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 아웃케이스 없음
루퍼트 샌더스 감독, 샤를리즈 테론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원제 - Snow White and the Huntsman

  감독 - 루퍼트 샌더스

  출연 - 샤를리즈 테론, 크리스틴 스튜어트, 크리스 헴스워스, 이안 맥셰인

 

  “쟤는 여기서도 양다리네.”

 

  영화를 보는 도중 불쑥 튀어나온 애인님의 감상평이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책과 영화로 다 본 애인님은 피식 웃으면서, 위의 저 말을 내뱉었다. 난 ‘현실에서도 양다리였어. 감독이랑…….’이라고 대답해줬다.

 

  우리 커플은 극장에서 영화를 잘 보지 못한다. 보면서 ‘이건 무슨 영화 어느 장면이 생각난다.’고 하거나 뜬금없는 감상평을 소곤거리기 때문이다. 이 영화 역시 극장이 아닌, 집에서 보았다. 그리고 그러길 잘했다고 서로 얘기했다. 왜냐하면 중간에 튀어나온 얘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왕비가 목욕하고 나오는 장면에서는 ‘자유의 여신상이다!’하고 외치기도 하고, 공주가 숲에서 정령들을 만날 때는 ‘어쩐지 사자가 나올 거 같아.’라고 킥킥대기도 했다. 어쩐지 그 때 분위기가 꼭 ‘나니아 연대기’ 같았다. 그리고 왕비가 여자들의 에너지를 빨아먹는 장면은 ‘동방불패!’라는 말이 나왔고 말이다.

 

  영화는 백설 공주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멍청하지만 얼굴이 예뻐서 왕자 만나 잘 먹고 잘사는 공주의 이야기가 아니라, 역경과 고난에 굴하지 않고 넘어서려는 공주를 다루고 있다.

 

  물론 후반에 갑옷입고 말 타고 싸우러가기 전까지는 사냥꾼이나 난쟁이들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나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동화에서는 자기 소리 하나도 못 내던 캐릭터였는데, 여기서는 소리도 지르고 몸싸움도 한다.

 

  보면서 ‘와-’하고 감탄사가 나오는 장면이 많았다. 초반에 공주의 아버지가 악의 군대와 싸우는 장면도 멋졌고, 거울이 왕비의 부름에 응답하는 장면도 좋았다. 터미네이터의 ‘T-1000'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특히 왕비가 나오는 모든 장면은 그야말로 대박 멋졌다. 세상에 둘도 없을 사악한 나쁜 년으로 보이기도 하고, 슬픔과 애통함이 절절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진짜 미쳤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렇다, 그 구역의 미친년은 그녀였다.

 

  배경도 환상적인 분위기로, 예쁘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령들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을 연상시켰지만 말이다. 하지만 눈이 더 컸고, 귀여운 인상이었다. 머리카락은 좀 더 많았지만, 거기서 거기였다.

 

  영화는 공주가 감옥에서 탈출하면서 뭐라고 해야 할까? 약간 느슨해지는 감이 없지 않았다. 아니, 느슨하다기보다는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

 

  그 오랜 시간동안 감옥에서 갇혀있던 공주가 운동신경이 그렇게 좋을 리가? 게다가 갑자기 빛에 나왔는데, 그렇게 쉽게 익숙해질 수가 있는 걸까? 아마도 간수들 눈을 피해서 운동을 아주 열심히 했나보다.

 

  그리고 공주가 사과를 받아먹는 장면은 너무 억지스러웠다. 한겨울에 사과라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저 나라는 눈밭에서 사과를 받아도 아무렇지 않은 걸까? 그리고 그녀가 갑옷을 입고 군대를 지휘하는 마지막 장면도 좀 뜬금없었다. 애가 감옥에서 뭘 배웠다고 지휘를 맡기는 걸까? 단지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났기 때문에?

 

  아! 제일 황당한 부분은 사과를 먹고 죽었던 공주가 다시 살아나는 장면이었다. 그 부분은 그야말로 이 영화를 통틀어서 가장 어이없음의 결정체였다. 이건 뭐람? 애인님과 나, 둘 다 동시에 '이건 아니지!'라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가장 안쓰러운 것은 공주를 사랑한 왕자였다. 비중도 대사도 모두 사냥꾼에게 밀렸다. 공주가 모든 면에서 왕비에게 밀린 것처럼.

 

  사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공주가 아니라 왕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공주가 나오는 장면이 더 많았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감독이 자기 애인한테 잘 보이려고 비중을 높였나봐.’ 애인님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수긍했다.

 

  전반적으로 화면은 예쁜 영화였다. 하지만 주인공인 공주가 왕비에게 밀려서 제대로 살아나질 못했다. 거기다 이야기의 흐름이 초반을 넘어서면서 느슨해지기도 했고. 그래서 많이 아쉬웠다.

 

  왜 일곱 난쟁이가 되었는지 나오는 장면은, 이미 처음 나왔을 때 그 수가 일곱을 넘는 순간 예상했던 일이라서 '역시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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