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브 (1disc)
브루스 헌트 감독, 콜 하우저 외 출연 /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쌈지)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원제 - The Cave, 2005

  감독 - 브루스 헌트

  출연 - 콜 하우저, 에디 시브리언, 모리스 체스트넛, 레나 헤디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난 이 영화를 '디센트 The Descent, 2005'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두 영화 다 동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30년 전, 루마니아의 깊은 산 속에 있는 어느 건물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도착한다. 건물 아래에 있는 동굴로 들어가려던 그들은, 입구를 내기 위해 폭탄을 사용한다. 하지만 아뿔싸! 산까지 같이 무너진다.


  그리고 현재. 지금까지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동굴이 발견되며, 탐사대가 만들어진다. 여러 분야에서 나름 실력이 있다고 알려진 사람들이 선발된다. 새로운 식물이나 동물 종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과 미지의 곳을 탐사한다는 흥분으로 들떠서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그 곳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건, 인간에게 속살을 보여주는 미지의 동굴뿐만이 아니었다. 동굴에 갇혀 분열되기 시작한 탐사대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의 습격은 계속되고…….


  수도원이 동굴을 막고 있다고 했을 때, 템플 기사단과 날개 달린 악마와의 싸움이 그려진 벽화를 보았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예상을 했어야 한다. 조상님들이 아무 이유 없는 일을 할 리가 없으니까.


  동굴 안의 여러 가지 모습들은 멋졌다. 커다란 종유석들이 늘어선 광장 같은 곳은 신비롭고 경이롭기까지 했다.


  미지의 동굴이다 보니까 신비한 생명체들이 많이 나왔다. 흰 조류(새가 아니다)는 물론이고, 신종 기생충에 투명 전갈 등등, 동굴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100% 다 진짜 존재하는 건 아닐 것이다. 순전히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힌트를 여기저기에 깔아놓았다. 문신이나 기생충의 움직임 같은 것들. 그래서 주의 깊게 보면, 괴물의 정체가 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왜 괴물이 생겨났는지 상상하고 추측하게 되고, 이번 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대충 예상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복선을 너무 일찍 알아버려서 그럴지 모르지만, 영화 진행이 느리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연구원이 자세한 증거도 없이 '이러이러할 것이다'가 아닌 '이렇다'라고 단정 지어 말하는 것도 좀 황당했다. 내가 예측한 것과 비슷하고 그게 맞는 말이긴 하지만, 명색이 연구원이라는 사람이 100% 확실하지 않은 걸 단정하는 것이 어설펐다.


  덧붙이자면, 여성 탐사대원의 성격도 마음에 안 들었다. 혼자 제멋대로 행동하다가 위험에 빠진다. 나름 괴물과 싸우긴 하지만, 너무 자신의 암벽 등반 실력을 믿었던 게 아닐까 싶다. 잘 모르는 낯선 곳에서는 혼자 행동하면 안 된다는 걸 배우지 않았나? 덕분에 괴물에 대한 여러 가지 사항을 알게 되었지만…….


  결말은 2편이 나올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끝이 난다. 나오면 배경은 더 이상 동굴이 아니겠지만, 도심에서 벌어지는 일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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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크우드
데이빗 키팅 감독, 에바 버시스틀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원제 - Wake Wood, 2011

  감독 - 데이빗 키팅

  출연 - 에이단 질렌, 에바 버시스틀, 엘라 코놀리, 티모시 스폴



  죽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꼭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하지만 그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할까? 이 영화는 잃고 싶지 않은 존재와 이별을 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만약에 죽은 그 사람을 단 3일만이라도 살려낼 수 있다면?'


  어린 딸 앨리스를 불의의 사고로 잃은 패트릭과 루이스 부부. 두 사람은 딸의 추억이 어린 곳을 떠나 '웨이크 우드'라는 마을에 정착한다. 그런데 어느 날, 부부는 마을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한다. 바로 사람들이 모여 죽은 사람을 소생시키는 의식을 열고 있는 것이다. 부부는 딸인 앨리스를 다시 살려내 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들에게 요구된 것은 평생 마을에서 살며, 수의사로 봉사하라는 것이었다. 패트릭의 직업이 바로 수의사였다. 두 사람은 동의한다.


