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하드 2 SE - 서플 한글자막 없음
레니 할린 감독, 브루스 윌리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원제 - Die Hard 2, 1990

  감독 - 레니 할린

  출연 - 브루스 윌리스, 보니 베델리아, 윌리엄 아서톤, 윌리엄 새들러



  크리스마스 오는 걸 두려워할 부부의 이야기 두 번째. 역시 이번에도 부인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테러리스트들과 한 판 싸우게 되는 주인공이다.


 어쩌면 이 영화의 부부에 대해서도, 일본 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과 '명탐정 코난'의 두 주인공처럼 그들이 가는 곳에 살인이 일어나느냐, 아니면 사건이 있는 곳에 그들이 가게 된 것이냐는 것과 비슷한 논란이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부부가 명절 때 만날 약속을 했기에 그 자리에 테러리스트가 온 것이냐 아니면 테러리스트가 있는 곳에 그들이 온 것이냐의 문제 말이다. 전자가 맞는다면, 그들은 가능하면 떨어져 살지 않거나 명절 때 만나면 안 될 것 같다.


  그런 심정은 부인의 마지막 대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왜 우리는 매번 이러죠?"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 3편에서는 해결책을 세웠겠지. 아니, 문제 해결을 했으면 시리즈가 이어지지 않으려나?


  1편도 그렇지만 2편의 감독 이름도 낯익다. 한때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지금은 예전보다는 덜 이슈가 되고 있지만, 예전에는 저 감독 영화가 개봉하면 믿고 보는 분위기였다.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추격 장면이나 폭파 장면이 압권이었다. 그런 화면을 보면, 어쩐지 속이 펑 뚫리는 기분이었다.


  공항을 점거한 무리들. 그렇다고 공항을 무력으로 점령하여 탑승대기자들이나 배웅내지는 마중을 하러 온 사람들을 인질로 삼은 건 아니었다. 공항의 항공 제어 시스템을 장악하여 공중에 떠있는 비행기들의 안전을 볼모로 하였다. 무서운 놈들. 지상의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도망갈 곳이라도 있지, 하늘에 떠있는 비행기에 탄 승객들은 피할 곳도 없다.


  놈들이 공항의 전원을 내리는 바람에 착륙이 불가능해진 비행기들은 다른 공항으로 가거나 하늘에서 빙빙 돌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중에 부인이 탄 비행기도 끼어있었고,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존 맥클레인은 달리기 시작했다.


  대개 범죄가 얽힌 영화에서는 믿었던 사람이 배신을 한다거나 안 그럴 것 같은 사람이 막판에 도와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내가 CSI 뉴욕을 처음 보았을 때, 적응이 되지 않았다. 바로 맥 반장님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도 진정한 뒤통수 때리기가 어떤 건지 확실히 보여줬다. 하긴 그렇게 주인공의 말을 쉽게 믿어준다는 것에 의심을 했어야 한다. 비록 그가 몇 년 전 있었던 나카토미 빌딩 사건의 영웅이라 불린다고 해도 말이다. 차라리 너무 의심하고 몰아세우는 사람이 낫다. 오해라는 게 밝혀지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도와주니까.


  전편에서 부인에게 주먹을 맞았던 기자는 또 등장해서 사태를 더 키운다. 그런데 1편에서는 그래도 진실을 알린다는 사명의식 같은 것과 출세하겠다는 마음이 공존하는 기자의 이미지가 조금은 있었는데, 이번에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완전 천덕꾸러기 신세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사를 팔아먹기 위해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내거나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은, 모두에게 미움을 받는 사람으로 표현되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으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좀 아쉬웠다. 경찰과 기자와 노숙인이 화합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나 했는데, 그렇지가 못해서.


  중간에 살짝 늘어지는 느낌도 들었지만, 펑펑 터지고 죽을 놈 죽고, 총싸움 신나고 화끈하게 하고, 우울할 때 보면 신날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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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블 데드 2013
페데 알바레즈 감독, 루 테일러 푸치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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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Evil Dead, 2013

  감독 - 페드 알바레즈

  출연 - 제인 레비, 실로 페르난데즈, 루 테일러 푸치, 제시카 루카스



  악령이 나오고 아이들이 죽어가지만 아주 신나는 영화가 있다. 분명히 무서운 장면이지만 나도 모르게 ‘푸훗’하고 웃음이 나는 영화이다. 그런데 그 작품이 리메이크가 된다기에 하악하악대면서 개봉하기만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리는 개봉 소식은 없고 DVD로 발매될 거라는 소문만 들렸다. 하긴 한국에서 호러 영화는 별로 인기가 없으니까 그럴 법도 하다. 아쉬운 일이다.


