며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이 들어 있다. 그래서 다른 나라나 부족의 옛이야기를 읽으면 재미있으면서도 어느 부분에서는 의아하기도 한 것이다. 또 그 점이 옛이야기를 읽는 매력이기도 하다. 

다양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숙피아크족의 생활모습도 알 수 있었다. 특히 이야기와 관련되어 설명할 부분이 나오면 팁 박스로 보충해 준다. 이야기를 읽을 때 가끔 방해되기도 하지 확실히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좋다. 대부분의 옛이야기가 그렇듯이 우리와 비슷한 것도 있고 전혀 생소한 것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옛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는 것이다. 알래스카는 알다시피 구소련의 영토였다가 지금은 미국의 영토다. 그곳에서 예전부터 살던 사람에게는 국가가 바뀐 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모르지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국적과는 상관없이 그냥 순수한 숙피아크족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도 '전통'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생활은 이미 그것과 너무 다르듯이 그들도 그럴까. 이 책을 읽으면 그렇지 않을 것 같지만 우리도 옛이야기와 전혀 다른 생활을 하듯이 그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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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과 아홉 형제 - 중국 옛이야기, 개정판
아카바 수에키치 글 그림, 박지민 옮김 / 북뱅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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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옛이야기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야기다. 권선징악의 내용,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거나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 등 옛이야기에 있어야 할 대부분의 요소가 다 들어있다.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그리고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까지.

우리와 같은 문화권인 중국의 옛이야기라서 그런지 내용이 참 많이 비슷하다. 하긴 문화권이 다르더라도 비슷한 이야기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 내용과 비슷한 우리 이야기에는 뭐가 있더라. 어떤 이야기는 형제가 다섯 명인 것도 있고 또 어떤 이야기는 형제가 아니라 다섯 명의 친구가 나오기도 한다. 다섯 명의 능력도 각각의 이야기가 완전히 다른 것도 아니고 완전히 똑같지도 않다. 그래서 때로는 이야기가 혼동되기도 한다. 특히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할 때는 더욱 헷갈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옛이야기의 매력이 아니던가. 

여기에는 아홉 명의 형제가 나온다. 아홉이라니 좀 많다. 게다가 이름을 외우는 것은 애초부터 포기했고 능력도 워낙 많아서 기억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름을 보면 대충 무슨 능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으니까. 

쌍둥이 아홉 형제가 못된 임금을 혼내주는 이야기, 그것도 굉장히 통쾌하게 혼내주기 때문에 아이들은 마치 자기가 큰 일을 해낸 것처럼 느낄 것이다. 불속에서 있어도 전혀 뜨꺼워하지 않고 높은 곳에서 떨어트려도 아무 걱정없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얼마나 통쾌하겠는가.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임금이 강물 속으로 휩쓸려가서 [이]족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았다니 더 이상 걱정할 게 없다. 

<수호의 하얀 말>의 그림 작가가 그림을 그린 책이라 특히 보고 싶었던 책이다. 이 작가는 중국에 관심이 많았나 보다. 특히 몽골족에. 물론 몽골과 중국은 별개의 나라지만 한때는 같은 나라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은 마치 유목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연상케 한다. 여기서는 그림 속에서 커다란 이야기를 찾을 수는 없으나 재미있는, 우리와 비슷한 중국의 옛이야기를 만난 것에 만족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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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양반 - 권정생 선생님이 남북 어린이에게 남긴 이야기 2
권정생 지음, 김용철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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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권정생 선생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쓰는 것도 그렇지만 그보다는 신념에 따라 생활하신 모습이 그를 더욱 떠올리게 한다. 정말 소박하게 낮은 곳을 바라보며 살았고 물질적 풍요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분. 솔직히 내 성격상 권정생 선생님의 책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새로운 방식과 새로운 소재에 귀가 솔깃했기 때문에 한결같이 하나의 주제(대개 인간에 대한 사랑이었지, 아마)를 관통하는 그의 글은 자칫 고루하게까지 느껴지곤했다. 하지만 하나만은 분명하다.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인간의 진정한 삶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시는구나라는 것.  