  드디어 의식을 마치자, 죽었던 딸이 온전히 돌아온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앨리스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였다. 그들은 문제를 애써 외면하며, 딸과의 행복한 시간을 즐기려고 한다. 그러나 앨리스의 이상 행동은 점점 수위를 높여가는데…….


  죽은 자를 되살린다는 내용은 스티븐 킹의 '애완동물 공동묘지 Pet Sematary'가 떠올렸다. 그 소설은 죽은 애완동물을 땅에 묻으면 되살아 나오는데, 예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그러고 보니 팀 버튼 감독의 '프랑켄위니 Frankenweenie, 2012'도 죽은 동물을 되살리는 내용이다. 그 영화에서는 전기 충격을 가한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죽은 자를 되살리는 과정은 독특했다. 되살리고 싶은 사람의 신체 일부와 여러 가지 물품을 준비하고,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신선한 시체를 태우며 주문을 외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되살아난 사람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그 부분은 마치 영화 '프로테우스4 Demon seed, 1977'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켰다.


  누군가를 살리고 싶으면, 반드시 죽은 사람의 몸이 필요하다는 설정이 으스스했다. 그 죽은 사람의 가족도 그 사람을 되살리고 싶을 텐데 말이다. 누군가 뭔가를 원하면 그 때문에 희생하는 사람이 있다는 의미 같았다.


  이 영화에서는 죽은 사람과 같이 지낼 수 있는 시간으로 단 3일을 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경황이 없었을 테니, 그 시간 동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후회 없는 이별을 하라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패트릭과 루이스 부부는 딸을 돌려보낼 수가 없었다. 3일 후에 헤어짐을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아이와의 행복한 순간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끔찍한 살육이 시작되었다. 에휴, 마을 사람들은 무슨 죄인지…….


  마지막 장면에서는 '헐'하고 놀라고 말았다. 남편 참 독한 놈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여차하면 2편이 나올 수도 있을 결말이었다. 그게 가능하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죽은 자도 되살리는 마당에 뭐…….


  영화는 약속을 잘 지키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과 한 약속이건 남과 한 약속이건, 지키겠다고 맹세한 것은 꼭 지켜야한다고. 그리고 만남과 이별에 대해서 너무 집착하지 말고, 언제나 후회 없는 선택을 하라고도 넌지시 일깨워주고 있다.


  그나저나 어린아이에게 그런 연기를 시켜도 될 지 의문이 드는 장면이 몇 개 나왔다. 진짜로 애한테 그런 걸 시켰을까? 아니겠지. 따로 찍어서 편집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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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 확장판 (2disc)
피터 잭슨 감독, 리브 타일러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원제 - The Lord of the Rings - The Two Towers, 2002

  감독 - 피터 잭슨

  출연 - 일라이저 우드, 이안 맥켈런, 비고 모르텐슨, 숀 애스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중에 참으로 멋지다고, 영화가 더 낫다고 생각한 작품이 몇 개 있다. 그 중에 한 개가 바로 이 ‘반지 시리즈’이다. 또한 1편을 능가하는 속편은 별로 없다고 하지만, 그걸 깨트린 작품 중의 하나도 바로 이 ‘반지 시리즈’이다. 하아, 진짜 이 시리즈는 명작 중의 명작이라 할 수 있다.


  1편은 도입부라 인물과 배경 설명 위주여서 조금 지루했지만, 2편부터는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되면서 긴박감이 넘치고 흥미진진했다. 그렇다고 내가 사람들이 죽고 죽이는 장르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 장면이 없는 작품을 싫어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런 영화를 별로 안 봐서 그렇지, 나름 평화주의자이다. (여기에 밑줄 긋고, 형광색으로 칠해야 한다. 별표도 붙이면 금상첨화)


  1편의 반지 원정대가 뿔뿔히 흩어진다. 프로도와 샘은 둘이서만 모르도르로 가서 반지를 파괴하기로 한다. 그런데 뜻밖의 불청객이 따라붙는다. 반지의 전주인인 골룸이다. 그는 프로도에게서 반지를 빼앗을 속셈으로, 말 잘 듣는 척하면서 동행한다. 한편 나머지 일행들은 오크들에게 잡혀간 피핀과 메리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 와중에 사우론과 사루만의 세력은 점점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인간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들을 막아야 하는 로한 왕국은 사루만과 결탁한 사악한 마법사가 왕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었다. 이래서는 오크들에게 성이 함락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1편에서 발록과 함께 죽은 줄 알았던 간달프가 하얗게 세탁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타나자, 상황은 반전된다. 로한의 세오덴 왕이 회춘을 한 것이다. 세상에나, 그 추레하고 산송장처럼 흐리멍덩하던 왕이 순식간에 말끔하고 30년은 더 젊어지다니!