  그러다가 드디어 봤다. 그리고 놀랐다. 같은 요리라도 요리사가 다르면 각각 맛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다. 예를 들면 김치. 기본 재료와 방법은 똑같지만, 누가 어떤 재료를 첨가하고 빼냐에 따라서 맛이 집집마다 달라진다. 하지만 김치는 김치이다.


  그런데 이 영화, 감독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분위기가 이정도로 확 바뀔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기존의 코믹호러를 좋아하던 사람은 이게 뭐냐고, 샘 레이미를 돌려달라고 할 것이고, 진지한 호러를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에 든다고 할 것이다.


  이 리메이크작이 원작과 제일 다른 점을 하나 꼽자면, 우선 기존의 코믹한 요소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는 것이다. 너무도 진지하고 심각했다. 그 때문에 원작보다 더 섬뜩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풍겼다. 거기에 과학 기술의 발달 덕분인지 악마가 빙의한 소녀의 얼굴이나 하나둘씩 죽어가는 친구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끔찍했다.


  영화는 시작부터 충격적이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어린 소녀를 묶어놓고, 악마의 책 어쩌구하면서 죽이려고 한다. 게다가 소녀의 머리에 기름을 붓고 성냥불을 붙이려는 사람은 바로 그녀의 아빠. 처음에 살려달라고 비는 소녀를 보면서, 저 사람들이 죄 없는 소녀를 죽이는 구나라고 생각하며 혀를 찼는데 헐! 갑자기 소녀의 표정과 목소리가 바뀌면서, 사람들에게 저주의 말을 내뱉는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면서, 숲의 외딴 오두막에 놀러온 다섯 명의 친구들이 나타난다. 약물중독이었던 여동생 미아를 치료하고 격려하기 위해 가족의 별장으로 온 데이비드. 그들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는 그곳에서 왜 동생을 격려하고 치료를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거기서 간호사 한 명, 여자 친구 한 명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친구 한 명과 며칠을 보내기로 한다. 지하실에서 발견된 이상한 책. 바로 오프닝에서 악마의 책이라고 언급되었던 그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는 아무 생각 없이 거기 적힌 글자들을 읽었고, 그 때문에 악령이 소환된다.


  처음에 뭔가를 느낀 미아가 경고를 하지만, 모두는 그녀가 금단현상을 겪는 것이라 생각한다. 급기야 그녀는 악령에 빙의되어 모습이 서서히 변하게 되고, 친구들은 그런 그녀를 지하실에 가둔다. 이후 친구들이 하나둘씩 악령에 의해 죽어나가는데, 그 장면들이 와…….


  거기다 책에 그려진 그림대로 친구들이 죽어 가는데, 그 잔인함이란……. 그림을 먼저 보여주기에 어떻게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을 하게 한다. 결과는 상상과 일치하고 말이다. 때로는 더 심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지하실에 갇혀서 살짝 얼굴만 내밀고 온갖 욕설과 저주를 내뱉는, 그러면서 시시각각으로 기괴하게 변하는 미아의 얼굴은 좀 무서웠다. 포스터를 검색하면, 많이 나온다. 눈이 동그랗게 크고 얼굴이 달걀형이라 예쁘긴 한데, 좀 그랬다.


  책을 좋아하는 것은 괜찮은데,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들면 읽지 말아야 한다는 걸 새삼 배웠다. 책벌레 에릭이 호기심에 굳이 지워진 글자들까지 복원해서 읽지 않았다면 악령이 깨어날 이유는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그에게 돌릴 수는 없다. 애초에 별장에 그 책을 놓아둔 사람들의 잘못도 있으니까.


  동생을 위한 오빠의 엄청난 사랑을 보면서, 가족이란, 혈연이란 무섭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여자 친구도, 친구도 필요 없고 오직 여동생! 이 오빠는 죽어도 여동생 너만은 살아라! 대단한 가족애이다.


  그나저나 원작처럼 2편이 나올지 궁금하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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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하드 1-B - 할인행사
20세기폭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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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ie Hard, 1988

  감독 - 존 맥티어넌

  출연 - 브루스 윌리스, 알란 릭맨, 보니 베델리아, 레지날드 벨존슨



  어릴 적 명절 때의 일인데, 아마 설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왜냐하면 외사촌들이 다 돈이 두둑했으니까. 아마 세뱃돈 받은 게 아니었을까? 다들 비슷한 또래의 학생이었기에 어른들이 하시는 고스톱 판에 낄 엄두는 못 내고 그렇다고 짤짤이 같은 걸 하는 성격들도 아니고, 뭐하면서 명절을 보내야 잘 지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 극장에 가자는 제의가 나왔고, 좋다고 다들 우르르 몰려갔다. 마침 시간이 맞는 영화가 있어서 보기로 했다. 바로 지금 얘기할 이 영화 ‘다이 하드 1’이었다.


