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 확장판 : 한정판 스틸북 (2disc)
피터 잭슨 감독, 이안 맥켈런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원제 -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2003

  감독 - 피터 잭슨

  출연 - 일라이저 우드, 이안 맥켈런, 비고 모르텐슨, 숀 애스틴




  영화는 스미골이 어떻게 골룸이 되었는지 지나간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낚시하다 주운 반지 때문에 소중한 친구와 다투게 되고, 급기야는 그를 죽이고 만 슬픈 기억. 그래서 마을에서 쫓겨난 스미골은 혼자서 외로움에 지친 나머지 골룸이라는 또 다른 인격을 만들어 내고 말았다. 이후 그에게는 오직 한 가지 생각, 반지밖에는 없었다. 마이 프레셔스~


  세계 제패를 꿈꾸는 사우론, 왕위를 움켜쥐려는 섭정 데네소르 또는 사루만 그리고 골룸 같은 이들은 집착은 좋지 않다는 걸 잘 보여주는 예이다. 결국 그 때문에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마지막엔 목숨까지 버리게 된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반지란 인간을 유혹하는 뭔가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재물이나 명예, 권력 아니면 이성 같은 것들 말이다. 한 번 맛보면 절대로 놓치기 싫은,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갖고 싶은. 그래서 반지를 가진 자는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그것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파멸을 앞둔 광기만 남은 인간이 되느냐 아니면 그 전에 욕심을 버려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한 존재로 남느냐.


  하지만 인간은 약한 존재이기에 언제나 흔들리고 유혹에 넘어간다. 유혹을 이기지 못한 사우론이나 골룸은 파멸을 맞았고, 반대로 주위의 도움으로 이겨낸 프로도는 영웅이 되었다. 물론 곁에 좋은 친구들이 없었으면 그 역시 실패했을 것이다.


  이번 편에서 프로도는 진짜 때려주고 싶었다. 아마 내 옆에 있으면 ‘그게 아니잖아!’라면서 엉덩이를 팡팡 패줬을 것이다. 더불어 뺨도 때려주고 발로 밟아도 주고 채찍도 휘두르…… 이건 아니다. 도대체 그 오랜 시간동안 같이 지낸 친구의 말보다 의심스런 낯선 이를 믿다니, 도대체 애가 어떻게 된 게 아닐까? 아무리 반지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뭔가에 심취한 사람은 이성을 잃기 마련이다. 도박이나 술, 권력 심지어 불륜 등등에 한번 빠지면 옆에서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패주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게다가 샘은 왜 이리 우직하고 충성스러운지, 보는 내내 눈물이 앞을 가렸다. 자기는 쫄쫄 굶으면서 프로도에게는 빵을 주고, 오해를 받아 따돌림을 당하지만 꿋꿋이 그를 돕고. 거미에게 잡혀 죽을 뻔 했을 때도 샘이 구해주고. 저번 감상문에서도 썼지만, 프로도는 죽을 때까지 샘에게 감사하면서 살아야한다.


  상영 시간이 4시간 30분에 가까운 감독판이라서 그런지, 예전에 극장에서 봤는지 안 봤는지 가물가물한 장면이 많았다. 모든 전투 장면은 훨씬 더 길어진 것 같고, 마지막 부분에서도 못 본 장면이 들어간 것 같다. 그래서 보는데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영화 상영 시간은 두 시간을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 3시간을 넘어가면서 날도 더운데다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아라곤이 저주받은 자들과 협상을 맺으러 갔을 때, 수많은 해골이 쏟아지는 부분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아, 나한테 저런 일이 생기면 그냥 기절하고 말았을지도. 원효대사님이라면 물 컵이 많아졌다고 좋아하셨을까.


  이 작품의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미나스 티리스 전투지만, 그 전에 봉화가 올라가는 장면에서도 소름이 짝 끼쳤다. 애니메이션 ‘뮬란 Mulan, 1998’에서 이미 비슷한 장면이 나왔지만, 영화와 애니는 다른 법. 그 때는 ‘오!’했지만, 여기서는 ‘아아!’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감동적인 부분을 꼽자면, 프로도가 반지를 용암에 던질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 사람들이 사우론의 본거지에 공격을 가할 때였다. 프로도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그들. 그 덕분에 프로도와 샘은 오크 무리를 피해 용암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아라곤과 간달프가 이끄는 군대가 오크 부대에 둘러싸여 전멸할 위기에 처했을 때,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이하 생략. 스포일러는 나쁜 거죠! 모두가 다 똑같이 한 가지를 염원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한다.