  세탁을 깨끗이 해서 옷을 하얗게 만드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1편에서는 간달프가 사루만에게 완전 꼴사납게 졌었다. 속된 말로 개발렸다! 그런데 옷 색이 바뀐 것만으로 사루만을 이기다니! 그가 어떤 세탁 세제를 썼는지 궁금하다.


  이어서 엘프의 군대가 도착하고, 인간들도 재정비를 하면서 오크와 인간계의 흥망을 건 대 전투가 벌어진다.


  이번 편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 최고는 역시 ‘반지 시리즈’의 아이돌인 골룸일 것이다. 골룸과 스미골을 넘나드는 다양한 연기 변화는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쩌면 눈이 그리도 크고 맑을 수가 있는지. 눈 작은 나는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거짓말에 계속해서 속아 넘어가는 프로도는 보면서 한숨만 나왔고, 그걸 막으려는 샘은 너무 안쓰러웠다. 그래도 반지의 힘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프로도가 기특하긴 했다. 예전에 보았을 때는 ‘프로도=찌질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다른 인간들을 금방 금방 잘 넘어가는데, 버티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이젠 찌질하다고 안 놀릴게 프로도. 그래도 평생 샘에게 감사해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에게 받은 도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깊으니까.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 또 근사한 것은 나무 정령이라고 해야 하나? 엔트 족이었다. 크고 아름다우……지는 않았고, 크고 웅장하고 노련미가 넘쳤으며 간혹 재치가 있었다. 상상해보라. 엄청 까마득히 높은 나무가 걸어 다니고 말도 하고 커다란 가지로 후려치는 모습을! 문득 그들이 걸어 다니면 상쾌한 나뭇잎 냄새가 날까 아니면 썩은 흙냄새가 날까 궁금해졌다. 뿌리까지 밖으로 나오니까, 흙냄새가 날 것도 같지만, 피핀과 메리가 좋아하는 걸 보니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그 둘의 취향이 나와 다를 테니까.


  어쨌든 앤트들이 대표하는 자연의 복수는 위대하고 무서웠다. 사루만의 탑을 공격할 때도 그렇고, 숲으로 도망친 오크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죽이는 것도 그렇고. 갑자기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해프닝 The Happening, 2008’이 생각났다. 저 숲의 나무들이 설마 지구로 와서 그 나무들이 된 건가?


  뭐니 뭐니 해도 이번 편에서의 제일 압권은 후반부에 나오는 헬름 협곡의 전투 장면일 것이다. 일만 오크 부대에 맞서 싸우는 인간과 엘프의 연합군. 수적으로 비교하자면 연합군이 훨씬 열세이다. 커다란 성벽을 사이에 두고 양쪽이 대치하다가, 벽이 무너지고 뒤섞여 싸우는 광경은 엄청났다. 보면서 ‘흐음, 저 성벽이 월 마리아?’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최전방을 막아주고 있는 성벽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앤트들이 사루만을 공격할 때 댐을 터트려 엄청난 물이 쏟아지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불붙은 앤트가 물에 머리를 처박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웃어버렸다. 사소하게 넘어갈 수도 있는, 하지만 놓칠 수 없는 깨알 같은 개그 컷이다.