  이번에 다시 보면서 예전 생각이 났다. 그 날 이후, 외사촌들끼리 명절날 다 같이 영화도 보러 가고, 나이가 들어서는 술도 같이 먹으러 다니고. 지금은 하나둘씩 다들 결혼하고 바빠서 연락도 제대로 못하지만, 그때는 참 재미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미혼인 외사촌이 나까지 포함해서 이제 넷 밖에 안 남았다. 하아, 설날에 외가 가기가 두려워진다.


  영화 얘기로 돌아오면, 아마 별거 중인 부부인 것 같다. 남편과 아내가 다른 도시에 살고 있었고, 부인은 결혼 전의 성을 쓰고 있었으니까. 크리스마스를 맞아 남편은 부인과 가족을 만나기 위해 로스엔젤리스에 도착한다. 부인이 근무하는 회사에서 파티를 열고 있었고, 그는 잠시 그녀를 기다리기로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곳을 습격한 일단의 무리가 있었고, 남편은 건물 안에서 그들과 일 대 다수의 전투를 벌이는데…….


  별 생각 없이 넋을 놓고 보기에 딱인 영화이다. 범인이 누군지 구태여 머리를 쓸 필요도 없고, 별다른 복선도 없다. 그냥 서로 총 쏘다가 주인공은 파편이 살짝 스치고, 악당은 총 맞아 죽고, 주인공은 도망 다니다가 기회를 봐서 반격하고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그런 구성이다.


  거기다 부부 사이의 안 좋았던 감정은, 위기 상황이 닥치자 팔월 땡볕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물방울같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없어진다. 하긴 목숨 걸고 자기를 구해준다는데 싫어할 여자가 어디 있을까?


  대신 건물 밖에서 사태를 100% 확실히 파악하지 못한 경찰 내부의 갈등과 FBI와 경찰의 갈등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FBI가 지역 경찰을 무시하는 거야, FBI가 조연으로 나오는 거의 모든 미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빼놓지 않고 나오는 설정이다. 그러니 뭐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주인공과 무전기를 통해 교감을 나누는 흑인 경찰과 상관과의 갈등도 역시 흔한 설정이긴 하다. 혼자 궁지에 몰린 주인공과 그를 돕는 조력자, 그런데 경찰 상관들은 머리가 딱딱하게 굳어서 그들의 상황을 융통성 있게 받아들여주지 못하는 구조는 종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온다. 나중에 주인공과 조력자의 말이 맞았음이 판명되면, 그제야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면서 수고했다고 말을 건넨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의 경찰 상관은 끝까지 그런 말을 안 한다. 무지 융통성 없고 딱딱한 사람이다. 아니, 어쩌면 원래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맞는데 내가 주인공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테러리스트들이 인질을 잡고 하나둘씩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어떻게 보면 진지하고 긴장되면서 피를 말리는 상황의 연속이다. 거기다 경찰 특공대는 건물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죽어나간다.


  하지만 분위기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든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경찰 특공대나 FBI를 상대하면서 마치 ‘서든 어택’ 게임을 하는 것같이 구는 테러리스트 해커나 지하 주차장에서 엉겁결에 사건에 휘말린 리무진 기사는 물론이거니와, 어떤 상황에서도 하고 싶은 말은 하고 농담을 중얼거리는 주인공과 악당 대장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 거기다 마지막에 큰 웃음을 선사한 방송국 기자도 그렇고.


  물론 아슬아슬한 장면들은 몇 개 있다. 고층 건물에 대롱대롱 매달렸을 때나 부인의 정체가 테러리스트들에게 밝혀졌을 때 등등. 하지만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할리우드 영화의 법칙을 생각해보면…….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화끈하게 싸우고 폭탄 펑펑 터지고 그러면서 웃을 수 있는 영화였다.



