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 (1disc)
타셈 싱 감독, 줄리아 로버츠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원제 - Mirror Mirror

  감독 - 타셈 싱

  출연 - 릴리 콜린스, 줄리아 로버츠, 아미 해머

 

 

  이 묘한 조합은 뭐란 말인가!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이었다.

 

  이건 뭐랄까, 한 소녀의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으로 보이지만 결론은 왕자와 결혼하는 얘기 같기도 하고, 남자 잘 만나서 그 돈으로 편하게 살려는 한 여인의 신랑감 고르는 고군분투기 같기도 하고, 주인 복이라고는 지지리도 없는 까칠한 거울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오늘의 발명왕 난쟁이들의 훌륭한 교육법에 대한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고, 똘똘한 시녀의 왕 바꾸기 프로젝트 내지는 멍청하지만 가슴에 털이 많아서 여자들이 좋아하는 한 왕자의 신붓감 찾기일 수도 있다.

 

  영화는 상당히 유쾌하다. 어딘지 모르게 나사가 한두 개는 빠진 게 확실한 왕실 사람들. 그리고 그와 반대로 똘똘한 시녀와 난쟁이들. 이 둘의 대조가 적절하게 까칠한 대사와 조화를 이루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한다. 어이없어서일 수도 있고, 황당할 수도 있고, 재미있어서일 수도 있다.

 

  거기다 왕비가 왕자를 유혹하기 위한 파티 준비를 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으악!’하는 비명과 어이없는 웃음의 연속이었다. 새똥을 얼굴에 펴 바르고, 우유로 추정되는 흰 액체를 온 몸에 뒤집어쓰고, 벌레들을 이용해 손톱을 다듬고……. 결혼식을 위해 코르셋을 조이는 부분은, 배경음악만 조금 음산하게 바꾸면 고문 장면으로 보일 정도였다.

 

  영화의 배경은 동화라는 느낌이 강했다. 화려한 궁전과 척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실내장식들, 왕실 인물들의 화려한 색상으로 범벅이 된 풍성한 의상에 우스꽝스러운 장식들, 그리고 인공적으로 느껴지는 숲의 전경과 거울이 사는 세계까지. 현실이 아니라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아! 왕비의 의상은 정말로 화려했다. 그녀 의상 보는 재미도 쏠쏠했으니까.

 

  도둑질을 하는 난쟁이들의 기묘한 발명품들은 ‘멋지다!’라는 탄성을 자아냈다. 키가 작은 단점을 그렇게 보충할 수가 있구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한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주요 인물들의 성격이었다.

 

  이 영화의 백설 공주 역시 칼을 들고 싸우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 전에 리뷰를 올린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공주처럼 왕비에게 빼앗긴 아버지의 나라를 되찾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냥 갈 곳이 없어서 난쟁이들에게 빌붙어 살기 위함도 있고 왕비에게 빼앗긴 왕자를 되찾기 위함도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말이다. 어떻게 공주로 자란 애가 요리를 그렇게 잘하는지. 시녀들한테 배웠을까?

 

  인간은 다 자기 자신을 위해 산다고 한다. 하지만, 왕비를 내쫓기 위해 왕자의 군대를 끌어들이려던 초반과 비교하면, 후반부는 왕비와 결혼하려는 그를 빼내기 위한 노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영화는, 애석하게도 왕비와 공주가 남자 하나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구도로 되어버렸다.

 

  왕비의 성격은 뭐랄까, 우연히 마법의 거울하나 주워서 그걸 이용해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서 놀고먹으면서 살고 싶어 하는, 얼굴은 무척 예쁘지만 그것이외에는 아무 생각 없는 여자로 보인다. 그녀가 원하는 건 남자가 아니라, 남자의 돈과 그것으로 누릴 풍족한 생활이었다. 그래서 그 이외에는 관심이 없다. 사악한 여자라기보다는, 너무도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멍청한 여자였다.

 

  물론 원하는 것이 확실한, 집착이 강한 사람은 그만큼 무자비해질 수 있다지만, 영화에서는 그렇게 사악하고 나쁘게 나오지 않는다. 솔직히 ‘백설 공주’ 만화영화의 왕비보다 덜 무서웠다.

 

  거기다 왕자. 세상에 어쩌면 이렇게 바보 같을 수가 있을지, 어느 나라의 왕자인지 몰라도 그 왕국에 행운이 있기를 빌어본다. 그 왕자가 왕이 된다면 재상이 아주 똑똑하지 않는 이상, 나라 말아먹기 십상이다. 아니, 재상이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왜 공주가 그와 결혼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얘야, 너 정도의 외모와 용기, 마음씨면 다른 괜찮은 남자를 골라잡을 수 있지 않겠니? 그 세계에 왕자가 걔 하나인 것도 아니잖니. 좀 시야를 넓게 보렴. 내가 옆에 있었다면, 그런 충고를 해주고 싶을 정도로 왕자는 바보였다.

 

  하지만 왕비가 십년 동안 국가 재정을 파탄으로 몰아갔기에, 그걸 메우기 위해 그와 결혼한 것일 수도 있었다. 하긴 애초에 왕비가 왕자와 결혼을 하려고 한 것도, 그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돈이 많아서였으니까.

 

  불쌍한 공주. 왕비를 물리치고 아버지까지 되찾아왔지만, 결국은 나라를 위해 정략결혼의 희생자가 되다니. 그래도 좋다고 해맑게 웃으면서 마지막에 노래까지 부르는 착한 마음씨에 감동했단다. 역시 넌 동화처럼 단순한 아이였어.

 

  어른들이 보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엉성하고, 아이들이 보기에는 등장인물들이 덜 매력적이다. 하다못해 왕자라도 멋져야 여자애들이 좋아할 게 아닌가? 거울의 마법에 걸려, 개처럼 왕왕 짖어대는 왕자가 뭐가 멋진가! 내가 그리던 왕자님은 그러지 않아!

 

  아, 빼먹을 뻔 했는데 영화 도입부에 인형극으로 꾸민 부분은 독특하고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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