  프로도와 샘이 소중한 것에 대해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울컥했다. 옛날이야기 속의 사람들은 끝까지 지켜야할 소중한 것때문에 흔들리지 않았다는 말은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히는 것이겠지. 그 이야기 속의 선이나 지금 세상에서의 선이나 많이 다르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 때문에 난 다음주에 볼 3편을 기대하고 있을 테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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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 확장판 (2disc)
피터 잭슨 감독, 이안 맥켈런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원제 - The Lord of the Rings : The Fellowship of the Ring, 2001

  감독 - 피터 잭슨

  출연 - 일라이저 우드, 이안 맥켈런, 비고 모르텐슨, 숀 애스틴




  예전에 극장 개봉을 했을 때, ‘와아-’하면서 봤던 영화이다. 그런데 확장판이 새로 나왔다고 해서, 뭐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는 호기심에 접했는데……. 하아, 난 역시 한 시간 반을 넘는 영화는 보면 안 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두 시간까지는 어떻게 견딜 수 있는데, 이 영화의 총 상영시간은 3시간 50분 정도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집에서 본 것이라, 중간에 쉴 수가 있었다.


  영화는 낭만적이었다. 흔히 생각하는 로맨스가 있어서 낭만적이라는 게 아니다. 용기와 우정, 사랑과 배려, 질투와 시기 그리고 두려움과 나약함 같은 인간의 감정을 멋진 배경 속에서 녹여냈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상의 세계에 내가 진짜로 가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배경과 인물이 사실적이었다. 이 세상 어딘가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 호빗들이 살고 있고, 엘프들이 숲을 지키고 있으며, 오크들이 땅 속에서 나올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마법도 존재하고 말이다.


  중간계를 장악하려는 어둠의 왕 사우론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반지. 동시에 그것은 사우론에게는 엄청난 힘의 근원이다. 그것을 없애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나는 반지 원정대. 호빗, 엘프, 드워프, 마법사 그리고 인간이 한 팀이 되어, 반지를 노리는 사우론의 부하들과 싸워가며 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CG의 힘을 빌었겠지만, 영화는 웅장했다. 그렇게 티가 많이 나지 않았다. 거대한 석상들, 엄청나게 아득한 광산의 끝, 신비한 엘프 마을, 맑은 강과 폭포 그리고 드넓은 벌판과 높은 산 등등. 볼거리가 너무도 많았다.


  그런데 누군지 모르지만, 그 존재가 괜히 반지를 만들어서 엘프, 드워프 그리고 인간에게 주는 바람에 난리가 난 것 아닐까? 그들에게 준 반지가 권력의 상징이자 힘이기에, 모든 반지 그러니까 모든 권력과 힘을 갖기 위해 사우론이 절대 반지를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애초에 반지를 만들지 않았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우론보다 그 반지를 만든 놈이 더 나쁜 거 같다. 누구야 도대체!


  왜 호빗이 반지를 운반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는지 생각해봤다. 호빗은 드워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작다. 키도 작고 다리도 짧고 거시기도 작……음, 이건 안 봐서 패스. 하여간 초등학생 정도의 체격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프로도는 칼도 못 다루고 활도 못 쏘고, 도무지 잘하는 게 없다. 그런데 왜 하필 그에게 그런 임무를?


  그 이유가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도 세계를 바꿀 힘을 갖고 있다는 교훈을 주는 것이라 말하는 책이 있다. 난 어쩌면 호빗이기에 인간과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인간의 권력욕이야 익히 알고 있는 것이다. 온 지구를 자기 것으로 알고,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부수고 훼손한다. 먹기 위함이 아닌 즐기기 위해 다른 동물을 죽이는 것은 인간이 유일하다는 말도 있다.


  초반에도 나왔지만, 사우론과 전투를 벌일 때 절대 반지를 부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이실두르는 반지를 손에 넣는 순간, 욕망에 사로잡혀버렸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반지 근처에만 있어도 그 힘에 매료되어 탐을 낸다.


  반면에 호빗은 자연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며 욕심내지 않고 살아가는 종족이다. 그래서 인간처럼 반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물론 100% 안 받는 건 아니다. 덕분에 프로도는 고뇌하고 자기 자신과 싸워야했다. 인간들이 사는 바깥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희희낙락대면서 살아왔던 그였기에, 나약하고 의지박약아처럼 보이는 그이기에 고통은 더욱 더 컸다.