  * 제목은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프로토스 애들이 걸핏하면 하는 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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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더 자이언트 킬러
브라이언 싱어 감독, 이완 맥그리거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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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Jack the Giant Slayer, 2013

  감독 - 브라이언 싱어

  출연 - 니콜라스 홀트, 이완 맥그리거, 엘리너 톰린슨, 스탠리 투치




  동화를 비틀어서 새로운 관점으로 만드는 것이 몇 년 전부터 유행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라는 건, 전해 내려오는 동안 많이 바뀌고 첨가되고 빠지는 각색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원래는 그게 아니었다는 주장도 그럴듯하긴 하다. 그런 설정의 작품을 보는 포인트는 동화의 내용을 어떻게 잘 바꾸어, 그렇기도 하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냐이다.


  잭과 콩나무 이야기는 많이 알고 있는 동화이다. 마술콩이라는 말에 혹해서 유일한 재산인 소와 바꾼 멍청한 잭. 그런데 진짜 마술콩이었고, 잭은 하늘까지 닿을 정도로 자란 콩줄기를 타고 구름 위에 있는 거인의 성까지 간다. 그곳에는 많은 보물들이 있다. 어떤 동화에서는 원래 잭의 아빠 것인데 거인이 빼앗아갔다고도 한다. 하여간 거인을 죽이고, 그것들을 다시 가져와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알고 보면 불법가택침입에 절도 그리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무시무시한 동화다.


  영화는 그 이야기에 여러 가지 살을 붙였다. 인간 세상에 침략한 거인들을 물리친 것은 거인의 심장을 녹인 왕관이었다. 거인들은 그 왕관을 가진 존재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사람들은 그 얘기를 그냥 전설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거인을 물리친 왕의 무덤을 도굴해서, 콩과 왕관을 훔친 귀족이 있었다. 그에게는 이를 이용해 세계 정복을 하겠다는 엄청난 꿈이 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수도사가 잭에게 빼앗은 콩을 맡기며, 말을 갖고 도망친다. 말과 콩을 바꿨다고 화를 낸 잭의 삼촌은 동화에서처럼 콩을 던지는데, 마침 그 날 폭우가 쏟아진다. 밤사이에 자란 콩줄기는 하늘까지 닿았고, 그 와중에 정략결혼을 피해 도망쳤던 공주가 사라진다.


  공주를 찾기 위해 콩줄기를 타고 오르던 잭과 기사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엄청난 거인들. 지상으로 내려갈 기회만 엿보던 거인들은 드디어 인간들을 공격하기로 한다.


  솔직히 첫 장면을 보는 순간, 잭이 어떻게 거인을 처리할 지 알아버렸다. 거인의 수가 많았기에 다 죽이지는 못할 것이고, 아마 그가 왕관을 차지할 것이라 추측했다.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그것을 빼앗을까에 관심을 가졌다. 이런저런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면서, 그 중에 하나는 맞아 떨어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도 해봤다.


  왕관을 보면서,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나온 절대 반지가 떠올랐다. 가진 사람은 종족이나 성별나이를 막론하고 엄청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비슷했다. 그런데 문제는 거인들이 왜 그 반지에 복종하냐는 것이다. 아무리 거인의 심장으로 만들었다지만,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긴 절대 반지도 그냥 이게 절대적인 힘을 가졌다고만 나오지. 어떤 작용으로 그러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왕관도 그냥 그렇다고 하니까 믿어야 하나보다.


  왕관을 가진 자가 나타났을 때 거인들의 표정이 볼만했다. 마치 뷔페에 가서 음식의 탑을 쌓아놓고 막 먹으려는 순간, 시간이 끝났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았다. 왜 나한테만 이래라고 항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 왕관이고 뭐고 다 깨부수고 싶지만 차마 그러지 못해 잔뜩 열 받은 얼굴 같기도 하고.


  인간을 위해 거인에게 너무 가혹한 핸디캡을 부여한 것 같다. 역동적이면서 위기감을 주기 위해 거인의 수를 너무 많이 설정했고, 그러다보니 그것을 어떻게 제어해야 개연성이 있을까 고민한 모양이다. 그리고 잭에게 거인 일족을 몰살시킨 자라는 호칭을 붙이기엔, 그가 너무 순진하고 착해빠졌고 말이다. 어느 정도 화면 안에서 액션 활극을 살리면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거인의 수와 착하고 날렵한 잭이 해치울 수 있는 거인의 수를 고려하고, 나머지 거인을 확실히 처리하기 위해 고안한 해결책이 왕관인 모양이다.


  그래서 결말이 너무 싱거울 정도로 쉽게 끝이 난 느낌이 들었다. 하늘 끝까지 공간을 확장했으면, 육지에서도 좀 범위를 넓혔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그 많은 거인들이 작은 성 하나 점령하지 못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무를 뽑아 던지는 괴력의 소유자들이 성문 하나를 못 열어 쩔쩔 매는 것도 웃기고.