  물론 그 중에 다른 걸 원한 이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반지를 원한 골룸……. 어쩐지 영화 ‘터미네이터 2 Terminator 2 : Judgment Day, 1991’를 연상시켰다.


  위에서도 조금 언급했지만, 이 영화는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유혹에 흔들리지 마라 그리고 좋은 친구들을 옆에 둬라.


  흐음, 맨날 먹는 유혹에 빠지는 나는……. (조용히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과자 봉지를 뜯으려다가 기겁을 하고 한참 고민하다가 과자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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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터가이스트 - [할인행사]
토브 후퍼 감독, 크레이그 넬슨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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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Poltergeist, 1982

  감독 - 토브 후퍼

  출연 - 헤더 오루크, 조베스 윌리엄스, 크레이그 넬슨, 베아트리스 스트레이트



  얼마 전에 영화 ‘인시디어스 Insidious, 2010’을 보면서, 문득 이 영화가 떠올랐다. 이 세계의 것이 아닌 존재가 자식을 노리고, 외부 조력자의 도움을 받으며, 나중에는 부모가 직접 나서서 아이를 구해온다는 기본 설정 때문이었다.


  사실 이 영화는 영화 외적인 부분이 더 유명하다. 영화의 저주를 받아 출연진이나 스태프들이 줄줄이 죽어나갔다고 한다. 포털 사이트들에서 검색하면 줄줄이 나온다. 하지만 어디나 과장이 있기 마련. 죽었다던 엄마 아빠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아직도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큰딸 역을 맡은 배우가 일편을 찍고 나서 죽고, 주인공인 막내딸 역을 맡은 배우는 3편까지 다 찍고 죽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죽은 그녀들의 명복을 빈다.


  삼남매와 엄마아빠가 단란하게 사는 교외의 한 가족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다섯 살 난 막내딸 캐롤앤 주변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정규방송이 끝난 뒤, 지직거리는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거나 발광체들이 텔레비전에서 빠져나와 물건들을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TV사람들이 있다고 말하지만, 엄마아빠는 그냥 어린 시절 상상의 친구려니 하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막내딸이 갑자기 사라진다. 식구들은 집안 구석구석 사방팔방을 다 찾아보는데, 놀랍게도 그녀의 소리가 텔레비전 안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식구들은 전문가를 불러서 딸을 되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도대체 누가, 왜 어린 소녀를 데리고 갔을까?


  예전에 봤을 때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밤에 텔레비전을 꼭 끄고 잤었다. 혹시 켜놓고 자버리면, 텔레비전 안에서 뭔가 튀어나올까 무서웠었다. 그러면서 역시 묘지에 건물을 지으면 안 된다고, 우리 집이 있던 곳은 예전에 뭐였냐고 엄마에게 질문을 해대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음. 중간 중간에 이상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영매 같은 그 아줌마가 어떻게 집을 슥 한 번 둘러보고 모든 사실을 다 알아차렸는지 제일 궁금했다. 그런 일이 많았던 것인지 아니면 남들과 다른 눈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의아했다. 하여간 영화의 모든 비밀을 단 오 분 만에 그녀의 입을 통해서 다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오 분 동안 혼자 떠들었다는 말도 된다.)


  게다가 TV 사람들이 외부로 나오고 싶어 한다는데, 전파 형식으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남의 몸을 빼앗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중간에 아주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게 묘사된 전파의 움직임이 나오는데, 그런 형태만으로도 만족한다는 걸까? 그러면 굳이 그 난리를 칠 필요가 없을 텐데?


  그리고 왜 엄마는 딸을 구해오면서 피와 살점을 뒤집어쓰고 나왔을까? 영혼의 세계라며? 이상했다.


  문득 잠자리를 빼앗긴 영혼들이 텔레비전을 통해서 외부와 소통한다는 점에서 일본 영화 ‘링 The Ring, 1998’이 떠올랐다. 거기서 사다코는 비디오를 통해서 자신의 원한을 표출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브라운관을 이용한다. 나무를 움직여 아이를 집밖으로 끌어내고, 방 안의 물건들을 계속 움직이게 하며, 나중에는 집안 전체를 다스리려고 한다. 이건 악령이면서 전자파이고 그러면서 동시에 원한을 품은 혼령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이것저것 다 집어넣은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에 해골들이 튀어나올 때는 좀 황당했다. 이미 앞부분에서 복선을 깔아두기는 했지만, 그 전까지의 진행과는 조금 동떨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엄마의 패션 감각이 남달랐다. 하의 실종 패션이라니! 무려 30년이나 앞선 것이다!