  원작자인 톨킨은 어쩌면 인간과 달리 욕심 없는 존재가 사악한 힘에 매료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그런 존재도 악의 힘을 물리치려면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데, 하물며 인간은 어떻겠냐고 묻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촉수 괴물인지 거대 문어인지가 물에서 프로도 일행을 공격할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오, 크툴루께서!


  게다가 광산에서 발록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게임 ‘디아블로 Diablo’가 떠오른 것은 나뿐일까? 예전 인터넷에서 본 디아블로 3편 만들겠다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이 환호하던 동영상이 생각났다. 어쩐지 나도 환호성을 질러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반지 만든 사람 누군지 꼭 알고 싶다. 나한테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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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이즈
엘버트 반 스트리엔 감독, 샬롯 아놀디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원제 - Zwart Water, Two Eyes Staring, 2010

  감독 - 엘버트 반 스트리엔

  출연 - 이사벨 스토컬, 샬롯 아놀디, 헤드윅 미니스, 바리 아츠마



  네덜란드 영화이다.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단지 공포물이라는 이유로 골랐는데, 낯선 발음이 들려서 당황했다. 외국 영화는 다 영어를 쓸 거라는 편견을 버리게 해준 작품이다. 하긴 서양 사람들이 일본 AV라고 생각하고 틀었는데 한국말이나 태국말이 나와 놀라는 것과 비슷한 심정이겠지.


  영화는 한 소녀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오프닝이 참으로 몽환적이고 신비로우며 아름다웠다. 양쪽으로 대칭이 된 똑같은 무늬들이 서서히 일그러지는 모양들이 색색으로 보이는 게 인상적이다. 영화를 다 보고 다시 오프닝을 보면, 왜 저런 모양이 나오는지 짐작할 수 있다.


  외할머니가 유산으로 남긴 대저택으로 이사 온 리사. 언제나 바쁜 아빠와 엄마덕분에 그녀는 혼자 집에 있곤 한다. 그러던 중 그녀는 비밀 친구를 사귄다. 그 친구는 리사에게 이 집에 숨겨진 여러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사실 그녀는 엄마의 쌍둥이 동생이며, 엄마가 어릴 적에 자신을 질투해 죽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복수를 하고 싶다고 리사를 꼬드긴다.


  영화는 화면이 예뻤다. 고풍스런 대저택의 웅장함과 아기자기한 장식물들의 대비, 탁 트이고 넓은 정원과 울창한 숲. 전반적으로 푸르스름한 화면이 차가우면서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영화가 좀 길었다. 달리 말하면 중간에 지루한 부분이 더러 있었다는 말이다.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긴장감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하긴 112분 동안 잔뜩 긴장한 채로 영화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해도 영화가 초반에 너무 지루했다. 언제나 바쁜 부모님, 낯선 환경. 그 안에서 소녀가 느끼는 혼란과 불안감 그리고 소외감을 표현하려는 의도였겠지만, 너무 자세하게 그리려고 했던 것 같다. 물론 그래서 그녀가 비밀 친구에게 푹 빠지게 되었다는 당위성까지 보여주려고 했겠지만, 하아……. 그리고 리사가 비밀 친구와 너무도 평화롭게 노는 장면에서도 하아……. 호러 스릴러 영화라면서 너무 평화롭게 노는 거 아니니, 얘들아? 특히 귀신이라는 너! 숨바꼭질을 그 정도밖에 못하겠어? 실망이다, 얘.


  가장 가깝고 친해야 할 가족이 서로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고, 급기야 불신하고 의심하며 분열된다는 설정은 좋았다. 한 사람의 숨겨왔던 비밀이 드러나고 거기에 제 3자의 왜곡과 오해가 곁들어진다는 것도 괜찮았다. 사람들에게 하나씩 하나씩 힌트를 던져주면서,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보는 이도 같이 추측하고 같이 오해하게 하는 전개도 마음에 들었다. 거기에 막판 반전도 다른 영화에서 흔히 나오던 것이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 모든 좋은 전개와 설정을 두고, 어쩌면 이렇게 지루한 호러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일 것이다.


  처음부터 호러라고 생각하지 않고, 가족의 비극을 다룬 드라마라고 보면 좋았을까? 자식을 제대로 보지 않았던 부모, 소외감에 관심을 끌고 싶었던 아이 그리고 대화가 없었던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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