  문득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 과연 지금도 거인들이 영국 하늘 저 위 어딘가에서 생존해있을까? 거인들은 꽤 오래 산다. 예전 1차 침공을 했던 이들이 그대로 살아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런데 여자 거인을 보지 못했다. 어떻게 후손을 낳는 걸까? 어떤 거인은 아주 할아버지던데, 계속 늙기만 하고 죽지는 않는 걸까? 그러니까 공격을 받아 죽기는 하지만, 나이 들어서 죽는 일은 없다는 말인가? 아니면 무성생식 내지는 상황에 따라 성별이 바뀌어서 2세를 얻거나 아니면 황새가 가져가주거나 설마 나무에서 열매로 따는 걸까?


  영화는 기존의 동화를 잘 비틀면서 그럴듯하게 했는데, 군데군데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또한 아이들이 보기엔 좀 잔인한 장면도 있었고, 어른들이 보기엔 너무 유치했다. 관객층을 어디로 목표했는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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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애퍼리션
토드 링컨 감독, 톰 펠튼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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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Apparition, 2012

  감독 - 토드 링컨

  출연 - 애슐리 그린, 세바스찬 스탠, 톰 펠톤, 줄리아나 귈



  찰스 실험이라는 것이 있다. 1973년, 몇 명의 사람들이 죽은 동료를 불러내는 실험을 한 것인데, 그 때 찍은 사진을 보면 뒤에 뭔가 희미한 사람 얼굴 같은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세 명의 젊은 과학도들이 그 실험을 다시 시도한다. 최첨단 과학 기기를 사용한, 말하자면 21세기 강령술이다. 그런데 이런! 실험이 잘못되면서 그 중 한 명인 리디아가 벽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살아남은 사람 중의 하나인 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여자 친구인 켈리와 이사를 한다. 그런데 새 집에서 이상한 일이 계속된다. 갑자기 잠긴 문이 열린다거나 옆집 개가 죽어나가고, 장식장이 저절로 움직이더니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마구마구 피는 등등.


  그 와중에 또 다른 친구인 패트릭에게서 연락이 오는데, 얘가 바로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말포이 역할을 맡았던 배우이다. 그는 연구실에 혼자 남아서 실험을 계속했고, 그 와중에 뭔가 잘못되면서 두 차원의 균열을 더 벌렸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틈에서 뭔가가 나왔다고 한다. 결국 두 친구는 다시 뭉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를 상대하고, 틈을 막기로 하는데…….


  영화는 초반부터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을 준다. 특히 공포에 질린 켈리를 텐트에 재우고, 벤이 집 안을 조사하러 들어가는 부분은 으……. 집에 설치된 CCTV의 시점으로 보여주는데, 아니 이런! CCTV가 막 움직이면서 텐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팍 꺼지고.


  그런데 영화는 중반을 넘어가면서 서서히 흥미를 잃어가게 만든다. 특히 자기 집에 뭔가 있다는 걸 벤이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서 이상해졌다. 아니 그런 실험을 해본적도 없고 귀신 찾는 일도 안 해봤으면서, 무조건 화를 내고 그를 내쫓는다. 그리고 혼자서 귀신을 찾겠노라 난리를 피우는데, 그냥 웃음만 나왔다. 뭐하냐, 너?


  인물의 심리적 갈등이 드러나는 부분은 지루하고 느슨한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활약하는 부분은 보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방을 봉쇄하려고 밖에서 못질을 하던 여주인공이 갑자기 방안으로 이동되는 부분은 그 발상이 괜찮았다. 거기다 그 안에서 슬그머니 기어 나오던 가느다랗고 하얀 팔은 인상적이었다. 분노한 그 존재가 집안을 온통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장면도 놀라웠다. 기둥 사이에 박힌 텔레비전이라든지 계단 사이에 녹아든 소파. 문득 예전에 책에서 '필라델피아 실험'의 사진이라고 본 것이 생각났다. 꼭 그거 같았다.


  몇몇 장면들은 '헐'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지만, 전반적으로 여러 가지 아쉬운 점과 궁금점이 생겼다. 도대체 연구실에서 학생이 사라지는 일이 있었으면, 지도 교수라든지 그런 사람들은 몰랐을까? 그리고 경비업체에서는 순찰을 돌 텐데, 그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던 걸까? 아니면 순찰을 안도나?


  마지막 장면을 보고나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어떤 상황인지 자세하게 의문점과 내 생각을 쓰면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서 패스하겠다. 아, 이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오래된 서양의 심령사진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솔직히 그게 더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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