  이 영화의 결론을 말하자면, 가족의 사랑은 위대하다는 것이다. 덧붙여 텔레비전은 안 보는 것이 좋고. 또 하나 말하자면, 집을 살 때 잘 알아보고 사자. 묘지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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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V/H/S (죽음을 부르는 비디오) (한글무자막)(Blu-ray) (2012)
Magnolia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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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V/H/S, 2012

  감독 - 데이빗 브룩크너 , 글렌 맥퀘이드 , 조 스완버그 , 티 웨스트, 라디오 사일런스, 아담 윈가드

  출연 - 캘빈 리더, 한나 피어만, 조 스완버그, 헬렌 로저스




  감독이 많다. 그렇다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 이건 여섯 명의 감독이 각각 한편씩 만든, 총 여섯 편의 단편이 모인 영화구나. 역시 그랬다. 게다가 제목의 VHS라는 건, 검색을 해보니까 비디오테이프를 말하는 것이다. 요즘처럼 컴퓨터로 볼 수 있는 DVD가 아닌, 예전에 비디오 기기를 통해서만 재생을 할 수 있었던 바로 그것이다! 아, 그래서 영화 내내 화면이 지직거리고 때로는 다른 것이 겹쳐서 녹화가 되어있기도 하고 그랬구나. 처음에는 내 컴퓨터가 고장 난 줄 알았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Tape 56’이다. 온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여자를 희롱하고 유리창을 깨부수며 생양아치짓을 하던 패거리가 나온다. 아주 그냥 패버리고 싶을 정도로 나쁜 놈들이다. 그들은 어느 노인이 산다는 집에 몰래 숨어들어간다. 그런데 노인은 죽어있고, 놈들은 태평스럽게 집안에 있는 테이프를 하나씩 돌려본다. 이제부터 나올 이야기들은 이들이 보는 테이프의 내용이다. 그리고 테이프 하나가 끝날 때마다, 이 깡패들에게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이 연결되어 나온다. 어떤 부분은 그게 더 무서울 때가 있다.


  두 번째는 ‘Amateur Night’이다. 몰래카메라가 장착된 안경을 낀 애들이 술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여자 두 명을 어찌어찌 꼬여내 방으로 데리고 오는데 성공한다. 여자랑 재미도 보고, 그 과정을 녹화도 하고 그럴 속셈이었다. 그런데 한 여자가 이상해지면서, 19금으로 므흣에로에로할 거라 생각했던 밤은 피범벅이 되는데……. 노출 수위가 높았다. 여인의 누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여기서는 유죄다. 문득 미국 드라마 ‘마스터즈 오브 호러’의 ‘제니퍼’가 떠오르는 에피소드였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Second Honeymoon’. 여행을 떠난 커플에게 일어난 이상한 일을 다룬 내용이다. 두 사람이 묵는 방에 매일 밤 몰래 숨어드는 낯선 소녀. 목적이 무엇일까? 예전에 읽었던, 그래서 제목이 생각 안 나는 추리 단편이 떠올랐다. 둘이 공모해서 한 사람 바보 만드는 그런 내용이다. 사실 이 이야기보다, 뒤이어 나온 깡패들에게 일어난 일이 더 오싹했다.


  네 번째 이야기는 ‘Tuesday the 17th’라는 것인데, 어쩐지 영화 ‘프레데터 Predator, 1987’이 떠오르는 내용이었다. 두 커플이 숲으로 여행을 가는데, 하나둘씩 살해당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여자를 의심했는데, 영화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은근히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에피소드였다.


  다섯 번째는 ‘The Sick Thing That Happened to Emily When She Was Younger’이다. 멀리 있는 남자친구와 화상 채팅 중인 에밀리. 그런데 정체불명의 뭔가가 그녀 집에 있는 것 같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뭔가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몸에 이상한 일이 생기는데……. 마지막 반전을 보면서 욕이 튀어나왔다. 어떻게 저런 일이! 나쁜! 어쩐지 의심스럽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 와, 진짜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미국 드라마 ‘X 파일 The X-Files, 1993’이 생각났다. 그나저나 마지막 여자의 몸캠은 왜 나왔는지 이해불가.


  마지막 여섯 번째 에피소드는 ‘10/31/98’이란 제목으로, 영상이 찍힌 날짜를 말하는 것이다. 할로윈 파티를 즐기고자 어디론가 향하는 주인공과 친구들. 역시 그의 옷에는 몰래카메라가 달려있다. 그런데 도착한 파티 장소는 조용하기만 하다. 의아해하며 집안을 둘러보는 그들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보인다. 여러 명의 남자가 여자를 묶어놓고 학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할로윈 코스튬이라 재미있어했지만, 곧 그것이 실제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여자를 구해야겠다고 무턱대고 달려든 주인공 일행. 그런데 그들이 몰랐던 것은, 그 사람들은 한창 퇴마의식 중이라는 것이다.