이 책은 출판사에서 남북 어린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옛이야기를 기획한 것 중 하나란다. 그리고 그러한 옛이야기를 권정생 선생님이 쓰신 것이고. 비록 어떤 사정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만 출판되었다지만 언젠가는 북한의 어린이도 이 이야기를 함께 읽을 날을 기대해본다. 그런 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여기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원래 옛이야기가 비슷한 듯하면서도 조금씩 다르듯이 두 개의 이야기가 모두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완전히 똑같지는 않으니 마치 이야기가 전해질 때마다 변이를 일으킨 것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여기 나오는 옛이야기는 기존의 옛이야기 이론으로 보자면 약간 빗나간다. 대개 주인공은 착하거나 꾀가 많고 전체적인 내용은 권선징악인데 반해 <똑똑한 양반>에 나오는 게으른 총각은 영리하다 못해 영악하기까지 하다. 다른 사람을 속여서 필요한 것을 얻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재복 아동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요즘 아이들이 지나치게 경쟁에 내몰려서 빈둥거리는 시간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한 작가가 어린이를 대신해서 어른에게 얘기해 주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뭐 해석이야 어쨌든 이 책을 읽는 어린이는 그렇게 이것저것 따지지 않을 것이다. 그냥 꾀가 많다거나 똑똑하다고 느끼겠지. 언제나 앞서 걱정하고 지나치게 논리적으로 따지려는 어른이 문제라니까. 여하튼 그냥 재미있는 옛이야기 두 편을 만나는 재미와 더불어 재치있는 그림도 만나는 재미를 '느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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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어디에? 재미마주 옛이야기 선집 3
홍성찬 글.그림 / 재미마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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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에 관한 책으로 유명한 홍성찬(보통 할아버지라고 불리지, 아마) 작가의 옛이야기 그림책이다. 옛이야기라면 워낙 다양하고 같은 이야기도 풀어가는 방식이나 그림에 따라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판본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이 책은 따스한 그림과 할아버지의 투박한 모습 때문인지 편안한 느낌이 든다. 

책을 펼치면 나오는 아기 조랑말과 엄마 조랑말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마냥 평화롭다. 조랑말을 실제로 보면 못나 보이던데 여기서는 아주 늠름한 게 멋지다. 설명에도 엄마 조랑말은 아름답다더니 정말이다. 아기 조랑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모습이고.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바로 아빠가 없는 것이다.  

아기 조랑말은 가끔 아빠는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지만 딱히 찾지는 않는다. 가끔 안골에 사는 못생긴 아저씨를 보는데 정말 못생겼다고 느낄 뿐이다. 독자는 이쯤에서 뭔가를 짐작한다. 그렇다면 누가 알려줄까가 관건이다. 당나귀 아저씨는 할아버지랑 사는데 아기 당나귀가 아저씨가 어쩌고 할 때 나도 모르게 할아버지를 연상했다.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난 아기 당나귀가 우연히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못생긴 누군가와 꼭 닮은 것을 발견한다. 이제 더 이상 아저씨가 밉게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자신이 지른 비명 소리를 듣고 바로 달려와 준 것만으로도 감격한다. 이게 바로 뗄 수 없는 끈끈한 그 무엇일까.  

이 책은 옛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다시 펴내는 시리즈 중 하나인 모양이다. 간혹 누구의 옛이야기를 원본으로 했는지 밝히는 책들이 있던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그냥 딱히 누가 채록한 것이 아닌 이야기라는 것일까. 그로고 보니 이 작가의 책은 유난히 갈색 계열이 많은 듯하다. 다른 책들도 그랬고 이 책도 역시 그렇다. 초록 들판이 나오는 그림도 초록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다가 가을이 되었는지 갈색이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가끔은 그래도 산뜻한 다른 색을 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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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아홉동이 밥 아홉동이 - 설화야, 나오너라!
윤영선 지음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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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어른들이 옛이야기를 들려주었다는데 지금 아이들은 주로 책으로 읽는다. 어른들이 바쁘기도 하거니와 알고 있는 이야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의 부모 세대는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경우를 보더라도 후자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이런 책에 의존한다. 그래도 이처럼 책으로라도 나오는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처음에 나오는 이야기를 읽을 때는 몰랐는데 두 번째부터는 전설의 고향이 생각난다. 어느 마을에 전해오는 이야기라는 것을 밝히는 글이 각 이야기가 시작하는 부분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부 지역에 전해오는 이야기만 다루느냐면 또 그것은 아니다. 뒷부분에 나오는 이야기는 동물에 얽힌 전설을 이야기하고 있다. 왜 토끼 꼬리는 뭉툭해지고 호랑이 꼬리는 길어졌는지, 왜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졌는지 등 동물의 생김새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보통 설화는 신화와 전설, 민담 모두를 말한다. 그 세 가지의 특성이나 구별하는 방법이 여기 작가의 말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처음 모임에서 옛이야기에 대해 토론할 때도 숱하게 들었던 말이다. 조금 지나면 잊어버려서 그렇지. 어쨌든 이러한 설화는 권선징악이 뚜렷이 드러나며 풍자와 은유가 담뿍 들어있다. 어쩌면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각 이야기가 끝나면 이야기에서 나왔던 것 중 되짚어 보거나 더 알아볼 만한 것을 조금 더 다뤄주고 있어 단순히 이야기만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생각해 볼까요' 코너에서는 본문에 나왔던 부분 중 하나를 선택해서 깊이 생각해 보자며 논제를 던져 주는데 차라리 없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옛이야기를 읽으면서까지 이렇게 논술처럼 뭔가를 얻어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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