  일부러 블루 스크린도 띄우고, 화면을 겹치게도 하고, 위아래에 줄도 넣어보고 지직거리는 잡음도 넣고. 실제 찍은 영상이라는 느낌을 들게 했다. 하지만 너무 자주 그런 효과를 주어서 중간에 좀 짜증이 났다. 그래서 한 번은 흥미를 갖고 보겠지만, 두 번 보라고 하면 인상을 쓸 것 같다. 이 영화의 감독들은 몰래 카메라를 너무 좋아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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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시디어스
제임스 완 감독, 바바라 허쉬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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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Insidious, 2010

  감독 - 제임스 완

  출연 - 패트릭 윌슨, 로즈 번, 바바라 허쉬, 리 워넬



  감독에 대해 얘기하자면, '쏘우 시리즈'를 만든 사람 중의 하나이다. 1편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자, 어떤 편에서는 기획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편은 각본을 쓰기도 하고, 또 다른 편에서는 감독을 맡은 적도 있다고 한다. 이 영화도 광고가 '쏘우의 감독이 만든'이 꼭 들어갔다.


  내 마음 속에서 쏘우의 감독은 어떤 면에서는 샤말란 감독과 비슷한 존재이다. 언젠가는 전작을 훨씬 뛰어넘는 멋진 영화를 만들 거라고 기대하지만, 최근작들은 다 그냥 그렇고, 하지만 그렇다고 신작을 내놓으면 안 볼 수도 없는…….


  이 영화도 그리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감독의 작품이니까 보기로 했다. 포스터를 보니 귀신들린 아이 내지는 악령이 깃든 집에 관한 내용 같았다. 영화 '오멘 The Omen, 1976'이나 '엑소시스트 The Exorcist, 1973' 내지는 '폴터가이스트 Poltergeist, 1982'가 떠올랐다.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하는 불안감도 들었다.


  그런데 의외로 시작부터 오싹했다. 내가 제일 약한 부분이 소리이다. 피와 살이 튀기고 잘리는 장면은 그냥 '그래서 뭐?' 이러면서 보는데, 음향이 끼익 거리면서 음산하게 울리면 무서워진다. 이 영화, 소리가 아주 큰 역할을 담당했다. 거기에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은 듯하다가, 서서히 실체가 드러나는 어둠속의 그 존재가 긴장감을 주었다.


  새 집으로 이사 온 조쉬와 르네. 그런데 다락에 올라갔던 큰아들 달튼이 뭔가를 보고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 뿐 아니라 집에서 이상한 일이 자꾸 벌어진다. 아이가 누워있는 시트에 피 묻은 손자국이 찍히고, 으스스하게 생긴 남자가 집안을 배회한다. 결국 가족은 이사를 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사 오던 날, 그들은 절망적인 현실을 깨닫는다. 그 존재들이 새 집까지 따라온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조쉬의 엄마 말에 의하면, 그것들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그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들은 도움을 요청하기로 하고, 조사단과 영능력자가 집으로 찾아오는데…….


  어릴 적 괴담 중에, 잠자는 사람 얼굴에 낙서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있다. 그러면 몸을 떠났던 영혼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해 돌아오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결국 그냥 죽어버린다고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 괴담이 떠올랐다. 얼굴에 낙서를 하진 않았지만, 꿈에서 유체이탈을 겪은 아이가 몸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설정 때문인 것 같다. 게다가 악령들이 아이를 먼 곳으로 보내고 자기들이 그 몸을 차지하려고 한다니, 소름끼치고 놀랄 일이다. 집에서 벌어졌던 모든 일들의 원인은 바로 그 악령들이었다.


  이후 영화는 '폴터가이스트'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아들의 영혼을 찾으러 아버지가 나선 것이다. 그곳에서 그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상한 경험을 한다. 그가 만난 악령이라고 할까 혼령들이 너무도 기괴하고 오싹했다. 평범한 사람의 모습인데, 웃는 미소가 영 마음에 안 든다. 꿈에 볼까 두려운 미소였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은근히 무섭다. 잊고 있다가 어느 순간 비슷한 것을 볼 때, 불현듯 생각나는 것이다. 이제 눈 크고 입 큰 사람이 미소 짓는 모습을 보면 이 영화가 생각날 거 같다.


  반전을 주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런데 마지막 반전 부분을 보자 그냥 멍한 기분이었다. 아니, 그럼? 머리가 막 빨리 돌면서 영화의 앞부분부터 재구성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놔 진짜! 그런 거였어? 헐!' 이런 감탄사가 나왔다. 다 보고나니 제목이 스포일러였다, 이건.


  중간에 좀 심심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알차게 만들어진 영화라는 느낌이었다. 2편도 나온다는데, 한편으론 기대되고 또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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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서 새벽까지 : HD 리마스터링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외 출연 / Miramax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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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From Dusk Till Dawn, 1996

  감독 - 로버트 로드리게즈

  출연 - 하비 키이텔, 조지 클루니, 쿠엔틴 타란티노, 줄리엣 루이스



  이 영화는 참 예측하기 힘든 작품이었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본다면, 고민을 했으리라. 도대체 이 영화, 장르가 뭘까?


  처음에는 약간 얼빠진 강도들의 도주극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여행을 떠난 일가족의 차를 강탈했을 때는, 내 예상이 맞았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은행 강도들과 인질들의 긴장감 넘치는 심리적인 대결과 액션을 그린 로드 무비 형식의 영화. 그들이 어느 외딴 술집에 갔을 때는, '이제 중남미의 마약 밀매상까지 얽히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도로를 질주하며 마약상과 경찰이 추격전을 벌이겠지? 기대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영화를 보았다.


  그렇지만 그 예상은 시간이 지나자 완전히 깨졌다. 그들은 다른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 도착한다. 외곽지역에 있는 커다란 술집으로 술도 팔고 헐벗은 여자들이 화려한 춤도 추고, 밴드가 연주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은 사실 뱀파이어들의 본거지였다. 오며가며 지나가는 트럭 운전수들을 잡아서 희생양으로 삼는 그런 곳이었다. 이후 영화는 뱀파이어들과 사투를 벌이는 은행 강도와 인질 가족들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성 댄서들의 몸매가 참 멋졌다. 남자들이 보면 착하다고 하겠지만, 여자인 내가 볼 때는 질투가 나는 나쁜 몸매다. 그 중에서 특히 셀마 헤이엑이 커다란 뱀을 가지고 춤을 추는 장면이 있다. 진짜 살아있는 뱀인 것 같은데, 꾹 참고 연기하는 그녀가 참 대단했다. 보면서 ‘와, 대단해! 예쁘다!’하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다만, 그녀가 뱀파이어 모습을 보였을 때는…….


  다른 뱀파이어 영화들은 변신해도 송곳니가 길어지고 눈 색깔만 변할 뿐 잘생긴 외모 그대로 나오는데, 이 영화는 그게 아니었다. 아주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하아, 어째서! 왜! 절규가 자연스레 튀어나올 정도였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완전 약빤 상또라이 캐릭터였고, 조지 클루니는 그런 동생을 챙기면서 어딘지 모르게 지쳤지만 유쾌하게 세상을 살아가려는 역으로 보였다. 물론 둘 다 남의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자기 둘만 소중할 뿐이지.


  뱀파이어들과 싸우면서부터 영화는 무차별 살인극을 보여준다. 후반 40여분 동안 코믹하지만 피가 낭자하고 살점이 튀고 아주 난리다. 잘린 목이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잘린 팔다리가 굴러다닌다. 게다가 악단이 연주하던 악기는 사실 사람의 시체를 이어서 만든 것이었다. 뱀파이어들이 죽어가는 모습도 마냥 보기 좋지만은 않았다. 말뚝을 박거나 성수 내지는 십자가로 죽이는데, 불타거나 녹아내리는 장면이 음…….


  술집의 뱀파이어들을 다 처리했기에 끝이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2차전 시작이다. 얼마나 끝없이 뱀파이어들과 죽고 죽이며 싸우는지, 나중에는 보면서 약간의 피로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많은 것을 상상할 여지를 남겨두었다. 술집이 사실 고대 건축물의 일부였다는 것과 그 크기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 지구상 어딘가에 그 술집과 비슷한 곳이 또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중남미, 특히 멕시코라면 아즈텍 문명이 번성했던 곳이다. 그런데 그 신전으로 보이는 건축물에 사는 존재가 뱀파이어다? 뭔가 뒷맛이 영 좋지 않았다. 그 아즈텍 문명이 사라진 원인에 가톨릭을 믿는 유럽 국가도 한 몫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이 없었다면, 더 유쾌하게 웃으면서 끝날 수 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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